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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붉은 마음 - 반려(伴侶), 너의 자리
작가 : 지연(금난비)
작품등록일 : 2016.10.7

세계 최고의 명품 브랜드 이벤트에 당첨된 지연. 일생일대의 행운에 부푼 기대를 안고 찾아간 매장에서 이제 막 상위 0.1%의 고급 대접을 받으려던 그 때, 정말 생뚱맞게도 공간 이동을 한다. 그래. 좋다, 이거야. 공간 이동, 차원 이동 이런 거 전부 내가 원하던 일이란 말이지. 그런데 왜 하필! 지금 이 순간! 내가 속옷을 갈아입는 이 순간이냔 말이야! 그리고 처음 마주친 사람은 칼을 들고 설쳐대는 미친놈이라니! 나 그냥 평범한 삶으로 돌아갈래! 앙큼 내숭 변태녀와 냉혹 까칠 우울남의 마을 재건 프로젝트 시작!

 
4화. 나의 목숨은 몇 개?
작성일 : 16-10-12 02:40     조회 : 434     추천 : 0     분량 : 6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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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이 찼다. 감당할 수 없는 빠르기로 쉬지 않고 계속 달린 탓에 산소가 심하게 부족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어떻게든 공기를 마시려고 했지만,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는 월운의 팔이 방해를 하고 있어 쉽지가 않았다.

 

 월운에 대한 설렘도, 자신이 행한 민망한 행동도 지금 그녀의 머릿속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생존. 목숨이 위험한 극한 상황에 남은 것은 본능뿐이었다.

 

 그래서 지연은 모르고 있었다. 월운에게 잡혀 엎드린 자세로 계속 달리던 그녀의 뒤를 개 한 마리가 떠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정녕 몰랐다. 그 개가 연신 그녀의 엉덩이 냄새를 맡으며 꼬리를 강하게 흔들고 있다는 사실을.

 

 

 - 철퍼덕

 

 

 "꺄아, 허억, 허억."

 

 

 끝났다. 드디어 이 지독한 고통에서 벗어났다. 멈추지 않을 것처럼 달리던 월운이 갑자기 발을 멈췄다. 그리고 망설이는 동작 한번 없이 지연을 맨바닥에 내던졌다.

 

 거친 그 행동에 지연은 당장에라도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만한 기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내동댕이쳐진 채로 부족한 산소를 흡입하고 있었다. 빨아들이는 공기가 찼다. 그녀 몸에 들어오는 공기가 시렸다.

 

 

 "그만 일어나지."

 

 

 월운이 냉정하게 내뱉었다. 잦아든 숨을 고르며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던 지연의 얼굴이 짜증으로 확 구겨졌다. 고개를 들어 월운을 노려봤다. 그러나 지연을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이 그녀보다, 공기보다 더욱 시렸다.

 

 

 '그렇게 노려보면 누가 무서워할 줄 알고? 도대체 내가 싸가지, 너한테 무슨 잘못을 했어! 화낼 사람은 나라고!'

 

 "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해. 그럴 용기가 없다면 속을 철저하게 숨기던가."

 

 "너... 너..."

 

 

 삿대질까지 하며 월운의 말에 반박하려던 지연이 입을 꾹 닫았다. 치사한 저 인간이 자신의 치부를 정통으로 건드렸다.

 

 지연의 이중적 모습은 결코 보여주고 싶지 않은 약점이었고.. 그녀를 위한 유일한 보호막이었다. 단련된 시간이 오래인지라 지금까지 누구한테도 들킨 적 없었는데, 정말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뭐, 얼굴은 빼고...

 

 이판사판이다. 벌써 못 볼 꼴 다 보여줬는데 이제 와서 내숭 떨어봤자다. 지연은 속옷 차림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허리에 턱 하니 손을 올리고는 월운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래요? 잘됐네요. 안 그래도 하고 싶던 말이 많았는데.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한테 왜 그래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당신한테 잘못한 게 없는... 뭐, 살짝 욕을 하긴 했지만, 흠. 아무튼... 지금도 그렇고 너무... 막대하잖아요... 나를..."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얘기하던 처음과는 달리 지연의 목소리가 점점 사그라들었다. 내숭을 집어던지고 자신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20여 년 동안 쓰고 있던 그녀의 가면은 쉽게 벗겨질 수 없는 것이었다.

 

 

 '할 말 하라면서. 무섭게 노려보는데 내가 어떻게 말을 해.'

 

 

 월운은 변함없는 얼굴로 지연을 보고 있었지만, 자신의 한심함을 가리려 그녀는 치사하게도 그의 핑계를 댔다. 허리에 올린 손이 민망해졌다. 지연은 천천히 팔을 움직여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잡았다.

 

 그녀의 모든 행동이 멈출 때까지 월운은 말이 없었다. 그의 정적이, 그의 눈빛이 이제는 조금 익숙해졌다. 지연은 쓴웃음을 지었다.

 

 

 "할 말은 그게 끝인가? 그럼 이제 내 차례군."

 

 '어? 진짜 이유를 말해주는 거야?'

 

 

 시무룩하게 가라앉았던 지연의 얼굴이 월운의 한마디에 활짝 피어났다. 당연히 대답은 없을 줄 알았는데. 이유도 모른 채 억울하게 당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사실에 지연은 무척 기뻤다.

 

 

 - 스르릉

 

 

 기억에 강하게 박혀있던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기대감 잔뜩 안고 기쁨에 부풀어 올랐던 그녀의 얼굴이 단박에 굳었다.

 

 그가 검을 들었다. 또 그 망할 검을 검집에서 빼 들었다. 지연을 정확하게 겨누고 있는 그의 검이 날카로운 빛 발하며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꺄아아."

 

 

 휘두른 칼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간신히 피한 검 끝이 아슬아슬하게 지연의 배를 스쳐 갔다. 검을 피했다는 사실에 기뻐할 틈도 없었다. 빠르게 다가온 그가 다시 한 번 그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아아, 이번엔 진짜 죽는다.

 

 날카로운 검기가 무섭게 다가왔다. 난생처음 느껴지는 감각에 오싹 소름이 끼쳤다. 지연은 두려움에 질끈 눈을 감았다.

 

 

 "왕!"

 

 '응? 갑자기 웬 개소리?'

 

 "커업!"

 

 

 죽는 순간 들은 마지막 소리가 개소리라니.

 

 얌전히 죽음을 기다리던 지연의 몸이 공중으로 붕 날아올랐다. 가슴 가득 옥죄어 오는 고통에 지연의 입에서 목 졸린 비명이 튀어나왔다.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가슴이 조여왔다.

 

 뭔가 이상했다. 베이는 감각이 아닌 죄이는 감각이다.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게다가...

 

 

 '난 왜 아직도 공중에 떠 있는 거지?'

 

 

 지연은 용기를 내어 질끈 감았던 눈을 떴다. 조심스레 뜬 눈에 상상도 하지 못한 풍경이 스며들었다. 한꺼번에 펼쳐진 광경에 지연의 입이 한없이 벌어졌다.

 

 난다, 하늘을 날고 있다. 그녀의 눈이 놀라움에 커질 대로 커졌다.

 

 

 "꺄아악!"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늘 그렇듯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벗겨져! 벗겨진다고! 놔, 놓으란 말이야!"

 

 

 보이지는 않지만, 그녀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자신의 뒤에 있는 이 생명체를.

 

 죽었다 생각한 순간 들려왔던 그 외마디 소리의 주인공이 확실한 이 생명체를.

 

 그녀의 브래지어끈을 질끈 물고는 절대 놓지 않는 이 생명체를.

 

 그리고 지금 막 땅으로 착지한, 절대 날지 못하는 이 생명체를.

 

 

 "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다리 다 쓸리잖아! 이 개**야!!"

 

 

 그렇게 그들은 월운의 눈에서 사라져갔다. 암흑의 숲 속으로 점점...

 

 

 *

 

 

 숲이 요동쳤다.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동안 지켜온 그들의 공간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든 어둠과 오직 위협만을 위해 만들어진 날카로운 존재가 불안으로 떨어댔다.

 

 이곳에 감히 접근해서는 안 된다.

 

 모든 시선이 작은 침입자에게 쏠렸다. 팽팽한 긴장감이 공기를 타고 흩날리기 시작했다.

 

 

 "흐어어엉,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죽이려고 해. 뭘 잘못했는데, 도대체 왜! 흐아아앙!"

 

 

 스산함을 넘어 음산하기까지 한 숲에 그와 꼭 어울리는 서글픈 음성이 지연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쁜 놈, 싸가지.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욕이란 욕을 전부 쏟아내는 중이었다.

 

 

 "나아아아쁘은노오옴!"

 

 

 그래도 성에 차지 않았는지 하늘이 울려라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갑작스러운 큰소리에 얌전히 지연의 푸념을 들어주고 있던 개가 끼잉 불편한 감정을 표현했다. 놀란 그녀가 토닥토닥 개의 등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온갖 욕을 퍼부으며 한참을 쉬지 않고 서러운 감정을 토해내던 지연의 목소리는 그것으로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입을 닫으니 다른 감각이 살아났다. 그녀의 온몸으로 부드러운 감촉이 전해졌다.

 

 포근한 그 감각에 지연은 얼굴을 내려 뺨을 비볐다. 만족스러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지연은 지금 커다란 개의 등 위에 엎드려 온몸을 기대고 있었다.

 

 

 "아까는 욕해서 정말 히끅, 미안해. 아직도 바닥에 끅, 쓸린 다리가 아프지만, 그래도 힉, 거기에 네가 있어서 얼마나 히끅, 다행이었는지 몰라. 너 아니었으면 난 정말 그 자식한테 죽었을 거야. 흑, 정말 고마... 흐앙!"

 

 

 간신히 멈춰졌던 그녀의 울음이 또다시 터져버렸다. 서럽고 억울한 감정이 당최 울음따라 나가지를 않는다. 그녀를 등에 업고 묵묵히 걸어가던 개가 몰래 한숨을 내쉬었다.

 

 

 *

 

 "아저씨, 오빠 연락 없어? 벌써 한참이나 지났단 말이야."

 

 "맞아. 아직도 형아가 안 불러? 아저씨! 둥이랑 신이랑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 거 맞아?"

 

 "그럼. 아저... 형이 우리 둥이 말 잘듣고 있다고 아까 말했지요. 아줌마 단단히 혼내주고 있는 모양이니까 우리 월운 형이 돌아올 때까지 여기서 형아랑 같이 기다리자. 응?"

 

 

 생각보다 오랜 기다림에 인내심의 한계를 느낀 아이들이 슬슬 보채대기 시작했다. 한번 떼를 쓰면 감당할 수 없는데. 불안함에 지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누렁이는 따라갔잖아. 숲의 길도 모르는 바보 누렁이도 갔는데 왜 나랑 신이는 가면 안 돼. 누렁이가 길 잃었을 때도 나랑 신이랑 둘이서 찾았었잖아. 누렁이보다 백배는 숲의 길을 잘 안단 말이야. 가자, 응? 형아."

 

 "뭐? 둥이야, 지금 뭐라고..."

 

 "응? 같이 가자. 가주면 둥이가 계속 불러줄게. 형. 아라고."

 

 

 아이는 참으로 영악했다. 그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아이는 지하에게 뿌리칠 수 없는 제안을 하며 흥정까지 했다. 아이의 말에 지하의 표정이 헤벌쭉 풀어졌다. 진짜 바보 같아.

 

 칠칠치 못한 그 얼굴에 새어 나올 뻔한 웃음을 꾹 참으며 아이는 최대한 애절한 표정으로 지하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바라보는 지하의 얼굴이 갈등으로 흐려졌다.

 

 좋아, 다 넘어왔어.

 

 둥이의 입꼬리가 승리를 확신하며 희미하게 올라갔다.

 

 

 "그래도 이번에는 안돼. 자,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누렁이보다 내가 훨 나은데. 실망스러운 지하의 말에 아이들의 볼멘소리가 크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 근데 강아지야, 너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길은 알고 걷고 있는 거지?"

 

 

 미친놈에게 도망쳐 달려온 것이 벌써 한참인데도 지연의 눈에 보이는 풍경은 여전히 어두운 숲 속이었다. 으스스한 분위기가 당장에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겨우 마음을 다스린 그녀는 또 다른 감정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털을 움켜쥐는 그녀의 손이 불안으로 떨렸다.

 

 

 '아니야. 불안해하지 말자. 길을 아니까 쉬지 않고 걷고 있는 거겠지. 그래, 믿자. 내 목숨을 구해 준 아이인데 이 아이를 믿지 않는다면 누굴 믿겠어. 괜찮아. 금방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줄 거야.'

 

 

 - 쿠그그그그.

 

 

 "응? 무슨 소리지?"

 

 

 긴장감으로 예민해진 감각이 작은 울림에도 반응을 했다. 두드리듯 미세하게 울렸던 진동은 점점 강해지더니 급기야 괴상한 소리까지 내기 시작했다.

 

 

 "우, 우리 그냥 처음 거기로 다시 돌아가자. 이제 그놈도 가고 없을 거야."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인지한 지연이 개의 등을 다급하게 두드렸다. 그녀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신통하게도 개가 방향을 틀어 왔던 길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끄응 앓는 소리를 내는 것이 그녀의 말을 듣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아지야, 아까부터 나 업고 다녀서 힘든 건 알겠는데 조금 뛰어가면 안 될까? 응? 미안해."

 

 

 이름까지 지어 부르며 다정하게 말을 건넸지만 개는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속도를 늦추는 것이 꼭 지연을 골탕 먹이려는 것 같았다.

 

 

 "지금 장난칠 시간 없어. 달리자, 우리. 아지야, 응?"

 

 

 이 강아지는 지금의 진동이 느껴지지도 않나? 마음 급한 지연이 털을 꽉 움켜잡으며 애원을 했지만 개는 곁눈질로 그녀를 슬쩍 볼 뿐이었다.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지연의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달릴 기색이 전혀 없어 보이는 개의 뒤통수를 바라보던 지연이 슬슬 개의 엉덩이 쪽으로 자리를 옮겨갔다.

 

 

 '아지야, 네가 말을 안 들으니까 언니가 이렇게 할 수밖에 없어. 정말 미안해.'

 

 

 꼬집으면 싫어도 달리게 되겠지. 내키지 않았지만, 지연은 이렇게 해서라도 빨리 숲을 빠져나가고 싶었다. 규칙적으로 울리고 있는 진동은 누군가의 발소리가 분명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자신들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미안!'

 

 

 개의 엉덩이를 막 꼬집으려는 그때, 개의 걸음이 딱 멈췄다. 그리고 지연의 동작도 동시에 멈춰졌다.

 

 그들의 위로 크고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기 시작했다. 조금씩 커지던 그림자가 그들을 전부 뒤덮었다. 희미한 빛으로 간신히 밝음을 유지하던 주변이 새까만 어둠에 잠겨버렸다.

 

 

 "뛰어!"

 

 

 강하게 개의 엉덩이를 꼬집으며 지연이 외쳤다. 보고 싶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존재 따위는 궁금하지 않았다. 위험한 것이 확실했다. 그러니 무조건 도망간다.

 

 

 -철퍼덕

 

 

 그래, 도망만이 살길이다. 아지야, 잘 달린다. 벌써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구나. 이렇게 빠르게 달릴 줄 알았으면서 아까는 왜 그랬니? 내 말 듣고 진작에 달렸다면 얼마나 좋았겠니. 그랬으면...

 

 나도 같이 도망갈 수 있었잖아!

 

 생명줄과도 같은 아지의 털을 잡지 않은 상태에서 꼬집다니. 지연은 개의 등에서 떨어져 생긴 무릎의 상처보다도 자신의 바보 같은 실수 때문에 생긴 가슴의 상처가 더욱 쓰렸다.

 

 

 '긍,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혹시 알아? 덩치만 큰 귀여운 생명체일지 누가 알아.'

 

 

 그림자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이 기회란 것은 확실했다.

 

 엎어져 넘어진 자세 그대로 지연은 미지의 존재를 향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공간에 유독 검은 기운이 느껴지는 공간이 보였다. 그녀가 조금 더 용기를 냈다. 존재의 정체가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그 존재는...

 

 

 -크와아아아앙!

 

 "꺄아아악!"

 

 

 그냥 괴물이었다. 하. 하. 하. 하. 하.

 

 지연과 잠시 화음을 맞추던 괴물이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그대로 그녀에게 돌진했다. 쩍 벌린 입이 말해주고 있었다. 너를 꼭 잡아먹겠다고.

 

 다가온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내려오고 있다. 극한 공포에 지연의 몸이 일절 움직이지 않았다. 사지에 마비가 온 것처럼 그녀는 그렇게 마냥 굳어있었다.

 

 날카로운 수십 개의 송곳니가 코앞까지 온 것을 끝으로 지연은 눈을 감았다. 질끈 감긴 눈 사이로 눈물 한 방울이 똑 떨어졌다. 그녀의 미련이 땅으로 스며들어 갔다.

 

 

 -챙!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가 너무도 소름 끼쳐 지연은 파르르 온몸을 떨어댔다. 아직... 살아 있어? 지연이 다급하게 눈을 떴다. 그녀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렸다.

 

 지연의 눈에 담긴 은빛 반짝이는 머리카락이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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