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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훼인
작가 : 려영
작품등록일 : 2019.11.5

이 픽션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중심 테마를 기점으로 해서 그 게임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게이머들의 생생한 실상과 우정 사랑 배신들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데킬라 같은 사랑 우정 그리고 배신...... 21세기 현재의 시간속을 힘겹게 부딪치는 청춘의 군상들이 소리없는 독백처럼 숨결을 가다듬습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또다른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처절한 자화상입니다

 
[훼인] 33회 - 시나브로
작성일 : 19-11-07 12:42     조회 : 317     추천 : 0     분량 :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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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나브로 ]

 

 시나브로... 유진이 갑자기 사라졌다.

 게임내에서도 안보이고 핸드폰도 계속 꺼놓은 오프 상태였다.

 

 사흘전의 대혈전은 실로 처절하다고 할 만큼 격렬하게 펼쳐져서

 사하라 사이클론 신화 측의 연합세력과 북극성동맹 양쪽 모두 심각한

 

 타격과 피해를 입을만큼 그야말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대대적인 전투로

 

 점철되었다.

 

 근 10 시간 넘게 날을 새면서까지 이어진 기나긴 육박전속에서

 

 사하라연합측은 숫적열세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배수진의 선상에서

 

 투지와 오기로 맞서 싸워나갔고, 동맹측에서는 갑작스런 상대방의

 

 작전변경에 우왕좌왕하며 무너져 나갔지만 마침 대규모 혈전탓인인지

 

 엄청난 렉(:게임내 과부하)이 걸려서 서버가 잠시 다운되면서

 

 10분정도의 브레이크 타임이 있고 난뒤 다시 접속을 하게 된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어서는 어느새 양쪽 모두의 물러설 수 없는 필사전

 

 으로 마지막 승부를 처절하게 펼쳐갔던 것이다.

 

 마침 수요일 오전마다 실시되는 2시간의 정기점검시간인 아침 8시가

 

 가까와오자 양측은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서둘러 마을로 귀환해버렸

 

 는데......

 

 그 반나절 동안의 혈전을 거치면서 적혈인 북극성 동맹측에서는 자체적

 

 으로 입은 물리적인 피해와 손실말고도 심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도 심

 

 각한 타격을 입고 있었다.

 

 그냥 만만히 대적할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동안 적혈내부에 심어놓은 정보망을 역이용하여

 

 순간적으로 작전변경을 감행하는 사하라측의 과감한 기동력과 순발력에

 

 자체적으로 혼란이 더더욱 가중되어갔던 것인데,

 

 그 현란한 정보전과 심리전의 중심에 시나브로... 그녀가 있었다.

 

 

 베르테르의 말을 빌리자면.

 

 시나브로 그녀는 원래 다크블러드 혈의 총군주인 헤라의 심복이었는데,

 

 애당초 옛 가즈솔져 시절부터 아군측의 동태를 감시하기 위해 잠입한

 

 스파이로서 철저하게 배후조정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너무 오버액션에 가까운 충성심과 수범에게로의 애착 그리고 계속되는

 

 기밀누설 등으로 의혹과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고있던 베르테르는

 

 그 자신 역시 다크블러드등 적혈내부에 위장가입시켰던 첩보캐릭으로

 

 부터 수집된 여러사실과 정황등으로부터 점점 심중을 굳혀갔다는 것이다.

 

 

  "그러니깐, 난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 모두 다 말이야. 시나브로

 

  그년이 지독한 스파이라는 것도;;"

 

 베르테르는 전화상이라지만 앙칼지게 비웃는듯한 기색이 덕지덕지하게

 

 느껴져오는 음성으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엔 확실한 물증도 없었고 또 우리측에서도 역이용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 그냥 참아왔던거지 근데 이번에 그게 적중하여서

 

  우리가 멋지게 해낸거야"

 

 그저께 대혈전에서 트로이성이라는 당초 작전을 급선회하여 게바던전쪽

 

 으로 돌려서 기습공격을 감행했던 것을 보고 하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그때 아군이 트로이성을 칠것이라는 정보를 시나브로......

 

 아니 유진에게 흘린 것도 결국엔 수범 자신이었고

 

 그 이전에도 여러번의 혈전에서 번번히 작전노출로 참패를 거듭해 온 것도

 

 결국에는 ......

 

 그제서야 수범은 이번 혈전앞에 은밀하게 모였던 총군주 3인회의에서

 

 마루치가 최종작전을 개시전까지 극비로 해달라고 유난스레 강조하였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결론은 명확했다.

 

  ".........."

 

 수범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해진 심경탓에 대꾸할 기운조차 없는 상태

 

 였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그동안 자신에게 보여준 집요한 애정공세와 과감한 행동

 

 들도 이 미니지 게임안에서의 정보탐색을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음모였다

 

 는 말인가......

 

 현실에서도 서너번 만나서 나누었던 그 물밀듯 넘쳐흐르던 섹스까지도...

 

 거기에까지 생각이 다다르자 수범은 마치도 온몸을 악취냄새 물씬한 오물

 

 같은것에

 

 확 뒤집어 쓴듯한 심란한 감정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는 게임을 빠져나와버렸다.

 

 수범은 그날 밤새도록 미니지에 접속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며칠의 답답하고 하릴없는 시간들이 지나가고나서 시나브로가 다시

 

 나타났다.

 

 형언할 수 없는 분노와 의문속에서 그토록 기다려 왔던 전화였지만

 

 의외로 수범은 담담해져있었다.

 

 유진으로부터 세번인가 전화가 걸려왔지만 수범은 발신번호를 확인하고는

 

 바로 무시해버렸다.

 

 마지막 전화가 걸려온 것이 밤늦게 자정을 넘어선 시간이었는데,

 

 열번을 넘게 울려도 응답을 하지않자 잠시 후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수범오빠 미안해 구차한 변명같은 건 하지 않을게 마지막으로 우리 한번만

 

  만날 수 있을까? 한번만'

 

 

 폴더창에 아로새겨진 메시지안에는 간절히 호소하는 듯한 심정이 가득 배겨

 

 있었다.

 

 몇번이나 망설이던 수범은 폰 화면을 몇번이나 무심히 드래그하며 고민을 하다가는

 결심이나 한듯이 핸드폰 전원을 막 끄려는데 또다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려왔다.

 

 역시 유진이었다.

 

 표면이 낡아서 반쯤 벗겨진 은색 핸드폰을 무심코 매만지고 있는 수범의

 

 손끝은 받을 것인지 말것인지를

 여전히 망설이고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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