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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 봐! Season1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6

 
날봐! #06
작성일 : 19-11-06 23:16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38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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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마트에 들려 태형이가 좋아하는 민트 초코우유와 빼빼로 재료를 사 수정의 집으로 향하는 중이다. 생각보다 무거운 봉지 때문에 낑낑거리며 걷다 드디어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띵, 하는 진부한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어, 벌써 도착했어? 조금 빨리 내려올걸 그랬나?"

 "별로.."

 

 엘리베이터 안 어색한 지금 민석은 대신해서 든 봉지 손잡이 부분을 만지작거렸다. 민석이 그러든 말든 엘리베이터 안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던 여주가 눈을 돌려 민석의 행동을 힐끗 보다 웃음이 터졌다. 자신의 행동이 들켜 민망해진 민석의 얼굴은 당황스러움은 이 가득했지만, 곧 처음 보는 여주의 웃음에 빨갛게 물들어버렸다.

 

 "낯가리는 거야,"

 "어?"

 "나 낯가림이 심해서 말을 그렇게 하는 거라고. 뭐, 지금은 꽤 괜찮아졌네."

 

 제 말만 하고는 고개를 돌려 대답할 새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나가 수정네 집 비밀번호를 익숙하게 누른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민석은 곧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여주의 두 눈에 크게 움찔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여주를 뒤따라 집안을 들어갔다.

 

 "정수정, 부엌 빌린다."

 "오자마자 얼굴도 안 보고 들어가는 거 봐."

 "에이, 한두 번이야? 김민석 안 들어오냐?"

 

 문을 열자마자 부엌으로 직행하는 여주에 수정이 기가 막힌 듯 말을 읊조리자 종인은 한두 번이냐며 현관문에 멍청하게 서 있는 민석에게 핀잔을 준다.

 

 "뭘 이렇게 많이 사 왔어?"

 "네가 좀 처먹어?"

 

 민석이 들고 있는 봉지의 크기를 보며 수정이 텔레비전을 보며 묻자 여주는 무심하게 대답하며 봉지를 빼앗아 들었다. 그렇게 봉지마저도 멍청하게 빼앗긴 민석을 종인은 한심하게 생각하며 혀를 끌끌, 찼다.

 

 "아유, 병신. 그걸 들어줘야지 뺏기냐?"

 

 멍하니 걸어와 자신의 옆에 털썩 앉는 민석을 종인이 구박했다. 모난 소리에도 민석은 그저 멍하니 여주가 들어간 부엌을 응시할 뿐이었다. 그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건 종인이었다.

 

 "여주가.."

 "어? 뭐라고?"

 

 정면을 응시하며 웅얼거리며 말을 뱉는 민석이 짜증 났지만 제 어깨에 기대 텔레비전을 빤히 보는 수정 때문에 꼼짝도 못 하고 앉아있다. 가만 보니 민석의 귀는 불이 붙은 거 마냥 빨개져 있었다. 그제야 앞전의 상황이 이해된 종인은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오빠, 왜? 왜 웃어? 혼자만 웃지 말고 나도 알려줘."

 

 수정이 궁금한 듯 물어오자 종인은 계속해서 낮게 웃으며 수정의 귀에 속닥인다. 곧 이야기를 전해 들은 수정은 웃으며 민석을 바라봤고 그들의 시선에 민석은 귀뿐 아니라 얼굴까지 벌겋게 물이 들었다.

 

 "아프냐?"

 

 그때 부엌에서 초콜릿을 들고나온 여주가 민석을 향해 물었다. 예상치 못한 물음에 민석의 두 눈은 허공에서 방황했고 여주는 곧 대답 없는 그에게 흥미를 잃은 것인지 바닥에 앉아 초콜릿 포장을 뜯어 냄비에 넣으며 수정에게 말했다.

 

 "영화 안 봐?"

 "요즘 안 본 영화 뭐 있냐?"

 "글쎄,"

 "'나의 사랑 나의 신부' 그거 봤어?"

 

 리모컨을 들고 물어 오는 수정의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언제였는지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진리가 남자친구와 재미있게 봤다고 했던 게 떠올랐다.

 

 "우리 보기 전에 치킨 시킬까? 치맥 어때?“

 "야, 우리 저번에도 그거 먹었거든? 그놈의 치맥은.."

 

 투덜거리면서도 수정이 앉아있는 소파에 올라가 치킨집을 고르고 있는 여주다.

 

 

 *

 *

 

 

 "어머, 웬일이야..저 기지배 때문에 둘이 싸우는 거 아니야?"

 "그렇겠지. 뻔하기는.."

 "뭐야, 전화를 거절해? 나쁜 새끼.."

 "아, 조용히 이거나 먹고 그만 떠들어라. 집중 안 된다."

 

 옆에서 조잘거리며 떠드는 수정의 입에 치킨 무를 쑤셔 넣으며 말하자 민망해진 수정은 입에든 무를 씹으며 애꿎은 텔레비전을 노려봤다.

 

 "오빠도 결혼하면 저럴 거야?"

 "내가? 설마..너밖에 없는 거 몰라?"

 "에이, 알지."

 

 아오, 밥맛 떨어져.. 종인의 팔짱을 끼며 애교스러운 눈빛을 보내자 그런 그녀가 사랑스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는다. 민석은 그런 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그러다 나와 같은 시선으로 둘을 바라보던 여주와 눈이 마주쳤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어있었는데 여주는 배시시 웃으며 다시 시선을 텔레비전으로 옮겼다.

 

 "헐, 너무해! 오빠 솔직히 이야기해. 오빠도 불알친구 중에 여자 있어?"

 

 영화 속 조정석이 신민아를 서운하게 하는 장면에 수정은 감정이입이 된 건지 버럭 소리를 질렀고 그에 깜짝 놀란 여주는 이내 영화에 집중이 안 되는지 인상을 썼다. 그제야 수정이 슬쩍 눈치를 보더니, 종인에게로 바짝 붙었다. 콜록콜록, 조정석의 갈등이 고조되며 외도를 시도하는 장면이 나왔고 그 모습에 놀란 듯 여주는 마시던 맥주에 사레가 들려 기침을 했다. 그제야 집중해서 보던 민석이 움찔 떨며 여주를 바라봤고 그 시선이 서로 허공에서 마주쳐진 두 눈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큼, 하며 휙 돌아간 여주의 고개에도 민석의 방정맞게 두근거리는 심장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영화가 다 끝이나 시답지 않은 예능을 틀어놓고 치킨만을 집어먹고 있는데도 말이다. 자꾸, 자꾸만 치킨을 오물오물 씹고 맥주를 꿀떡꿀떡 삼키는 여주의 목울대에서 시선이 떠나지 않았다. 여주는 더이상 민석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 텔레비전을 보며 하하 웃으며 수정을 툭툭 치는 듯 아무렇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아, 웃겨."

 "그치, 나도 진짜 요즘에 이 프로그램이 제일 재미있는 듯?"

 "아하하! 봤어? 봤냐?"

 

 별거 아닌 행동에도 미친 듯이 웃는 여주는 어색했지만, 그 모습에도 민석의 심장은 요란스러웠다. 그의 끈질긴 시선을 그제야 느껴진 건지 여주는 치킨을 먹느라 끼고 있던 비닐장갑을 벗어 상위에 올려두며 투덜거렸다.

 

 "야, 근데 웬만하면 다음번에는 치맥 시키지 말아라. 맨날 치맥이 뭐냐?“

 "만만한 게 치맥이지 뭘."

 "아무튼 다음번엔 다른 거 시켜 다른 거."

 "다른 거 또 뭐? 아, 자기가 제일 맛있게 먹어놓고 이제 와서 난리야."

 

 여주의 생트집에 익숙한 듯 종인과 수정이 사이좋게 한마디씩 거들자 여주는 입을 비죽이며 샐러드를 집어 먹었다. 에휴, 남친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어떻게 살아? 편들어주기는.. 괜스레 새삼 솔로 저 자신이 찡하게 안타까웠다. 그때였다. 맥주를 마시던 민석이 맥주캔을 상위에 올리고 비장하게 여주에게 말을 꺼냈다.

 

 "그럼 우리 다음에는 소주에 막창 어때?"

 "오, 네가 뭘 좀 먹을 줄을 안다?"

 

 생각보다 긍정적인 여주의 반응에 민석은 티가 나게 활짝 웃었다. 하지만 심드렁한 종인과 수정의 반응에 민석은 다급하게 말했다.

 

 "너희 둘은 싫으면 우리 둘이 어때?"

 "뭐? 내가 왜? 내가 왜 너랑 둘이 막창을 먹어."

 

 아, 젠장. 망했다. 여주의 표정은 삽시간에 굳어져 버렸고 그 순간 민석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늦어버린 후였다. 하지만 그 뒤로도 제 입은 가만히 있질 못하고 막 떠들어 버렸다.

 

 "내가 너 좋아하니까."

 

 하아, 그 순간 여주의 표정은 정말이지 얼마 만나진 않았지만, 이제껏 봤던 표정 중 정말 최악의 표정이었다.

 

 "네가 날 언제 봤다고 날 좋아해."

 

 입술을 잘근 씹었다. 꼭 오래 봐야 좋아하나? 첫눈에 반할 수도 있는 거고 그런 건데 단호한 여주의 반응이 야속하기만 했다. 여주는 어떨지 몰라도 민석은 정말 여주와 처음 만나 헤어지는 그 순간부터 오늘 퇴근하고 여주를 데리러 가는 그 순간까지 한 번도 여주 생각을 안 한 적이 없었다. 나는 정말이지 네가 계속 생각나고 보고 싶었다고..

 

 "꼭.. 꼭 오래 봐야 좋아하나? 너는 뭐, 연예인 좋아할 때 직접 만나보고 오래 봐야 좋아해?"

 "뭐?"

 

 계속해서 내뱉어지는 모든 말에 아차 싶었지만 이미 터진 입은 다물지 못하고 계속해서 떠들어댔다. 제발 여주의 표정을 보면서 말을 뱉으란 말이다.

 

 "너도 좋아하는 연예인 있을 거 아니야. 직접 만나봤어? 가까이에서 직접 겪어봤냐고."

 

 결국 여주가 벌떡 일어나 가방을 챙겨 집을 나가며 일단락되었다. 여주가 나가자마자 그제야 민석의 떠들던 입이 앙, 다물어졌다.

 

 "어우, 김민석, 이 저돌적인 새끼."

 

 망했다. 망했어, 김민석. 민석은 제 머리를 쥐고 속으로 울부짖었다. 한심한 놈, 멍청한 놈이라 말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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