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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블러디데이
작가 : 유월
작품등록일 : 2019.9.9

한이연, 세상에 가족이 없는 늘 혼자였던 그녀, 약혼자와 함께 가족을 꾸리고 행복해질 날만을 기다리는데.... 갑작스러운 약혼자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녀의 약혼자의 죽음과 연관 된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은오라는 정체불명의 아름답지만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남자가 나타난다.

 
020. 복수
작성일 : 19-11-08 00:59     조회 : 211     추천 : 0     분량 : 3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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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피로 얼룩진 화장실 타일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목 잘린 시체들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내 뒤에서 나를 붙잡은 지나가 서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내가 딱히 집이 없어서 말이야."

 

  "..."

 

  "너한테 집 주소를 알려줘야 하긴 했는데."

 

  "..."

 

  "이 자들은 안타깝게 됐지 뭐."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그들을 죽인 것과. 흡혈귀와는 전혀 무관한 그저 평범한 가정집을? 내가 주소를 물어서? 지나가 우연히 이 집을 발견해서?

 

  "아무튼, 이렇게 와줘서 고마워. 널 정말 보고 싶어라 하는 흡혈귀가 있어."

 

 나를 향한 두 붉은 눈동자가 반짝이며 빛났다.

 

  "얼른 가자."

 

 그녀는 다정하게 내 손을 잡아 일으켰다. 나는 화장실 쪽으로 향하는 눈을 억지로 돌렸다.

 

 *

 

  햇빛이 잘 스며드는 거실 바닥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는데, 은오가 다가와 앉았다. 그가 날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어떤 고통도 슬픔도 쓸쓸함도 느껴지지 않는 밝은 미소. 나는 그를 보며 따라 미소를 지었다. 그 어떤 고통도 슬픔도 쓸쓸함도 내 안에 차오르는 행복을 훼방해놓을 수 없었다. 이토록 완전한 감정을 느껴보기는 처음이었다.

 

  '그렇게 완전히 행복한데 왜 울어요?'

 

 은오의 손이 내 눈물을 닦아내며 의아한 듯 물었다.

 

  '너무 행복해도 눈물이 날 때가 있어요. 흡혈귀라 잘 모르는구나.'

 

  '울지 마요.'

 

  '네.'

 

  '가지 마요.'

 

 은오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

 

  '가지 말아요.'

 

 *

 

  "무슨 꿈을 꾸기에 이렇게 슬프게 울지?"

 

 볼에 닿는 차가운 촉감에 화들짝 놀라며 눈을 떴다. 나는 의자에 꽁꽁 묶여 있었다. 내 볼을 만지는 건 지나였다. 그녀의 얼굴만 봐도 떨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미안, 깨워버렸네."

 

 그녀는 싱긋 웃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꿈속과는 완전히 대조되는 어둠 속에 갇혀있는 기분이었다. 창가에 있는 촛불로 언뜻 방의 구조가 보였다. 아주 낡은 집 같았다.

 

  "여기가 어딘지 궁금하구나?"

 

  "..."

 

  "여긴 내 친구의 집이야. 그 친구가 널 보고 싶어 해. 지금 오는 중이라니까 조금만 더 기다리자."

 

  "왜 날……. 보고싶어하죠…?"

 

  "그건……. 비밀! 직접 만나서 물어봐."

 

 지나가 명랑하게 웃으며 답했다.

 

  "저를 죽일 생각인가요?"

 

 내 말에 지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아니야. 묶어둬서 오해했구나? 도망칠까 봐 만일을 대비해서 그렇게 해둔 것뿐이야."

 

 지나의 말에 나는 발목 역시 칭칭 감긴 밧줄을 내려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힘이 빠졌다.

 

  "은오씨가...보고싶어요."

 

  "그래? 어머...어떡해...미안. 미안. 조금만 더 기다려줘."

 

 지나가 상냥하게 말하며 내 옆 의자에 앉아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내 주머니 속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나가 게임을 멈추고 내게로 손을 뻗었다.

 

  "은오씨 전화일 거예요."

 

 지나는 나를 살짝 쳐다보더니 집어 든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세요? 어. 반가워 은오, 오랜만이네. 나 지나야. 응응, 옆에 네 애인도 있어. 너 보고 싶대. 이쪽으로 올래? 민혜씨가 살던 집이야. 어딘지 알지? 그래 와."

 

 핸드폰을 내려놓은 지나는 다시 게임을 시작했다.

 

  "은오씨는 지금 아파요, 여기 올 상황이 아니에요!“

 

  "은오는 모든 사건의 배후에 우리가 있다는 걸 얼마 전에 눈치챘어."

 

 지나가 갑자기 날카롭게 말했다.

 

  "사실 저주로 인해 꽤 오래 끌었는데, 그 덕분에 뭐. 아무튼, 다 계획대로 됐지.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은오가 이렇게 빨리 알게 될 줄은 몰랐지. 그 뒷산에서 죽은 놈 때문에 뒷덜미가 잡힌 거야. 하필 그 늙은 변태 같은 놈이 자신의 스케치북에 나를 그려놨었어. 그냥 시골에서 조용히 삼계탕이나 팔 것이지."

 

 그녀의 말에 두 팔에 소름이 돋았다. 뒷산 약수터에서 죽은 남자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와 또 다른 누군가가 그 모든 일을 해왔다는 것인가? 그리고 그걸 은오가 최근에 알아챈 것이고? 켄이 집을 나서기 전에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새로운 단서를 발견했다는 것. 삼계탕집 남자가 죽기 전 남겼던 단서.

 

  "당신이... 그럼 내 약혼자도 죽인거야?!"

 

 나의 외침에 그녀는 고개를 숙이더니 게임에만 몰두했다. 마치 방음이 되는 투명 벽이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듯이. 나는 더는 말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내게 아무런 말도 할 생각이 없다.

 

 잠시 뒤, 뒤편에서 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져서인지 안으로 들어오는 흡혈귀가 어느 정도는 보였다. 흑발 머리의 검은 정장 차림이었다. 인간의 나이로 치자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정도 될 것으로 보였다. 그는 굉장히 날카로운 눈을 갖고 있었다. 물론 눈은 핏빛이었다. 나는 그가 내가 앉아 있는 테이블의 반대편으로 가서 천천히 앉는 것을 가만히 지켜봤다. 게임을 멈춘 지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 자다. 이자가 그 모든 사건의 배후에 있는 자다. 나는 직감할 수 있었다. 그가 풍기는 어두운 느낌은 흡혈귀 파티에서 날 사냥하던 그들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에 금방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자는 그때보다 더 강력했다. 등장과 동시에 날 압도했다.

 

  "그럼 나는 나가볼게. 즐거운 시간이 되길!"

 

 지나가 방을 나서자, 흡혈귀는 테이블 위에 있던 붉은 피가 반쯤 찬 와인잔을 들며 내게 싱긋 웃음을 지었다. 그 미소는 어딘가 매우 냉정하고 비열해 보였다. 금방이라도 칼을 들고 위협할 것만 같이 위험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돌발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나는 지나에게 했듯이 그에게 내 약혼자를 죽인 것이 맞느냐고 물어볼 수 없었다. 그저 너무 이 상황이 두렵고 숨막혔다.

 

  "내가 옛날 얘기를 좀 해줄까 하는데…."

 

 그가 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놨다. 그는 자신을 소개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짙은 피비린내가 코에 스며들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커튼진 창문 쪽을 쳐다봤다.

 

  "좀 긴 이야기가 될 거야."

 

 그는 내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얘기했다. 마치 연극 무대 위에서 독백하는 것처럼 우스꽝스러웠다. 나는 그가 시작한 연극을 보는 유일한 관객인 셈이다. 나는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번에는 벽에 걸린 금색 테두리 장신이 된 시계를 봤다. 피의 날이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시간이다. 은오의 곁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 시곗바늘이 되어 내 심장에 꽂혔다.

 

 초조함에 온몸이 차가워졌다.

 

  "한 이십육 년 전쯤인가…? 은오와 나는 그 당시에 둘도 없는 친구 사이였어."

 

 은오의 이름이 나오자 손끝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 외에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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