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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데이드림
작가 : 마침표
작품등록일 : 2019.10.20

13번 도시의 보안대 소속 3팀장 로건
불미스러운 사건과 마주하게 되는데

 
18. 입막음
작성일 : 19-11-07 18:16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38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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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기계 소리가 시간을 재듯 단조롭게 삑삑 울렸다. 어둡고 고요한 병실에 무기질적인 기계음과 로건이 호흡기를 통해 호흡하는 소리만이 울렸다. 그것은 마치 숨이 끊어지기 전의 짐승이 내뱉는 숨처럼 거칠고 그륵댔다.

 

 둘은 오랜 시간 침묵을 지켰다.

 

 벽에 걸려 있는 시계가 자정이 넘었음을 알렸다. 로건은 막혔던 호흡을 하는 사람처럼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왜 그랬나, 휴버트?“

 

 그가 먼저 침묵을 깼다.

 

 “대체 왜 그런 건가?"

 

 휴버트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마치 로건과 그 사이에 시간이 일그러져서 목소리가 전달될 때까지 한참이나 걸리는 것 같았다.

 

 휴버트는 면회객용 스툴에 앉아 로건의 몸에 연결된 케이블들을 자꾸만 만지작거렸다. 시선을 떨군 채 그러고 있던 그가,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저도… 저도 이렇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이걸 원하던 게 아니었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얘기해 보게."

 

 로건이 나직하게 말했다. 휴버트는 고개를 살짝 들었다. 고뇌와 죄책감이 뒤섞여 어둡게 가라앉은 그의 얼굴은, 그 몇 달 사이에 몇 년은 더 늙어보였다.

 

 휴버트는 뭔가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벌렸지만 결국 아무것도 털어놓지 않았다. 그는 케이블들을 손에 쥔 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 말할 수 없습니다."

 

 "휴버트, 아직 늦지 않았네."

 

 로건은 목소리에 힘을 주려고 애쓰며 말했다. 그의 말이 맥없고 확신 없이 들리지 않길 바라서였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 자네가 무슨 일에 발을 디딘지는 모르겠지만 그만 돌아오게. 더 돌이킬 수 없기 전에……."

 "아니요!"

 

 휴버트가 갑자기 언성을 높이며 말을 가로막았다.

 

 "이미 늦었습니다, 팀장님. 이미 늦었다고요! 전 이미 너무 깊이 발을 담갔습니다. 너무 멀리 와 버렸습니다. 전 다시 돌아갈 수 없어요.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고요!"

 

 흥분해서 벌떡 일어난 휴버트는 거칠어진 호흡을 가다듬느라 씩씩댔다. 그의 눈이 어둠속에서 번뜩였다. 로건은 가만히 그 시선을 받았다. 휴버트의 눈에서 절망과 두려움을 읽을 수 있었다. 그는 흔들리고 있었다.

 

 먼저 시선을 피한 것은 휴버트였다. 그는 다시 스툴에 털썩 주저앉더니 머리를 감싸 쥐었다.

 

 "자네는 지금 죄책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지 않은가."

 

 로건이 조용히 말했다.

 

 "그건 자네가 아직 되돌아올 수 있다는 증거네."

 "아뇨, 전 선을 넘었어요."

 

 휴버트가 잔뜩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전 사람을 죽였습니다. 제 손으로 사람을… 죽였단 말입니다."

 "그게 자랑스럽나? 사람을 죽인 것이?"

 "그럴리가……!"

 

 휴버트는 버럭 소리를 지르려다 말고 입술을 깨물었다. 로건은 그 청년의 반응을 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분명 자네는 큰 죄를 저질렀네. 하지만 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 그러니 그 죄를 또 한 번 저지르려 하지 말게. 자수하고 죗값을 치르도록 하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자네는 아직 되돌아올 수 있어."

 

 휴버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보였다. 고뇌에 빠져 있느라 로건이 무슨 행동을 하는지 크게 신경 쓰는 기색도 아니었다.

 

 로건은 손가락 끝으로 침대 옆에 있는 조그만 버튼을 만지작거렸다. 지금이라면 호출기를 눌러서 간호사나 병원 시큐리티를 부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로건은 그러지 않았다. 휴버트가 고뇌하고 또 고뇌하는 것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휴버트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갔다. 수많은 생각이 뒤엉킨 것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머리를 감싸 쥔 손을 내렸다. 그리고 텅 빈 듯한 눈으로 다시 로건을 바라보았다. 아니, 시선을 마주치지 못해 허공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 팀장님에게 데이드림을 주사한 건 저였습니다."

 

 그가 잔뜩 떨리고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극독에 가까울 정도로 고농도의 데이드림을요. 소피아 때처럼……. 팀장님을 죽이려 했고, 팀장님을 지금 이 지경으로 만든 것도 저란 말입니다."

 

 "휴버트. 자네가 나에게 한 짓에 대해 난 이미 자네를 용서했네. 그리고 자넨 나를 구하려고 했어. 그래서 내가 갇혀 있던 폐건물의 위치를 신고한 것도 자네겠지. 안 그런가?"

 

 로건은 분명 그랬던 것일 거라고 확신했다. 그의 예상이 맞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듯, 휴버트가 바늘에 찔리기라도 한 것처럼 움찔했다.

 

 "전……."

 

 휴버트는 할 말을 잃은 것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그는 도움이라도 구하는 것처럼 고개를 돌리더니 벽에 붙어 있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미 휴버트가 병실에 들어온 지 한 시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휴버트는 일어서더니 로건의 몸에 연결되어 수액 주머니 선을 분리시켰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선을 쥔 채, 그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가운 주머니에서 웬 주사기 하나를 꺼내들었다. 로건은 그 실린더 안에 있는 내용물을 쉬이 짐작할 수 있었다.

 

 "전 팀장님과 대화하려고 여기에 온 게 아닙니다."

 "알고 있네. 내 입을 완전히 막으려고 온 거겠지."

 

 로건은 마치 남의 일처럼 차분하게 말할 수 있었다.

 

 "자네의 의지인가? 휴버트, 그게 자네의 뜻인가?"

 "제 뜻이고… 제 의지입니다."

 

 휴버트가 반항하듯 거친 목소리로 내뱉었다.

 

 "아니, 그게 아니지."

 

 로건이 말을 끊으면서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는 나와 대화를 원한거지. 안 그랬다면 진작 내 입을 다물게 할 수단을 강구하지 않았겠나? 내 입을 다물게 하려는 것은 자네의 뜻이나 의지가 아닐세. 자네는 그저 명령에 휩쓸린 거야. 누가 자네에게 명령을 내린 건가? 대체 어떤 조직에 발을 담그게 된 건가? 휴버트, 얘기해주게. 난 자네 편이야."

 

 그 말을 끝으로 로건은 기진맥진해서 축 늘어졌다. 온 힘을 쏟아 부어 말을 하느라 기력이 다 소진된 탓이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어려웠다. 약 기운 때문에 머리는 지끈거리기 시작했고 기껏 억눌러 놓았던 두려움이 다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휴버트가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사실, 혹은 죽음에 대해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지금 자기 자신을 둘러싼 현실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병실의 고요함과 어둠은 그가 깨어나기 전까지 헤매던 끝없는 심연과 비슷했다. 아니, 지금 여기가 그곳이었다. 현실은 끝없는 심연이었다.

 

 휴버트는 투약선 끝을 쥔 채 들고 있던 주사기의 마개를 뽑았다. 날카로운 주사기 끝에 투명한 액체가 방울져 맺혔다. 그는 고개를 푹 떨군 채 주사기를 쥔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는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휴버트는 동작을 멈춘 채 마치 동상처럼 가만히 있었다. 그의 몸은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르고, 휴버트는 마침내 몸의 기력이 빠져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팔을 뚝 떨어뜨렸다. 그의 손에서 데이드림을 담은 주사기가 빠져나와 침대 위를 굴러갔다. 주사기는 로건의 손 바로 옆에 멈췄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로건은 자기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그 주사기를 집어서 자신의 침대 밑에 쑤셔 박았다. 그러나 휴버트는 로건의 행동을 보지 못했다.

 

 휴버트는 소리 없이 울었다. 소리 없이 절규했다.

 

 "… 팀장님……."

 

 흐느끼던 그가 입을 여는 그 순간, 아무런 예고도 없이 병실 문이 스르르 열렸다.

 

 휴버트가 화들짝 놀라면서 몸을 일으켰다. 로건은 눈동자만 굴려서 문 쪽을 쳐다보았다.

 

 웬 괴한이 얼굴을 마스크로 가린 채 침상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그 괴한은 단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방아쇠를 당겼다.

 

 잔뜩 억눌린 총소리와 함께 불빛이 깜빡였다. 휴버트가 소리도 내지 못하고 침상 위로 고꾸라졌다.

 

 슬라이드가 후퇴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그 사이, 괴한은 연기가 그 총구를 로건에게 들이댔다. 로건은 그 검은 구멍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 때 휴버트가 로건을 와락 덮쳤다. 억눌린 총성이 몇 발 터져 나오고 로건은 아찔한 통증과 함께 침상 옆으로 나가 떨어졌다. 호흡기와 기계와 연결된 케이블들이 끊어지면서 귀가 찢어지는 듯한 경고음을 토해냈다.

 

 기계가 넘어지면서 그 괴한을 덮쳤다. 복도의 불이 켜지고 다급한 발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렸다.

 

 로건은 뒤통수를 바닥에 호되게 찧었다. 그리고 다시 무음의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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