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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는 언제나 해피엔딩
작가 :
작품등록일 : 2019.10.18

요즘은 9포 세대라고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 취업, 내집 마련, 인간관계, 희망, 건강, 외모관리. 이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고 합니다. 사회가 이렇다보니 명리학과 관상, 사주가 유행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불운을 피하고자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관상학에서는 말합니다. 얼굴보다는 몸, 몸보다는 심신이다, 라고요. 즉 마음만 확고히 먹고 올곧게 행하면 비록 정해져 있는 팔자라도 팔자대로 흐르지 않고 조금이라도 좋게 운세를 틀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인생은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라는 의식이 깔려 있는 현대 사회에서 미래를 볼 수 있고 정해진 순리대로 사는 여주인공과 미신 따윈 믿지 않는 남자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라도 마음을 옳게 먹고 최선을 다한다면 비록 나아질 거 없어 보이는 미래라도 조금씩 희망의 물꼬리가 트인다는 게 전해지길 원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20.
작성일 : 19-11-06 14:02     조회 : 235     추천 : 0     분량 : 22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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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택시는 동네를 금세 벗어나 고속도로를 타기 시작했다. 날씨는 조금은 흐렸지만 기분 나쁠 정도로 흐리지는 않은 날씨였다. 그녀는 차가 달리는 내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깊은 생각에 빠진 거 같기 때문에 나도 일부러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다.

  서울양양고속도로 이용해서 강일 IC를 50분 정도 달리니 2차 순환로가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양 옆에 가로수가 불규칙적으로 세워져 있는 탁 트인 도로가 펼쳐졌다. 납골당 가는 길에 사고가 나서 괜히 자리 하나 채우지 말라는 공원 측의 배려인지 과속방지턱은 무수히 많았다. 차는 50미터마다 울렁거렸지만 운전기사는 프로였고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어느 정도 가자 빗방울 몇 개가 후득후득 떨어졌고 인도(人道) 쪽에는 우산을 쓴 사람들이 걸어가는 게 보였다. 차는 납골 공원으로 들어갔다.

  실내 봉안당에는 대 여섯명의 사람과 관리인이 있었다. 사방이 조용한 건물 안에서 몇몇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고 키가 작은 늙은 관리인 하나가 사다리를 들쳐매고 세상만사에 관심 없다는 듯 우리 앞을 빠르게 지나쳤다. 그녀는 익숙한 듯 많은 납골당들을 지나쳐 어딘가로 향했다. 그녀가 걸을 때마다 구두가 리놀륨 바닥을 걷는 또각또각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녀의 아버지와 동생이 모셔진 납골당은 가장 좋은 자리에서 서로 붙어 있었다. 각각의 유골함 앞에는 개구쟁이처럼 보이는 남자애와 그보다 서른 살은 들어보이는 남자가 서로를 껴안는 사진이 놓여있었다. 영면하소서. 나는 그녀의 뒤에 서서 유골함에 놓인 편지 봉투의 글자를 읽었다.

  “아빠, 진수야. 나 왔어.”

  유골함 앞에서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재킷 안주머니에서 편지를 꺼내 유골함 앞에 놓인 각각의 편지와 바꿨다.

  “새로 써왔어. 이제 이거 읽어.”

  그녀는 손을 모으고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나는 어쩌야 하나 싶다가 그녀를 따라서 기도를 드렸다.

  “나 소개해줄 사람 있어.”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내 팔을 끌어당겼다. 납골당 앞으로 훅 다가가니 유골함이 마치 나를 내려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내 남자친구.”

  사방이 워낙 고요해 그녀의 목소리가 건물을 울렸다. 나는 넥타이를 바로 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연석입니다.”

  “어, 그래.”

  그녀가 굵은 목소리를 내며 웃음을 터트렸다. 나는 유머를 받아줘야할 거 같아서 미소를 지었다.

  “니가 내 딸 남자친구구나.”

  “네. 그렇습니다.”

  “그래, 내 딸 어디가 마음에 드나?”

  그녀는 기대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검은색 스타킹이 섹시한데요.”

  그녀가 웃음을 터트렸다. 우리 쪽을 지나가던 건물 관리인이 이상한 눈길로 우리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물어 웃음을 눌렀다.

 

  “소개하고 싶었어요.”

  납골 공원을 걸으며 그녀가 말했다. 한 두 방울 떨어지던 비가 조금은 굵어졌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하늘에는 얇은 담요처럼 회색 먹구름이 스멀스멀 간격을 넓혀가고 있었다. 저녁에는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맨날 저 시집 간 거 보고 죽겠다고 했거든요.”

  그녀가 굴러다니는 돌을 발로 툭 찼다.

  “그래서 남자친구가 생기면 꼭 소개해야지 싶었죠. 옛날부터 생각했던 일이에요.”

  “그런데 미래에는 그런 일이 안 일어나셨구만.”

  “그렇죠.”

  난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였다. 위로의 말을 건네는 건 항상 어색했다. 나는 머리를 쥐어짜내며 여러 가지 위로의 말을 생각했고 그 중 떠오른 가장 괜찮은 걸 골라냈다.

  “이제는 이렇게 하고 싶은 거 하며 살아가면 돼요. 제가 옆에서 도와줄게요.”

  나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녀는 그것을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그렇죠.”

  빗방울이 내리는 간격이 짧아지기 시작했다. 이제 옷에 툭툭 떨어지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녀도 빗방울을 느꼈는지 하늘을 쳐다보며 손바닥을 펼쳤다.

  “돌아갈까요?”

  그녀는 말없이 하늘만 쳐다보았다.

  “진영 씨.”

  “비에 젖어본 적 있어요?”

  “예?”

  “어렸을 적에는 비를 맞고 싶어서 비 오는 날에는 일부러 나갔는데 이제는 비를 피하고 있네요.”

  그녀가 영화에서 보았던 여배우처럼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안타깝게도 하나도 안 섹시해요.”

  내가 말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를 위해 산성비를 맞아줄 수 있나요?”

  “아뇨. 저 집안 내력이 탈모에요.”

  그녀가 내 팔뚝을 때렸다.

  “제대로 해요.”

  나는 영화의 대사를 기억하지 못했다. 아마 그녀는 내가 도중에 잠든 것조차 모를 것이었다. 이제는 소나기 비슷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피할 생각도 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그녀의 재킷을 적시기 시작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마침내 내가 말했다. 그녀가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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