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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날 봐! Season1
작가 : 폭력햄스터
작품등록일 : 2019.11.6

 
날봐! #03
작성일 : 19-11-06 23:06     조회 : 199     추천 : 0     분량 : 3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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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6시 30분, 민석이 회사가 끝났을 시간이어서 얼굴을 보고 가면 좋겠지만 회사에서 전화가 와 어쩔 수 없이 급한 대로 짐을 챙겨 집을 나섰다. 아, 2주 만에 집에 온 건데.. 언제 또 오게 될 줄 모르니 이 옷 저 옷을 골라 넣었더니 짐가방이 무거워 낑낑거리며 역으로 가는 길. 안 그래서 힘들어 미간에 주름이 펴지지 않던 중 전화까지 왜 더 짜증이 몰려왔다.

 

 "어, 왜?"

 "가고 있어?"

 "응."

 "언제 또 와?"

 "아직도 몰라? 우린 주말 그런 거 없어."

 "아, 그럼 올 때.."

 "하아,"

 "...."

 

 아이같이 칭얼거리는 민석의 목소리에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 소리를 용케도 들은 건지 건너편에는 정적이 흘렀다.

 

 "연락할게, 끊어."

 

 먼저 전화를 끊어버렸다. 거짓말이었다. 한 번 한 전화를 잘 받지도 않으면서 무슨 전화를 먼저 하겠다는 건지 아마 민석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도 그냥 알면서도 한 발짝 물러서는 것 뿐이다. 아, 짐 진짜 무겁네! 빨리 사무실로 들어가고 싶다..

 

 

 *

 *

 

 

 "어!? 여주 왔다!"

 

 보라언니의 목소리에 키보드를 치던 진리언니가 휙 뒤돌아보며 손을 흔들었다. 짐을 낑낑대며 들어오던 여주가 짐을 놓고 같이 손을 흔들어주자 보라가 여주의 가방을 들려다가 놓고 잔소리를 한다.

 

 "야, 너 여기서 살 거야? 왜 이렇게 많이 들고 왔어?"

 "아, 언제 또 집에 갈지 모르니까 그랬죠."

 "에이, 저번 책 출판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너도 쟤 따라와서 고생한다."

 

 진리의 뒤통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자 여주는 그저 민망한 듯 웃었다. 19살에 학교 소개로 알게 된 선배. 3살 차이 나는 진리의 손에 이끌려 출판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일의 특성상 휴일이 따로 없어 일주일이면 일주일 한 달이면 한 달 동안 집에도 가지 못하고 회사에 꿈쩍도 못하고 앉아 타자를 하고 이리저리 책을 뒤적거리며 시간을 보낸 지 어언 입사 1년 차다.

 

 "밥 먹었어요?"

 "아니, 아직이지..진리가 저 페이지만 끝내고 먹자더니.."

 "아.."

 "왜요, 언니? 뭐가 이상해요?“

 

 자신의 짐가방을 사무실 가장 구석으로 옮긴 여주가 진리의 작은 탄성에 빠르게 다가갔다. 키보드에 가지런히 올려뒀던 손을 거둬 책상에 있는 A4용지로 옮긴 진리는 이리저리 뒤적이다 이내 뒷머리를 긁적였다.

 

 "여기, 이 부분 좀 이상하지 않아?"

 "음, 아! 혹시 페이지가 하나 비는 거 아니에요? 왜, 가끔 그럴 때 있잖아요."

 "그런가, 이상하다.."

 "서 작가님한테 연결해드릴까요?"

 

 고개를 갸웃거리던 진리는 여주의 말고 고개를 끄덕이며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눈을 비볐다. 꽤 오랫동안 작업을 했는지 피곤한 기색이었다. 여주는 자신의 의자 등받이에 겉옷을 걸치고 편히 기대앉아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서 작가님. 여기 젤프출판사 김여주 사원입니다. 뭐 좀 확인 부탁드릴게요. 아, 네.. 음..저희 쪽으로 넘어온 원고에 52페이지에서 53페이지 넘어가는 부분이 이어지지 않거든요. 네,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연락해주세요!"

 

 진리의 시선에 여주는 어깨를 으쓱하며 밥을 사러 나갈 채비를 하는 보라를 뒤따른다. 그에 보라는 방금 도착했으면서 또 나오냐며 쉬라고 등을 떠밀었고 여주는 아니라며 나가려 실랑이를 벌였다.

 

 "나는 엄청 매운 떡볶이!"

 "최진리 너는 동생이 되서 언니가 이러고 있으면 어? 아이구,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해야지 궁둥이 딱 붙이고 앉아서 뭐? 매운 떡볶이? 어? 매운 떡볶이이!!"

 "에이, 언니! 언니는 뭐. 김밥? 오므라이스? 돈가스? 뭐, 말만 하면 내가 다 사 올게~"

 

 소리를 치는 보라언니 덕에 당황해 팔을 붙들었다. 실상 자주 있는 일이다. 다른 부서에 비해 우리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적었고 연령대도 그렇게 차이가 있지 않아 항상 티격태격하면서도 잘 지내왔다. 여주의 말에 보라는 역시나 장난이었었는지 씨익 웃으며 문을 열고 먼저 나가 멍하니 서 있는 여주를 재촉했다.

 

 "오랜만에 집 갔는데 가서 뭐 했어?"

 "음..친구들도 만나고 밥도 먹고.."

 "친구만 만났어? 남자는?"

 "에이, 언니 내가 남자가 어딨어요~"

 "야, 이 기지배야. 스무 살이면 이제 남자 좀 만나라. 기지배가 벌써부터 일 아니면 집이고..하여간.."

 

 고개를 절레절레 젖는 보라는 문득 무언가가 생각이 난 듯 손뼉을 짝, 치며 옆에 서 나란히 걷는 여주를 내려다봤다.

 

 "왜요?"

 "너 왜, 그 맨날 전화 오는 사람 있잖아. 그 사람은 누군데? 남자 아니야?"

 "아,"

 

 문득 잊고 있었던 민석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게 민망한지 여주는 괜히 뒷머리를 긁적이며 분식집 문을 열었다.

 

 "누군데? 응? 누군데 얼굴이 빨개져? 응?"

 "아, 아무도 아니거든요?"

 "아니긴, 잘해봐~ 어떤 사람인데? 몇 살? 잘생겼어?"

 "음..25살이에요. 잘..생겼어요."

 

 무심하게 메뉴판을 뒤적이며 말하는 모습에 보라는 5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 차이에 놀란 것도 잠시 짓궂게 웃으며 더 말해달라고 졸랐다.

 

 "그래서? 사귈 거야?"

 "사귀긴 뭘 사귀어요? 우린 그러려고 만나는 거 아니에요."

 "참나, 그걸 어떻게 장담해? 그리고 원래 남녀 사이에는 그냥 친구 사이, 오빠 동생 사이 이런 거 없거든?"

 "없긴요, 우리가 그런 사이인데 뭘."

 "아니야, 내가 들어본 결과 걔는 너한테 마.."

 "아, 됐거든요? 빨리 들어가요."

 

 단호하게 말을 잇는 여주에 보라는 그저 작은 목소리로 맞는데..라며 입술을 비죽였다. 둘이 떠드는 동안 주문한 음식이 포장되어 여주의 손에 들렸다. 사무실로 향하는 동안도 보라의 잔소리는 계속됐다.

 

 "아, 마음이 있는 게 확실하다니까?"

 "아, 아니라니까요?"

 "맞다고!"

 "어느 구절에서요!"

 

 여주의 마지막 외침을 끝으로 보라는 이상할 만큼 여유롭게 웃었다. 이게 바로 나이 많은 자의 연륜? 괜히 얄미운 모습에 여주는 코끝을 긁으며 보라를 흘겨봤다. 그런 그녀를 보고 얄밉게 웃어대는 보라가 어느덧 가까워진 회사건물로 쏙 먼저 들어가 버린다.

 

 "언니, 떡볶이 먹어요."

 "오! 내가 제일 좋.."

 "시끄러워, 그냥 먹기나 해라?"

 

 테이블 위에 세팅하며 진리를 부르자 입을 재잘거렸다. 그 모습에 보라가 시끄럽다고 면박을 주자 진리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듯 새침하게 포크로 떡을 집어 먹었다. 여주는 그런 그녀를 보며 잠깐 물을 가지러 간 보라를 기다리며 빨리 오길 기다렸다.

 

 "오우, 기다렸어?"

 "네, 같이 먹자고요."

 "어쩜 너는 하는 짓이 최진리랑 다르게 예쁘냐?"

 "에이, 언니. 진리 언니 서 작가님한테 연락 왔어요?"

 

 보라의 시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용히 음식을 흡입하던 진리가 역시나 음식에서 손을 떼지 않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니 말이 맞더라고, 금방 팩스 다시 왔어."

 "다행이네요, 아직 작업 끝나려면 멀었죠?"

 "야, 야. 여주야. 밥 먹는데 꼭 일 이야기해야겠냐? 하여간, 일 이야기 말고 아까 그 남자 이야기나 해봐. 어디서 만났어? 누가 소개해준 거야?"

 "남자? 여주 남자 생겼어?"

 

 빨리 말을 해보라고 내 팔을 잡고 닦달하는 바람에 못이기는 척 입을 뗐다. 음..어디부터 이야기를 해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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