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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미래는 언제나 해피엔딩
작가 :
작품등록일 : 2019.10.18

요즘은 9포 세대라고 합니다. 연애, 결혼, 출산, 취업, 내집 마련, 인간관계, 희망, 건강, 외모관리. 이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고 합니다. 사회가 이렇다보니 명리학과 관상, 사주가 유행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불운을 피하고자 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관상학에서는 말합니다. 얼굴보다는 몸, 몸보다는 심신이다, 라고요. 즉 마음만 확고히 먹고 올곧게 행하면 비록 정해져 있는 팔자라도 팔자대로 흐르지 않고 조금이라도 좋게 운세를 틀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인생은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안 된다.’라는 의식이 깔려 있는 현대 사회에서 미래를 볼 수 있고 정해진 순리대로 사는 여주인공과 미신 따윈 믿지 않는 남자주인공의 이야기를 통해 누구라도 마음을 옳게 먹고 최선을 다한다면 비록 나아질 거 없어 보이는 미래라도 조금씩 희망의 물꼬리가 트인다는 게 전해지길 원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썼습니다.

 
18.
작성일 : 19-11-06 14:00     조회 : 205     추천 : 0     분량 :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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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지독한 숙취에 시달렸다. 별로 마시지도 않았지만 목이 무척이나 말랐다.

  누나는 내 옆에 자고 있었다. 나를 베개 삼아 내 배에 다리를 올리고 있었는데 어찌나 무거웠는지 다리를 치우자 속이 뻥 뚫린 느낌이었다. 나는 누나가 내 방에서 왜 잠을 자는지 잠시 생각하다 간밤의 일이 떠올랐다. 입을 맞추고 얼마 되지 않아 병원에서 돌아온 누나가 우리랑 합류해서 다시 술을 마셨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지만 무척이나 즐거운 대화를 했던 것은 기억이 났다.

  방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식탁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었다. 그녀는 입에 면을 가득 오물거리며 젓가락으로 냄비를 툭툭 두드렸다.

  “뭑을뤠여?”

  “탈선하기로 첫 날에 라면을 드시는 겁니까?”

  “속이 허해서.”

  그녀는 면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라면을 제일 먹고 싶었고요.”

  “이상하게 그 식탁에서 라면 먹으면 맛있지 않아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맛있는 거 같아요.”

  “참 신기하단 말이야.”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나는 고개를 숙여 면을 입에 쑤셔넣다시피 하는 그녀 앞에 김치를 꺼내 주었다. 그녀는 엄청난 것이라도 본 표정이었다.

  “먹어요. 일단.”

  내가 의자를 끌어와 그녀 옆에 앉았다. 난 그녀가 라면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 후 물을 따라주었다.

  “사모님한테는 연락 했어요?”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그녀에게 내가 물었다. 그녀는 컵을 입에 댄 채 나를 흘깃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로 간다고 말하고 나왔어요.”

  그녀가 입술의 물기를 닦았다. 내가 닦아줄 수도 있는데.

  “그럴 리가. 보내주던가요?”

  “연정 씨랑 연석 씨가 무당이라는 건 이미 엄마가 인정했어요. 제가 몇 번 추궁하니깐 인정하더라고.”

  나는 충격에 휩싸인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언제부터?”

  “거의 둘 째 날부터? 엄마는 거짓말을 잘 못하거든요.”

  기분이 씁쓸해졌다. 그럼 지금까지 한 건 무엇일까. 멍청한 목각인형이 된 기분이었다.

  “사모님은 괜찮으세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 두 번 봐온 게 아니라서요. 그 일이 있고 난 후부터 우리는 둘 중 하나였어요. 아무 말도 하지 않던가, 말을 할 일이 있으면 싸우던가.”

  “언제부터 말을 안 한 거예요?”

  “그 일이 있은 후부터. 거의 쭉.”

  안타깝게 보는 내 눈빛을 느꼈는지 그녀가 덧붙였다.

  “누나가 공부를 잘 했거든요. 그래서 기숙사형 고등학교에 들어갔어요. 그리고 대학은 외국으로 갔고. 한국에 와서 산 지는 얼마 안 됐어요. 형부가 한국지사로 발령이 난 지 얼마 안 됐거든요.” 나는 더 슬픈 분위기로 이끌어나갈 필요는 없다고 느껴져서 괜히 식탁에 놓인 탁상달력을 끌어와 날짜를 세는 척 했다.

  “8월 14일까지 10일이나 남았네요. 그때는 집에 쥐죽은 듯 숨어야 하니깐 그때까지 신나게 즐깁시다. 그때까지 뭐 큰 일이나 있겠어요?”

  “너무 탈선을 한 바람에 지금 미래가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설마 죽기야 하겠어요?”

  나는 죽기야 하겠냐는 그 말이 신경이 쓰였지만 정작 그녀는 정말 아무런 뜻도 없이 한 말인 듯 달력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뭐부터 하고 싶어요?”

  내 물음에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내게 보여주었다. 메모장에는 수많은 리스트가 적혀 있었다. 나는 15번 스카이다이빙까지 읽다가 너무 많은 목록에 대충 휙휙 스크롤을 내렸다.

  “이걸 다 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요?”

  내가 감상평을 남겼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배시시 웃었다.

  “어제 연정 씨랑 만든 리스트예요. 서로 하고 싶은 걸 써놓은 거죠.”

  아. 나는 그제야 64번 클럽 부스 잡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걸 버킷리스트에 적어놓을 부잣집 아가씨는 없었다.

  “제일 하고 싶은 것부터 1번입니까?”

  내가 1번 케이크 배터지게 먹기를 보며 말했다.

  “이건 아무리 봐도 우리 누나 버킷리스튼데.”

  그녀가 내가 이제껏 들은 것 중 가장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맞아요.”

  “그럴 줄 알았어.”

  “뭘 적어야 할 지 모르니깐 거창한 거 필요 없다고 알려주더라고요.”

  “너무 거창하지 않아도 문제예요. 라면 맛있게 끓이기랑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나는 누나랑 함께 하는 바람에 의미가 손상된 버킷리스트를 치웠다. 난 검지 손가락을 들었다.

  “제일 1순위.”

  그녀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뭐겠어요?”

  “뭔데요?”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케이크 배터지게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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