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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늘에서 떨어진 소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8.29

"소원성취부 '별이 쏟아지는 밤'에서 나왔습니다. 39312번 고객님, 당첨되셔서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원 없는데요."

"네? 분명, 접수 되셨는데..."

태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눈 앞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소원이 없다고? 서류를 내려다뵈 분명 무언가 소원이 접수가 되어있었다.

"별똥별에 소원을 빌지 않으셨나요?"

"안 빌었는데..."

태루는 눈을 깜빡였다. 의뢰인의 소원을 들어줘야만 돌아갈 수 있는데...
과연, 태루는 소원을 이뤄주고 돌아갈 수 있을까?

<<소원을 이루어주는 천구(별똥별)와 소원없는 여자의 이야기>>

 
8. 폭풍우가 치던 밤 (2)
작성일 : 19-11-06 21:56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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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는 담당자와 마주 앉아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매서운 눈으로 계속해서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담당자의 눈길이 너무나도 부담스러웠다. 왜 저렇게 무섭게 보고 있는 지는 잘 알고 있었다. 대역죄인인지라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나 석고대죄를 해야 할 것만 같았다. 마른 침만 삼키는 와중에 담당자가 안경을 벗어 탁자에 내렸다.

 

  “강인수.”

 

  독기가 가득 서린 목소리에 인수는 몸을 움찔거렸다. 지금 담당자의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나오려고 하는 지는 잘 알고 있었다.

 

  “마감을 지키라고 내가 몇 번을 말했어!!! 좀 지켜!! 지키라고! 제발! 플리즈!!!”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대는 선배 덕에 인수는 깜짝 놀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평화롭게 카페에 들렸던 사람들의 시선이 둘에게 집중되었다.

 

  “작가란 게 원래 마감을 잘 안 지키는 존재잖아? 나는 그래도 가끔 마감시간 지켜주잖아, 선배.”

 

  인수는 땀을 삐질 흘리며 담당자를 달랬다. 대학에서 함께 공부하던 선배가 그녀의 담당 편집자가 되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에는 매우 놀랍기도 하고 좋았다. 마음을 맞춰 편하게 글을 쓸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다.

 

  “아니, 어떻게 작가들은 마감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없는 거야? 좀 지켜주면 덧나? 미리미리 쓰면 밀릴 일도 없잖아?”

 

  “아니야, 선배. 미리 써도 밀려. 인간적으로 요청하는 분량에 비해서 기간이 엄청 짧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

 

  둘은 서로 편집자와 작가의 입장에서 설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분명 이 만남은 인수의 작품이 완결이 난 것을 축하할 겸 오랜만에 얼굴을 볼 겸 만나러 온 것이었지만 둘은 서로의 입장에서 눈물 없이는 도저히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마감 좀 지켜. 검토할 시간도 없이 무조건 플랫폼에 들이밀 수는 없잖아? 게다가 거기에서 왜 작품이 안 오냐면서 나를 쫀다고! 제발! 제발! 제발!”

 

  “나라고 지키기 싫어서 안 지키는 줄 알아? 매일 같이 컴퓨터 앞에서 타자만 친다고 영감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고. 그 컴컴한 집 안에서 우울하게 타자만 두들기고 있는 것도 서러운데 그 무시무시한 분량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씻는 것도 제대로 못 씻고 먹는 것도 제대로 못 먹고... 내 이 한 몸을 불살라가며 일하고 있다고, 나도!”

 

  그렇게 쏟아내기 시작한 이야기는 언제나 그렇듯 뻔한 결말을 맞이한다. 담당자는 안경을 벗어놓은 탁자를 한 번 가볍게 탁 치면서 인수를 향해 매섭게 말했다.

 

  “그럼 그 짓을 왜 하고 있는 건데! 그만 두면 되잖아! 그만 두면! 너 혼자 수명이 줄면 되지 왜 내 수명까지 네가 친히 깎아서 저승사자한테 헌납하는 건데!”

 

  그 말을 들은 인수 역시지지 않고 말을 내뱉었다.

 

  “선배야 말로 그렇게 힘들면 그만 두면 되잖아! 전화로 문자로 그렇게 무섭게 채찍질하지 좀 마! 선배야 말로 내 생명줄을 염라대왕한테 쥐어주고 있잖아!”

 

  둘은 씩씩 거렸다. 결말은 언제나와 같은 ‘당장 그만둬!’였다. 하지만 둘은 절대로 이 일을 그만 둘 수 없었다. 그만 둘 거라고 생각했다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런 가시밭길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시작했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그래도 좋아 죽겠는 데 어떻게!””

 

  끔찍이도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둘이었기에 둘의 설전은 한탄으로 끝이 났다.

 

  “공부에 삘 꽂혔으면 과학자가 돼서 이름을 날리고 있지 않았을 까...”

 

  인수는 고개를 저었다.

 

  “선배는 문과 머리라서 이과로는 안 되잖아. 수포자 아니었어?”

 

  “나는 문학을 사랑해서 문과를 간 거야. 나의 문학사랑을 얕보지 마라. 진정한 수포자여.”

 

  인수는 코웃음을 쳤다.

 

  “진짜거든? 나는 문학을 사랑하는 문학소녀였다고.”

 

  “지나가던 문학생도들이 곡괭이를 들고 땅을 파는 소리는 그만 하시고.”

 

  딱 잘라 말한 인수는 커피를 들이켰다. 한참을 이야기하다보니 목이 말라왔다. 한 잔 더 시켜야 하나...

 

  “그런데 너 이번에 작품 낸 거. 단편 있지? 그거 장편으로 써볼 생각은 없어?”

 

  “없는 데 왜?”

 

  커피를 다 마시고 컵 안에 남아있는 얼음을 콰득콰득 씹으며 인수가 물었다. 담당자는 기대가 가득한 얼굴로 인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그 단편 보고 우리 출판사 사람들 다 장편으로 쓰면 대박 날 것 같다고 했거든. 이건 무조건 장편으로 가보자고.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야? 섬에 박혀서 농사만 짓고 있는 거 아니냐고 다들 걱정했는데, 명작이라고 말해도 손색이 없을 만한 작품이 나왔으니 어떤 사람은 너 섬에 잘 들어왔다고 얘기하더라니까? 비결이 뭐야? 섬에 있으니까 막 아이디어가 샘 솟아?”

 

  “딱히? 그런 건 아닌 것 같은데...”

 

  인수는 입에 문 얼음이 흘러내릴까 조심하며 답했다. 섬에 들어온 이후로도 꾸준하게 글을 썼지만 이렇게 찬사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근데 그거 단편으로 끝낼 생각으로 쓴 거라서 장편으로 끌고 가면 재미없어져. 안 돼.”

 

  “나 믿고 장편 가자니까?”

 

  “나 믿고 그냥 여기서 끝내. 나는 내가 잘 알아. 이미 단편으로 완결 낸 거 무리해서 늘려봤자 재미만 없어져.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이런 곳에 필요한 거야.”

 

  하지만 담당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섬에 틀어박혀서 글을 내놓기는 했지만 어느 것도 평범하던 작가에게서 대박의 기운이 느껴지는 작품이 나왔다. 그 동안 꾸준한 작품 활동으로 어느 정도 인지도도 생겼겠다 지금이야말로 한 방 크게 터뜨려야 할 참이었다.

 

  “너 아직 박수 받지도 않았어. 마지막을 해피엔딩으로 바꿔서 나가면 좋을 것 같은 데 어때?”

 

  “못 바꿔. 이미 정해진 엔딩이야.”

 

  담당자는 황소와도 같은 인수의 고집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하지 않았다.

 

  “소원을 들어주러 온 정령님과의 사랑이야기가 마지막에 슬퍼지는 건 뻔하잖아? 그러니까 해피엔딩으로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새드엔딩으로 여운을 주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번외로 해피엔딩을 써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

 

  인수는 컵에 남아있던 얼음들을 전부 씹어 먹고 나서는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내가 고칠 수 있는 엔딩이 아니야.”

 

  “무슨 소리야? 네 작품인데.”

 

  “그건 이미 정해져 있는 엔딩이거든.”

 

  인수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태풍이 온다고 하더니 아주 거하게 올 예정인 모양이었다. 먹구름들이 스멀스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 밭에 비닐로 덮어놓은 거 있었는데... 날아가지는 않겠지?

  밭에서 끙끙거리며 사빈과 함께 태풍에 대비하여 밭을 돌보고 있을 태루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인수는 창밖에 시선을 고정한 채 다시금 말했다.

 

  “하늘에서 내려온 소원을 들어주는 정령님은 소원을 들어주고 나면 돌아가야 하거든. 지상에 남아있으면 안 돼. 원래가 하늘의 정령이니까.”

 

  태루에게는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고 그의 이야기를 쓴 것이 미안했지만 인수는 사과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건 그냥 그녀가 혼자서 읊조리는 편지였다. 태루는 평생 읽을 일이 없을 테니 그 마음을 알 길이 없겠지만 그렇다고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인수에게 조금의 마음도 없을 테니까. 그에게 그녀는 그저 단순하게 소원을 빌지 않아 그를 곤란하게 하는 고객일 뿐이었다. 당장에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가도 할 말이 없는...

 

  “네 이야기잖아. 그럼 바꿀 수 있는 거 아냐?”

 

  “그럴 수 있으면 좋겠네.”

 

  담당자의 말에 인수가 입술에 호선을 그었다. 그녀가 바라는 엔딩은 소설 속의 엔딩과는 거리가 멀었다. 소녀의 소원을 들어주고 하늘로 돌아가는 소년의 이야기는 슬프기 그지없었다. 둘이 다시 만날 일은 평생 없을 것이다. 애초에 사는 곳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렇기에 소녀도 소년도 그 마음을 입에 담지 않았다. 입에 담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방법은 있었다. 소녀가 소년에게 소원을 비는 것이었다. 내 옆에 있어 달라고, 네가 너무 좋아 죽겠으니 다른 모든 소원들보다도 당신이 내 옆에 있는 것을 빈다고. 하지만 소년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게다가 그런 소원을 빌었다간 ‘들어드릴 수 없는 소원입니다.’, ‘규정에 어긋난 소원입니다.’ 이런 소리만 할 걸?”

 

  “누가?”

 

  인수는 키득거렸다. 담당자는 인수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어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인수를 가만히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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