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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 봐! Season1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6

 
날봐! #04
작성일 : 19-11-06 23:14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4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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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불이 꺼져있고 암막 커튼까지 쳐진 깜깜한 방안, 넓은 방 안에 혼자 쪼그리고 앉아 그릇에 있는 시리얼을 퍼먹으며 영화에 집중하는 여주. 곧 지잉, 하는 소리가 나며 불빛이 나는 휴대폰에 집중력이 흐트러졌는지 인상을 구기며 신경질적으로 영화를 정지시켰다.

 

 "여보세요?"

 "어쭈, 목소리 들어보니까 또 영화 봤냐?"

 "아씨, 알면 전화 하지 마라. 끊는다?"

 "아, 뭐래!"

 

 소리를 빽 지르는 상대방에 전화를 귀에서 살짝 땠다가 귀를 후비적거렸다. 그것도 잠깐 징징대는 소리에 귀찮으면서도 뭐냐고 물었다.

 

 "집이야? 하긴, 집이니까 영화보겠지. 야, 나와! 어차피 너 집에 있어봤자 할 것도 없잖아."

 "할게 없긴..나 영화 봐야 되거든?"

 "아, 됐어. 치맥 어때? 우리 오빠가 사준데."

 "오빠? 뭐야, 둘이 놀아라. 정수정."

 "아, 빨리이! 오빠가 너도 부르랬단 말이야."

 

 이것들이 내가 무슨 나오라면 나가야 해?

 

 

 *

 *

 

 

 이런 씨..결국 나왔다. 추워죽겠는데 무슨 편의점이야..

 

 "아, 치맥사준다며어!"

 "아씨, 잠깐 기다려. 오빠 친구 온대."

 "아, 뭐냐. 김종인 친구 부름? 나 모르는 사람이랑은 말 안 하는 거 모르냐?"

 "오빠한테 김종인이 뭐냐? 그리고, 이제 소개해줄 친구도 없다. 그만 남자친구 만나라."

 "아, 뭐어! 너희나 잘 사귀라고."

 

 또 잔소리다. 에이씨, 이럴 거면 부르지나 말던가. 왜 맨날 불러서 잔소리를 하는지.. 편의점 앞, 파라솔 밑에 앉아 사이좋게 캔맥주와 오징어들을 질겅질겅 씹어먹고 있다. 신경질적으로 소리를 지르자 종인이 여주의 이마를 밀어버렸다. 그게 분한지 씩씩거리던 여주는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는 캔맥주를 마시고 탁, 소리 나게 올려놨다. 반대로 수정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잔소리를 할 만했다. 매번 무슨 휴무마다 친구 아니면 만날 사람이 없어(심지어 그 친구들도 요즘 다들 연애 사업이 바쁘다.)지금처럼 대충 머리를 묶어 올리고 무릎이 다 늘어난 트레이닝복이나 입고 동네를 쏘다니니 저러다 연애고자가 되는 건 아닌지..휴대폰을 뒤지고 SNS를 뒤져서 있는 남자라곤 싹 다 소개를 해줬지만 항상 채 하루도 못 갔고 하루가 지나더라도 복에 겨운 년, 자기는 꿈을 이루기 위해 연애를 할 수가 없단다. 얼굴이며 몸매며 성격 빼고는 모난 거 없는 년이 왜 남자를 안 만나는지.. 그래놓고 시나리오 쓸 때 수정을 붙들고 있는 성질 없는 성질. 연애도 못하는 게 무슨 로맨틱 코미디야. 쯧..

 

 "아, 뭐. 왜 그렇게 보는데?“

 "됬다, 됬어. 이번에는 그냥 치맥 먹자고 부른 거야."

 "누가 뭐래?"

 "부담 갖지 말라고 이 기지배야."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못 하고 눈을 부라리며 덤비자 옆에서 듣던 수정이 툭, 내뱉는다. 한참을 티격태격하며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옆에 있는 의자에 스포츠가방이 툭, 올려졌다. 힐끔, 곁눈질하자 운동을 한 듯 보이는 체육복을 입은 남자가 땀인지 씻어서 젖은 건지 살짝 젖은 머리에 제법 귀염상인 얼굴이 꽤나 도도하다. 그런 그는 여주가 낯선 건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눈으로 흘낏 쳐다보다 두 눈이 마주치자 흠칫하며 종인의 옆에 앉았다.

 

 "민석오빠, 안녕."

 "응, 야. 김종인 치맥 사 준다며 왜 편의점으로 불러?"

 

 시크하다. 이 남자 시크하다. 원래 만사가 다 귀찮은 건지 호프집으로 향하는 길에서도 호프집에서 치킨을 먹으면서도 계속해서 심드렁한 표정일 뿐이다. 여주 역시도 이런 자리가 불편해 똑같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치킨을 뜯었다.

 

 "야. 김민석, 김여주"

 "...왜."

 "...뭐."

 "허, 참. 나 담배 피우러 갈 건데. 너희 둘같이 있을 수 있겠냐?"

 

 종인의 말에 드디어 서로를 마주 봤다. 허공에서 두 눈이 마주치자 민석은 크게 움찔했고 여주는 크게 다르지 않기 전과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수정과 종인이 사이좋게 팔짱을 끼고 나가고 나서도 여주의 치맥 먹부림은 끝나지 않았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데도 말이다. 다시 눈이 마주쳤다. 끈질긴 노력의 끝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뭘 봐?"

 

 콜록콜록, 맥주를 마시던 민석이 사래에 들렸다. 그 모습에 여주는 인상을 찌푸리며 몸을 뒤로 뺐다. 더럽다는 무언의 신호였다. 그걸 알아차린 민석은 뻘쭘해져 나오는 기침을 진정시키고 치킨 무를 집어먹으며 둘이 나간 출입문을 힐끔거렸다.

 

 "뭐, 담배 피우고 싶냐?"

 "어? 나 담배 안 피우는데?"

 "...누가 뭐래."

 

 또다시 심드렁한 표정으로 치킨을 집어 먹는 여주. 순식간에 뻘쭘해진 민석은 테이블에 있는 샐러드를 뒤적였다. 그때 딸랑거리는 출입문 소리가 났고 종인과 수정은 찰싹 달라붙어 들어왔다.

 

 "어우, 담배 냄새. 정수정 너는 담배 끊는다며?"

 "아, 뭐래! 오늘 오랜만이었거든?"

 "오랜만은 개뿔, 담배 냄새 때문에 입맛 떨어졌어."

 "참나, 네가 치킨 다 먹었거든?"

 

 종인의 말에 인정하는 듯 입을 비죽이며 민석에게 손을 뻗었다. 민석이 이번에는 아쉽게 뜻을 이해 못한 건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여주를 바라봤다.

 

 "나 샐러드 줘."

 "뭐야, 너희 둘? 벌써 말놓은 거야?"

 

 반색하며 묻는 종인을 한심하다는 듯 힐끗 보고는 다시 민석을 향해 손을 뻗었다. 드디어 샐러드를 건네받은 여주는 기분이 좋아진 건지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포크 질을 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민석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턱을 괸 채 멍하니 바라봤다. 오물오물 샐러드를 씹는 입이며 대화하는 종인과 수정의 대화에 무심한 듯 다 들으며 중간중간 대답하는 표정하며 포크로 그릇을 뒤적이는 행동에 민석은 여주가 궁금해졌다. 아니, 무슨 사람이 저런 표정도 예뻐?

 

 "야, 곧 있으면 빼빼로데이다?"

 "근데?"

 "아씨, 올해에도 줄 거지?"

 "하는 거 봐서."

 "줄 사람도 없잖아! 만들어서 나 줘, 응? 야."

 

 모이고 나서 처음 나오는 여주에 관한 이야기에 민석은 자신도 모르게 그 이야기에 집중했다. 새침하게 말하는 여주에 오기가 생긴 건지 수정은 자꾸 팔을 붙으며 늘어졌다. 그녀의 오기에 여주는 이번에도 져주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제야 수정은 여주가 먹다 남긴 치킨을 집어 먹었다.

 

 "그럼 나 부엌 좀 빌려줘."

 "뭐? 언제?"

 "음..다음주에 오면."

 "언제 오는데?"

 "아씨, 나도 몰라 모른다고. 이번 출판이 여유가 있으면 주말에 오고 여유 없으면 한 달이 됐든 두 달이 됐든 못 와. 너 나랑 하루 이틀 친구 하냐?"

 

 자꾸 귀찮게 질문을 해오자 여주는 짜증이 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내뱉자 수정은 똑같이 짜증을 내며 신경질적으로 맥주를 들이켰다. 그런 그녀들이 민석은 적응이 안되 계속해서 눈치를 살폈고 종인은 익숙한 모습인지 손깍지를 끼며 그 둘을 조용히 지켜봤다.

 

 "제네 저래도 진짜로 싸우는 거 아니야."

 "큼, 누가 뭐래?"

 "하여간 싸가지는.."

 

 종인은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민석에게 때리는 시늉을 하다 치킨 무를 집어먹었다. 치킨 무를 오물오물 씹던 종인이 문뜩 뭔가가 생각이 난 건지 여주와 대화를 나누는 수정의 팔뚝을 툭툭, 쳤다.

 

 "왜?"

 "그럼 우리 그날 집에서 영화 볼까?"

 "어? 그럼 되겠네. 야, 김여주 너도 영화같이 보자. 민석오빠도 같이~ 우리 네명이서 영화 보자. 내가 종인오빠랑 영화골라놓을께."

 "...영화같은 소리하네, 보나 마나 내가 본 거겠지."

 

 또 퉁명스레 대답하는 여주와는 다르게 민석은 처음으로 미소를 지으며 좋다고 했다. 그의 반응에 수정은 신이나 휴대폰을 뒤적이며 영화를 찾았고 여주는 자신의 말이 씨알도 안 먹히고 흥미도 없는지 빈 샐러드 그릇을 테이블 안쪽으로 밀며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곁눈질로 그런 그녀를 바라보던 민석도 곧 똑같이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종인은 그걸 눈치챈 건지 수정에게 속닥이며 킬킬 웃었다.

 

 

 *

 *

 

 

 "너 여주 마음에 들지?"

 "...어."

 "뭐냐, 왜 바로 인정해?"

 "왜 그럼 안 되냐?"

 

 당황할걸 예상하고 뱉은 질문에 오히려 당당히 대답하는 민석에 종인은 찝찝한 듯 뒷머리를 긁적였다. 종인이 그러든 말든 민석은 깊은 한숨을 내쉰다.

 

 "왜, 인마."

 "언제 온대?"

 "누구. 여주?"

 

 고개를 긍정의 의미로 끄덕이자 종인은 운동장이 울리도록 몸을 뒤로 젖히며 크게 웃었다. 이십년지기 친구의 낯선 모습에 당황스럽기보다는 그냥 웃음이 나왔다. 정말 오랫동안 봐왔지만 이렇게 힘든 표정은 처음이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다니면서도 자신과는 다르게 그 흔한 비행이라는걸 하지 않고 자신이 가는 길이 곧 정답이라는 듯이 성장해 온 그였다. 한마디로 민석은 그냥 말 그대로 엄친아에 속했단 말이다. 그런 그가 스물다섯이나 먹고 호감이 생긴 여자 때문에 저렇게 안절부절 해하는 모습은 꽤나 볼만했다.

 

 "아, 웃겨. 큽,..푸흫!"

 "벌써 일주일이다, 일주일! 야, 그만 웃고.."

 "그만 웃고 뭐, 번호라도 줘?"

 

 민석은 눈을 부릅뜨며 그걸 말이라고 하냐는 듯한 표정으로 종인을 쳐다봤다. 그의 모습에 또다시 한참을 끅끅 이며 웃던 종인이 입을 쓰윽, 훔치며 말을 이었다.

 

 "걔 하는 일이 주말이 따로 없어서 그래. 아, 웃기네. 크흡, 번호 주면? 갑자기 뭐라고 할 건데?"

 "아.."

 

 저 멍청이 자식, 안 되겠어. 내가 도와줘야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 연애고자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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