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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여섯개의 돌
작가 : 글쓰는토깽이
작품등록일 : 2019.10.4

여섯개의 돌(분노, 나태, 교만, 탐식, 색욕, 탐욕, 질투)을 이용해 붉은용을 현세에 강림시키려는 여섯 순교자에 맞서 세상을 지키는 주인공들의 이야기

 
은빛마녀(8)
작성일 : 19-11-07 18:13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8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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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파머의 장례를 치르고 어제 밤늦게 소르바겐에서 돌아온 브리가는 피곤했는지 해가 떠오른지 한참 후에야 일어났다.

 아침 일찍 밖으로 나간 밀리온이 돌아와 먹을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퀭한 눈으로 주방으로 들어가던 그는 레스토랑 문을 박차고 들어오는 케네스를 보았다.

 “여~ 촌장 이 시간에 웬일이야?”

 

 “급해!! 급해!!”

 사색이 된 얼굴을 한 케네스는 힘을 꽉 준 괄약근을 벌리며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것을 손으로 눌러 막고서 화장실로 급하게 뛰어들어갔다.

 

 “앗! 안돼!!!~ 집에 가서 싸~아~!!!”

 지난주에도 케네스가 변기에 똥을 한가득 채워준 덕분에 뚫어 대느라 진땀 흘리며 고생했던 브리가는 이제 막 바지를 내리고 앉은 케네스에게 짜증내며 소리를 질러댔다.

 

 

 한편, 밀리온은 당황하며 안 그래도 큰 눈을 더욱 커다랗게 뜨고서 눈알을 이리저리 굴렸다.

 단지 눈을 감았다 뜬 것 뿐이었다.

 그런데, 난생 처음 보는 곳에 서있는 것이었다.

 “대체 이게….?”

 

 그녀는 몸을 돌려가며 여기저기를 훑어봤다.

 사방에 왠만한 성인 머리크기의 은빛 야광석이 수없이 박혀 거대한 석실을 훤하게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방금 전에 봤던 돌문보다 더 크고 거대한 검붉은 돌문이 자신의 뒤에 서있었다.

 석실 여기저기 살피던 그녀는 돌문 뒤에서 또 하나의 문을 발견했다.

 목재로 만들어진 평범한 문이었다.

 저 문을 열고 나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밀리온은 문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부엉이모양을 한 문 손잡이를 잡아당겼다.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그녀는 검붉은 돌문을 잠시 돌아본 후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주방에서 아스파라거스를 손질하고 있던 브리가는 시원하게 볼일을 봤는지 실실 웃으며 바로 걸어오는 케네스를 보며 그에게 다가갔다.

 

 “나 원 아침부터 어딜 댕겨오길래 여기서 똥을 싸고 그래?”

 불만 가득한 얼굴로 퉁명스럽게 말하는 브리가였다.

 

 “어~ 저어~기 그 집에….”

 인상을 쓰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브리가를 본 케네스는 변기가 넘치도록 똥을 싸놓은 게 뜨끔했는지 손끝을 레스토랑 밖을 가리키며 씨익 웃어보였다.

 

 “거긴 또 왜?”

 브리가는 혹시 또 뭔 일이 생겼나 싶어 걱정부터 앞섰다.

 

 “그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말이야.”

 케네스는 까실하게 자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대답했다.

 

 “촌장,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지만, 그만 잊자고. 이제 다 끝났잖아.”

 브리가는 그날의 끔찍한 일이 떠오르는지 떨쳐내듯이 머리를 흔들며 케네스에게 물이 담긴 잔을 내밀었다.

 

 고개를 젖혀 물을 쭉 들이 킨 케네스는 브리가를 굳은 얼굴로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브리가… 없었잖아.”

 

 “뭐가?”

 

 “시체, 그들의 시체 말이야.”

 

 브리가의 두 눈에 두려움에 떠는 케네스의 모습이 보였다.

 

 “아! 몰라! 암튼 그 이후로 아무일 없었잖아. 그럼 된 거지 뭐!”

 케네스의 말대로 이상하긴 했지만, 더 이상 생각하기 싫은 브리가는 말하고 싶지 않은 듯 주방으로 다시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 말이야, 브리가. 밀리온에게 사실대로 말 안 해줄거야?”

 

 케네스의 말에 브리가는 주방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뭘, 말하는 거야?”

 

 “좀 전에 그 집에서 그 애를 봤어. 엄마 유품을 찾고 있더라고.”

 

 “엄마 유품?”

 브리가는 케네스의 말에 얼굴이 굳어졌다.

 

 “그래, 살아있을 지도 모를 지 엄마의 유품을 찾고 있더란 말이야.”

 케네스는 안타까운 얼굴을 하고서 브리가를 바라보며 말했다.

 

 케네스의 말이 끝나자 마자 브리가는 놀란 얼굴로 쉿하고 서는 케네스에게 몸을 숙였다.

 그리고 행여나 누가 들을까 목소리를 깔고 케네스를 다그쳤다.

 “안돼, 그 애가 절대 알아 선 안돼. 자네도 걔한테 절대 말하지마. 알았지 응? 응?”

 

 “알았어, 자네가 말 않겠다는데 내가 뭐라고 그 애한테 말하겠어. 그러니 걱정말게.”

 슬픔이 묻어 있는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하는 브리가를 애처롭게 보며 케네스는 그를 달래 듯 대답했다.

 ‘지 엄마처럼 떠날까 봐 그러는 구만. 쯧쯧.’

 

 

 밀리온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또 하나의 석실이 그녀를 반갑게 맞이하는듯 석실안의 따스한 공기가 그녀의 몸을 에워쌌다.

 그리운 고향에 돌아온 듯 포근한 느낌을 받으며 안으로 들어서는 그녀의 눈으로 예쁜 자태를 뽐내는 석상 하나가 들어왔다.

 매끈한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아름다운 미소를 머금고 있는 여인의 석상이었다.

 석상에 가까이 다가선 밀리온은 석상의 눈이 마치 자신을 내려다보며 반기는 것처럼 보였다.

 석상의 눈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엄마의 눈을 많이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손을 뻗어 석상의 얼굴을 매만져갔다.

 그녀는 석상의 눈을 바라보고 있자 늘 희뿌연 안개에 가려져 있던 기억 속 엄마 얼굴이 지금은 선명하게 떠올랐다.

 눈부신 은빛 머리카락이 바람에 나부끼며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안아주던 엄마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떠올랐다.

 너무 보고 싶었던 엄마의 얼굴이 떠오르자 그녀는 그동안 마음속에 쌓아 놓았던 그리움이 한꺼번에 봇물처럼 터져 나와 그녀의 눈에 맺혔다.

 유리처럼 투명한 석상의 눈에 손을 뻗어 석상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녀모습이 비쳤다.

 “흐어엉~ 엄마… 보고 싶었어요. 너무 보고 싶었어요.”

 그녀는 눈앞에 엄마가 있는 것처럼 석상을 끌어안고 오열하며 슬프게 울었다.

 

 

 그날 이후 브리가는 자신에게 밀리온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를 이제서야 깨달았다.

 그 애마저 떠나버린다면 자신은 아마 살아갈 희망을 잃을 것 같았다.

 케네스가 들쑤셔놓은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듯 브리가는 창가를 왔다 갔다 하며 서성였다.

 머리속으로 케네스가 말한 것처럼 밀리온에게 사실대로 말해줘야 하나 아님 말아야 하나 그렇게 갈팡질팡하며 그는 고민에 빠졌다.

 그는 책상 서랍을 열고 낡은 일기장을 꺼내 일기장사이에서 접혀 있는 낡은 종이를 꺼내 들어 펼쳤다.

 

 『브리가, 아무 말도 없이 떠나서 미안해요.

 당신과 밀리온의 안전을 위해서 라는 말 밖에 할 수 없군요.

 나와 딸아이를 챙겨주는 브리가에게는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브리가, 염치없는 걸 알지만 밀리온을 부탁할게요.

 지금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브리가 당신 밖에 없어요.

 정말 미안해요.』

 

 손에 들고 있는 빛 바랜 오래된 종이를 바라보던 브리가는 17년전 메모 한 장 남겨 놓고 사라진 밀리온의 엄마가 떠올랐다.

 

 20살도 채 안된 앳되어 보이는 젊은 여자가 만삭의 몸으로 자신의 레스토랑으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 했다.

 

 “카렌, 그때나 지금이나 밀리온은 내 딸이야. 그러니 빨리 돌아오기나 해.”

 그는 어딘 가에 있을 카렌에게 말하며 낡은 일기장속으로 종이를 다시 접어 끼워 넣은 뒤 점심장사 준비를 위해 얼른 주방으로 향했다.

 

 

 한참을 소리내 울던 밀리온은 어느 정도 진정이 됐는지 석상에서 몸을 떼어낸 뒤 주위를 둘러봤다.

 눈물을 닦아내고 석상 뒤편을 보자 그곳에 돌접시가 얹어진 돌기둥이 보였다.

 그 돌접시에서는 붉은 와인색을 띈 맑은 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간 그녀는 돌기둥에 새겨져 있는 몇 개의 라틴어로 된 글이 보였다.

 

 『영생은 물에서 시작되고 불멸은 목마른 자의 믿음이다.』

 

 자신이 아는 문장이었다.

 그것은 어릴 적에 엄마가 늘 가르쳐 줬던 문장이었다.

 밀리온은 자신이 여길 오게 된 게 절대 우연은 아니라는 걸 확신했다.

 

 ‘야크, 당신이 나를 이곳으로 보내 건가요?’

 그녀는 야크가 자신이 이곳을 찾게 만든 거라고 생각했다.

 밀리온은 돌접시에서 흘러나오는 물을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숙여 입을 가져다 대고 쭉쭉 빨아 마셨다.

 그녀는 혹시 야크가 이곳으로 데리고 온 이유가 자신이 이 물을 마셔 주길 바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물을 마셨다.

 언제부터 인지 그에 대한 신뢰가 그녀의 마음에 싹 트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가 괴물이든 말든 그녀는 야크를 믿기로 결심한 듯 했다.

 사실 라틴어로 된 영생이니 불멸이니 하는 말의 속뜻은 전혀 모르고 있는 그녀이기도 했다.

 물을 마신 그녀는 잠깐 기다렸지만 자신에게 별다른 변화가 없는 걸 느끼고 특별한 걸 기대한 자신이 우스워 킥-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석실안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는 것 같아 밖으로 나가기 위해 한걸음 내딛었다.

 그 순간 그녀는 의식을 잃은 듯 그 자리에 털썩 쓰러졌다.

 

 

 “밀리온, 일어나야지. 어서 눈을 뜨려무나, 어서~”

 귓가로 자신을 부르는 엄마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밀리온은 눈을 천천히 떴다.

 그러자 엄마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사라졌다.

 등을 대고 있는 곳이 딱딱하게 느껴진 그녀는 상채를 일으켜 멍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본적이 있는 석실이었다. 그녀는 예전 꿈에서도 이곳을 본적 있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조금 전 자신의 20번째 생일 축하 파티를 하고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잠을 잤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엄마가 자신을 깨우는 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자신은 아직 너무나도 생생한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예전에 꾼 적이 꿈을…

 어린시절에 꾸었던 꿈, 그녀는 그 꿈을 다시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서 빨리 이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를 힘껏 꼬집었다.

 아팠다.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다.

 꿈에서 깨어난 밀리온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파 무릎에 얼굴을 묻고 흐느껴 울었다.

 자신이 현실이라고 믿었던 꿈에서 깨어난 그녀는 행복했던 순간들이 생각나 마음이 너무 아팠다.

 꿈에서 어린시절로 돌아가 자신의 침대에서 눈을 뜬 그녀는 엄마와 그곳에서 자신이 아빠라고 부르는 야크와 17년을 같이 지냈다.

 17년 동안 밀리온은 많은 것을 배우며, 너무나 행복했다.

 그녀는 오늘 20살 생일을 맞아 축하해주는 그들과 저녁을 먹고 다른 날보다 빨리 잠이 들었다.

 그게 그녀의 행복한 꿈의 끝이었다.

 현실로 돌아온 그녀는 눈가에 맺혀 있던 눈물을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엉덩이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내더니 돌기둥에서 흘러나오는 붉은 와인색의 맑은 물을 바라보며 야크를 떠올렸다.

 “선물 고마웠어요. 야크.”

 

 야크에게 인사를 한 그녀는 몸을 돌려 석상을 향해 다가가 두 팔로 안으며 나직이 속삭였다.

 “엄마 사랑해요.”

 

 그런 다음 그녀는 검붉은 돌문이 있던 곳으로 돌아가기 위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반짝이는 은빛머리를 날리며 문을 열고 나가는 그녀의 모습을 석상의 눈이 배웅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점심 장사 준비를 한창 하던 브리가는 레스토랑 문을 열고 걸어 들어오는 여자를 보고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카렌….”

 

 카렌의 모습을 한여자가 걸을 때마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에서 은빛가루들이 반짝반짝거리며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렇게 은빛 머리칼을 찰랑거리면서 걸어오던 여자는 넋을 잃고 자신을 바라보는 브리가를 불렀다.

 “아빠~!”

 하는 소리에 정신을 차리자 밀리온이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빠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자신이 들어올 때부터 넋 놓고 쳐다보는 브리가가 이상해 보인 밀리온이었다.

 

 “아, 아냐. 아무것도 아냐.”

 딴 곳으로 시선을 돌린 브리가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정말 카렌인 줄 알았어. 저 은빛머리….응?

 화들짝 놀란 브리가는 2층으로 올라가는 밀리온을 바라봤다.

 “세상에…머리색이 왜…?”

 

 

 너무 피곤했는지 밀리온은 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에 누워 곯아 떨어졌다.

 그렇게 몇시간 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던 밀리온은 밤이 깊어져서야 깨어났다.

 그리고 허기를 느낀 그녀는 1층으로 내려갔다.

 

 “여~밀리온, 이제 일어난 거야?”

 케네스가 바에 앉아 브리가와 얘기던 중 2층에서 내려온 밀리온을 보고 불렀다.

 

 “흐아암~ 네, 엄청 피곤했나봐요.”

 밀리온은 하품을 크게 하며 케네스의 옆자리에 걸터앉았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 브리가는 얼른 주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래 브로치는 찾았어?”

 케네스는 맥주잔을 입으로 가져가며 밀리온의 머리를 힐끔 쳐다봤다.

 ‘정말이네. 진짜 은발로 바뀌었어.”

 

 “아뇨. 도저히 못 찾겠더라구요. 그냥 포기하기로 했어요.”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케네스에게 실망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랬구나.”

 그녀의 머리에서 눈을 얼른 돌린 그는 안됐다는 표정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참!! 이거”

 케네스는 뭔가를 잊었다는 듯 소리치며 자신의 품속을 뒤적거리는 척을 하더니 작고 예쁜 선물상자를 꺼내 밀리온 앞에 올려놨다.

 

 “?”

 케네스가 자기 앞에 선물상자를 내려놓자 그녀는 궁금한 얼굴로 그를 쳐다봤다.

 

 “오다가 주웠다. 가져.”

 먼 산을 바라보듯 고개를 돌린 그는 삐져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얼굴을 연신 실룩거렸다.

 

 그런 케네스의 모습에 밀리온은 배시시 웃으며 선물상자를 묶은 리본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레스토랑의 전등이 전부 꺼지더니

 

 “해~~피~버~~스~데~이 투~유~~”

 

 머리에 불이 붙은 앙증맞은 20개의 트롤양초가 꽂혀 있는 2단 생일케이크를 주방에서 들고 나오며 부르는 브리가의 축가소리가 레스토랑에 울려 퍼졌다.

 

 그 모습에 밀리온은 정말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 크게 벌어진 자신의 입을 두손으로 가렸다.

 축가와 함께 생일 케이크을 받아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 밀리온이었다.

 매번 자신의 생일에 그저 축하한다는 짧은 글이 적힌 메모가 꽂혀 있는 선물하나 달랑 주던 브리가였다.

 그런데, 이건 정말 엄청난 변화였다.

 그리고 그녀는 이 놀라운 변화에 너무나도 큰 감동을 받았다.

 

 촛불 때문인지 밀리온의 눈에 비친 브리가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있었다.

 눈을 감고 쑥스러워하며 축가를 부르는 브리가에게 다가선 케네스는 그의 옆에서 함께 노래를 불렀다.

 “해~~피~버~~스~데~이 투~유~~!!!”

 “해~~피~버!~~스~데~이 투~유~~밀~리~온~! 해~피~버~~스~데~이 투~유~~”

 

 짝! 짝! 짝! 짝! 짝!~

 “자~이제 소원을 빌어. 밀리온~”

 그렇게 축가가 끝나자 박수를 친 케네스가 밀리온에게 윙크를 하며 말했다.

 밀리온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브리가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잠깐 뒤 눈을 뜬 밀리온은 입술을 모아 후 불며 촛불을 껐다.

 “후우우우~~~후-! 후-! 후-!”

 

 그리고 촛불을 전부 끈 밀리온은 브리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사랑해요. 아빠, 정말 고마워요.”

 

 밀리온의 행동에 브리가는 살짝 놀랬지만 자신을 처음으로 끌어안아준 밀리온이 너무나 사랑스러워 그녀의 등을 쓰다듬으며 가슴 벅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도 정말 사랑한단다. 밀리온.”

 

 케네스는 그 둘의 모습을 보며 아마도 그날로 인해 가장 많이 변한 건 밀리온 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 며칠동안 브리가는 밀리온의 달라진 모습에 한번씩 깜짝깜짝 놀랬다.

 그녀의 생일 다음날 자고 일어난 그녀의 머리색은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또한, 그동안 손님들을 귀찮아 했던 그녀가 레스토랑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들마다 웃어주며 살갑게 대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 없었던 그녀가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그날 몸을 다쳐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손수 돌 봐주었다

 예전과 너무 많이 달라진 밀리온의 모습에 브리가는 좋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지금 그녀의 모습에 예전 그녀의 엄마 카렌이 자주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에게 케네스가 그냥 지엄마를 많이 닮아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하며 브리가에게 괜한 걱정한다고 핀잔을 줬다.

 브리가는 손님들에게 웃으며 음식이 담긴 접시를 건네는 밀리온을 보며 쓸데없는 걱정을 한 자신에게 속으로 멍청한 놈이라고 욕하고서 맛있게 구워진 양고기를 접시에 옮겨 담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오늘 따라 유독 손님들이 많이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브리가는 고단해진 몸을 이끌고 자신의 침실로 들어서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힐끗 쳐다봤다.

 그는 조금 전 레스토랑 정리를 끝내고 2층으로 올라간 밀리온을 떠올리며 앞으로 더 좋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절로 입에 웃음이 걸쳐졌다.

 

 한편, 방으로 올라간 밀리온은 눈을 살며시 감으며 창으로 들어온 달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모베오르.”

 눈을 감은 그녀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러자 달빛을 받은 그녀의 머리색이 은빛으로 바뀌더니 피부가 환하게 빛났다.

 그러면서 그녀의 몸에서 흘러나오던 빛이 점점 커져가더니 그녀의 몸이 빛속으로 삼켜졌다.

 그렇게 커져가던 빛이 점점 짙어지더니 팟-하고 흩어져버리며 그녀와 같이 사라졌다.

 시간이 한참 흘러 길 건너 세바스티안 빵가게에서 기르는 수탉 쟈니의 새벽을 알리는 울음소리가 방안으로 들려왔다.

 그 순간 환한 빛이 방안을 가득 채우더니 이내 흩어져 버렸다.

 그리고 양손에 턴테이블을 들고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 밀리온이 보였다.

 그녀는 턴테이블을 책상위에 올려 놓고 침대에 몸을 던져 대자로 누웠다.

 좀 전에 런던에서 가져온 턴테이블을 한번 더 쳐다본 그녀는 피곤했는지 이내 잠에 빠져 들었다.

 

 요즘 들어 한번씩 늦잠을 자는 밀리온을 깨우기 위해 그녀의 방에 들어갈 때마다 전에 보지못했 던 물건들이 하나 둘씩 브리가의 눈에 보였다.

 

 오늘도 브리가는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벽에 걸려있는 액자를 유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액자 안에는 폴 매카트니의 친필사인이 적힌 영국 엽서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액자를 들여다보며 이상한 생각이 든 그는 이것들이 어디서 났는지 뒤에서 자고 그녀에게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마음먹었다.

 좋아진 둘사이가 예전처럼 돌아 갈까 봐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그는 잠든 그녀를 살짝 돌아본 후 그녀가 가져온 물건 중에서 한 개를 집어 들고 슬며시 방을 나갔다.

 방문을 나서는 그의 발소리에 때마침 눈을 뜬 그녀는 닫혀가는 방문 틈 사이로 브리가의 손에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들려 있는 게 보였다.

 그걸 본 그녀는 오늘은 필름이나 잔뜩 사와야겠다고 생각하며 기지개를 폈다.

 

 그렇게 야크의 선물을 잘 써먹고 있는 밀리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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