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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0.29

 
일치단결식구 [一致團結食口] #12
작성일 : 19-11-08 17:56     조회 : 245     추천 : 0     분량 : 2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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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점심시간, 운동장에 나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데 울타리 밖 선글라스를 쓴 남자가 여주와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창 장난을 치던 여주는 뒤를 돌아 남자가 방금까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봤다. 어제 일도 그렇고 기분이 좋지 않은 여주는 입술을 꾹 물었다.

 

 "누나."

 

 소곤소곤, 누나라며 땀을 닦으며 다가온 한준이 농구공을 친구들에게 던졌다. 학교에서는 친구로 지내지만 여간 편하지 않은 한준인가보다.

 

 "어우, 점심시간 끝났다. 체육 잘해. 다치지 말고."

 

 학교로 쫄래쫄래 들어가는 여주를 바라보던 한준의 앞으로 다가온 낯선 남자였다. 아니, 구면이었다. 불과 몇 개월 전 그 시골로 여주를 도망 나오게 한 장본인.

 

 "우리 구면인가?"

 "ㅁ, 뭐죠?"

 "여주 보려고 왔는데. 처음 보는 낯선 아르벨 식구가 있네?"

 뒷걸음을 치는데 등 뒤에 서 있던 사람과 부딪혔다. 화들짝 놀라는 한준을 보며 눈인사를 한 남자는 한준을 뒤로 세웠다.

 

 "어우, 오랜만이네. 개새끼야."

 "김영훈? 이야, 잘 지냈나? 어째 좋아 보이기는 하다만."

 "잘 지냈겠냐? 너 때문에 병신 됐잖아."

 "어후, 안타깝네."

 "여기서 깐족거리지 말고 꺼져라."

 

 이 악물고 말하는 그에게 비웃음을 남기고 자리를 뜨는 남자였다. 뒤를 힐끔 바라보자 겁에 질린 한준이 보였다. 자신을 김영훈이라고 설명했다. 그 언젠가 한 번 들어본 적 있는 이름. 영한이의 쌍둥이 형이었다. 얼떨떨했다. 영훈은 집으로 들르기 전 영한과 만나고 있다는 여주를 한번 만나보기 위해 학교로 왔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오시는 건가요?"

 "아, 곧 집으로 갈게."

 

 그로부터 일주일 뒤에도 남경후의 소식도 영훈의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노아, 바다와 여주가 조곤조곤 수다를 떠는 모습을 보고 영한이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켠다. 평소보다 일찍 눈을 뜬 그가 피곤하진 않은지 여주가 붙어 앉아 다시 자지 않아도 괜찮은지 묻자 영한이는 고개를 저었다.

 

 “오늘은 꼭 누가 올 거 같은 느낌이야."

 "누구요?"

 "그거야, 모르지."

 

 김이 새는 그의 대답에 이월이가 작게 웃으며 영한의 옆에 앉아 TV로 시선을 돌렸고 성진이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무엇을 하려는지 주방으로 들어갔다. 강하는 그런 성진을 졸졸 따라 들어가고 한준이는 그냥 바닥에 앉는다. 투닥거리기도 하며 각자 할 일들을 하고 있는데 영한이 갑자기 현관문 쪽으로 고개가 홱 돌아갔다. 딩동딩동, 초인종 소리가 들려오고 모두의 시선이 현관문으로 향하다가 영한에게 향한다. 이월이가 현관으로 향했고 곧 익숙한 목소리와 반기는 이월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영훈 형님!"

 

 이월이의 목소리에 주방에 있던 성진이가 달려 나가 반갑게 맞이했다.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영한이 인상을 찌푸리고 바다가 영한의 눈치를 보다가 자기도 현관으로 나간다. 노아도 그런 바다를 따라 현관으로 같이 나가 영훈에게 인사했다. 제일 큰 형님인 희욱이와 채하의 행방을 묻자 성진이는 가게에 나가서 부재중이라고 알리자 아쉬운듯 고개를 끄덕이며 약간 절뚝이는 다리로 거실에 들어선 영훈이 소파에 삐딱하게 앉아있는 영한을 보곤 피식 웃는다.

 

 "넌 형이 왔는데 나와보지도 않냐?"

 "꺼져, 먼저 모른척한 건 너야."

 "네가 그렇게 말하면 섭섭한데."

 "넌 좀 섭섭해 봐야 해."

 

 순식간에 싸늘해지는 분위기 그때, 바다가 성진이에게 슬금슬금 다가가서 귓속말로 묻는다.

 

 "둘이 진짜 쌍둥이 맞아요? 봐도, 봐도 아닌 것 같아. 하나도 안 닮았잖아."

 "나도 그렇게 보이긴 하는데 형님들 말로는 맞대."

 "진짜 신기해, 쌍둥이끼리도 저렇게 안 닮았네."

 

 쌍둥이임에도 불구하고 영한은 영훈을 꼬박꼬박 형이라고 부르며 잘 따랐다, 예전에는. 그런데 일이 있고 난 후로부터 둘의 사이는 이렇게 삐딱하게 행동하고 있다. 영한이의 팔뚝을 잡고 고개를 끄덕여 보이는 여주를 보며 한숨을 쉰 영훈은 다리를 절뚝거리며 영한에게 다가갔다. 영한의 반응이 두려운 모두가 움찔거렸다. 자기 앞에 서 있는 영훈을 발로 밀어낸 영한이 텔레비전에 시선을 고정하고 절대로 떼지 않는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영훈이 피식 웃으며 다시 말을 건다.

 

 "잘 지냈냐? 좋아 보이네."

 "어, 그래. 너 안 보고 사니까 살판났다. 그러니까 좀 꺼져."

 "거참, 냉랭하네. 내 동생은 어디 가고 이딴 새끼만 남았냐?"

 "나랑 비슷하네. 나도 우리 형은 없어지고 웬 이상한 새끼가 와서 귀찮게 굴거든."

 

 한마디도 지지 않는 둘을 보며 이월이가 긴장하는데 계속 묘한 표정을 짓고 있던 여주가 안 되겠는지 영한에게 다가가 팔을 잡고 일으킨다. 눈치도 없게 TV를 봐야한다며 버티는 그에게 재방송으로 같이 보자며 보채기 시작했다. 그들의 냉전을 끝내려는 여주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영한은 말이 많았다. 괜찮다는 듯 계속 거실에 있으려는데 결국은 여주가 졸린다며 거짓말까지 하며 영한을 방에 밀어 넣고는 영훈이에게 인사를 꾸벅한다.

 

 "이렇게 보내드려서 죄송해요. 다음에는 선생님이랑 아빠 있을 때 오세요. 오늘은 기분이 별로 인가봐요. 죄송해요."

 "아냐, 괜찮아. 다음에 다시 올게. 나 간다. 잘 있어. 애들아, 나 갈게!"

 

 영훈이 현관을 나가자 이월과 강하가 긴장을 풀며 한숨을 푹 쉬고 성진은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여주를 쳐다본다. 그런 성진에게 살짝 웃어준 여주가 방에 들어가자 영한이 침대에 걸터앉았다. 여주가 닫힌 문 앞에서 발을 떼지 못하고 가만히 서서 입술을 깨문다.

 

 "김영훈한테 다정하게 대해주지 마. 네 웃음이 아까워."

 "형님."

 "옛날일 가지고 유치하게 아직도 이러는 나도 문제는 문제다."

 "형님."

 "거기서 뭐 해? 이리와 누워. 재워달라며."

 "아아,"

 

 사실 전혀 졸리지 않은 여주였지만, 영한의 말대로 침대에 눕긴 누웠다. 눈을 말똥말똥 뜨고 영한을 올려다보는 여주를 보며 영한을 보며 영한이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퉁박을 줬다.

 

 "졸리기는. 거짓말을 하려면 좀 믿을만한 거로 해라."

 "죄송해요. 그렇지만 계속 두 분 놔뒀으면 싸우실 것 같아서."

 "네가 그걸 왜 걱정하냐. 싸우면 싸우는 대로 두지."

 "어떡해 걱정을 안 해요? 형님 일인데."

 "하하, 뭔가 이상하다. 너 꼭 내 마누라 같아. 말하는 게."

 "에이, 형님!"

 

 금세 평소의 분위기로 돌아온 두 사람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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