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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는 언제나 해피엔딩
작가 :
작품등록일 : 2019.10.18

요즘은 9포 세대라고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 취업, 내집 마련, 인간관계, 희망, 건강, 외모관리. 이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고 합니다. 사회가 이렇다보니 명리학과 관상, 사주가 유행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불운을 피하고자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관상학에서는 말합니다. 얼굴보다는 몸, 몸보다는 심신이다, 라고요. 즉 마음만 확고히 먹고 올곧게 행하면 비록 정해져 있는 팔자라도 팔자대로 흐르지 않고 조금이라도 좋게 운세를 틀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인생은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라는 의식이 깔려 있는 현대 사회에서 미래를 볼 수 있고 정해진 순리대로 사는 여주인공과 미신 따윈 믿지 않는 남자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라도 마음을 옳게 먹고 최선을 다한다면 비록 나아질 거 없어 보이는 미래라도 조금씩 희망의 물꼬리가 트인다는 게 전해지길 원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21.
작성일 : 19-11-06 14:03     조회 : 196     추천 : 0     분량 : 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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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억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쏟아지는 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공원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잔디 밑에 흙은 어느새 진흙이 되어 물컹물컹 해졌다. 비싼 돈 주고 산 수제 구두의 굽에는 이미 진흙이 잔뜩 묻었고 걸음을 뗄 때마다 찐득찐득한 카라멜을 걷는 것처럼 잘 떼지지 않았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저만치 멀어지는 그녀를 향해 내가 소리쳤다. 비가 머리를 흠뻑 적시고 얼굴을 타고 흘러내려 시야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나를 돌아보고는 어서 오라 손짓했다. 그녀의 젖은 머리가 미역처럼 등줄기에 착 달라붙었고 비에 젖은 치마는 여성의 굴곡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섹시해보였지만 그런 걸 즐길 때가 아니었다. 얼마 걷던 그녀는 구두를 벗더니 다시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14단이라고 써져 있는 묘지를 모시고 있는 제일 꼭대기층까지 올라갔다.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고 유령 또한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단 둘만 남은 기분이었다. 그녀는 꼭대기층에 올라가서야 걸음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기분이 어때요?”

  빗소리에 묻혀 바로 앞에 벽이 있는 기분이었다.

  “좋지 않아요!”

  내가 크게 소리쳤다. 나는 구두 앞코까지 올라온 진흙을 떼어내며 그녀 앞에 멈춰섰다. 그녀가 젖은 내 얼굴을 자신의 소매로 닦아주었다.

  “비에 젖은 게 몇년만이에요?”

  “한 육, 칠년?”

  그녀는 놀란 얼굴이었다.

  “생각보다 오래 안 됐네요?”

  “군대에서 혹한기 때 비가 와서 쫄딱 젖었거든요.”

  “혹한기가 뭐예요?”

  “있어요, 그런 거.”

  아픈 기억은 잊는 게 상책이었다.

  “젖은 게 언제예요?”

  “처음이에요.”

  “비를 좋아하는 게 아니었네요?”

  “비 안 좋아해요.”

  “근데 왜 이런 무모한 짓 합니까?”

  “무모해서요.” 그녀는 자리에 앉더니 나를 끌어 앉혔다.

  “언제 또 이런 미친 짓 해보겠어요.”

  맞는 말이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뒤에 무덤을 두는 짓도 못할 짓이죠.”

  그녀는 몰랐다는 듯 바로 뒤의 무덤을 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경험 아무나 못하는 거겠네요.”

  그녀가 말했다.

  “아무도 안 했을 걸요.”

  “나이스!”

  그녀가 박수를 쳤다.

  “난 남들이 안해본 걸 했다아!”

  난 두 손을 높이 올리며 기뻐하는 그녀를 슬쩍 바라보고는 밑을 내려다보았다. 기상청을 불신해 우산을 챙기지 못한 사람들이 손으로 머리를 가린 채 차로 뛰어가는 것이 보였다. 문득 세상의 왕이 된 느낌이었다.

 

  우리는 택시가 올 동안 벤치에 앉아 납골당에서 운영하는 카페에서 산 커피를 쪽쪽 거리며 비를 바라보았다. 온 몸에 쫄딱 젖었지만 바람은 불지 않았기에 추운 것은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바람이라도 불었으면 우린 이 곳에 앉아 커피를 쪽쪽 빨아먹는 게 일 순위가 아니었을테니깐. 그녀는 커피를 마실 때 말고는 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노래를 흥얼거렸다. 별로 듣기 좋은 노래실력은 아니었지만 나한테 마늘이나 집어던지던 여자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것에 감지덕지하며 나는 적당히 그녀의 노래를 감상했다.

  “비가 그칠 기미가 안 오네.”

  가사를 열 세 번 정도 틀렸을 때 그녀가 말했다.

  “태풍이 오니까요.”

  “언제 온대요?”

  난 오는 길에 택시에서 들었던 라디오 소식을 떠올렸다.

  “3일 뒤에 중부지방을 상륙할 거라네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놈이 오나봐요.”

  “3일 뒤요?”

  “네.”

  “우리 태풍 오면 몸에 풍선 매달아서 날아가볼래요?”

  내가 기가 막히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자 그녀가 키득거렸다. 나는 받아주기로 했다.

  “괜찮은 생각이네요. 갈 때 건빵이나 좀 챙겨가죠. 성층권에 다다르면 배고플 테니깐.”

  그렇게 웃긴 말도 아니었지만 그녀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 전에 죽을 걸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다시 노래를 흥얼거렸다. 다리를 꼬아 땅에 콩콩 찍었다. 그녀가 세 번째로 가사를 틀렸을 때 그녀가 벤치를 짚고 있는 내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연석 씨.”

  그녀가 말했다.

  “아, 노래 잘 듣고 있었어요. 절대 다른 생각한 거 아니에요.”

  내가 말했다.

  “알아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지만 목소리는 진지했다.

  “연석 씨도 버킷리스트가 있어요?”

  “갑자기 왜요?”

  “그냥요. 이 남자는 무슨 생각으로 사나 궁금해서요. 있어요? 버킷리스트?”

  “엄청난 부자요.”

  “아.”

  “죽여주는 근육.”

  내가 팔을 들어 이두근에 힘을 줬다.

  “쭉쭉빵빵한 금발 쌍둥이 미녀.”

  “저기 납골당 자리 하나 남았던데 들어가고 싶어요?”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그녀는 내가 웃음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렸다.

  “진짜요. 진지하게.”

  “어려운 질문이네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어려운 질문이 아니었다. 내 소원은 단 하나였다. 엄마, 아빠를 만나는 것. 엄마, 아빠를 만나서 식사 한 끼 하는 것이 내 소원이었다. 그래서 나는 사후세계를 믿고 있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가 올바른 표현일 것이었다. 사후세계가 없다면 엄마, 아빠라는 존재가 내게는 영영 사라지는 존재가 되어버리니깐. 천국이든 지옥이든 그렇게 세분화하게 나누지는 않았지만 똥통이든 어디든 사후세계는 존재했으면 싶었다.

  “엄마, 아빠를 만나고 싶죠.”

  내가 대답했다.

  “아.”

  “그런데 오해하면 안 되는 게 난 괜찮아요. 멀쩡해.”

  내가 말했다.

  “전 누나가 있잖아요. 진영 씨한테 언니가 있듯이.”

  내가 정곡을 찌른 듯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리를 꼬아 땅을 콩콩 찧었다.

  “버킷리스트에 언니랑 화해하기 같은 거 없어요?”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땅을 밟는 콩콩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왔다. 얼마 뒤 전화벨이 울렸다. 택시였다. 위치를 찾기에 정확한 위치를 알려주었다.

  “있어요.”

  전화를 끊었을 때 그녀가 말했다. 전화를 받느라 질문을 잠시 잊었던 나는 바보 같이 눈을 꿈뻑였다.

  “있다고요. 언니랑 화해하기.”

  그녀가 말했다.

  “언제나 있었어요.”

  “잘 됐네요.”

  내가 말했다.

  “근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나는 그녀의 언니가 그녀에게 악을 고래고래 썼던 것을 생각했다. 확실히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이 집 자매가 그랬다. 둘 다 한 성깔을 하는 양반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평생을 이렇게 살 수는 없었다.

  “한 번 방법을 찾아보죠.”

  내가 말했다.

  “제가 사모님하고 얘기를 해봐서 자리를 만들든가 할게요.”

  “안 올 거예요.”

  “오게 만들 겁니다.”

  “듬직하네요.”

  그녀가 웃었다.

  “일단 태풍은 피하고 자리를 만드는 게 좋겠죠? 태풍 몰아치는데 스테이크 썰 수는 없잖아요?”

  “스테이크까지?”

  기대된다는 듯 그녀의 눈빛이 반짝였다.

  “얼마나 대단한 일을 꾸미시는 거예요?”

  “생각 중이에요. 천천히 해야죠. 어차피 우리에게 시간이 많으니까요.”

  “시간이요?”

  그 말이 문득 무거운 무게로 다가왔다.

  “그렇죠. 시간이 있죠. 시간.”

  그녀는 자신에게 되뇌이듯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저 멀리서 택시가 하이빔을 쏘며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벤치 앞으로 나가 손을 흔들었다.

  “타요.”

  내가 뒷문을 열어주었고 그녀는 한 번 봉안당 쪽을 바라보고는 택시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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