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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 봐! Season1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6

 
날봐! #13
작성일 : 19-11-06 23:27     조회 : 193     추천 : 0     분량 : 3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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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여주야, 또 전화 온다.“

 

 오늘도 역시 잡지를 뒤적이고 있을 때 전화가 온다는 진리의 말에 그제야 진동하고 있는 휴대폰을 내려다봤다. 익숙한 이름에 휴대폰을 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어, 왜. 나 지금 바빠."

 "많이 바빠?"

 "응."

 

 그 누구보다 단호한 그녀의 목소리에 상대방은 선뜻 할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입만 달싹이는지 말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말해, 빨리. 일 들어가야 되"

 "크리스마스에 시간 돼?"

 

 그의 말에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는 걸 깨달았다. 항상 여주는 이런 식이었다. 입사 이후로는 줄곧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가 가는 줄도 몰랐다.

 

 "아, 나 그날도 일해."

 "무슨 회사가 크리스마스에도 일을 해?"

 "하면 뭐, 뭐가 어때."

 

 지금은 하루가 다르게 시간이 흐르는 게 아까운 시점이다. 못해도 이번 주 금요일까지는 콘티를 짜서 글을 써 올려야 했다. 무신경이 말을 내뱉는 여주는 건너편에 서 있을 민석의 표정까지는 헤아릴 시간이 없었다. 손목에 채워진 시계로 시간을 보던 여주가 용건을 재촉하자 얼버무리는 민석에게 그럼 끊는다며 일방적으로 통화를 마쳐버렸다.

 

 "또 그 사람?"

 "아, 네."

 "일도 바쁜데 적당히 좀 하라고 해라. 콘티는 짰어?"

 "아니요, 아직. 어떤 걸 해야 잘 쓸 수 있을지를 모르겠어요."

 

 결국 진리에게 찡얼대며 말하자 곧 자기가 출판본을 올릴 거라며 내일부터는 콘티를 같이 짜자고 말했다. 그게 정말 고마워 손을 덥석 잡고 위아래로 흔들자 안쪽 사무실에서 나오던 보라가 한마디를 던졌다.

 

 "차 작가님이랑 인터뷰해보는 건 어때?"

 

 보라의 말 한마디에 앉아있던 여주는 벌떡 일어나 안쪽 사무실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벌컥, 열려던 손은 문손잡이를 잡았다가 다시 놓고 예의상 두어 번 똑똑 소리를 내며 문을 두드렸고 문 건너편에서는 차분한 두준의 음성이 들렸다.

 

 "아, 들어와."

 "바빠요?"

 "응, 바빠."

 "그럼 조금 있다가.."

 

 생각보다 단호한 그의 말투에 머뭇거리던 여주가 황급히 몸을 돌리자 낮게 큭큭 거리던 두준이 장난이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털썩 소리 나게 앉았다. 습관처럼 턱짓으로 자신의 맞은편 소파를 가리키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다.

 

 "앉으라고, 왜 할 말 있어서 들어온 거 아니야?"

 "아, 맞긴 한데 바쁘면 다음에 올게요."

 "재미없게 장난도 못 알아듣네, 왜 왔냐고."

 "저 차 작가님이랑 인터뷰하고 싶은데 혹시 시간 되시면 연락 좀 주시라고 부탁드릴게요. 부장님이 차 작가님한테 말씀 좀 전해주세요."

 "차 작가?"

 

 앞에서는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두준의 반응은 영 시큰둥하다. 귀를 후비적거리는 게 그의 반응에 한몫했다.

 

 "아, 나 진지하단 말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할게 없어요."

 "넌 내가 준 명함 어디 가져갔다가 팔아먹었냐?"

 "아, 그 헤어디자이너. 그분?"

 "그래."

 

 이번에는 여주가 시큰둥하게 목을 긁으며 대꾸하자 두준이 퉁명스레 대답을 한다. 사실 두준이 기회를 준 건 감사하긴 감사한 데 편집팀에서는 항상 유명인사와 인터뷰를 했었고 디자인부에서 그런 뷰티업 쪽의 후기라던지 하는 글을 올려와서 선뜻 하려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 뭐 딱히 주제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여간 기회를 줘도 못 받아먹어요. 알겠으니까 얼른 나가서 일이나 해, 훠이."

 

 쫓기듯 나온 여주가 입을 비죽대며 엉덩이를 자리에 붙였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진리가 고개를 돌리며 질문했다. 대답하며 책상 위에 있는 핸드크림을 손등에 쭉 짜던 여주가 있는 힘껏 짜도 나오지 않고 찔끔대는 걸 휴지통에 던지든 골인시키며 대답했다.

 

 "기다리래요. 오늘 저녁까지 연락 안 오면 다른 콘티 찾아봐야죠. 뭐."

 "내 것 빌려줘?"

 "고마워요."

 "만약에 연락 안 오면 나랑 백화점 갈래?"

 

 그 둘이 무슨 상관이냐며 대꾸하자 진리가 흘러내린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휴지통을 가리켰다.

 

 "너 핸드크림 떨어졌잖아. 머리도 식힐 겸 다녀오자."

 "에이, 안 돼요."

 "아, 나 남자친구 선물사야 되는데 같이 좀 골라줘라."

 

 그럼 그렇지, 결국은 그런 거였다. 어차피 당장 야근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게 없는걸 알기에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남자친구 선물을 고를 생각에 벌써 기분이 좋은 듯 진리는 연신 콧노래를 불렀다.

 

 

 -

 

 

 코트 자락을 꼼지락거리며 화장실 앞에서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역시나 상대는 민석이었다. 무슨 궁금한 게 그렇게 많은지 밥은 먹었냐, 퇴근은 했나부터 시작해서 집에 언제 들어갈 것이냐까지. 슬슬 지겨워지는 느낌도 느낌이고 곧 화장실에서 나올 진리에 끊으려고 시도는 했지만, 능구렁이마냥 쏙 잘도 빠져나가니 그것마저도 쉽지 않았다.

 

 "야, 나 귀 뜨거워."

 "왜? 열나? 막 아파? 감기인가. 옷 따듯하.."

 "하아, 너랑 통화해서 뜨겁다고."

 

 머쓱한 그의 목소리에 이만 끊자고 또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미 익숙해진 건지 원래였으면 끊자마자 전화가 다시 와야 할 민석에게 전화가 다시 오지 않았다. 대충 코트 주머니에 휴대폰을 쑤셔 넣고 손에 묻은 물기를 털며 나오는 진리에게 다가갔다.

 

 "남자친구 선물 뭐 살 거예요?"

 "음..스웨터?"

 "에이, 뻔해."

 "그럼. 신발?"

 "도망간다."

 "아, 그럼 뭐 어쩌라고!"

 

 의류매장에 서 있는 마네킹이 입은 옷을 만지작거리던 진리가 뻔하다는 여주의 말에 발걸음을 신발매장으로 돌리는데 그런 그녀에 뻔하다며 한마디 하자 기어이 소리치는 진리였다. 팔짱을 끼며 은근히 화장품매장으로 이끌자 또 덤덤하게 끌려와 향수를 만지작거린다.

 

 "기특하네?"

 "에이, 뭐가요."

 "향수 생각은 못했었어. 뭐, 솔직히 이것도 뻔하긴 하지만."

 

 달랑달랑 손목에 포장지에 포장되어 얌전히 쇼핑백에 담긴 남자친구의 선물을 건 진리가 앞에 앉아 커피를 빨고 있는 여주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뾰로통하게 빨대를 물고 있는 여주에게 쇼핑백을 뒤적이더니 향수 포장지와 다른 포장지에 싸여있는 물건을 건넸다.

 

 "뭔데요?"

 "핸드크림."

 "아, 나 그거 사러 왔었지?"

 

 정말 까맣게 잊었던 모양인지 눈을 크게 뜨며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꽤 우스운 꼴에 진리가 대신해서 포장지를 북북 찢어 핸드크림을 내밀었다. 엉겁결에 받아든 여주가 다시 내밀자 진리는 예상한 듯 고개를 저었다.

 

 "너 가지라고. 선물이야, 크리스마스 선물."

 "에이, 너무 많다. 두 개씩이나 필요 없어요. 언니도 하나 가져요."

 "뭘 필요 없어? 두고 쓰면 되지. 얼른 챙겨. 나 남자친구 만나러 갈 거야."

 

 졸지에 여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아 든 여주는 진리와 커피숍에서 나와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거의 이틀 만에 들어가는 집에 얼른 들어가 씻고 침대로 들어가고 싶은 여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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