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29화
작성일 : 19-11-06 12:14     조회 : 219     추천 : 0     분량 : 5452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숨을 죽이고, 기척을 없애고 성 안으로 들어간다. 캐서린은 제대로 된 말을 하지 않았으니 브리지트는 보물을 찾지 못할 것이다. 그저 헤매다 기사의 손에 죽든가 코델리아의 아주 상처 받은 눈을 마주하든가 둘 중 하나다.

 

  브리지트는 몇 번이나 캐서린의 손을 잡고 끌어당겨 도망치는 상상을 했다. 하지만 캐서린은 브리지트보다도 힘이 세다. 브리지트는 손을 끌어당겨도 캐서린이 따라오지 않을 것을 안다. 캐서린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그 황제의 보물이라는 걸 꼭 찾을 생각이다.

 

  그러니 브리지트는 캐서린의 뜻에 따라 착실히 어둠이 깔린 복도를 걷고 있다. 성 뒤쪽으로 이동한 캐서린을 성 안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줄 하나 내려준다고 타고 올라올 만큼 캐서린이 운동신경이 좋았냐고 하면 브리지트는 잘 모르겠다. 브리지트가 아는 캐서린은 굉장히 정적이었다.

 

  ‘아. 회색 머리를 누가 늑대 인간이 가진 머리색이라고 했었는데.’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 그렇게 보물을 찾고 있냐고 물어볼걸 그랬어.’

 

  한 번 시작된 생각은 또 다른 생각을 불러온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한 복도를 집중해서 걷는 것이 브리지트의 일이었는데 순간 그 집중이 깨졌다.

 

  집중이 깨진 순간부터 브리지트는 다음 걸음을 내딛을 수 없었다. 소리 나지 않게 걷는 법이 갑자기 생각나지 않는 탓이다.

 

  이미 왼쪽 발의 뒤꿈치는 뗀 상태라 발목과 종아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브리지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그냥 뒤꿈치를 바닥에 붙였다. 탁, 하는 소리가 울렸다. 살살 내려놓았는데도 그랬다.

 

  복도에는 창을 통해 바깥의 불빛이 들어온다. 브리지트는 가만히 그곳에 서 있다가 밤하늘을 봤다가 다시 걷는다.

 

  브리지트에게 용기가 없다고 해서, 그렇다고 캐서린을 내버려두고 갈 수는 없다. 캐서린에게 무슨 병이든 치료하는 건 없다는 걸 알게 해야 한다.

 

  발소리에 기사가 모였다가 그 소리가 브리지트라는 것을 알자 경계를 풀고 다가왔다.

 

  “주인님도 오셨나요?”

 

  “예. 성문 밖에 있어요.”

 

  대답하면서도 브리지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말을 듣지 않는다면 브리지트는 캐서린의 멱살을 잡고서라도 이곳을 나가려고 한다.

 

  멱살을 잡으려면 캐서린을 만나야 했다. 기사들은 브리지트를 봐도 제지하지 않았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몰래 발걸음을 할 때보다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캐서린은 브리지트에게 설득당하지 않았다. 그래서 브리지트는 바로 손을 뻗어 캐서린의 멱살을 잡았다. 캐서린에게는 검이 없다.

 

  “이대로 혼자 두고 갈 수는 없어! 같이 나가자!”

 

  브리지트는 캐서린을 창 쪽으로 밀었다. 캐서린이 올라왔던 창문이었다. 하지만 캐서린은 조금도 밀리지 않고 자신의 멱살을 잡은 브리지트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어?”

 

  브리지트의 손이 캐서린의 멱살을 놓았다. 꽉 힘을 줘 잡았는데 너무 쉽게 놓쳐 버렸다.

 

  “날 막을 거야? 이미 너와 내가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다 반역자이고 너 또한 반역자라는 이름을 못 벗어나.”

 

  “괜찮아. 나는 그냥 위험한 곳에서 캐서린을 데리고 나가고 싶은 거야.”

 

  캐서린의 얼굴이 일그러짐과 동시에 브리지트의 손목을 힘껏 패대기쳤다. 브리지트는 살다 살다 이런 힘은 처음이었다. 브리지트는 까딱 잘못 넘어졌으면 자신이 바닥에 꽂아둔 검에 베일 뻔했다. 대화할 때 검을 들고 있으면 너무 흉흉하니 바닥에 꽂아뒀던 것이었다.

 

  바닥에 쓰러진 채로 캐서린을 올려다보니 흉흉한 눈이 마주한다. 순간 움찔 쫄았던 브리지트는 놀란 마음을 급히 감추고 캐서린에게 달려들었다.

 

  캐서린은 브리지트의 주먹을 피했다. 브리지트는 검 훈련을 받기는 했어도 격투 훈련은 받아본 적이 없다. 캐서린의 눈에는 브리지트가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비웃음을 참지 못한 캐서린은 브리지트의 팔을 잡고 배를 찼다. 브리지트가 기침을 하며 늘어져서 캐서린은 브리지트의 팔을 놨다. 브리지트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만 하자.”

 

  브리지트가 아파하는 것을 보며 캐서린이 말했다. 어느 정도 기침이 멎자 브리지트는 또 캐서린에게 달려들었다. 검을 사용했다면 이렇게까지 차이가 나지는 않았겠지만 브리지트는 캐서린을 향해 검을 들이밀 수 없었다.

 

  캐서린은 몸을 크게 돌려 피하고 다리를 걸어 또 넘어트렸다. 브리지트는 무릎을 너무 세게 부딪쳐서 무릎이 부서진 줄 알았다.

 

  아직 고통을 다 삼키지도 못한 브리지트의 머리 위로 캐서린의 목소리가 들린다.

 

  “네가 이런다고 해서 나와 손잡았던 일이 없어지는 건 아니야. 넌 어쨌든 날 이곳으로 들였고 그게 네 할 일의 전부였지.”

 

  브리지트는 캐서린의 발목이라도 붙잡으려 했다.

 

  “브리지트. 검을 놓치마.”

 

  하지만 캐서린의 동작은 너무 빠르다. 브리지트가 손을 뻗는 시간에 캐서린은 방을 나갔다. 잡을 것 없는 손은 천천히 바닥에 닿고 브리지트는 허망한 눈으로 문을 응시한다. 그리곤 천천히 고개를 숙여 이마를 바닥에 붙인다.

 

  브리지트는 주먹을 쥐었다. 최대한 울음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세게 다물고 울었다. 눈물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브리지트는 캐서린을 막을 수가 없었다.

 

 *

 

  성으로 들어온 코델리아는 유디스와 기사들에게 나머지를 처리할 것을 명령하고 브리지트를 찾았다.

 

  브리지트가 갈 곳이 예상되지 않는다. 백작성은 너무 넓고 컸다. 그것은 코델리아의 자부심이었지만 지금은 너무 짜증스럽기만 하다.

 

  코델리아는 무작정 계단을 올랐다. 한 층을 올라와 순찰을 돌던 기사를 발견하고 브리지트를 봤느냐 물었다.

 

  “어? 주인님!”

 

  코델리아의 얼굴을 본 기사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하려고 했다.

 

  “인사는 나중에. 급해서.”

 

  “네. 어린 집사님이시라면 3층에서 마주쳤습니다.”

 

  대답을 들은 즉시 코델리아는 3층으로 달렸다. 열심히 복도를 달리는 소리에 기사가 왔고 반갑게 인사했다. 코델리아는 기사의 인사를 받을 정신이 없었다. 우선 브리지트가 안전하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코델리아는 방마다 문을 열었고 기사는 그것을 의아하게 여겼다.

 

  “찾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사람. 브리지트.”

 

  “아, 우시던데…….”

 

  기사가 침울하게 말하자 코델리아가 놀라 물었다.

 

  “뭐? 어디서?”

 

  코델리아는 걸음도 멈추고 기사의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기사는 주인님이 왜 이러실까 생각하면서도 당혹스러움을 최대한 배제한 목소리로 말했다.

 

  “예전에 집무실로 쓰시던 방 있지 않습니까. 울음소리가 들려서 환청인지 귀신인지 걱정했는데 거기서 울고 계셨습니다. 위로하기도 어려워 그저 모른 척하는 것이 최선이었습니다.”

 

  침통한 표정으로 말하는 기사의 어깨를 두드리고 코델리아는 브리지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브리지트는 창밖을 보고 서있었다. 검은 자신이 준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의 뒷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에 브리지트가 하늘을 보고 있는 건지 정원을 보고 있는 건지 잘 구분이 가지 않았다.

 

  코델리아는 브리지트에게 다가섰고 발소리를 들은 브리지트는 천천히 몸을 돌려 코델리아의 얼굴을 마주했다.

 

  “여기 있었네. 걱정했어.”

 

  코델리아가 두 발로 잘 서있는 브리지트를 보고 안심했다. 얼굴에도 상처가 없는 듯 했다.

 

  “당신은 날 이해해야 돼요. 전 더 큰 힘 앞에 굴복하는 사람이니까.”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에게 냉정하게 말한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렇지 않을까. 누구나 자기 목숨 하나 살리자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은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살고 싶어 이리 붙었다, 저리 붙었다.

 

  코델리아가 그런 감정에 휩싸여 본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자신의 목숨을 저울질 당하는 타인에게 신념을 지키고 도덕을 지키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는 그런 상황에 놓여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상황이 아니기에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자신을 도왔던 사람을 배신하는 것도. 그것 또한 쉽게 일어난다. 살려는 의지가 강한 사람은 자신의 목숨을 살리려고 남을 배신하는 일도 있다.

 

  브리지트는 배신이 아주 나쁜 거라 생각해서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코델리아를 배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캐서린을 막지 못한 지금, 여전히 코델리아를 배신한 상태다.

 

  “예전에 제가 백작님을 살게 했다고 했죠? 그 목숨 값을 지금 받아간다고 생각하면 돼요.”

 

  타인의 목숨을 받아갈 가치는 없지만.

 

  “그리고 백작님이 절 좋아하는 것도, 그것도 그냥 착각일 뿐이에요. 도와줬으니 생명의 은인, 좋은 사람, 그런 이미지들이 겹쳐서 좋은 것일 뿐이지 사랑이 아니에요.”

 

  “자수정이야. 이 대륙에서는 잘 없는 보석이라 귀해. 원한다면 가져가도 좋아. 병을 낫게 한다는 건 허황된 말이지만 가치는 있을 거야.”

 

  코델리아는 자신의 손에 들린 보석을 보며 말한다. 브리지트의 말을 듣기는 했어도 그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싫은 모양이다. 브리지트는 속이 답답하다. 솔직히 브리지트가 이것저것 얘기하며 헛소리를 늘어놓을 때 검 한 번만 휘두르면 브리지트는 그걸 맞고 쓰러질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코델리아는 브리지트를 향해 검을 들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가져가.”

 

  자수정을 내민다.

 

  “광물에는 흥미 없어요.”

 

  “하지만 보석은 돈이고 돈이 이 세계를 움직이지.”

 

  “전 그런 거 너무 싫어요. 누구라도 좀 바꿔야지.”

 

  “하지만 돈 없는 사람들은 힘이 없어 이 사회를 바꿀 수 없고 돈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편해서 이 사회를 바꾸지 않아. 흥미가 없어도 이건 네게 힘이 될 거야.”

 

  브리지트는 왼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바닥 쪽으로 향해 있는 검이 떨린다. 브리지트의 오른손이 떨린다.

 

  “대체 내게 왜 이러는 거예요. 제가 죄책감에 싸일 걸 알잖아요.”

 

  “그렇다고 내가 브리지트한테 검을 들이밀 수는 없잖아.”

 

  “왜 없어요!”

 

  브리지트는 후회하지 않기 위해 코델리아에게 기회를 준 거였다. 아직 아무도 살해해본 적 없는 브리지트가 코델리아를 살리기 위해 도망칠 기회를 준 거였다. 하지만 코델리아는 도망가지 않는다.

 

  “나한테 검은 왜 가르쳤어요. 검을 가르치니까 이런 일이 생기죠.”

 

  “하지만 검을 가르친 덕분에 이 혼란 속에서도 살아남았잖아.”

 

  브리지트는 깊은 한숨을 쉰다.

 

  “당신이 나한테 죄를 씌우는 거예요. 당신이 도망치지 않으니까 내가 당신을 헤칠 수밖에 없는 거예요. 당신보다 더 큰 힘이 많아서, 그래서 어쩔 수 없어요.”

 

  “응.”

 

  대답하고 코델리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코델리아는 여기서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밖에서는 소란스러운 소리가 가까워진다. 브리지트는 아랫입술을 꽉 문다. 시간이 없다. 코델리아의 손목을 잡아채는 바람에 자수정은 바닥으로 떨어진다.

 

  브리지트는 코델리아를 책상 밑에 들어가게 했다. 불이 없으니 들키지 않을 것 같다. 차마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코델리아를 죽일 수 없던 브리지트가 생각해 낸 최선의 방법이었다.

 

  문이 열린다.

 

  “여긴 너 뿐인가?”

 

  “어.”

 

  브리지트는 짧게 대답하고 자수정을 상대에게 던진다.

 

  “찾았어. 이거 말고 다른 보석은 없는 모양이야.”

 

  상대는 자수정을 허리에 찬 주머니에 챙겨 넣는다.

 

  “너도 내려와서 도와. 이런 곳에서 쉬지 말고.”

 

  “그래~”

 

  따분한 듯 대답한 브리지트는 걸음을 옮긴다. 그러나 자수정을 챙긴 사내는 자신이 직접 방을 살펴야겠는지 방 안으로 들어갔다. 브리지트는 사내의 뒷모습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44 완결 2019 / 11 / 14 189 0 13   
43 2부 13화 2019 / 11 / 14 203 0 3995   
42 2부 12화 2019 / 11 / 13 206 0 6013   
41 2부 11화 2019 / 11 / 13 239 0 6626   
40 2부 10화 2019 / 11 / 12 256 0 5945   
39 2부 9화 2019 / 11 / 12 219 0 6108   
38 2부 8화 2019 / 11 / 11 194 0 6522   
37 2부 7화 2019 / 11 / 11 205 0 6065   
36 2부 6화 2019 / 11 / 10 207 0 6324   
35 2부 5화 2019 / 11 / 10 213 0 6805   
34 2부 4화 2019 / 11 / 9 241 0 6510   
33 2부 3화 2019 / 11 / 9 213 0 6137   
32 2부 2화 2019 / 11 / 7 206 0 6637   
31 2부 1화 2019 / 11 / 7 217 0 5798   
30 30화 2019 / 11 / 6 225 0 6193   
29 29화 2019 / 11 / 6 220 0 5452   
28 28화 2019 / 11 / 5 209 0 4829   
27 27화 2019 / 11 / 5 197 0 4958   
26 26화 2019 / 11 / 2 206 0 4619   
25 25화 2019 / 11 / 2 187 0 4990   
24 24화 2019 / 11 / 1 196 0 5171   
23 23화 2019 / 11 / 1 214 0 5642   
22 22화 2019 / 10 / 31 222 0 5747   
21 21화 2019 / 10 / 31 201 0 6152   
20 20화 2019 / 10 / 30 215 0 5667   
19 19화 2019 / 10 / 30 216 0 5784   
18 18화 2019 / 10 / 28 199 0 5966   
17 17화 2019 / 10 / 28 199 0 5393   
16 16화 2019 / 10 / 27 206 0 4519   
15 15화 2019 / 10 / 27 198 0 5418   
 1  2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