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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너의 그림자가 될테니
작가 : 나현
작품등록일 : 2019.11.5

조선 중기, 누명을 쓰고 제주도로 유배를 가 억울하게 죽임을 당한 김진명은 그슨새라는 원귀가 되어 반도를 떠돈다. 그리고 취업난이 심각한 21세기 현재,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 이규연은 성불하지 못하고 떠도는 김진명을 마주하게 되는데... 현신을 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내가 보이냐며 놀라는 진명과,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며 병원에 가보라는 규연의 첫 만남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규연은 처음 만난 진명에게서 왠지 모를 익숙함을 느끼고, 진명은 규연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한데...

 
1. 꿈
작성일 : 19-11-07 15:48     조회 : 314     추천 : 0     분량 : 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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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게 물든 달이 은은한 빛을 흩뿌리다 이내 자취를 감췄다. 한 톨 남았던 달빛마저 사라지자 완연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규연은 한 사내를 마주했다.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정적. 그리고 그 정적이 만들어낸 적막감을 먼저 깬 건 다름 아닌 사내였다.

 

 그는 규연을 향해 화를 내는 듯 소리를 치다가도, 눈물을 흘리며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내뱉었다.

 

 규연은 그런 그와 달리, 그를 향해 환히 웃어 보였다.

 

 "울지 마셔요. 나리 탓이 아닙니다. 제가 선택한 것입니다."

 

 규연은 그 말을 끝으로 나무에 매달아 놓은 밧줄에 목을 매곤, 허공으로 발을 내디뎠다. 숨이 막히는 듯 캑캑거리는 와중에도 규연의 시선은 사내를 향했다.

 

 그녀는 여전히 웃고 있었다.

 

 그는 그런 그녀를 향해 울부짖으며 내달렸다. 하지만 두 사람은 끝내 닿지 못했다.

 

 

 ***

 

 

 "헉, 헉…."

 

 거친 숨을 토해내며 눈을 떴다. 쉬이 진정이 되질 않는 탓인지 연신 목을 쓰다듬던 손이 파르르 떨렸다.

 

 혹여 목을 졸린 자국이 있지는 않을까. 머리맡에 놓여있던 휴대폰을 쥐어 액정 너머에 비치는 목을 이리저리 살폈다. 당연하게도 규연의 목엔 목을 졸린 자국은커녕 생채기 하나 없이 멀쩡했다.

 

 하지만 얼굴은 그리 멀쩡하지 않았다. 눈물 범벅이 된 얼굴 탓인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또, 이상한 꿈….'

 

 규연은 눈물진 얼굴을 씻어내기 위해 침대를 벗어나는 듯했으나, 그녀는 욕실로 향하지 않고 책상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녀는 공책 한 권을 꺼내들었다. 조금은 바래진 공책의 표지에는 그녀의 성미를 닮은 정갈한 글씨체로 '이규연, 꿈 일기'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규연은 요 근래 계속 비슷한 꿈을 꾸고 있다. 평소에 꿈이라곤 일절 꾸지 않던 그녀가 꿈을 꾸기 시작한 건 작년 이맘때쯤부터였다.

 

 꿈을 꾸기 시작했을 무렵의 규연은 피곤해서 그런 거겠거니 하며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 매일을 이상한 꿈에 시달리니 규연은 이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게 꿈 일기였고, 꿈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세 달 전쯤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일기라곤 초등학교 방학 때 쓴 게 전부였던 규연은 꿈 일기를 쓰는 것을 귀찮아하면서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아니, 소홀할 수 없었다.

 

 '…일주일째 같은 꿈을 꾸고 있잖아.'

 

 이런 이유로 말이다. 꿈 일기를 펼쳐 살펴보던 규연은 이번 주 내내 꿈의 내용이 같다는 것을 발견했다. 같은 내용의 꿈을 일주일째 꾸고 있다니.

 

 규연은 무언가에 홀린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소름 끼친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남의 일기를 읽는 양 꽤 흥미롭다는 듯 일기의 내용을 살폈다.

 

 규연이 지금껏 써 온 꿈 일기는 꽤 구체적이었다. 그도 그럴게 그녀가 꾸는 꿈들은 꼭 실제로 겪었던 일처럼 생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리 없지.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배경이며, 말투며….'

 

 규연은 오늘도 어김없이 일기를 써 내려갔다.

 

 '아니, 남들은 전부 하루 일과가 끝난 밤에 일기를 쓰는데 나는 아침부터 이게 뭐야.'

 

 달이 사라지기 전 눈에 들어온 풍경은 분명 나무가 우거진 산기슭 그 어디쯤이었다. 그리고 달은 구름에 가려 사라진 게 아니었다. 점차 붉게 물들던 달이 어둠 속으로 자취를 감췄다는 것은 필시 개기월식이었다.

 

 '그리고 나, 오늘도 목을 매 죽었었지.'

 

 막힘없이 글을 써 내려가던 규연의 손이 멈췄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내가 진짜 죽은 것 같잖아. 으, 소름 끼쳐.'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곤 다시 글을 쓰는가 싶더니 또다시 공책 위에서 연필을 깨작거리기만 했다. 규연은 자신의 죽음보다도 매일 같이 자신의 꿈에 나오는 남자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컸다.

 

 '그 남자는 대체 누구지? 오늘도 얼굴은 못 봤네.'

 

 규연은 매일 꿈속에서 그를 마주하면서도 어째서인지 그의 얼굴은 보질 못했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 장난이라도 쳐 놓은 것처럼, 그의 얼굴만이 검은 그림자처럼 뻥 뚫려있었다.

 

 '근데 또 달걀귀신을 보는 느낌은 아니었단 말이야…. 무섭긴커녕, 오히려 낯익은 느낌….'

 

 그렇게 의문투성이인 꿈을 일기장에 다 적고서 규연은 진이 빠진다는 듯 책상에 엎어졌다.

 

 "아, 진짜! 꿈을 꿀 거면 좀 예지몽으로 꾸지, 무슨 구닥다리 조선시대 꿈을 꾸고 있냐고요. 내 꿈에 나올 거면 로또 번호나 가지고 나와!"

 

 "야, 이규연 아침 댓바람부터 미쳤어?! 소리를 지르고 그래, 소리를!"

 

 "그래! 나 미쳤다, 미쳤다고! 으아악!"

 

 "저게 진짜…."

 

 방 문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규연의 언니인 규민의 것이었다. 규연은 작년에 있었던 사고로 인해 일찍이 독립했던 그녀와 함께 살게 되었다.

 

 "잔말 말고 나와서 밥이나 먹어. 너 오늘 오전 강의 없어?"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잔소리를 하는 규민을 보고선 한껏 찌푸린 표정을 짓다가도 오전 강의가 없냐는 그녀의 말에 규연은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아! 미친, 지각이다."

 

 "얼씨구? 잘 하는 짓이다. 너 그렇게 정신 줄 놓고 살 때부터 알아봤어!"

 

 "아아, 안 들린다."

 

 규연은 규민의 잔소리가 달갑지 않다는 듯 귀를 막고서 욕실로 부리나케 도망갔다. 규민은 그런 규연의 뒤통수에 대고 한숨을 한 번, 돌아서 어질러진 규연의 책상을 보고 한숨을 두 번 내쉬었다.

 

 "내가 유치원생을 키우는 건지, 뭔지…. 나 원 참."

 

 규민은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도 규연의 책상을 정리했다.

 

 "제때 정리하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말은 더럽게 안 듣…. 이게 뭐야?"

 

 규민의 손에 들린 것은 다름 아닌 규연이 쓰고 던져둔 꿈 일기장이었다.

 

 규민은 의아했다. 귀찮은 건 딱 질색이라며 일기 쓰는 것엔 치를 떨고, 어릴 적에도 방학 한 달 치 일기를 개학 전 몰아 쓰던 게 규연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얘가 일기를…?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근데 이거 읽어봐도 되나?'

 

 규민은 규연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것 같아 마음이 쓰여 일기장을 내려놓다가도, 생전 쓰지 않던 일기를 쓴다는 것이 의아해 결국 일기장을 펼쳤다.

 

 '게다가 꽤 많이 썼잖아? 무슨 바람이 불었길래….'

 

 규연의 일기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던 규민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

 

 

 "…출석 불렀어?"

 

 부랴부랴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강의실에 있던 모든 시선이 규연에게 집중됐다. 그녀는 민망했는지 괜히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이내 자리를 찾아 앉았다.

 

 "아니, 아직. 너 또 늦잠 잤어?"

 

 규연의 자리를 맡아 놓은 건 그녀와 가장 친한 동기인 혜은이었다.

 

 "그런 거 아니거든?"

 

 "거기 학생, 늦게 왔으면 더 조용히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죄, 죄송합니다…."

 

 "풋, 이따 강의 끝나고 얘기해."

 

 학과 내에서 과탑을 맡고 있는 혜은은 대화가 끝나기 무섭게 강의에 집중했다.

 

 하지만 그런 혜은과 달리 규연은 뒤숭숭한 꿈자리로 인해 강의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규연은 전공서적의 여백에 강의 내용이 아닌 이상하리만치 생생했던 꿈을 끄적였다.

 

 그렇게 두 시간이 흘렀다.

 

 "…연, 이규연!"

 

 "…어, 어?!"

 

 강의가 끝났다는 것을 알리는 종소리도 듣지 못한 채 꿈에 매달리던 규연은 혜은의 목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길래 세 번을 불러도 모르냐?"

 

 "아니, 그냥…."

 

 "강의도 제대로 안 듣는 것 같던데, 그래도 필기는 했나 보네? 조선시대…. 뭐야, 너 혼자 역사 공부해?"

 

 "그런 거 아니거든? 하…. 일단 나가자, 나가서 얘기해줄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규연은 혼자 생각하는 것보단 혜은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야, 규연아. 너 드라마를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그런 거 아니거든? 나 진짜 진지해."

 

 "이규연, 나도 진지해. 내 친구가 머리를 다친 건 아닌지 걱정된다고."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혜은에게 털어놓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던 규연은 그녀에게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을 후회했다.

 

 "아, 됐어! 이럴 줄 알았으면 너한테도 말 안 하는 거였는데."

 

 "뭐야, 너 규민이 언니한테도 얘기 안 했어?"

 

 "하게 생겼냐? 네가 이런 반응인데, 언니 반응은 불 보듯 뻔하지."

 

 "…흠, 근데 규연아. 너 그거 알아?"

 

 "뭐?"

 

 "꿈에 나오는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으면, 그 사람이 미래의 배우자래."

 

 "뭐?!"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듯한 혜은의 반응에 퉁명스럽게 대답하던 규연은 혜은의 뒷말에 무척 크게 반응했다. 얼마나 놀랐는지 사레가 들려 캑캑거리며 혜은을 노려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내가 분명히 말했지. 조선시대 사람이었다니까?!"

 

 "그럼 뭐 전생에 남편이었나 보지."

 

 "아니, 그럼 내가 전생에 남편 앞에서 자살이라도 했다는 거야?"

 

 "그건 나도 모르지. 이규연 나는 전생을 알려주는 최면술사가 아니라…. 대박."

 

 혜은은 규연과 투닥거리다가도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손뼉을 치며 제자리에 멈춰 섰다.

 

 "왜?"

 

 "이규연, 너 전생 체험 한 번 해보자."

 

 "뭐? 그, 그게 뭔데."

 

 "어휴, 규연아 너 진짜 이렇게 세상 물정을 몰라서야 되겠어?"

 

 혜은은 몇 달 전에 인터넷에서 한창 유행했다는 동영상 한 개를 규연에게 보여줬다. 한 시간이 조금 넘는 분량의 동영상이었는데, 최면술사의 말을 따라 눈을 감고 생각하면 전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정혜은…. 너 설마 이걸 믿는 건 아니지?"

 

 "왜? 이걸로 전생 봤다는 사람 꽤 많아. 그냥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 봐."

 

 규연은 떨떠름한 표정을 짓다가도 전생에 배우자였을지도 모른다는 혜은의 말이 귀에 계속 맴돌아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어차피 너도 나도 공강이니까 잘 됐네. 내 자취방에 가서 한 번 해보자."

 

 왠지 모르게 긴장한 듯한 규연과 달리 혜은은 마냥 들떠있었다.

 

 "그리고 너 전생 체험 성공하면 나한테 밥 사주기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왜 네가 먼저 김칫국을 마시는 건데."

 

 "지도 속으론 엄청 기대하고 있으면서?"

 

 혜은의 말에 정곡을 찔렸는지 규연은 괜히 헛기침을 해 보이며 혜은의 등을 밀었다.

 

 "아, 잔말 말고 빨리 가자."

 

 아마도 꿈속에 나온 남자에 대한 의문이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을까 하는 작은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렇게 한시를 쉬지 않고 투닥거리며 걷다 보니 어느새 혜은의 자취방에 도착해있었다.

 

 "아, 나 설거지를 안 하고 나왔었네. 이규연, 나 설거지할 동안 그거 전생체험 어떻게 하는 건지 좀 보고 있어."

 

 규연은 침대 밑 바닥에 누워 혜은이 보여줬던 동영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내가 전공 강의도 이렇게 열심히 안 듣는데….'

 

 속으로도 여전히 투덜거리며 불신하는 규연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동영상에 나오는 말을 따라 눈을 감고 시키는 대로 곧잘 하기 시작했다.

 

 '넓은 들판을 떠올리라고….'

 
작가의 말
 

 뒤늦게 공모전에 참가하게 됐습니다T_T 늦은 만큼 더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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