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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 봐! Season1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6

 
날봐! #19
작성일 : 19-11-06 23:32     조회 : 203     추천 : 0     분량 : 2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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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카톡- 시끄러운 구내식당 안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너나 할 것 없이 자신의 휴대폰을 들여다봤다. 정작 당사자인 여주는 밥 먹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말이다.

 

 "김여주, 너다."

 

 희연이의 목소리에 알고 있었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에 문 젓가락을 고기로 향했다. 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며 슬쩍 좋아지려는 기분에 미소를 지을 때 징그럽게도 울리는 카톡음에 인상을 찌푸렸다. 카톡- 카톡- 카톡-

 

 

 [2014.12.30. 화]

 ㄱㅈㄷ →으앙!!

  드디어 스케줄이 끝났어요!!!

  어?

  읽었는데 왜 답장을 안해요?

  네?

  여주 씨?

  이봐요

  나 그 쪽 김여주 씨인거 다 아는데?

 ?← 김여주

 ㄱㅈㄷ →와..

  첫 답장이 물음표 하나?

  너무하네

 누구신데요← 김여주

 ㄱㅈㄷ →나 일하는 내내 여주 씨만 생각했는데..

 그니까 누구시냐고요← 김여주

 ㄱㅈㄷ →아, 잠시만요!

 [카톡사진을 자신의 얼굴로 바꿈]

  어때요?

  나 누군지 알겠어요?

  설마..

  아직도 몰라?

 왜요?← 김여주

 ㄱㅈㄷ →어우, 딱딱해

 연락하지마세요← 김여주

 ㄱㅈㄷ→싫은데요?

  점심드셨어요?

  이봐요?

  여주 씨?

  김여주 씨?

  너무해..

 

 

 시끄럽게 울리는 카톡방을 무음으로 바꿔놓은 여주는 테이블에 뒤집어 올려놓곤 다시 점심에 집중했다. 아니, 왜. 평소에는 귀찮다 하지 말래도 연락질 잘만 해놓고 이런 날은 또 왜 연락 한 통이 없냐고.. 결국 점심시간이 다 끝나가는데도 민석에게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한껏 시무룩해진 여주가 잔반을 정리하고 터덜거리는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야, 무슨 일 있어?"

 "맞아, 오늘 하루 온종일 저기압이야. 왜?"

 "핳, 술병 났나 봐요."

 

 애써 표정을 풀고 입에 칫솔을 넣었다. 앞으로는 표정 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멍하니 거울을 보며 양치질을 하고 있을 때 울리지 않을 것 같은 휴대폰이 울렸다. 급한 마음에 번호를 확인하지 않고 받은 게 화근이었다.

 

 "여보세요!?"

 "어어? 내 전화 기다렸어요?"

 "뭐야."

 "아, 뭐에요오. 누구 전화 기다렸어요? 목소리 들어보니까 나는 확실히 아닌가 보네."

 "제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번호는 또 어떻게 안 건지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잔뜩 인상을 쓴 채로 화장실 칸 막 안으로 들어갔다.

 

 "왜 전화하셨는데요."

 "나 이번 영화 촬영 끝나서 완전 시간 많은데."

 "네, 그런 거 같네요."

 "마음대로 전화번호 알아내서 기분 나쁜 거에요?"

 

 방송이나 영화에서 봐왔던 것처럼 다정함이 뚝뚝 흐르는 그의 목소리에 여주는 머리를 짚었다. 이 사람이 나한테 이러는 이유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지잉, 하는 진동이 울리고 문자가 한 통 들어왔다.

 

 "나는 여주 씨랑 친해지고 싶어서. 그래서 차 작가님한테 엄청나게 졸라서 알아낸 거란 말이에요. 화내지 마요."

 "화 안 내요. 근데 이렇게 연락 안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아, 저는.."

 "문자 들어오네요. 그럼 저 먼저 끊을게요."

 

 먼저 전화를 끊은 여주는 빨간 1이 뜬 메시지를 눌렀다. 솔직히 화면이 켜지는 그 몇 초인 순간에도 누구일까 하는 생각으로 얼마나 긴장이 됐는지 모르겠다. 김민석. 드디어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부재중 메시지를 빤히 내려다보다 전화를 걸까말까 한참을 망설였다. 어차피 부재중이 찍혀서 건 거니까 왜 전화했냐고 만 물어보면 되겠지? 거기까지 생각을 마친 여주가 전화 연결을 했고 곧 통화 중이라는 여자의 목소리에 시무룩해졌다.

 

 "여주야! 빨리 들어가자. 늦었어"

 "네-"

 

 

 *

 *

 

 

 "여주야, 내일 하는 송년회 올 거지? 우리 여직원들만 갈 건데."

 

 작업할 시간에 모두 둘러앉아 뭐 하나 봤더니 다들 내일 있을 송년회 이야기였나보다. 내뺄까 하는 생각도 잠시 다들 저렇게 좋아하는데 저 하나 좋자고 빠지겠다는 말이 어려워 두어 번 끄덕였다. 자리에 앉아 노트북 전원을 켜고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을 때 조용하던 휴대폰이 책상에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울었다.

 

 "여보세요?"

 "어..받았다."

 "..니가 전화를 했으니까."

 

 살갑지 않은 여주의 목소리에 민석은 오늘부터는 조금 살가워질까 하는 혹시나 했던 마음을 빠르게 접고 입을 뗐다.

 

 "어제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야."

 "몰라, 기억 안 나."

 "그럼 나한테 한 말도 기억 안 나?"

 "응, 하나도."

 

 정말 기억이 안 나는지에 대한 의심을 했지만 꽤 단호하게 떨어지는 그녀의 목소리로 아니라는 말에 아쉬움의 입맛을 다셨다.

 

 "우리 그 31일에 보기로 한 거 말이야."

 "아..또 안돼?"

 "응, 나 또 송년회 잡혔어. 다음에 볼까?"

 

 조금은 조심스럽게 느껴지는 여주의 목소리에 민석은 소리 안 나게 웃으며 자연스레 다음 약속을 잡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음..그럼 우리 1월에 만날까? 나는 괜찮은데, 영화 보자. 내가 예매해놓을게."

 "ㅇ, 어? 응. 그러자."

 "그래, 조금 있다가 다시 연락할게. 먼저 끊어."

 

 익숙하게 먼저 끊어지는 통화에 애써 덤덤한척하던 민석은 즐거움에 몸부림을 쳤다. 회사복도라서 지나다니는 사람들마다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그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듯 보였다. 시무룩할 때는 언제고 환하게 웃는 민석을 이상하게 바라보던 준면이 민석에게 다가갔다.

 

 "드디어 연락된 거야?"

 "네, 방금 통화했어요."

 "와- 그 여자 진짜 좋아하나 보다. 요즘 얼굴 진짜 좋아진 거 알지? 표정도 많아지고. 사람들이 다 그러더라 너 연애하냐고."

 "아.."

 "보기 좋다고. 너 내 첫 부사수잖아. 사회초년생인데 일도 열심히 하고 어려워하지도 않고 힘들 텐데 내색도 하지 않고. 나는 네가 마음에 든다. 오래오래 같이 일하자."

 

 뜬금없는 준면의 진실한 속마음에 민석은 멍청하게 두 눈만 끔뻑였다. 그의 얼빠진 표정이 꽤 재밌는 눈치다.

 

 "아하하! 야, 표정 진짜 웃겨. 우와, 너 표정 진짜 많아졌다. 큼..오늘 술이나 한잔할래?"

 "ㅇ, 예?"

 "싫으면 말던가."

 "아니에요, 술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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