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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연재 > 현대물
괴물
작가 : 사열
작품등록일 : 201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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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화상 자국, 가슴에 깊은 상처를 지닌 장현성.
험악한 외모 때문에 늘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아 온 그가 이종격투기의 신성으로 떠오른다.
링네임 "괴물"
늘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을 피하기만 했던 ""괴물""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프로 파이터 "괴물"로 비상한다.

 
제 11 화
작성일 : 16-07-12 14:39     조회 : 538     추천 : 0     분량 : 7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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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술기운에 뻗었다 눈을 뜨는 경우는 대체로 비슷하다.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기보다는 타는 듯한 갈증이 목구멍 전체를 뻑뻑하게 채워 물을 마시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괴로움에 일어나는 것이다.

 목구멍이 말라비틀어진 논처럼 쩍쩍 갈라지는 느낌에 현성이 침을 모아 꿀꺽 삼켜봤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몸의 수분이란 수분이 다 빠져나간 듯 입술이 바짝 말라서 따갑기까지 하자 그가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으슬으슬한 가운데 등 뒤만은 따뜻한 것이 정말 이상하다 생각하며 현성이 인상을 구기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곧…

 “아… 춥다…….”

 함께 잠들었던 혜주가 그를 바라보며 짜증 섞인 얼굴로 투정을 부렸다.

 그 목소리에 현성이 화들짝 놀라서 ‘어, 어어어?!’ 하고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그가 ᄁᆞᆯ고 누워버린 탓에 덮지 못했던 이불을 이때다 하고 뚤뚤 감았다.

 그 모습에 극도로 당황한 얼굴의 현성이 갈증과 깨질 것 같은 두통을 뒤로하고 ‘누나……?’ 하고 물음을 던졌다.

 “…잘 자다 갑자기 와 일났노.”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쉬며 대답하는 혜주의 목소리에 현성이 꿀꺽, 하고 다시 침을 삼켰다.

 그리고 ‘목이 말라가…’ 하고 어색한 얼굴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분명히 그가 혜주와 함께 나서서 여기까지 들어온 것은 기억한다만 그 이후론 도통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혜주가 가지 않고 옆에서 잠들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더욱더 당황한 얼굴로 현성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덩달아 잠에서 깬 혜주가 새하얀 이불을 덮고 ‘뭐?’ 하고 까칠한 눈빛을 보내자 그는 ‘아니요…’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명찰도 떼지 않은 차림 그대로란 것을 확인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간이 냉장고를 열어 생수를 꺼내 들었다.

 “나도… 물!”

 이내 벌컥벌컥 물을 마시던 현성의 귀에 들려온 혜주의 음성.

 “콜록콜록!”

 놀라 사레가 들린 현성이 손으로 입을 막았다.

 지금 이 상황이 꿈이나 환상이 아니란 생각에 얼떨떨함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를 돌아보았다.

 “…집에 안 갔네요, 누나.”

 “내가 니 때문에 이래 나왔는데, 이캐가 우에 들어가노!”

 까칠한 얼굴로 그를 한 번 쏘아보며 물통을 받아들고 아무렇지도 않게 물을 마시는 그녀의 모습에 현성이 미안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혜주가 옆에서 그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정신없는 와중에 서서히 지금 상황이 눈에 들어오자 현성이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왜 웃는데, 변태야?”

 치, 하고 혜주가 물통을 내밀며 톡 쏘듯이 이야기하자 현성이 ‘예……?’ 하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니 어제 기억 안 나나?”

 새침한 얼굴로 짓궂게 물음을 던지는 그녀의 말에 그가 ‘그, 그거는…’ 하고 주춤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리고 그 앞에 혜주가 당겨두었던 의자에 앉으며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하고 힐끔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혜주가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취해서 본심 나온 거는 아니고? 니 내한테 그렇게 끌리더나?”

 도도한 그녀의 물음에 현성이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그저 머리를 긁적였다.

 박재운의 곁에서 슬퍼 보이는 얼굴을 하며 어쩔 수 없이 몸을 맡긴 그녀를 본 순간 무슨 마음이 들었던 것일까?

 ‘그 애’를 보았을 때처럼 뭔가가 툭 튀어나와서 주제넘게 나서고 말았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에 현성이 ‘죄송합니다’ 하고 다시 사과하자 혜주가 ‘흐음…’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미안하다 하는 거 보니까 진심이었나 보네!”

 “아,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누나 표정이 안 좋아 보여가.”

 어렵사리 이야기를 꺼내는 그의 말에 괜스레 혜주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하지만 티를 내긴 싫어 다시 한 번 더 크게 흥! 소리를 냈다.

 “몸은 좀 괜찮나?”

 이내 어제보다 훨씬 더 수척하고 초췌해진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물음을 던지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갈증은 사라졌지만 다시 지끈거리는 두통이 밀려와 살며시 인상을 찌푸리는 그의 모습에 혜주가 옆자리를 팡팡 두드리며 ‘앉아 있지 말고 누워라!’ 하고 이야기했다.

 “아, 아니요…….”

 “뭐, 누워 있으면 내가 니 잡아먹을 줄 아나? 기대하지 마래이!”

 새침한 그녀의 목소리에 현성이 ‘그, 그런 게 진짜 아니고요…’ 하고 얼굴까지 붉히며 고개를 흔들었다.

 “니 진짜 바보네. 줘도 못 먹을 놈아.”

 그 풋풋한 모습이 껄떡쇠들보다 보기 나았고, 신선했다.

 혜주가 오랜만에 자신을 사람처럼 대해주는 그의 모습에, 수줍음 가득한 소년 같은 남자의 모습에 옅은 미소를 지은 채 놀리듯 이야기했다.

 그러자 현성이 천천히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진짜… 그럴라고 그런 거 아입니더.”

 그 말에 혜주가 순간 뚱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니, 내 싫어서 자꾸 그런 소리 하는 거가?”

 “예?”

 알다가도 모를 게 여자의 마음이라고 했던가? 이번엔 자꾸 그런 소리를 하니 싫다는 듯 혜주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현성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금 가까워지긴 했지만 아직까지 그녀에 대해서 달리 알고 있는 바가 없다.

 그저 범수의 말대로 까칠해 보여도 사실은 속 여리고 다정한 사람이라는 것밖엔…….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여자란 존재 자체가 그에겐 익숙지 못했다.

 과거 주먹질을 하고 다닐 때 함께 어울린 적이 있다 하더라도 얼굴의 흉터와 외모 때문에 스스로 벽을 쌓아 선을 그어놓고 도망치듯이 물러서 있던 것이 현성이었으니까.

 그런 탓에 좀처럼 여자들과는 이야기를 나눠본 적도 거의 없었고, 여자들도 무서운 용모와 분위기를 가진 그에게 접근해 오지 않았다.

 소년원에 들어가선 더욱더 그런 일이 없었고 말이다.

 “…그냥 입 다물고 와서 누워 있어라! 뭐, 누우면 내한테 무슨 짓이라도 하고 싶을 것 같아서 못 눕나?”

 그래서 더욱더 미스테리한 혜주의 말에 현성이 우물쭈물하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자 답답해하던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끌어당겼다.

 그녀의 힘이야 아주 우습다만 이상하게 현성은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 묘한 기분을 느끼며 현성이 미끄러지듯이 다시 침대에 눕자 혜주가 누워 있던 자리에서 향긋한 냄새가 올라왔다.

 그 냄새에 다시 두근거리는 가슴을 느끼며 그가 바짝 굳은 얼굴을 하고서 입을 꾹 다물었다.

 그러자 혜주가 눈앞에서 그를 마주보며 자리에 눕곤 흥! 하고 입술을 삐죽이며 이야기했다.

 “추워서 카는 거다. 착각하지 마래이.”

 “…예.”

 착각하래도 하지 않겠다는 듯 현성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혜주가 이불을 덮고 정말 추웠던지 오들오들 떨며 그에게로 다가오자 현성이 ‘아…’ 하고 어색한 얼굴을 하며 몸을 돌렸다.

 “니! 여자한테 함부로 등 보이는 거 아니거든?!”

 그 말에 현성이 움찔하며 다시 돌아눕자 혜주가 ‘여자를 하나도 모르네!’ 하고 그를 바라보았다.

 이 순간이 무척이나 가슴 터질 것 같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불편한 현성이 ‘얼굴 보면 불편할까 봐…’ 하고 움츠러들자 혜주가 ‘뭐!’ 하고 따지듯이 턱을 들이댔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남자가 여자한테 등 돌리는 거, 여자가 얼마나 자존심 상하는 줄 아나? 택도 없다!”

 그리고 그녀가 다가와 가슴팍에 얼굴을 묻자 현성은 심장이 터질 듯 요동치는 것을 느꼈다.

 다시 목구멍이 메말라 버린 것 같은 기분에 꿀꺽, 하고 저도 모르게 침을 삼키며 ‘대체 나한테 왜 이러나?’ 하고 의문을 품어 봤지만 답은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 심장이 거칠게 뛰어서 온몸이 화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가 이 어색한 정적을 어떻게든 깨고 싶어 안절부절못하자 혜주가 샐쭉한 웃음과 함께 다시 눈을 떴다.

 “니 어색해 죽을라 카네. 아다 떼달라 캐놓고.”

 여전히 장난을 치는 듯 짓궂은 목소리에 현성이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미안합니다… 누나…’ 하고 다시 사과했다.

 “뭐, 나름 귀엽네! 덩치에 안 맞게 내한테 쩔쩔매는 것도!”

 그의 불편함이야 어떻든 자신은 이 상황에 만족한다는 듯 악동 같은 웃음을 띤 채 혜주가 그를 바라보자 현성이 씁쓸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내심 일곱 살 많은 그녀가 나이를 거꾸로 먹은 듯 무척이나 귀엽다 생각하며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누나, 왜 난방 안 틀었어요?”

 이내 현성이 차가운 기운이 감도는 방의 냉랭함에 물음을 던졌다.

 그 말에 혜주가 ‘내가 이거 뭐 어떻게 할 줄 알고!’ 하고 투덜거리며 그를 올려다보았다.

 “바보야! 니가 하고 뻗어야지! 내 이런 거 어떻게 아노! 여기는… 처음은 아니지만… 아무튼!”

 아마 기계 다루는 데엔 꽝인 모양이다.

 괜히 성질부리는 모습이 오히려 귀엽다 생각한 현성이 어색한 웃음을 짓곤 ‘난방 좀 돌릴게요…’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척이나 간단하게 그가 버튼 하나를 꾹 누르자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혜주가 억울한 듯 인상을 찌푸렸다.

 “우리 집이면 하는데 여긴 우리 집 아니라서 그렇다!”

 변명치고는 궁색한 감이 있었지만 ‘어디 있는지 몰라서 못 한 거니까!’ 하고 당당하게 소리치는 모습에 현성은 그저 그러려니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와중에 다시 한 번 갈증이 밀려와 그가 물로 목을 축이고 어떻게 할까 망설였다.

 그동안 혜주가 ‘아직 춥다!’ 하고 다시 옆자리를 팡팡 두드렸다.

 현성이 어색한 얼굴로 그녀를 등지고 살며시 눕자 혜주가 ‘등!’ 하고 그의 너른 등을 찰싹 때렸다.

 그 손길이 왠지 낯설지 않은 것 같다 생각하며 마지못해 현성이 다시 천장을 보고 눕자 혜주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았다.

 깨어나서 왔다 갔다 하는 동안 잠이 모두 달아나 버렸는지 그녀가 계속 자신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자 현성이 ‘왜 자꾸…’ 하고 힐끔 그녀를 바라보았다.

 “못생겨서 쳐다본다, 왜?”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도 이렇게 정면으로 묵직하게 치고 들어오니 오히려 웃음이 먼저 나왔다.

 현성이 ‘그렇지예…’ 하고 쓴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이자 혜주가 대답 대신 그의 팔을 끌어안았다.

 얇은 옷 너머로 느껴지는 가슴의 야릇한 감촉에 그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굳어가자 혜주가 ‘있잖아, 니…’ 하고 말을 걸어왔다.

 “다음부터는 그카지 마래이. 내니까 그래도 암것도 안 했다 카면 그렇다 할 건데 다른 애들 같았으면 소문 돌고 난리 났다. 이 바닥, 그런 거에 되게 민감하거든. 니가…….”

 놀리던 때와 달리 차분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이야기하던 혜주가 순간 말을 멈췄다.

 그리고 그를 힐끔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니가 여기 떠날라 카면야 별로 상관은 없겠지만.”

 그 목소리가 순간 무척이나 슬프게 들린단 생각에 현성이 힐끔 그녀를 바라보았다.

 때마침 고개를 숙인 건지, 혹시나 마주칠지 모를 그의 눈을 피한건지, 그녀가 고개를 숙이자 현성이 ‘…예’ 하고 다시 천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거취는 아직도 명확히 결정된 바가 없었다.

 선원이 꿈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나마 할 만한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고, 박재운과의 만남 덕분에 더욱더 절실해졌다.

 최소한 이 대구 바닥을 벗어나서 그의 덩치와 외모로도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 하는데 당장에 그것들을 떠올리기도 막막하고 모든 것이 어렵고 난해했다.

 아직까지도 뭔가에 걸려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그 답답한 기분에 현성이 한숨을 내쉬자 다시 그를 몰래 바라보던 혜주가 덩달아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 소리에 현성이 ‘아…’ 하고 고개를 돌리자 혜주가 움찔하며 소리쳤다.

 “그래도 니! 나중에 배를 타든지, 뭐… 여 계속 있든지, 아님 깡패를 하든지 뭘 해도 아가씨한테 그래 맘 주지 마라! 니같이 어수룩한 아들은 잘못 걸리면 뼈도 못 추리고 다 뜯긴데이!”

 어색하게 버벅거리며 소리친 그 말에 현성이 ‘그랄게예…’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혜주의 말이 영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자기가 생각해도 ‘그 애’ 이후로 절대로,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하고서도 혜주의 모습에 또 그런 무리수를 던지고 말았으니까.

 그게 왜인지는 정말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지, 빙시는 아니니까…….”

 “빙시지! 줘도 못 먹는!”

 뭐가 또 불만인지 이내 툴툴거리는 혜주의 말에 현성이 다시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혜주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그게 애정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상당히 쑥스러웠다.

 “…근데 니 가족은 없나?”

 그 와중에 혜주가 졸린지 한결 차분해진 눈으로 그에게 물음을 던졌다.

 지금 시간이 몇 시나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이 시간에 혼자가 아니라 옆에 누군가가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던 현성이 어색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모 있긴 한데.”

 “그럼 왜 여기 혼자 지내노?”

 “고모가 가족은 아니잖아요.”

 고모만 이야기하는 걸로 보아선…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 부모님은 계시지 않는 모양이었다.

 고개를 흔들며 이야기하는 그의 서글픈 목소리에 혜주가 ‘글치…’ 하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천장을 바라보는 그의 깊고 슬픈 눈빛에 그녀가 더욱더 꼭 그 팔을 안고서 ‘졸리네, 또…’ 하고 힐끔 그를 바라보았다.

 “너거 부모님은 어떻게…….”

 “그냥…….”

 꿀꺽, 뭔가를 삼키는 그의 모습에 혜주가 더는 묻지 않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을 뻗어 그의 화상 자국에 손을 올렸다.

 현성이 크게 움찔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좀처럼 보이지도 않았고, 만지게 해 본 적은 더 없는 상처였기에 지금껏 만져본 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혜주의 손길에 당황한 그가 ‘지금… 뭐 하는 겁니까?’ 하고 그녀를 바라보며 물음을 던졌다.

 “약손 모르나, 빙시야.”

 흥, 하고 삐진 듯 손을 뗀 혜주가 홱 등을 돌리자 현성이 그 기분을 대체 무어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혜주가 잠이 들었는지 더는 말도, 움직임도 보이지 않자 그가 휴, 하고 작은 한숨을 내쉬며 등을 돌리려 했다.

 “등은 돌리지 마레이! 언제든!”

 아직 잠이 든 게 아닌지 다시금 혜주의 목소리에 현성이 움찔하며 ‘그럼… 우에 하라꼬요?’ 하고 다소 불만 섞인 얼굴로 물음을 던졌다.

 그 말에 혜주가 ‘내 쪽 보면 되잖아, 바보야!’ 하고 도도한 얼굴로 살짝 그를 돌아보았다.

 그에 ‘여자란 참 이기적인 생물이구나…’ 하고 생각한 현성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녀의 등을 바라보았다.

 새까만 머리카락이 흘러내린 자리에 하얗게 드러난 어깨가 너무나도 가냘퍼 지켜주고 싶단 충동이 밀려왔다.

 그 어깨에 손을 올려 포근히 그녀를 감싸 안아주고 싶다는 열망 아닌 열망을 느끼며 그가 허전한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그 마음을 꾹 눌러 담았다.

 그동안 혜주가 ‘빙시…’ 하고 꾸물꾸물 뒤로 물러나며 그의 품으로 다가왔다.

 아직까지 남아 있는 향수 냄새가 은은히 코끝을 스치자 현성이 움찔하며 손을 들었다.

 그의 가슴팍에 등을 붙인 혜주가 이제는 이곳도 충분히 따뜻하다는 듯 ‘따시네, 내 잔데이…’ 하고 속삭였다.

 그 속삭임에 현성이 ‘예…’ 하고 다시 얼어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혜주가 다시 돌아누웠다.

 무척이나 밀착한 그녀의 모습에 그가 다시 멈칫하고 굳는 동안 혜주가 물끄러미 그의 눈을 바라보며 ‘내한테 이상한 짓 하면 가만 안 둘 거데이’ 하고 도도한 얼굴로 경고를 남겼다.

 “그…랄게예…….”

 현성이 그 얼어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자 혜주가 ‘빙시!’ 하고 픽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가슴팍에 다시 얼굴을 묻었다.

 두근두근 뛰는 심장 소리가 너무 듣기 좋다 생각하며 그녀는 집에서도 느끼지 못했던 편안한 기분으로 다시 잠들었다.

 그동안 현성 역시 생애 최초로 느껴본 그 기분 좋은 두근거림과 설렘에 미소 지었다.

 그리고 용기 내어, 들고 있던 손을 살며시 내려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러자 혜주가 더욱더 그의 품에 깊이 다가왔다.

 백 마디 말보다도 더 가치 있는 느낌이 있단 걸, 그리고 그 지친 마음에 하나의 작은 위안이 되고 싶단 걸 전해주고 싶은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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