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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자오의 세계로부터
작가 : 모어데반
작품등록일 : 2019.10.22

또 다시 다가온 세기말의 풍경.
가까운 미래, 서기 2086년, 겨울.

대한민국의 평범한 빚쟁이 종군기자 이시해는 다시금 위험 지역으로 취재 파견을 강요당한다.
<베트남 한국인 인부 실종사건>의 전말을 파해치기 위해 밀입국까지 감행한 시해.
그러나 잠입 취재 도중 시해는 <베트남 해적단>에게 붙잡히게 되고, 어딘가로 팔려가는데...
그리하야 도착한 곳은......이세계?
정의감 투철한 빚쟁이 종군기자의 이세계 생존기!

#SF판타지#이세계물#이능력물#미스테리#스릴러

 
음습한 둥지(2)
작성일 : 19-11-07 08:09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89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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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해가 정보를 조사하기 시작한지도 벌써 한 달이 지나갔다.

 감시 카메라의 위치. 감시자들의 행동 패턴. 건물의 대략적인 모양새.

 알면 알수록 이 조직의 허술함이 드러나며 시해의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

 허술해도 너무 허술했다.

 특히 시해를 포함해 납치된 사람들에 대한 감시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GPS와 기폭장치를 과신하고 있기 때문일까.

 하기야, 이런 환경에서 몸 안에 심어진 기폭장치를 어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어쨌거나 지금의 상황은 시해에게 천운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아직 지구로 돌아가는 방법은 오리무중이었고, 현재 상황에서 모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모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시해는 어쩔 수 없이 지구로 돌아가는 일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그보다는 더 많은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정보원과 믿을 수 있는 동료를 모으는 것이 현명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납치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은 위험했다.

 때문에 시해는 이종족들을 타겟으로 삼았다.

 에스카라면 이종족들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고(이는 대충 대화가 가능해진 에스카에게 물어서 확인을 해두었다.), 그들을 포섭할 수 있다면 들킬 걱정 없이 이세계의 정보를 얻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 대가로써 시해는 그들이 감시자들에게 더 고통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알아야 할 정보를 공유해 줄 생각이었다.

 시해가 이제까지 관찰한 바에 의하면 감시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이종족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의사소통의 부재에 있었다.

 일을 시켜야 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지 못하는 탓에 일을 알려주는데 어려움이 생겼고, 그 부족함을 강압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다.

 아무리 통역을 담당하던 존재들이 없어졌다고 해도 멍청하기 짝이 없는 대처 방법이었지만, 이 조직에게 있어서 이종족이 그만큼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의미기도 했다.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 존재이니만큼 감시도 허술할 터였다.

 아마 이들의 관심은 게이트 너머의 지구로부터 찾아오는 또 다른 이주자들과 패권국가임이 틀림 없었다.

 이종족 따위가 그들의 관심 사항이 아닌 것이다.

 시해는 웃음 지었다.

 저들이 안심하고 딛고 선 바닥이 사실은 물 위에 둥둥 뜬 판자 쪼가리라는 것을 확인시켜준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런 상상을 하며 카드키를 들고 문 앞에 섰다.

 이제는 자신의 둥지인양 시해의 머리칼 속에 숨어있는 에스카에게 말을 걸었다.

 

 “이번엔 저번처럼 신나서 떠들면 안 된다. 죽어, 알지?”

 “에스카! 조용! 조용! 한다! 시발! 걱정! 마라!”

 

 에스카가 목소리를 내리깔며 대답했다.

 카드키를 문으로 가져가자 경쾌한 쇳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철-컥!

 

 

 + + +

 

 

 시해는 아무도 없는 복도를 내리 달렸다.

 아무도 없는 복도는 깜깜하기 그지없어서 시해의 발소리만이 그 공간을 채웠다.

 이미 이 복도에 감시 카메라가 없다는 것도, 감시자가 이 시간에 순찰을 돌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한 뒤였기 때문에 안심하고 내달릴 수 있었다.

 조금은 조심할 법도 했지만, 이미 이 조직의 부패함과 허술함이 기가 찰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어두컴컴한 복도의 코너를 돌아 또 다른 복도가 나왔다.

 이 끝에는 내내 감시 업무를 보았던 쓰레기 공장이 있었다.

 왜 쓰레기 공장으로 향하느냐하면 그곳에 밖으로 나가는 통로가 하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쓰레기가 버려지는 구멍.

 시해가 그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지는 꽤 오래되었다.

 그러나 한 번도 시도할 생각을 해보지 못 한 것은 쓰레기 공장에는 감시 카메라가 있었고, 감시자들에 의해 철저히 감시되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공장에 감시 카메라는 단 하나밖에 없었고, 밤이 되면 감시자는커녕 쥐새끼 한 마리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 허탈함을 느꼈더랬다.

 그래서 간단히 감시 카메라의 사각으로 이동하여 구멍으로 나갈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그 구멍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만큼 허술한 것도 어쩌면 대단한 일이었다.

 학살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하는 조직의 잔인무도함과 거대한 도시의 모습에 압도되어 보지 못 했던 모습이 이제는 보였다.

 시해는 감시 카메라에 비치지 않는 쪽문을 사용하여 쓰레기 공장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쓰레기 더미에 숨어서 이동했다.

 쓰레기 더미에 이어서 컨베이어 벨트가 보였다.

 그 아래쪽으로 나 있는 공간에 몸을 숨겼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컨베이어 벨트는 곧장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구멍으로 이어진다.

 컨베이어 벨트의 아래는 감시 카메라의 사각이었으므로 그야말로 직진만 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래도 만약의 경우를 위해 발소리를 내지 않고 컨베이어 벨트의 아래를 미끄러지듯 내달렸다.

 바로 눈앞에 구멍이 보였다.

 시해는 망설이지 않고 냅다 구멍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쓰레기 더미 위로 떨어졌다.

 쓰레기 더미가 쿠션 역할을 하며 생각보다 푹신한 소리를 냈다.

 풍-!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시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푸학!”

 

 쓰레기 냄새가 진동을 했다.

 

 “켁! 켁! 냄새!”

 

 소리를 낸 것은 에스카였다.

 에스카의 목소리에 시해가 몸을 낮추고 경고했다.

 

 “쉿.”

 “응.”

 

 잠시 사람의 그림자가 없는지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주변에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어서 어디로 가야할지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기로 했다.

 사방이 쓰레기 더미였다.

 산의 앞쪽은 <뉴타히티>의 깨끗한 도시, 그 뒤편의 계곡은 쓰레기가 가득했다.

 정말로 그림으로 그린 것처럼 쓴웃음이 나오는 광경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시해가 곧장 쓰레기 더미로 몸을 날렸다.

 쓰레기 더미를 뒤집어쓰고 그 안에 숨었다.

 그리고 들리는 귀에 집중하자 익숙한 목소리의 베트남어가 들려왔다.

 뭔가를 질질 끄는 소리도 들렸다.

 지익! 지익!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지그시 바라보자 거기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감시자들이었다.

 그런데 상황을 보니 그다지 좋아 보이는 상황은 아니다.

 덩치가 큰 감시자 한 명이 다른 감시자 한 명을 질질 끌고 오고 있었다.

 그러더니 시해가 숨은 쓰레기 더미 근처에 내동댕이쳤다.

 둘 모두 방독면을 벗고 얼굴을 드러낸 채였기 때문에 시해는 그들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목소리를 들으니 확실해졌다.

 

 “하아······. 내가 그냥 봐주려고 해도 이건 아니잖아, 바트. 응? 기어오르는 데도 한도가 있는 거 아니겠어?”

 

 익숙한 베트남어, 그리고 바트라는 이름. 확실했다.

 그 이름은 자신을 몸수색하려던 감시자의 것이었다.

 다른 한쪽은 추측컨대 몸싸움을 했었던 상대인 것 같았다.

 하는 얘기를 들어보니 아무래도 둘이서 싸우기라도 한 듯했다.

 둔탁한 타격음이 울렸다.

 퍽! 퍽! 퍽!

 

 “내가! 응! 그러게! 까불지! 말라고! 했잖아!!”

 

 덩치가 큰 감시자가 바트를 향해 연신 발길질을 했다.

 바트는 정신을 잃었는지 두들겨 맞고 있을 뿐 반응이 없었다.

 얼마간 바트에게 발길질을 하던 감시자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쓰레기 더미에 헛발질을 하며 울부짖었다.

 

 “으아아아! 제기랄! 하아···하아···!”

 

 그러고는 숨을 몰아쉬었다.

 고개를 들어 올린 감시자의 얼굴에 멍든 자국이 보였다.

 바트도 당하기만 한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잠시 숨을 몰아쉬던 감시자가 조금 숨을 고르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돌아와 말했다.

 

 “숨은 붙어있냐? 죽었냐, 너?”

 

 그렇게 묻자마자 죽은 듯이 누워있던 바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감시자를 덮쳤다.

 이어서 감시자의 얼굴을 붙잡고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퍽!

 순간적인 공격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감시자를 바트가 멈추지 않고 짓밟았다.

 퍽! 퍽! 빡!

 하지만 아무래도 체급 차이가 심했던지 다시 일어난 감시자가 순식간에 바트를 넘어뜨렸다.

 그는 말이 없는 바트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멀쩡! 하네! 내가! 널! 잘! 알지!”

 

 퍽! 퍽! 빡! 뿌악!

 바트가 다시 조용해지자 감시자도 내리꽂던 주먹을 멈췄다.

 숨을 몰아쉰 뒤 이어 말했다.

 

 “이 정도로 죽을 놈 아니란 거.”

 

 바트의 생명력이 끈질기다는 확신이 들었던 것일까.

 바트를 향한 감시자의 폭행은 계속되었다.

 그 모습을 숨죽이고 바라보는 시해의 입이 바짝 말랐다.

 

 ‘뭘 저렇게 심하게 패?’

 

 아무렇지 않게 학살을 자행하는 집단이다. 이런 광경쯤이야 놀랍지 않았지만, 그 사연이 궁금했다.

 그런 시해의 생각을 알아 듣기라도 했던 것일까, 샌드백마냥 바트를 두들기던 감시자가 너덜너덜 해진 그를 다시 쓰레기 더미로 처박으며 말했다.

 

 “네가 걱정이 많은 건 알겠지만 말이야. 상하위복이란 게 있는 거야, 이 개념 없는 자식아!”

 퍽!

 “뭐? 그렇게 안일하게 구니까 동료를 죽게 한 거라고?”

 퍽!

 “너랑 나랑 걔들 죽을 때 같이 있었어! 너만 거기 있었어!”

 퍽! 퍽!

 “그 크록인지 뭔지 하는 이상한 괴물들이 그 새끼들 처 죽인 게 너만 슬프고!”

 퍽!

 “너만 신경 쓰고!”

 퍽!

 “너만 위로하고 있는 거냐고! 개자식아!”

 퍽!

 “헉! 헉!”

 

 감시자가 손을 들어 흘러내리는 땀을 닦았다.

 

 “시정해라. 내가 그래도 네 상관이야. 옛날에 같은 계급이었어도 이젠 아니라고. 그리고 오늘 작전에서 넌 빠져. 어차피 지금은 일어서지도 못 하겠지만.”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 가려는가 싶더니, 질리지도 않고 다시 바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퍽!

 

 “너만 복수하고 싶은 줄 알아! 이기적인 새끼!”

 

 감시자는 이번에야말로 등을 돌려 건너편 출입문으로 모습을 감췄다.

 감시자가 사라지고 바트와 시해, 그리고 에스카만 남은 쓰레기장에 정적이 감돌았다.

 시해는 바트가 정신을 잃었는지 알 수가 없었기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오늘은 운이 안 좋은가···섣불리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은데······’

 

 그런 시해에게 에스카가 말했다.

 

 “정신없어.”

 “······?”

 

 뜬금없는 얘기에 시해는 에스카에게 다시금 주의를 주려다가 에스카가 인간보다 뛰어난 감각 능력을 가졌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숨을 죽이고 대답했다.

 

 “기절했다는 얘기야?”

 “숨, 쉬어. 근데, 방금, 잤어.”

 

 조금 전까지는 정신이 붙어있었는데, 방금 정신을 잃었다는 얘기인 듯했다.

 시해는 조금 불안하기는 했지만, 에스카의 감각을 믿어보기로 했다.

 주의를 기울여 소리가 나지 않게 자신을 덮은 쓰레기 더미를 치우고 밖으로 나왔다.

 이어서 게처럼 기어서 바트에게서 멀어졌다.

 그러려고 했는데, 에스카가 연이어 말을 건네 왔다.

 

 “저거. 중요. 중요!”

 “아얏!”

 

 어찌나 급했는지 두피에 이빨을 박아댔다.

 최대한 노기를 가라앉히고 대답했다.

 

 “뭐가!?”

 “저거! 저거!”

 

 에스카가 촉수를 뻗어 바트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뭐가 있다는 거야?”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서 시해에게는 바트의 모습도 잘 보이지가 않았지만, 에스카는 무언가가 보이는 모양이었다.

 

 “너무 위험한데······”

 “저거! 저거!”

 

 그러나 바트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때마다 두피를 깨무는 터라 이도저도 못하던 시해는 결국 바트에게로 조용히 가까이 갔다.

 그러자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바트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보였다.

 방탄조끼와 전투복으로 무장한 바트는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물건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중에는 무전기나 스마트폰으로 보이는 물건도 있다.

 에스카가 그것들을 가리켰다.

 

 “저거! 저거!”

 

 저런 물건들이 중요하다는 건 어떻게 알았던 걸까 의문이 들었지만, 시해는 일단 넘기기로 했다.

 슬그머니 손을 뻗어 무전기와 스마트폰을 방탄조끼로부터 꺼냈다.

 아주 잠깐 이 물건을 가져갔다가 의심을 받을 가능성도 고려해봤지만, 이종족들의 소행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더 높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고 가져가 주기로 했다.

 이종족들이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사는 거야 내 알바는 아니었다.

 시해는 기본적으로 본인의 안위가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

 스마트폰과 무전기를 챙긴 뒤 이번에는 둘이 다가온 방향으로 가보기로 했다.

 혹시 뭔가 떨어뜨린 것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였다.

 운이 좋게도 적중이었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탄띠와 총기, 그리고 수류탄 등이 있었다.

 이런 것도 안 챙겨가다니······어지간히 화가 났었거나, 무신경하는 증거이리라.

 네오 트라이앵글이라는 조직이 얼마나 나태하고 부패해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결론적으로 시해는 그것들도 전부 챙겼다.

 챙겨서 어디에 숨겨야 할지가 고민이었지만,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방 안에는 뭔가를 숨겨둘만한 공간이 없었지만, 꼭 방에 숨겨둘 필요는 없었다.

 카드키가 있었으므로 얼마든지 바깥 공간에 숨겨두면 그만이었다.

 바트가 흘린 물건을 전부 챙긴 시해가 마지막으로 멀찍이 떨어져 있는 그의 모습을 훑었다.

 정신을 잃고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 모습이 어쩐지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시해는 오묘한 기분을 달래고자 에스카를 쓰다듬었다.

 

 “왜, 시해?”

 “아니야, 아무것도. 가자.”

 

 운이 좋아서 횡재를 하기는 했지만, 원래 하려던 일에 차질이 생긴 것은 불운이었다.

 이제 밤이 깊어 몇 시간의 여유밖에 없었다.

 그 안에 이종족들을 만나 설득하고, 정보를 공유해주어야 했다.

 시해는 바쁘게 다리를 움직였다.

 

 

 + + +

 

 

 비올타를 비롯해 여성들의 인기인(?)이 된 하리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이종족들이 거주하는 곳은 쓰레기장의 어딘가라고 했다.

 거주지가 쓰레기장인 데는 다른 이유가 없었다.

 단지 그들에게 거주구를 만들어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필요성도 못 느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심지어 이종족들을 감시하지도 않는다고 했다.

 불필요한 인력 낭비라고 생각한 듯했다.

 한 가지 예외가 있다면 에스카의 동족에 해당하는 크록들이었는데, 네오 트라이앵글은 반역에 대한 본보기로써 크록들만을 선별해서 박멸하는 중이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율적인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그 방법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복수를 위한 변명일수도 있었다.

 조금 전의 바트와 감시자의 싸움에서 들은 대화 내용을 토대로 생각하면 그럴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어쨌거나 네오 트라이앵글의 인력 대부분이 크록들의 소탕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 외의 이종족들이 거주하는 쓰레기장은 한차례의 대대적인 소탕작전 이후 감시가 소홀해졌다는 듯했다.

 마냥 기뻐할 수는 없는 일이었지만, 시해로서는 타이밍이 좋았다고밖에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해는 다시 한 번 머리칼 속의 에스카를 쓰다듬었다.

 에스카가 귀찮았는지 짜증을 냈다.

 

 “왜 그래, 자꾸?”

 

 시해가 너털너털 웃었다.

 

 “아무것도.”

 

 아무튼 시해는 그러한 정보를 토대로 쓰레기장을 둘러보다가 이종족들이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길을 발견했다.

 양 옆으로 쓰레기가 치워져 있어서 땅이 드러난 길이었다.

 일부러 만들었다 기보다는 자주 지나다니다보니 자연스레 만들어진 길처럼 보였다.

 생각보다 일찍 이종족들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것에 안도하며 길에 들어서자 얼마안가 길의 양 쓰레기 더미 너머로 시선이 느껴졌다.

 에스카에게 넌지시 물었다.

 

 “있어?”

 

 에스카가 답했다.

 

 “응, <바우로>들.”

 “바우로?”

 

 처음 듣는 종족명에 궁금증을 표하자 곧바로 추가설명이 이어졌다.

 

 “바우로들, 갑각류, 껍질 있는 종족.”

 

 그 설명에 시해는 약 두달 전 이종족들의 마을에 들어서기 전에 모래 안개 너머로 보았던 생명체를 떠올렸다.

 아마도 그 벌레처럼 보이던 괴생명체를 말하는 듯했다.

 

 “말 할 줄 알아?”

 “응. 하지만, 시해, 못 듣는다.”

 “못 듣는다고?”

 “응.”

 

 말을 듣지 못한다니 그게 무슨 말일까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어서 다시 물어보았다.

 

 “왜?”

 “······? 못 듣는다? 까?”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렇게 에스카와 실랑이를 벌이는데 의외로 바우로라는 종족들은 참을성이 없는지 시해와 에스카를 둘러싸며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의 모습을 멀쩡히 관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딱 단편적으로 본 모습을 통해 시해가 상상한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장구 벌레같은 등껍질, 그 아래로 보이는 배는 포유류의 것과 비슷했다.

 특이한 것은 손이 세 쌍이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 손들도 포유류의 것과 닮아 있었는데, 여섯 개의 손가락이 크게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 세 쌍의 팔이 시해의 눈에 들어왔다.

 시해가 그들의 손에 집중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무기가 들려있었기 때문이었다.

 화기는 아니었고, 창이나 손도끼 같은 것들이었다.

 그에 비하면 시해는 좀 전에 바트에게서 얻은 총기가 있었다.

 저들은 이 물건이 무엇인지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을 터였다.

 그래서인지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거나 엄폐물을 두고 몸을 숨긴 녀석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바로우들은 시해를 둘러싸고는 멈춰서기는 했지만 말을 걸어오지는 않았다.

 매우 조용했다.

 이상함을 느낀 시해가 에스카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하는데, 머리칼 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느껴졌다.

 

 “······?”

 

 에스카가 바람을 불고 있기라도 하는 것일까 싶었는데, 이번에는 사방에서 잔잔한 서늘바람이 느껴졌다.

 그제야 시해는 에스카와 바로우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시해는 혀를 내둘렀다.

 

 “내가 진짜 이세계에 오긴 온 모양이네.”

 

 아무래도 바로우들의 언어는 인간이 들을 수 있는 청력 범위 밖의 주파수대에서 이루어지는 듯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 바람의 정체를 달리 설명할 이론이 없었다.

 자신이 추측이 맞을까 싶어서 바람이 조금 잦아드는 타이밍에 에스카에게 물었다.

 

 “뭐래?”

 “왜, 옴? 크록들, 여기, 없다!”

 

 시해를 크록을 소탕하기 위해 찾아온 감시자들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럴 만도 했다.

 시해는 어디까지나 인간이었으니까.

 대충 상황을 알게 된 시해가 에스카에게 주문했다.

 

 “일단······”

 

 그러다가 뭐라고 말을 해야 저들을 거부감 없이 일사천리로 설득할 수 있을지 고민이 들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냥 에스카에게 맡겨보기로 했다.

 쓰레기장으로 오기 전 방 안에서 에스카에게는 여기서 뭘 하려고 하는지 충분히 설명을 해줬기 때문에 잘 설명하리라 믿었다.

 

 “에스카 네가 잘 설득해 볼래? 믿고 맡겨도 되지? 똑똑하잖아.”

 

 시해의 말에 에스카가 뿌듯했는지 가슴을 피며(에스카는 마이의 모습으로 변화한 상태이다) 말했다.

 

 “좋다! 에스카! 잘 한다!”

 

 그러더니 다시 정적이 찾아오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얼마나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까.

 에스카가 바로우들을 잘 설득했는지 묻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꾹 눌러 담았다.

 인고의 시간이 흐르고, 바로우들이 하나둘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반응이 오자마자 바로 에스카에게 물었다.

 

 “됐어?”

 “모른다.”

 

 의외의 대답에 시해가 미간을 찌푸렸다.

 

 “몰라? 왜?”

 “안내, 한다. 따라. 가라!”

 

 그 말을 듣고 다시 바로우들을 보니 그들은 시해를 향해 따라오라는 것 같은 제스쳐를 취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거처로 안내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대표를 만나게 하려는 것일까.

 에스카가 자세히는 설명하지 못하는 걸 보니 따라오라는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았을 수 있었다.

 딱히 다른 방법이 없었던 시해는 그들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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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마녀의 빗자루(3) 2019 / 10 / 29 200 2 6850   
16 마녀의 빗자루(2) 2019 / 10 / 29 209 2 3421   
15 마녀의 빗자루(1) 2019 / 10 / 29 222 2 4735   
14 모이라이(7) 2019 / 10 / 25 227 2 8560   
13 모이라이(6) 2019 / 10 / 25 211 2 7865   
12 모이라이(5) 2019 / 10 / 25 224 2 5236   
11 모이라이(4) 2019 / 10 / 25 235 2 6663   
10 모이라이(3) 2019 / 10 / 25 199 2 5496   
9 모이라이(2) 2019 / 10 / 25 223 2 5872   
8 모이라이(1) 2019 / 10 / 23 212 5 6328   
7 쓰레기 전쟁(6) 2019 / 10 / 23 223 5 6536   
6 쓰레기 전쟁(5) 2019 / 10 / 23 212 5 4663   
5 쓰레기 전쟁(4) 2019 / 10 / 23 211 5 6078   
4 쓰레기 전쟁(3) 2019 / 10 / 23 227 5 5228   
3 쓰레기 전쟁(2) 2019 / 10 / 23 249 5 5212   
2 쓰레기 전쟁(1) 2019 / 10 / 22 226 5 4355   
1 세계의 껍질 2019 / 10 / 22 425 6 4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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