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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92년생 박정희(貞僖)
작가 : 명약관화
작품등록일 : 2019.11.4

어느날 세상이 멸망하고 괴물들이 우후죽순 나타난다.
부대 복귀 날 뒤집힌 버스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군인, 박정희.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낮은 그는 위기 속에서 갈팡질팡하는데...
우연히 각성한 성좌와 함께 '마음이란 무엇인지' 점점 깨달아간다.

 
스파이더걸과 폭주기관차(1)
작성일 : 19-11-06 09:34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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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여기는 어디야?

 

 구름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사방이 흐릿했다.

 

 어리둥절함에 가만히 있기보다 무작정 전진하기를 선택했다.

 

 안개처럼 막막한 앞을 오로지 두 발에 의지해서만 걸어가자 무언가가 보였다.

 

 ‘이 곳은···’

 

 금빛중학교 3학년 3반

 

 내 교실이었다.

 

 탕! 하고 머리에 부딪히고는 바닥을 구르는 킹카콜라 캔.

 

 주변에서 흐읍 하고 숨을 들이쉬지만 그뿐이었다.

 

 “야 깡통! 낄낄낄, 미안하다 좀 궁금해야 말이지.”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다.

 

 “깡통이랑 깡통이 부딪히는 소리가 어떻게 나는지 궁금했단 말이야!”

 

 “크크큭, 야 저 새끼 정수리에서 콜라 흐르는 거 봐.”

 

 “시원하겠다~ 탄산수로 샤워했네 뽀득뽀득!”

 

 꼬질꼬질한 교복에 공허한 눈.

 

 그리고 아무 대답없이 그저 선생님이 칠판에 수업하고 간 내용을 마저 적고 있는 아이는··· 나였다.

 

 16살의 박정희.

 

 곧을 정에 기쁠 희인데 닉 값은 하나도 못하고 있다.

 

 어렸을 적 나를 제 3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이거··· 참 묘하다.

 

 “야! 그만해!”

 

 어디선가 수건을 가져와서는 내 머리에 묻은 콜라를 털어주는 남학생.

 

 유일하게 저 정글같은 학급에서 내 편을 들어주고 불의에 맞서 싸우는 영웅.

 

 ‘이 한.’

 

 우리반 반장이자 학창시절 나를 챙겨준 유일한 학우였으며··· 그리고 나를 사람처럼 보이게 만들어준 친구다.

 

 “저 새끼 지금 뭐하는 거냐?”

 

 “좆도 아닌 게 지 혼자 착한 척 아가리만 털 줄 알지! 씨발 안되겠다 이 새끼.”

 

 “야, 야! 참아 곧 담임 온 단 말이야.”

 

 맨 뒷자리에 앉아있던 양아치 중 한 명이 책상을 박차고는 튀어나갔지만 다른 놈들이 막아섰다.

 

 곧이어 들어오는 담임.

 

 머리가 반쯤은 벗겨졌지만 여전히 성깔 하나만큼은 젊었을 적 그대로다.

 

 “뭐하는 거야! 자리에 안 앉아?”

 

 “선생님! 지금 정희가 몸이 안 좋다해서 양호실 좀 데려가도 될까요?”

 

 대머리 선생은 수업 시작하자마자 양호실을 간다는 소리에 눈을 찌푸렸지만,

 

 말한 이가 모범생인 반장이다보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빨리 갔다 와라.”

 

 “넵!”

 

 그저 멍하니 있는 정희를 힘차게 끌고 가는 반장.

 

 그들의 뒷모습이 반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눈 앞의 광경이 바뀌었다.

 

 ‘과거의 일들을 보여주는 건가?’

 

 보통 꿈을 꾸는 거면 내가 어린 정희의 몸에 들어가 있거나 할텐데···

 

 이건 뭐, 박정희라는 사람의 일대기 중 한 부분을 영화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잠깐 흐릿한 안개로 돌아왔다가 또 밝아지는 사방.

 

 눈 앞에 네모낳게 펼쳐진 펜스와 쭈욱 뻗은 파란 하늘 그리고 텅 빈 공간이 보였다.

 

 양호실이 아니라 학교 옥상이었다.

 

 “정희야 그거 알어?”

 

 “···..”

 

 친구가 애기하는 데 저 어린노무시키는 대답도 안 한다.

 

 “나 초등학교 3학년일 때였나? 한 번 교통사고가 났는데.”

 

 정희는 계속 바닥만을 쳐다보고 있었고 반장은 정희를 한 번 힐끔 보고는 먼 산을 바라봤다.

 

 “몸은 멀쩡한데 뇌 신경 어디가 꼬였다고 의사 쌤이 그러는 거야.”

 

 “···..”

 

 “그런데 그때부터 가슴이, 여기 안이···”

 

 반장이 정희의 손을 들어 자기 가슴을 콕 찔렀다.

 

 “텅텅 비었다?”

 

 “···.뭐?”

 

 처음으로 반응한 정희.

 

 반장의 미투고백에 정희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하긴 지금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반에서 그 누구보다 활기차고 친구들도 많은 인싸중의 인싸가 ‘나’처럼 메마른 놈이었다니.

 

 “처음에는 믿기지가 않아서 슬픈 영화랑 코미디 프로그램이랑 전부 찾아서 봤는데.”

 

 “···..”

 

 “하나도 슬프지가 않고 심지어 웃기지도 않아.”

 

 “···..”

 

 “TV속에서 예능을 틀면 방청객들이 웃기다고 박수치고 자지러지는데··· 나 혼자 다른 내용을 보는 것 같애.”

 

 반장은 옅은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그 웃음을 짓는 본인도 그리고 그걸 보고 있는 정희도 그 웃음이 무슨 의미인지 모른다.

 

 “그렇다고 내가 감정을 아예 못 느끼는 게 아니야, 다 알아··· 슬픔이 무엇인지, 웃기다는 게 무엇인지 다 아는데··· 그런데 모르겠어.”

 

 “너···”

 

 반장의 솔직어린 고백에 정희는 우물쭈물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이럴 때 뭐라고 말해야 될지, 위로를 해야 되는 게 맞는건지 모르는 것이다.

 

 선천적으로 공감능력이 없는 나와 후천적으로 공감을 못하게 된 반장.

 

 원래부터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랑 원래는 가졌지만 중간에 뺏긴 사람이랑 누가 더 힘들까?

 

 반장이 입을 열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어디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 같고,”

 

 먼 산을 바라보던 반장이 ‘나’를 쳐다봤다.

 

 “나를 둘러싼 세상은 빨강, 파랑, 노랑, 초록으로 물들어 있는데···”

 

 그의 눈가에 물기가 어려 있었다.

 

 “나 혼자만 회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 같애.”

 

 저 눈물은 과연 진심으로 우러나온 눈물일까?

 

 지금의 나는 알고 있다.

 

 왜냐면 이 뒷부분의 내용을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너도 그렇지?”

 

 이 당시의 ’나’는 몰랐고,

 

 그리고 어렸다.

 

 “거짓말.”

 

 다만 호랑이 새끼도 호랑이라고

 

 쉽사리 넘어가지는 않는다.

 

 반장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거짓말이라니?”

 

 정희가 반장의 눈을 직시했다.

 

 “아무것도 느끼지를 못하는데··· 어떻게 그렇게 행동할 수 있지?”

 

 합리적 의심이다.

 

 “네 주변에는 친구들이 많아, 너는 그 사이에서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모두가 너를 좋아해··· 너는··· 나랑 달라.”

 

 말끝을 흐리며 고개를 푹 숙여버린다.

 

 정말 이때의 ‘나’는 자신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

 

 반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아니 어두운 게 아니다.

 

 지금에 와서야 알 수 있지만 저 표정은,

 

 당시 반장이 내게 지은 표정은 안타까움이었다.

 

 “맞아, 사실 다 거짓말이야.”

 

 “···.?”

 

 그리고는 푸하하하 웃는 반장.

 

 “미친새끼.”

 

 정희는 나지막히 욕을 중얼거리고는 일어서려 했지만 옆에 있던 반장이 붙잡았다.

 

 “속았지?”

 

 정희의 얼굴에 이건 또 뭐하는 시츄에이션이지?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렇게 연기를 해.”

 

 “연기?”

 

 “필요하다면 거짓말도 서슴지 마.”

 

 “······”

 

 “사람들이 웃는 타이밍, 마주치는 시선, 묘한 뉘앙스까지··· 다 따라해.”

 

 기이한 열기··· 광기라고 표현하는 게 맞는 걸까? 반장의 기세는 엄청났다.

 

 “직유, 은유, 관용어 모든 걸 공부하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연기해서 다 속여버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는 나까지 침이 꼴깍 넘어갔다.

 

 어린 정희일때도 느낀 거지만 이 새끼는 나랑 달랐다.

 

 공감을 못하고 타인의 감정에 메마른 것은 비슷하지만,

 

 나와 달리 반장은···

 

 그래, 싸이코패스였다.

 

 “타인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 왜 미친 놈 취급을 받아야 하지? 공감하나 못 한다고 너가 왜 정신병자 취급을 받아야 하지? 왜!... 아니 왜! 우리가!!”

 

 들끓는 감정에 아니 어떻게 보면 스스로 만들어낸 감정에 취해있는 그.

 

 한참을 폭풍과도 같이 감정을 쏟아낸 후 반장은 숨을 헐떡였고,

 

 “너가 지금은 나를 이해 못해도···”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이 끝나자 고요함이 공간을 지배했다.

 

 “···나중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게 될 거야.”

 

 적막함 속 반장이 정희를 보며 웃었다.

 

 “너랑 나는 같아, 정희야.”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쫘악 찢어진 웃음.

 

 광기에 취해있는 녀석의 눈에서는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내가 도와줄게.”

 

 소름이 끼쳤다.

 

 ···그 말 말고는 저 녀석의 얼굴을,

 

 눈에 보이는 감정을 표현할 말이 없었다.

 

 얼이 빠진 채 반장의 손을 잡고 일어난 어린 ‘나’.

 

 그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쉴 때,

 

 어디선가 쿡쿡 찌르는 고통이 느껴졌다.

 

 ‘뭐야? 갑자기? 어, 어··· 안 돼! 더 보고 싶다고!

 

 학창시절의 기억은 희미했기에 지금처럼 과거를 생생히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그래서 후반부 기억도 더 보고 싶었는데, 누군가 자꾸만 나를 찔러댄다.

 

 ‘어떤 빌어먹을 놈이··· 나···ㄹ···ㅡㄹ···’

 

 그 생각과 함께 번쩍 하고 눈을 뜬 나.

 

 “일어났어요??”

 

 “아으윽··· 이건 또 뭐야?”

 

 몸이 여기저기 쑤셨다.

 

 “아, 진짜 몇 시간을 자는 거에요? 아무리 찔러도 안 일어나네!”

 

 뒤쪽에서 들리는 소프라노 톤의 째진 음성.

 

 저 년이 범인이구나 싶어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리려 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왜 그런 가 싶어 몸을 바라보니···

 

 “시부럴”

 

 지금 내 몸은 누에고치처럼 실에 꽁꽁 감겨 있었고 심지어 허공에 거꾸로 매달려있기까지했다.

 

 아··· 머리에 피 쏠린다.

 

 뒤에서 그 여성이 뭐라뭐라 하지만 주변 상황을 파악하느라 귀에 들어오지가 않았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KTX 객실 안.

 

 어쩐지 낯익드라.

 

 그리고 나는 누에고치처럼 묶여있고 어디보자··· 주변에 거미줄이 졸라게 많네?

 

 생각해보니 아까 계단에서 떨어질 때 나를 민 놈도 스파이더걸이었다.

 

 그러니까 간단하게 요약해서 KTX객실은 현재 거미줄 집이고 나랑 내 뒤에서 쫑알쫑알대는 여성은 거미줄로 묶인 먹잇감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케이 상황파악 끝.

 

 근데 이제··· 어떻게 탈출하지?

 

 “야 이 또라이놈아! 내 말 안들리냐?”

 

 아···

 

 진짜 또라이 같은 상황이다.

 

 왤케 빡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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