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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블러디데이
작가 : 유월
작품등록일 : 2019.9.9

한이연, 세상에 가족이 없는 늘 혼자였던 그녀, 약혼자와 함께 가족을 꾸리고 행복해질 날만을 기다리는데.... 갑작스러운 약혼자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녀의 약혼자의 죽음과 연관 된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은오라는 정체불명의 아름답지만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남자가 나타난다.

 
024. 노르웨이에서
작성일 : 19-11-08 16:58     조회 : 242     추천 : 0     분량 : 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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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

 

 

 타라의 집에서 머물던 일주일 동안 나는 앞으로 내가 살 곳에 대해 고민했다. 은오를 만나기 전에는, 보육원이 있던 부산으로 내려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곳으로조차 가고 싶지 않았다. 복잡한 서울로 가는 건 싫었다. 그렇다고, 이곳에 마냥 눌러앉을 수도 없었다. 은오에게서 멀어져야만 한다. 그때 문득, 은오와 예전에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은오씨는 고향이 어디예요?’

 

  ‘고향이요?’

 

  ‘엄청 오래 살았어도 고향이 있을 것 아니에요.’

 

  ‘그렇죠. 내가 태어난 곳은 지금은…….’

 

 

 3년 후.

 

 노르웨이, 오슬로.

 

 

  장을 잔뜩 봤다. 오랜만에 이것저것 사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양손 가득 짐을 들고 마켓을 나섰다. 가을바람이 유난히 시린 노르웨이지만, 3년을 살다 보니 어느새 이렇게 뼛속까지 시린 추위에도 익숙해졌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이렇게 가뿐한 마음으로 걸을 수 있게 된 것도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었다. 이제 시간이 약이라는 것을 그 누구보다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끝까지 살라던 켄의 충고가 도움이 되기도 했다.

 

 이제 켄을 떠올리는 것도, 그 날을 떠올리는 것도, 그를 떠올리는 것도 조금은 괜찮아졌다.

 

  '왜 하필 노르웨이야?'

 

 3년 전 공항까지 바래다준 켄이 그렇게 질문했었다. 그의 곁에 서 있던 타라와 링도 궁금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왜 하필 하고많은 나라 중에서 은오의 고향으로 가려는 것이냐고 그들은 묻는 것이었다.

 

  '은오씨와 약속을 했거든요. 그가 술래가 되었을 때, 너무 멀리 가지 않겠다고. 그가 아예 날 찾을 수 없는 곳으로 가기는 싫어요. 이상하죠? 그는 나의 원수나 다름없는데.‘

 

  ’은오와 다시 만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켄이 물었다.

 

  ’그래, 은오가 한국에 온 이유는 10년 전 사건을 알아내기 위해서야. 언젠가는 노르웨이로 돌아갈 거야. 그렇게 되면 우연히 마주칠 수도 있어.‘ 링도 덧붙였다.

 

  ’그러면 그때는, 그때의 내 감정대로 선택해볼래요. 은오씨에게 일단은 아무 말도 하지 말아주세요. 부탁해요. 제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해주세요.‘

 

 나는 링, 켄, 타라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하고 돌아섰다. 나도 사실 이해가 잘은 안 된다. 그로 인해 잃은 내 가족과 약혼자에 대한 분노 때문에 영영 보지 않으려고 떠나는 것이면서, 왜 그와의 약속을 지키려는 것이지? 애초에 노르웨이에 대한 나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겁도 많이 났다. 하지만 결국 그곳으로 가기로 하고부터 모든 게 순조로웠다. 이상하게도 하나하나 다 맞아 떨어졌다. 살 곳, 직업, 모두 다 마련되었다. 마치 그것이 내 운명인 것처럼.

 

 아무튼, 나는 이곳 노르웨이에서 오전에는 카페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한국어 강사로 일하며 살게 되었다.

 

  "언니 왜 이렇게 늦게 와요?"

 

 노르웨이에서 알게 되어 함께 살게 된 동생 유리가 문을 열자마자 얼굴을 쏙 내밀며 투덜댔다.

 

  "어, 이것저것 장 좀 보느라."

 

  "우와...많이도 샀네."

 

 유리가 봉투를 열어보며 감탄했다. 온종일 움직여서 피곤해진 나는 부엌에서 정리를 마친 후 바로 방으로 들어가 침대에 누웠다. 사방은 고요했다. 간간이 창밖에서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릴 뿐이었다. 이 평화로움이 좋다. 이렇게 누운 상태로 눈만 감으면 마치 은오의 집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그립다, 아주 많이.

 

 나는 때때로 은오의 얼굴이 떠올랐다. 피의 날이 시작됐을 시간인데 많이 아프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워졌다. 지나의 약을 먹고 다 완치가 되었으려나? 알 수가 없었다. 은오와 관련 된 흡혈귀들과도 연락을 안 한 지 꽤 되었으니까. 그가 완전히 나았을 지도 모르는데, 지난 3년간 단 한 번도 피의 날을 계산하는 걸 잊지 않았다. 정말 이상한 일이었다. 그토록 원망스럽고 아주 후회스럽게 느껴졌던 그와 함께했던 날들이었는데….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이제는 그를 떠올리는 것이 나를 힘들게 하는 고통스러운 일이 아닌 하나의 습관이 되어버렸다.

 

  "언니, 들어가도 돼요?"

 

 문밖에서 유리가 물었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배시시 웃으며 들어온 유리는 내 곁에 다가와 앉았다.

 

  "저 언니한테 할 말이 있어요."

 

  "응 뭔데?"

 

  "아 진짜 너무 미안해서 어떻게 말을 꺼내지 진짜 망설였는데요,"

 

 이연은 평소의 털털한 모습과 사뭇 다른 유리의 태도에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저 다음 주에 한국으로 가요."

 

  "한국? 왜?"

 

  "이제 어학연수 수업도 끝나니까 여기서 더 뭉개봤자 취업도 어려울 것 같고….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구나."

 

  "미안해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뭐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그나마 둘이라서 이 집에서 살 수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가게 되어서 진짜 미안해요."

 

  "괜찮아, 같이 살 사람이야 다시 구해보면 되는 거니까."

 

 이연이 별일 아니라는 듯 말하자 유리는 그제야 안심이 된 듯 웃었다. 하지만 이연은 속으로 슬슬 걱정되었다. 유리의 말대로 이 집에서 혼자 살기는 빠듯했다. 일주일 안에 함께 살 사람을 찾던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만 했다.

 

  "근데 언제 간다고 했지?"

 

  "다음 주요."

 

  "좋겠다, 돌아갈 집이 있어서."

 

 나는 뒤늦게 웃으며 말했다.

 

 *

 

  "뭐야, 벌써 도착했어?"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켄에 목소리가 들리자, 은오가 작은 미소를 지었다.

 

  "어. 여기 하나도 안 변했네."

 

 은오가 거리를 둘러보며 말했다. 잿빛 하늘이 그를 반겼다.

 

  "이십육 년 전 한국 여행 와서 눌러앉았다가, 민혜씨 그렇게 되고 나서 노르웨이에서 잠만 잤으니 변했는지 안변했는지 알 수가 없구나. 그나저나 지금 곧장 집으로 가는 거냐?"

 

  "집? 무슨 집?"

 

  "네 집이지 무슨 집이야."

 

 은오는 막 달려오는 택시를 향해 손을 뻗다가 말했다.

 

  "집 없어, 한국으로 가기 전에 그 집 팔았어."

 

  "미친놈, 그 좋은 집을 왜 팔아!"

 

  "아, 귀 따가워. 그만 끊어."

 

  "잠깐만! 그럼 어디로 갈 건데?"

 

 켄의 물음에 택시에 올라탄 은오가 운전 기사에게 근처 호텔 이름을 댔다.

 

  "들었지? 끊는다."

 

  "자, 잠깐!"

 

  "또 왜."

 

 은오가 귀찮은 듯 묻자 몇초 간의 정적 끝에 켄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가 착한 놈이라 다행이다."

 

  "뭔 헛소리야."

 

  "그 사람도 바보 같아서 다행이고."

 

  "취했어?"

 

  "이제는 운명이 알아서 하겠-"

 

 은오는 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얼굴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끊었다. 켄은 은오가 노르웨이로 돌아간다는 말을 한 뒤부터 이상하게 굴었다. 거기는 왜 가? 처음 말을 꺼냈을 때 그는 까무러칠 듯 놀라며 물었다. 거기가 내 고향이거든. 은오는 무슨 소리냐는 듯 대꾸했었다.

 

  호텔에 짐을 내려놓은 은오는 산책을 하기 위해 밖으로 나왔다. 해가 저물어가는 오슬로의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은오는 근처의 공원으로 가서 가을 빛깔로 화사한 자연 풍경을 둘러봤다. 이곳으로 온다고 해서 한국에 있었던 모든 일을 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한참동안 찾아 헤맸던 이연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그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잠들 수 없었다. 십 년 아니 백 년은 더 자고 싶었지만, 꿈에 자꾸 그녀가 나타나서 깨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짐을 쌌다. 한국에서 벗어나면 조금은 괜찮아질까. 처음으로 누군가를 위한 선택이 아닌, 자신을 위해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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