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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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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12 화
작성일 : 16-07-12 14:40     조회 : 568     추천 : 0     분량 : 8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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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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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병 탓에 하루를 쉬고 출근하는 길은 마음이 꽤 무거웠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자기 앞가림엔 철저했던 현성인지라 더욱더 그랬는지도 몰랐다.

 혜주가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두었다 말을 하긴 했지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의도했던 바는 아니지만 약속된 휴일도 아니었고, 창호 덕에 억지로 비집고 들어간 자리에서 또 그리 행동을 하니 자꾸만 마음이 쓰였다.

 더불어 혜주가 말했던 모두의 ‘오해’가 더욱더 마음을 죄어오고 있었다.

 당장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만약 그런 오해가 생긴다면 자신은 몰라도 혜주가 피해를 입지 않을까 싶어 움츠러들고야 마는…….

 일개 웨이터 나부랭이에 지나지 않는 그는 몰라도 혜주 같은 아가씨에겐 그런 소문들이 치명적일 수 있다.

 그걸 떠나서 본인의 혐오스러운 외모와 함께 조롱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기분 나쁘고, 말 그대로 얼굴을 갈아치우고 사라지고 싶은 충동밖에 들지 않았다.

 혜주 본인 말로는 자기가 다 이야기해 두었으니 괜찮다고 했지만 어떻게 그 말 하나로 모든 것을 다 해결했다고 안도할 수 있겠는가?

 평소처럼 남들보다 일찍 출근했지만 유난히 가게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가기를 망설이던 현성이 결국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려 벽에 등을 댔다.

 얇은 외투가 바람 막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몸이 으슬으슬 추웠고, 술독도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인지 몸은 천근만근이었다.

 하지만 그 안으로 걸음을 내딛는 것이 못내 더 두려웠다.

 차라리 추위에 시달리는 게 더 낫겠다 싶은 현성이 품에서 담배갑을 뒤지다 그것도 바닥이 나버렸단 것을 깨닫고 씁쓸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진짜 안 풀리네.”

 인근에 있는 편의점은 ‘그 애’가 일하는 그 곳이 전부였고, 담배를 사려면 그 안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물론 야간에 보았으니 지금은 없을 수도 있지만 가기가 거북스러운 구석이 있었다.

 결국 벽에 기댄 채 멍하니 한숨을 내쉬던 현성이 천천히 가게 안으로 걸음을 돌렸다.

 가끔씩 좋을 때도 있지만 세상은 대체로 좋지 않은 곳이었다.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든 곳이었다.

 정말로 사라지고 싶단 생각이 불현듯 든 현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어, 현성이 왔나?”

 그러다 등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가슴이 움찔하고 죄여오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럽게 뒤돌아섰다.

 “출근하셨습니까, 행님.”

 꾸벅 고개를 숙이며 인사하는 그의 모습에 범수가 ‘그래, 몸은 좀 괜찮나?’ 하고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그 말에 현성이 머리를 긁적이며 ‘괜찮심다…’ 하고 대답했지만 마음은 편치가 않았다.

 하루 일을 빠져 혹시라도 민폐를 끼친 건 아닐까, 잔뜩 움츠러든 그의 모습에 범수가 괜히 안타까운 맘이 들어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현성이 쉬는 바람에 고생했단 생각보다도 너무 얇아 보이는 겉옷 하나 입고 다니는 현성의 모습이 더 짠하게 느껴져 ‘안 춥나…?’ 하고 물음을 던졌다.

 “…괜찮심다.”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어색하게 웃는, 동생 같지 않은 동생의 모습에 두툼한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던 범수가 ‘빨리 드가자!’ 하고 웃으며 현성의 등을 두드렸다.

 걱정과 달리 나무라지도, 싫어하지도 않고 그를 대해주는 범수의 모습에 안도와 동시에 고마움을 느끼며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술병 났으면 푹 쉬어야 되는 게 맞다. 아직도 좀 글체?”

 “…그렇지예. 진짜 죄송합니다, 형님.”

 “아이다, 죄송할 게 뭐 있노? 어제 손님도 별로 없고 가게 조용했다.”

 원래 자리 자체가 꽉 차 있는 상황에서 그가 들어온 것이기에 빈자리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일까?

 어렴풋이 떠오른 생각에 현성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스스로의 존재감에 다시 조금 움츠러들며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이 정말로 불편했다. 빨리 선원이 되어 어디론가 떠난다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만큼은 정말 편안할 거란 생각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좋다가 나쁘다가를 반복하는 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너무 나쁜 것들만 많이 겪다 보면 좋은 것도 나쁘게만 느껴졌다.

 “혜주 누나는… 뭐, 어제 잘 들어가셨나?”

 가게 안으로 들어와 불을 켜고 파카를 벗으며 범수가 물음을 던졌다.

 그 물음에 현성이 ‘아…’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현성이 무척 어색한 얼굴을 하자 범수가 픽, 웃음을 터뜨렸다.

 “걱정하지 마라. 혜주 누나랑 니랑 뭐… 그캤다 아무도 생각 안 할 거다.”

 “아… 다행이네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자 범수가 ‘그 누나 성격을 다 알잖아, 우리가!’ 하고 미소 지었다.

 “글고 혜주 누나 2차 안 나간 지 엄청 오래됐다. 어쩔 수 없이 나갈 때도 있는데 인제 이거 그만두고 자기 가게 차릴 준비한다던데…….”

 그리고 연이어 들려온 범수의 말에 현성이 ‘아…’ 하고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범수가 현성이 뭔가를 궁금해하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생각하며 어깨를 으쓱하고 말을 이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른다. 이런 가게 차릴지, 아니면 뭐 다른 거 할지. 근데 아가씨로 일하는 거는 아마 올해를 마지막으로 그만두고 더 이상 이거는 안 할라 카는 갑더라. 걱정 안 해도 된다!”

 그 말에 현성이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요.”

 진심이 묻어나는 그의 음성에 범수가 힐끔 그를 바라보며 ‘니 혹시 혜주 누나 좋아하나?’ 하고 웃음과 함께 그의 팔을 툭툭 쳤다.

 “예? 아입니다, 그냥…….”

 현성이 그런 건 생각도 해본 적 없다는 듯 세차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 모습에 범수가 ‘좀 수상하긴 한데!’ 하고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창호와 달리 마치 좋은 동네 형님처럼 수덕하게 웃음 짓는 범수의 모습에 현성이 다시 머리를 긁적였다.

 “저 같이 생긴 게 누구 좋아하고 그라면 민폡니더.”

 그렇기 때문에 절대로 그런 일은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드는 그의 말에 범수가 ‘니가 뭐 어때서, 임마!’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키도 크고, 남자답고, 덩치도 좋고…….”

 “괴물 같이 생겼잖아예.”

 그 한 마디가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지나치게 부정적이라고 봐야 할지, 아니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겪어온 게 있어 그런 것인지…….

 범수가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렇게 이상한 얼굴은 아이다, 현성아…’ 하고 위로를 더했지만 그는 그저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범수처럼 가만히 지켜봐 주는 사람도 드물 뿐더러 그렇게 생각해 주는 고마운 사람도 드물었다.

 “괜찮심다.”

 그저, 그런 사람들에게만큼은 고마운 마음을 담아서 수줍게 인사를 더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범수가 ‘화상만 없으면 진짜 괜찮은데…’ 하고 한 번 더 위로를 전하자 현성이 먼저 웃음 지었다.

 “나중에 돈 모아가 싹 갈아엎을라고요. 그래가 돈 많이 벌고 하면 행님 찾아와서 술 한잔 살게요.”

 그 말에 순간 범수가 ‘어?’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현성이 가게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던진 농담 같은 말이 무척이나 친근하게 느껴져 저도 모르게 픽, 웃음을 띤 채 ‘기대할게!’ 하고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냥 하는 말이래도 이렇게 귀 기울여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 사는 게 가끔은 재미있는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현성이 고개를 끄덕이곤 가게 오픈 준비를 시작했다.

 바닥 청소부터 물걸레로 실내 구석구석을 닦고 꼼꼼하게 준비하는 모습은 아마 가게 주인이라면 누구든 흡족하게 그를 바라볼 것이다.

 단지 이것이 서비스업이고 사람들과 왕래가 잦은 일이다 보니, 외견상 위협적이면 치명적인 문제가 있단 게 흠이었지만.

 “니, 손 안 시렵나?”

 “괜찮심다. 그래 안 차가워예.”

 정말 안 차가운 건지, 아니면 참는 건지. 젖은 걸레로 테이블과 비품들을 청소하느라 손가락이 시뻘겋게 변했지만 괜찮다는 현성.

 아프거나 안 좋은 티는 도통 내지 않으려는 그 모습에 범수가 ‘진짜 뭔가 일이 잘 풀려서 잘되면 좋겠다’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아직까지 그가 폭행 치사로 소년원을 다녀온 것에 대한 두려움이 다 사라진 건 아니지만 그것도 자신이 모르는 사연이 있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기와는 다른 구석이 무척이나 많은 친구였으니까 말이다.

 “참! 김 사장이 니한테 팁 주라 그러더라, 현성아!”

 그나마 도움이 될 만한 건 생활이라도 좀 나아지라고 팁 챙겨주는 일밖에 없었다.

 범수의 말에 현성이 ‘예?’ 하고 그를 돌아보았다. 그러다 박재운과 창호를 만나러 가기 전 했던 담배 심부름이 생각나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김 사장이 요새도 니같이 정직한 아 있나 카면서 이거 주고 갔다.”

 후후, 웃음과 함께 범수가 주머니에서 십만 원짜리 수표를 꺼내자 현성이 ‘아…’ 하고 다시 어색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이렇게 큰돈은 받아본 적이 없었다. 정말로 그게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다는 듯 어색해하는 현성의 모습에 범수가 ‘니 안 하면 내 한다?’ 하고 수표를 내밀자 그가 조심스럽게 수표를 받았다.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지 옅은 웃음을 띤 채 현성이 수표를 받고서 ‘고맙심니더, 행님’ 하고 고개 숙여 인사하자 범수가 ‘내가 준 거도 아닌데, 뭐’ 하고 손사래를 쳤다.

 물끄러미 십만 원짜리 수표를 바라보며 현성이 자꾸만 기분 좋은 미소를 짓자 범수가 ‘그래 좋나?’ 하고 웃으며 물음을 던졌다.

 “그냥, 좀 신기해서…….”

 머리를 긁적이는 순박한 모습에 범수가 푸훗, 웃음을 터뜨렸다.

 “니 나중에 백만 원짜리도 받아보고 하면 난리 나겠네!”

 “…그랄지도 모르겠심다.”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범수가 자기도 기분이 좋아지는 듯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근데 그래도 마냥… 좋지만은 않을 것 같네예.”

 그러다 들려온 현성의 말에 범수가 ‘왜?’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냥… 좋으면 맨날 더 안 좋은 일이 생겨가.”

 너무 좋은 일은 더 안 좋은 일을 불러올까 무섭다고 어색하게 웃으며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 어렴풋이 그것을 느끼고 있던 범수가 ‘애늙은이다, 애늙은이!’ 하고 그의 어깨를 다시 두드렸다.

 자신보다 한참 동생이지만 왠지 모르게 친구 같은 그를 위로하다가 ‘잠깐 요 앞에 담배 좀 사러 갔다오께!’ 하고 걸음을 옮겼다.

 그동안 물끄러미 수표를 바라보던 현성이 옅은 웃음을 띤 채 주머니 속에 수표를 집어넣었다.

 정말로 기분이 좋은 게 뭐냐 하면 큰돈을 받았단 것보다 김 사장이라는 사람이 그를 겉보기로 평가하지 않았단 사실이었다.

 걱정하고 마음 졸였던 것과 달리 오늘 하루가 생각보다 매끈하게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금방 또 불안이 엄습하여 멈칫하고 말았다.

 “…아무 일도 안 생기겠제?”

 이렇게 하루가 잘 풀려본 일이 없다 보니 또 다른 일이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그였다.

 

 ***

 

 “PD님, 지금 시청률도 그저 그렇고 좀… 분위기가 진짜 좀 그런데요? 그 이종격투기 카페에서도 영…….”

 서울에 위치한 남성 스포츠 전문 케이블방송사 회의실엔 사뭇 긴장감이 맴돌고 있었다.

 그도 그런 것이 방송국에서 야심차게 꺼내 놓은 <주먹이 운다!>라는 프로그램이 전국 각지의 유명한 주먹들과 프로 파이터의 대결로 초반에는 흥미와 주목을 끌었지만 시즌이 지나면 지날수록 뻔해지는 구도로 점차 사람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시즌 3에 이를 때까지 소위 ‘주먹’이라 불린 이들이 프로 파이터를 능가한 경우를 좀처럼 보기가 힘들었단 것이 치명적이었다.

 유치하긴 하지만 사람들은 스트리트 파이터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프로 파이터를 능가하는, 그런 만화 같은 장면을 보고 싶어 했지만 방송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하여 시즌 2부터는 아예 대놓고 사회에서 악이라 이야기할 만한 나쁜 주먹들을 섭외하고, 프로 파이터들이 그들을 응징하여 카타르시스를 불러일으키게 했는데 시즌 3에 이르러서는 그마저도 빛을 잃고 만 것이다.

 특히 주먹이라 할 만한 이들의 임팩트가 너무 약하단 사실이 큰 문제였다. 이대로라면 폐지는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른다.

 그동안 프로그램이 좋은 원석 파이터들을 발굴해 내긴 했지만 그런 것 따위는 실질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없었다.

 왜냐하면 주먹들이 기회를 얻어 프로 파이터가 된다 하더라도 열악한 국내에서는 주목받을 수 없었으니까.

 설령 프로 파이터가 되었다 하더라도 결국 엘리트 체육인 출신의, 어린 시절부터 훈련된 프로 파이터들을 이기긴 어려웠고 생계 문제로 파이터란 직업을 그만두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 악순환과 맞물려 점차 사람들의 관심이 시들해지는 케이블 프로그램의 운명 역시 불을 보듯이 뻔했고.

 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전임 PD가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동안 투입된 신입 PD가 여자란 것은 아예 프로그램을 접겠다는 방송사의 의지인지도 몰랐다.

 “…뭐라고 하는데?”

 “그냥 뭐… 매번 똑같은 양아치들 나와서, 매번 똑같이 맞다가 끝이 난다고… 내용이 없대요.”

 작가의 말에 이지선 PD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FD로 2년 정도 일을 하다 맡은 첫 번째 자리가 이런 침몰하는 배라니!

 “…섭외가 문제잖아, 섭외가! 솔직히 뭐, 프로 파이터 섭외는 그렇게 안 어렵다고 해도… 주먹이 문제잖아요? 이걸 살릴 만한 사람이 없는데 어떻게 해?”

 전임 PD가 너무나도 무책임하게 떠나 버린 탓에 지난 회 방송은 정말 그녀가 봐도 형편없는 수준이었고, 혹평 일색이었다.

 갑갑한 듯 지선이 머리를 싸매고 있는 동안 다시 회의실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작가진을 비롯한 스태프들 역시 여자 PD가 이런 거친 프로그램을 맡는다는 것에 회의적인 듯 전임 PD가 회의를 진행할 때보다 덜 적극적이었다.

 그 묘한 분위기를 지선이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게 사회의 법칙인 것을!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스스로 활로를 찾아야만 한다 생각한 그녀가 ‘영돈 작가님, 뭐 정말 괜찮은 사람 어디 없어요?’ 하고 물음을 던졌다.

 “솔직히… 나올 사람은 이제 거의 다 나온 것 같아서…….”

 전국적으로 삼십 명 넘는 사람들이 출연을 했고, 유명세 좀 탔다는 사람들은 웬만큼 연락도 해봤다.

 그중에서 된 사람도 있고 안 된 사람도 있지만, 안 된 사람들 대부분은 현재 ‘주먹’을 업으로 삼고 있어서 이겨도 본전인 자리에 참가하려 하지 않는단 것이 문제였다.

 “아… 정말 미쳐 버리겠네.”

 지선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정말 뭔가가 없나 하고 리스트들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이미 이 프로그램의 시즌 1부터 참여해 온 영돈 작가 역시 지금 다른 프로그램의 아이템을 준비하고 있어 여기엔 그닥 관심이 없어 보였다.

 회의라고는 하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단을 찾지 못한 가운데 지선이 ‘다들 가서 생각들 좀 더 해보세요!’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임 PD는 사람들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막막해 깊은 한숨을 땅이 꺼져라 푹푹 내쉬었다.

 현실적으로 이 프로그램은 타이타닉호와 같은 입장이었다. 자신은 단지 전임 PD의 뒷수습으로 보내진 PD일 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첫 PD 경력을 망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지선이 ‘어떻게 해야… 어떻게 하지?’ 하고 입술을 잘끈 깨물며 멍하니 회의실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를 본들 답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막막하기 그지없단 생각에 그녀가 에휴, 하고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그때 회의실로 막내 작가 희진이 ‘저기, PD님…’ 하고 살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왜? 희진 씨?”

 막내 작가라곤 하지만 대부분을 잡일이나 사무 보조와 다를 바 없는 일을 하는 그녀에게 지선이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로 물음을 던졌다.

 그러자 희진이 조금 움츠러든 듯 ‘저기…’ 하고 회의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기… 제가, 친구들한테 물어보고 해봤는데요…….”

 그도 그런 게 지선이야 최소한 무술 경력이라도 있다지만 전혀 관계조차 없는 막내 작가에게 뭘 기대하겠는가?

 희진의 말에 지선이 ‘으음…’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녀가 희진이 뭔가를 써온 서류를 받자 희진이 말을 이었다.

 “대구에 장현성이라고 엄청 유명한 애가 있었대요! 얘가 그… 이 년 전쯤에 목사님 때려죽인 십대라고 뉴스도 난 적 있는데요! 근데 지금은… 예정보다 일찍 소년원에서… 나왔다고 하던데…….”

 그 말에 순간 지선이 ‘응?’ 하고 정신이 번쩍 든 듯 희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의대생 파이터인가, 왜 이민… 민후?”

 “이민욱 선수!”

 “아… 네! 그 사람이랑 그 사람이 동갑인데요… 제 친구가 이민욱이란 사람이랑도 알고 지냈는데, 평소에 이민욱이 그 사람이랑은 한번 싸워보고 싶다… 뭐 그렇게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하던데…….”

 희진이 챙겨온 자료는 다름 아닌 그녀가 말했던 기사였다.

 십대의 폭력이 날로 극성을 부리고 있다는 자극적인 타이틀의 기사에 조그마하게 얼굴을 가린, 그러나 드러난 신체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인 소년범의 모습이 보였다.

 그 순간 지선이 머리를 번뜩이는 생각, ‘의대생 파이터와… 동갑내기… 소년범 주먹!’ 하고 손뼉을 마주쳤다.

 “사람을 살리는 사람과 사람을 죽인 적 있는 사람의 대결!”

 지선의 외침에 희진이 ‘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막내 작가의 아이디어가 프로그램을 다시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은 지선이 희진을 향해 소리쳤다.

 “희진 씨는 지금 당장 이민욱한테 연락해 봐요! 아, 아니! 그거 내가 할게요. 그리고 여기, 그… 장현성이라고 했어요? 그 사람 있었던 소년원 전화번호 좀 보내줘요! 그것도 내가 직접 연락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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