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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 봐! Season1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6

 
날봐! #24
작성일 : 19-11-08 18:03     조회 : 208     추천 : 0     분량 : 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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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앞에도 커플, 뒤에도 커플. 옆에도 커플. 커플들 사이에 둘러싸인 여주와 민석은 오늘도 영화를 본 뒤 근처 카페에 앉았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보이는 커플 행각에 좀처럼 펴지지 않는 인상을 쓴 여주의 앞에 테이크아웃 커피를 올려두는 민석이였다.

 

 "마셔봐, 이거 맛있다고 소문난 거야."

 "응, 맛있다."

 "그럼, 나랑.."

 "싫다고 했다."

 

 커피를 빨대로 쭉 빨던 여주가 제 가방을 뒤져 의자 밑에 있는 콘센트에 충전기를 연결하며 싫다고 말하자 민석은 입술을 비죽였다. 꽤 도도한 표정도 예쁘다고 느낀 그는 더 뾰로통해졌다.

 

 "야, 아까 문채원 봤어? 진짜 예쁘더라."

 "문채원? 그게 누군데."

 

 정말 모른다는 표정의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곤 다시 입을 축였다. 2시간이나 되는 상영시간 동안 열연하던 여주인공 이름조차 몰랐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여주였다. 저렇게 연예인에 관심이 없으면서 맨날 영화는 왜 보자고 하는 건지.

 

 "여자주인공 말이야."

 "아, 그 여자. 으응. 예쁘더라."

 

 솔직히 민석은 여주인공 얼굴이 기억이 나진 않았다. 딱히 관심 있는 분야도 아니었고 무엇보다 여주가 옆에 있었기 때문에 영화에 시선을 둘 시간이 없었다. 그저 영화에 집중한 그녀는 눈치채지 못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던 그였다.

 

 "그래도 결말은 해피엔딩이더라."

 "응, 18년을 짝사랑했는데 노력하니까 되더라."

 "야, 영화라서 가능한 이야기인 거 알지?"

 "너는 내가 왜 그렇게 싫은 건데?"

 

 사뭇 진지한 그의 표정에 덩달아 진지해진 그녀는 만지작거리던 커피를 두고 입을 뗐다. 싫은 게 아니라고. 또 같은 말들을 반복했다. 그리고는 항상 같은 침묵이 이어졌다. 그게 또 불편한 여주는 장난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리고 나 너랑 만나면 내가 손해거든?"

 "에엑? 왜?"

 "너는 26살이잖아. 나는 21살이고, 내가 완전 손해지. 넌 다른 여자들이랑 연애도 많이 해봤을 거고 진도도 많이 나갔을 텐데 난 너에 비하면 완전 순수 그 자체거든?"

 

 딱히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민석이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솔직히 그녀의 말이 맞았다. 자신이 그녀보다 5살이나 많았고 연애 경험이 단 한 번뿐인 그녀에 비하면 훨씬 많은 경험이 있었다. 예상치 못한 말에 멍하니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낯선 얼굴을 한 남자가 테이블로 다가왔다.

 

 "저기.."

 "뭐요!?"

 

 제법 앙칼진 민석의 물음에 그에게 물음께 아니었음에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남자였다. 커 보이는 눈이 배로는 더 커졌다. 그 큰 눈으로 민석을 한번 여주를 한번 사이좋게 바라보다 휴대폰을 내밀었던 제 손을 내려다봤다.

 

 "큼, 콘센트에 있는 충전기 좀 빌려주시겠어요?"

 "아, 네. 그렇게 하세요."

 

 연결돼있던 제 핸드폰을 분리하고 남자의 손에서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빨대를 빨며 눈도 마주치지 않는 민석을 한번 바라보곤 옅게 한숨을 쉬었다.

 

 "저 남자 너한테 번호 물어보러 온 거야."

 "..아니야. 나한테 충전기 빌렸잖아."

 "그거야 내가 있으니까."

 "네가 있는데 어떻게 번호를 물어보러 오냐?"

 

 민석은 카페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곁눈질로 자신들을 바라보는 그를 의식하고 있었다. 다만 그녀에게 내색하지 않았을 뿐이지.

 

 "화장실 다녀올게."

 

 어색함에 손끝만 꼼질 거리던 민석이 결국 참지 못하고 일어나버렸다. 여주도 마찬가지인지 두어 번 고개를 끄덕이곤 시선을 창밖으로 던졌다. 아직 겨울이라 그런지 어두운 계열의 두꺼운 코트에 눈 사이를 종종걸음으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하염없이 바라보던 여주는 문득 요즘 저 자신이 예전과 많이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친구들과 가족들과 있는 시간이 이젠 민석과 보내는 시간이 되어버렸고 집에서 혼자 영화에 집중하며 대사를 곱씹던 시간을 민석과 영화관에서 함께 영화를 봤다. 쉬는 날 뿐이 아니라 일을 하는 평일도 마찬가지였다. 가족, 친구와 업무로만 울리던 휴대폰이 어느샌가 그의 안부로 가득했다. 딱히 싫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좋아하는 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그녀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기요."

 "네!?"

 

 낯선 음성에 그녀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아까 봤던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할 말이 있는 듯 입술만 달싹이던 그가 충전기에 있는 휴대폰을 손가락으로 가리켰고 고개를 끄덕이며 연결된 충전기를 분리해 손에 넘기자 고맙다는 인사를 꺼냈다. 그래, 건넸는데. 그랬는데 이후로 그가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고 있었다.

 

 "그쪽이 마음에 들거든요. 전화번호 좀 주시겠어요?"

 

 세상에. 민석의 말이 맞았다. 그는 여주의 번호를 물어 보러온 거였다. 당황 기색이 역력한 그녀는 멍하니 남자를 올려다봤고 뻘쭘한지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이던 그는 들고 있던 휴대폰을 여주 쪽으로 들이밀었다. 처음 있는 상황이라 당황한 여주는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해 우물쭈물하고 있었고 바짝 긴장해 휴대폰을 내민 그도 역시 당황한 채 망부석처럼 서 있었다.

 

 "남자친구 있는데요."

 

 아까보다는 확실히 덤덤해진 민석의 말투였다. 화장실에서 용케도 진정이 된 듯 보였다.

 

 "아, 남자친구 있으셨구나."

 "네, 그러니까 얼른."

 

 손을 휘저으며 내쫓는 손짓을 하자 여전히 당황한 표정의 그가 뒤돌아 사라졌다. 여주의 앞에 앉은 민석은 여전히 덤덤한 표정이었지만 곧 입술을 비죽이며 그녀를 노려봤다.

 

 "거봐, 내 말이 맞지?"

 "핳, 그랬네."

 "이럴 때는 나 팔아먹어도 되거든?"

 

 애꿎은 컵만 만지작거리던 그녀가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 그런데도 기분이 안 좋은 민석은 손을 뻗어 여주의 손을 잡아 보였다. 놀란 그녀가 손을 빼내려고 하자 민석이 힘을 주어 더욱더 다부지게 잡았다.

 

 "나 진짜 장난하는 거 아니야. 내가 할 일 없어서 내 주말을 너랑 보내는 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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