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들어가서 쉬어."

　거실에서 쭈뼛대며 설이를 안아 들고 서 있는 여주에게 그 말만을 남겨 놓은 채 보라와 남준이 먼저 안방으로 향했다. 이 집에서 지낸 지도 벌써 1년이 되어가는데 아직도 어색하지 않을 수 없다.

　"설아, 너도 집에 들어가 자."

　설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침대로 다이빙하듯이 누웠다. 노곤하니 잠이 솔솔 오고 있을 때 똑똑, 소리가 났고 문이 살며시 열리며 보라가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잘 거야?"

　"아뇨, 쉬고 있었어요."

　"우리 마트 갈 건데 같이 갈래?"

　"아니에요, 집에 있을게요."

　오랜만에 단둘이 있을 시간인데 그것마저 방해하기 싫은 여주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설이가 비집고 들어와 침대 위로 올려달라는 듯이 왔다 갔다 움직이며 왕왕, 짖었다.

　"설이도 나랑 같이 있고 싶나 봐, 언니는 오빠랑 이김에 데이트한다고 생각하고 잘 다녀와요."

　둘이 나가고 집은 정말 정적에 쌓였다. 공허이 울리는 의미 없는 텔레비전 소리에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굴 불러야 할지를 모르겠고 선뜻 누군가를 부르지 못하고 이렇게 고민하는 걸 보면 어지간히 인간관계가 별로였다는걸 깨달아 씁쓸했다. 나는 그저 정확한 거뿐인데 말이다.

　"설아.."

　옆에 앉아 자기 손과 발을 물며 장난치고 있는 설이를 부르자 하던 짓을 멈추고 나를 올려다본다. 그게 귀여워 잠깐 웃으며 쓰다듬다가 괜히 설이에게 투정을 부렸다.

　"설아, 설이가 언니랑 같이 시사회 갈래?"

　설이에게 묻는 내 질문에 나 자신도 어이가 없어 기어코 헛웃음을 지었다. 드디어 미쳤나 보다..하고말이다.

　*

　*

　[2014.11.18. 화]

　야, 정수정. 금요일에 시간되? ← 김여주

　정수정 → 잉? 왜?

　 나 그날 저녁에 종인오빠 공연 있는데

　아, 알겠다. ← 김여주

　정수정 → 왜? 뭔데? 나 그날 오전은 괜찮은데ㅎㅎ

　필요 없어.← 김여주

　정수정 → 아, 뭔데!

　 대답해!

　 대답할때까지 테러할꺼야!

　 야!

　 야야!!

　 야야야!!!

　 에이씨, 또 지 말만하고 씹어ㅠㅠ

　시끄럽게 울려대는 정수정 카톡방을 무음으로 해놓고 앉아있던 몸을 누였다. 심드렁하게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 카톡! 하며 상큼하게 휴대폰이 울렸다.

　[2014.11.19. 수]

　김종인 → 여주야

　? ← 김여주

　김종인 → 금요일 날 내가 수정이 빌려줄께

　?? ← 김여주

　김종인 → 금요일에 수정이랑 놀아

　??? ← 김여주

　김종인 → 대답하라고

　왜? ← 김여주

　김종인 → 뭐가 왜야, 수정이 빌려준다고

　 근데 뭐하게?

　아, 나 영화 VIP시사회표 생겨서 ← 김여주

　김종인 → 아무튼 수정이랑 다녀와

　싫어 ← 김여주

　김종인 → ??????

　너 공연있다며 ← 김여주

　김종인 → 괜찮아, 하루정도는.

　 너 수정이말고 같이 갈 사람 없는거 안다.

　수정이는 뭐래? 걔가 순순히 알겠다고 해? ← 김여주

　김종인 → 잠깐

　 수정이 초대하자

　[정수정초대]

　김종인 → 수정아

　정수정 → 잉? 오빠♥

　아, 꼴보기 싫어 ← 김여주

　정수정 → 뭐냐? 너 뭔데 여기있냐?

　니네 오빠가 너 초대한거야 ← 김여주

　정수정 → 오빠, 뭐야?

　김종인 → 여주랑 금요일에 만날꺼지?

　정수정 → 아, 뭐야. 그 얘기 중이였어?

　김종인 → 응, 그럼 내가 여주랑 왜 카톡을 하겠어? 우리 예쁜 수정이 두고

　아, 스트레스 받아 → 김여주

　[김여주퇴장]

　김종인 → 김여주ㅋㅋ

　정수정 → 개웃기네ㅋㅋㅋ

　저 커플의 염장질에 짜증이나 단톡방을 나왔다. 도대체 맨날 붙어 다니면서 아직까지도 좋아죽는 둘이 이해가 안 갔다. 그런 줄을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슴을 쓸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