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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블러디데이
작가 : 유월
작품등록일 : 2019.9.9

한이연, 세상에 가족이 없는 늘 혼자였던 그녀, 약혼자와 함께 가족을 꾸리고 행복해질 날만을 기다리는데.... 갑작스러운 약혼자의 죽음으로 모든 것은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녀의 약혼자의 죽음과 연관 된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은오라는 정체불명의 아름답지만 속을 전혀 알 수 없는 남자가 나타난다.

 
017. 이연의 과거
작성일 : 19-11-06 23:01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3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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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오랜만에 꿈을 꿨다. 은오와 연애를 시작하고부터는 꽤 오랫동안 꿈같은 걸 꾸지 않았었는데. 꿈에서 나는 한 거리를 걷고 있었다. 온통 젖어있는 거리. 주변엔 나무가 많았다. 영화 속에 나올 것 같은 예쁜 공원이었다. 나는 그곳을 걷는다. 계속해서 걷는다. 그때,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다. 나는 걸음을 멈춰 서서 뒤를 돌아본다. 그렇게 꿈에서 깼다. 누가 날 부르는지 모르는 채로.

 

  "깼어요?"

 

 침대에서 일어나자, 은오가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접시엔 막 구운 듯한 토스트에 잼이 발라져 있었다. 그는 종종 이렇게 내 끼니를 챙겨주기 위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꽤 적극적으로 요리책까지 사서 공부한다.

 

  "우와 토스트에요!? 고마워요. 은오씨."

 

 나는 침대에서 벌떡 뛰쳐나와 말했다. 침실에 있는 탁자에 마주 앉은 우리는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나는 토스트, 그는 포도주잔에 담긴 피. 여유로운 이 느낌이 너무 좋았다.

 

  "아참, 까먹었네요."

 

 내 곁으로 온 그가, 입가에 묻은 잼을 닦아주더니 입술에 살짝 뽀뽀를 해줬다.

 

  "은오씨는 몇 살이에요?"

 

 나는 갑자기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글쎄요, 300년 지나고부터는 세지를 않아서..." 그가 말끝을 흐렸다.

 

  "뱀파이어도 늙기는 하는 거죠?"

 

  "늙기도 하지만, 사람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느리게 시간이 흐르죠. 그리고 젊은 피를 마시면 그만큼 다시 젊어져요. 흡혈귀에게는 죽음이란 게 없으니까. 평생 이 모습으로 쭉 존재한다고 보면 돼요."

 

 은오의 말에 순간 기분이 묘해졌다. 나는 서서히 할머니가 될 텐데, 그리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할 텐데. 은오는 그럼 그런 내 세월을 다 지켜보게 되는 건가.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죠. 오랫동안 불로장생을 원해 왔고요.” 은오가 말했다.

 

  “그렇죠. 인간은 아무리 발버둥 치고 살아도, 언젠가는 죽는 그런 순간을 맞이하게 되니까 그 앞에서 한없이 나약해지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가 본 이연씨는 그런 면에서 다른 사람들과 좀 달랐어요.”

 

  “어떤 면에서요?”

 

  “나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이연씨에게는 큰 위협일텐데 그래도 있어주잖아요.”

 

 은오의 말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누구나 다 불로장생을 원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 건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거죠. 저는 아기였을 때 보육원에 버려졌어요. 혼자서 내 삶을 짊어지고 지금까지 살았어요. 사실 제 약혼자였던 김준현씨를 만나기 직전까지는 그냥 고단함 뿐이었죠. 준현씨가 그나마 제 삶의 희망이었어요. 어떤 새로운 삶을 가져다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돌이켜보면 내가 준현을 정말로 사랑하기는 했던 걸까? 나는 암흑 속에 조금씩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내가 그런 존재가 된 건가요?” 은오가 물었다.

 

  “아니요, 은오씨는 달라요.”

 

 나는 머뭇거렸다. 은오는 잠자코 기다렸다.

 

  “은오씨는 내가 살아 본 적 없는 가장 위험한 세계로 날 끌어들였죠.”

 

  “그렇군요.”

 

  “하지만 그 끔찍한 세계 속의 은오씨가 내가 걸었던 그 모든 희망보다 더 날 살아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줘요.”

 

  “...”

 

  “그래서 고마워요.”

 

 

 아침에 너무 일찍 일어난 탓인지, 강의하는 내내 졸음이 밀려왔다. 내 지친 기색에 학생들도 계속 걱정을 했다. 중간에 커피믹스를 타려고 잠시 복도로 나왔을 때였다. 두 여학생이 지나가며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유진이 발견됐다며.”

 

  “맞아, 끔찍하게. 지난번 뒷산 사건하고 같대.”

 

  “그럼?”

 

  “흡혈귀 사건. 이번에도.”

 

 심장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고, 손끝이 저릿했다. 은오는 이 일을 알게 되었을까? 땀에 젖은 손으로 핸드폰을 집어 드는데, 멀리서 강진이 다가오며 날 불렀다.

 

  “이연씨.”

 

  “아, 네.”

 

  “얘기 들었죠. 김유진.” 그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많이 창백해 보이시네요.” 그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걱정스러운 듯이 맞나? 어쩐지 차가운 느낌이 들기도 했다.

 

  “원장님께는 제가 말씀 드릴 테니, 집으로 가세요.”

 

  “네?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직 수업 중이고.”

 

  “제가 대신 수업할게요. 걱정하지 마시고 가세요.”

 

 강진의 판단이 옳았다.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순간부터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려오기 시작했다. 마치 거친 강바람을 맞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쓰러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열렸다. 그곳에 서 있는 건, 낯익은 자였다.

 

 제아.

 은오를 저주에 빠트린 흡혈귀.

 

 그리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

 

 아주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다. 아니 마치 오래된 영화를 머릿속에서 튼 것처럼 보였다. 낡은 보육원, 복도 맨 끝 방에 이층 침대. 헝겊 데기 같은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나는 흐느껴 울고 있었다. 원장에게 맞아서도, 보육원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해서도 딱히 아니었다. 그저 내 상황이 참 싫어서, 그래서 울고 있었다.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이런 낡고 끔찍한 곳이 내가 있을 곳일 리가 없어. 조금 더 아름다운 곳 멋진 사람들이 있는 곳이 있을 거야.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울고 있었다.

 

  “왜 울고 그러실까, 안쓰럽게.”

 

 뱀에게 목소리가 있다면 정확히 귀에 들려온 목소리일 것 같았다. 눈을 뜨기도 전에 상황을 파악했다. 제아라는 자가 나를 납치했으며, 어떤 차가운 곳 날 가뒀다고. 눈을 뜨자, 아니나 다를까 제아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두운 창고를 밝히는 건 작은 불빛 하나였다. 나는 온몸이 꽁꽁 밧줄 같은 것으로 묶여 있었고, 입에는 박스 테이프가 붙여진 채 차가운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제아는 낡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는 도무지 읽을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 상황이 재미있는 것 같기도 하고, 지겹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어쩌면 두가지 다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한이연. 27세. 1살에 부모님 교통사고로 사망. 유일한 친척이었던 이모네 부부는 한밤중에 하늘 보육원 앞에 아기가 든 바구니를 던져놓고 떠났지.”

 

 그는 섬뜩할 만큼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에 대해 알고 있다. 내가 몰랐던 사실까지도 알고 있다. 이를테면 내가 1살 때 부모님이 사망하셨다는 것. 교통사고였다는 것. 친척에 의해서 버려졌다는 것. 보육원에 있던 그 누구도 내게 알려주지 않았던 정보였다. 나는 단지 부모에게 버림받았다는 정도로만 알고 지금껏 살아왔다. 어떻게 나도 모르는 정보를 흡혈귀가 알고 있는 것이지? 나는 뭐라고 말해보려고 했지만, 테이프 때문에 불가능했다.

 

  “난 당신에 대해 많은 걸 알고 있어. 인간의 정보란 여기저기 다 널렸어. 그냥 올바른 걸 찾으면 그다음부터는 아주 순조롭지. 아주 오랫동안 당신을 지켜봐 왔어.”

 

 제아는 주머니 속에서 뭔가를 꺼내서 바닥에 던졌다. 그의 발치에 떨어진 그것은 낡은 사진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려고 했지만, 내 위치에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당신의 부모, 굉장히 엘리트 집안이더군. 양가 부모 없이, 빽 없이 명문대에서 만나서, 과학자 커플로 당시에는 유명했다던데.”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그가 내 부모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저 사진은 내 부모의 사진일까.

 

  “곧 블러디데이잖아.” 제아의 음성이 들렸다. “그가 아주 많이 괴로워하겠군.”

 

 그는 내 쪽으로 몸을 숙였다.

 

  “여기까지는 못오겠는데?”

 

 

 

 쾅

 그때 엄청난 굉음과 함께 창고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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