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알게 된 진실
지은이 배구부로 활동하고 있는 선화여고의 연습이 끝났다. 겉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는 연습이었지만 지은은 일주일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에서 퇴원을 하고 연습에 복귀한지도 벌써 2주나 지났는데 예전만큼 점프가 되질 않았다. 지은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병원을 찾아갔다. 지은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담당의였던 의사는 지은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저, 선생님, 좀 여쭤볼 게 있는데요.”
“응.”
“저 아직도 완치가 안 된 거 같은데 얼마나 더 있어야 완치가 되는 걸까요? 아직도 이전만큼 점프가 되질 않아요.”
“아무도 얘기를 해 주지 않은 거니?”
“예?”
“일상 생활은 지장 없겠지만 그 발목으로 운동은 무리다.”
“예? 그...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래도 나을 수 있는 거죠?”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
“현대 의학으로는 아직까지 방법이 없다. 그래도 그 사고에서 그 정도인 게 천만다행인 거야. 세상엔 운동 말고 다른 일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지은은 방을 나왔다. 충격은 좀처럼 가시질 않았다. 그 정도 다친게 다행이라니, 운동 말고 다른 일도 얼마든지 있다니? 도대체가 아무 것도 모르고 하는 소리였다. 어렸을 때부터 배구만 했고 배구가 전부였는데 이제와서 뭘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왜 가족은 그동안 이 얘기를 안 하고 숨겨 온 건지 원망스럽기만 했다.
집에 돌아오니 다른 때 보다 일찍 오빠가 와 있었다.
“일찍 왔네.”
“응. 오늘은 오전 수업 밖에 없는 날이어서. 연습 이제 끝난 거야?”
“언제까지 속일 셈이었어?”
“응?”
“아무리 노력해도 점프가 안 돼서, 이상해서 병원 갔다가 오는 길이야. 의사 선생님이 그러던데. 나 더는 배구 할 수 없다고.”
“그... 그건... 미안해.”
역시 숨긴 것이 잘못이었다. 진작에 사실을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얘기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너무 그렇게 실망할 것 까진 없잖아? 기껏해야 배구를 못하게 된 거 뿐이니까.”
“기껏해야 배구? 오빠한테 기껏해야 배구였는지 모르겠지만 나한테는 전부였다고.”
지은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다음 날 지은은 배구부 탈퇴서를 제출했다. 감독은 아무 말 없이 탈퇴서를 받아 들였다. 감독도 이미 알고 있었다. 지은이 성수대교가 붕괴 사고가 있기 이전의 선수로 돌아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