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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갔다
작가 : 청사진
작품등록일 : 2019.9.1

나이 서른하나, 브래지어 끈이 내려갈 일이라고는 브래지어 줄이 기분 나쁘게 쓱 한쪽으로 말려 내려갈때 말고는 없다! 단호하게, 없다! 그냥 제기랄, 없다! 그렇다, 아무것도 없던 적막한 인생에 구원처럼 나타나 한 줄기 빛처럼 살포시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겨 줄 그러한 운명 같은 상대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사소하고도 기막힌 사랑 이야기이다! 브래지어 끈이 내려가는 순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10. 그 말로만 듣던, 가족 같은 회사 여기 있네!
작성일 : 19-11-06 09:33     조회 : 244     추천 : 0     분량 : 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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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도 전에 엉덩이골부터 먼저 보여주셨던 사장님은 첫 만남의 강렬함 만큼이나 내내 일관된 분이셨다! 사무실 한 쪽에 마련된 둥근 탁자에 삥 둘러앉으라며 이내 손짓하시더니 자리에 앉으려던 우리를 향해 이렇게 말부터 꺼내셨다.

 

  “다들 코피 한잔 어때요? 아침에는 일단 코피부터 한잔 들이키고 시작해야 일이 술술 잘 풀리는 법이 거덩!”

 

  그 말에 합격 소식 전화를 주셨던 실장님으로 불리는 여자분이 사장님의 그런 모습에 익숙하다는 듯 사장님 옆구리를 쿡 찌르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사장님, 코피 아니라 커피....”

 

  자주 그러했다는 듯 사장님의 그 ‘코피’는 ‘커피’로 이내 정정되었고 등장부터 화려했던 김주란씨는 그런 사장님과 실장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빙그레 웃음 짓고 있었으며, 나로 말할 것 같은 ‘이 상황이 죄다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겠네!’라는 표정을 내짓고 있었다. 그때였다. 분위기를 전환하듯 실장님이 말의 물꼬를 이렇게 트셨다.

 

  “참, 여기 계신 김주란씨는 ‘아차상’을 받고 입사하셨어요. 그리고 여기 계신 이영선씨는 ‘재치상’을 받고 입사하신 분!”

 

  실장님의 간략한 소개말이 끝났을 때, 나는 어정쩡하게 웃는 얼굴로 그러나 긴장한 듯 그렇게 ‘아차상’을 받았다는 김주란씨를 향해 ‘하마터면, 아차! 스럽게 못 만날 뻔 했네요’라는 웬 바람 빠진 풍선같이 시답잖은 농담을 건네었다. 그런데 그런 나의 볼품없는 농담에도 웃으며 ‘그러게요. 영광인걸요.’라고 대꾸해주는 것을 보니 김주란씨는 정녕 멋진 여성인 듯하였다. 친하게 지내야지!

 

  그 이후로 사장님의 브래지어에 관한 철학 아닌 철학이 말리는 이 없이 지루하게 이어질 때쯤! 그 상황을 끊어주기에 아주 좋은 타이밍으로 멀리서부터 우당탕탕 달려오는 소리 하나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묵직하던 그 소리는 이내 허겁지겁 이층 계단을 뛰어 달려오기에 바빴다!

 

  “첫날부터 늦어 죄송합니다! 장덕철입니다!!!”

 

  참으로 구수한 이름이다... 장덕철... ‘그날처럼’을 불렀던 그룹 장덕철이 떠오르게 하는 이름이네... 싶던 것도 잠시 허둥지둥거리는 그 통통한 몸짓은 이내 메고 있던 백팩을 어디 둘 줄 몰라 두리번두리번하더니, 또 이내! 식은땀이 줄줄 흐르는 얼굴을 주머니에서 꺼낸 손수건으로 닦더니, 또 이내! 어디에 앉아야 하는가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이 사람 초면인데 왠지... 손이 많이 가는 사람 같다. 잘 챙겨줘야지 싶은 마음이 들던 찰나! 실장님이 빠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분은 대상을 받은 장덕철씨예요.”

 

  아! 그 대상의 영광을 안은 사람이 바로 당신이군요!... 싶어지는 순간이었다. 장덕철씨가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사장님의 또 그 브래지어에 관한 철학 아닌 철학이 길게 이어지려던 때, 실장님이 쿡 사장님의 옆구리를 대놓고 찔렀다. 이 회사 진짜 이상하다? 사장님의 옆구리를 대놓고 찌르며 무안 주는 회사라니... 가족 같은 분위기는 위험하다는데 혹시 실장님과 사장님은 가족관계? 하고는 나름대로 추측을 이어가며 명탐정 코난 만치로 저 둘이 가족인가 아닌가하며 얼굴 생김새를 주위깊게 살필 때 사장님이 새로 입사한 우리 셋을 보며 푸근하게 미소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리 회사는 보다시피 자그마해요. 대기업 입사를 꿈꾸던 여러분이라면 좀 실망을 하셨을겝니다. 그렇죠잉? 그래도 뭐, 누가 압니까? 대기업 못지 않은 큰 회사로 순간 성장할지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장님의 웃음소리가 계속되자 실장님이 또 사장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진짜 이상해... 진정 가족 같은 회사다... 나는 옆에 앉은 김주란씨와 내 앞으로 마주 앉은 장덕철씨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여러분, 우리는 앞으로 한배를 탄 것입니다! 격정의 파도를 한번 잘 헤쳐 나가보자구요!

 

  그때 내 그런 다짐이 무색해지게 김주란씨가 사뭇, 냉철한 목소리를 하고는 사장님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신생 회사라고 들었는데... 신생 회사가 맞나요...?”

 

  내 말이요! 내가 묻고 싶던 것을 물어준 김주란씨 고마워요!라고 내뱉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사장님을 똘망똘망 바라보자 사장님이 말씀하셨다.

 

  “회사가 보기에는 마 이래도 신생이래요. 내가 삼십 년 가까이 란닝구 장사만 하다가 다 접고 란닝구 회사로 쓰던 건물에다가 마 브래지어 사업을 시작한 거 아니겠는교.”

 

  아! 사장님은 란닝구 회사를 하던 분이셨구나... 싶어질 때, 사장님의 묻지도 않았는데 셀프 칭찬이 이어져갔다...

 

  “이래뵈도 란닝구 이수용 대표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당께요. 내가 마 란닝구 사업의 큰 획을 그었다고 사람들은 칭찬하고 그러는데 에에, 그건 좀 겸 언짢고.”

 

  겸 언짢다는 분이 왜? 계속 셀프칭찬을 이어가시는 거죠? 라고 묻고 싶을 때쯤! 또 실장님이 사장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저거 괜찮다. 쿡, 치고 빠지듯 찌르기.

 

  그러자 아까 소개 때를 제외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말없이 가만 앉아있던 장덕철씨가 입술을 불안하게 달싹달싹이더니 조그맣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이렇게 묻는 것이 아닌가!

 

  “... 그런데... 실례가 되지않는다면 상금은 언제 입금되나요...?”

 

 ******************************

 

  “여기가 바로 현장이에요.”

 

  앞장선 실장님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회사 공간 곳곳을 왔다리 갔다리 다니며 살펴보기에 바빴다. 일 층 사무실 옆으로 난 큰 문을 열어젖히며 실장님은 이곳이 현장이라며 우리를 안쪽으로 안내해주셨다. 입구부터 쭉 쌓아 올린 사과박스, 배 박스, 감 박스 사이로 정체 모를 서류들이 무더기로 쌓인 채 통로 양옆에 쌓여있었고, 그 안으로 들어가 보니 그 안에 작게 난 문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그 안으로 볕이 잘 드는 공간 하나가 우리 앞에 펼쳐졌다. 그곳에 동글동글하게 파마머리를 한 아주머니들 몇 분이 쭈르르 앉아 브래지어를 포장하고 있었다. 마치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나오는 움파룸파족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처럼 분주하고도 빠른 몸짓들이었다. 크게 틀어둔 라디오를 들으며 조용히 앉아 브래지어를 포장하던 아주머니들은 실장님의 ‘신입사원들 왔어요.’라는 커다란 한마디에 다들 재까닥 빤히 뒤를 돌아보시더니 우리를 보고는 다들 사람 좋게 웃으시고는 다들 다시 바삐 일들에 빠르게 몰두하였다. 정말이지 움파룸파족을 닮은 아주머니들이었다!

 

  현장 기계들과 현재 나가는 브래지어들을 짤막하게 소개해 주신 실장님이 그 뒤를 이어 우리가 가장 많이 쓰게 될 일 층 사무실 공간을 소개해 주셨다. 첫 만남이 이루어졌던 이층의 사장님이 쓰시는 이층 사무실 공간 바로 밑에 난 아주 협소하고도 자그마한 공간이 일 층 사무실이었다. 컴퓨터가 세 대 나란히 놓인 책상들과 손님맞이용 소파를 제외하고 나면 사람들이 복작복작 왔다 갔다 하기에는 한없이 비좁은 공간이었다.

 

  실장님이 각자 지정해 주신 자리에 앉아 대충 자리를 정리하고 컴퓨터의 전원 버튼을 눌러보니 컴퓨터의 부팅속도가 꽤나... 느렸다. 게다가, 더욱이 문제는 컴퓨터를 켜 기존의 문서들을 살펴볼까 싶어 열어보니 한글 문서 파일이면 엑셀 파일이며 하다못해 이미지 파일들조차 전부... 죄다 바이러스를 먹어 열 수 없었다. 그 이름도 유명한... 악질 매그니베르 바이러스에 잔뜩 걸린 컴퓨터였다. 나는 왜 내 컴퓨터만 이 모양일까 뽑기 운이라고는 역시 지질히 없는 인생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쭈뼛쭈뼛 장덕철씨와 김주란씨를 향해 이렇게 말하였다.

 

  “... 어째 죄다 문서들에 바이러스가 걸려있는데요...”

 

  그때였다. 장덕철씨가 내 말에 이렇게 받아쳤다.

 

  “제 것도...”

 

  그러자, 장덕철씨 옆에 앉아 컴퓨터만 빤히 노려보던 김주란씨가 이렇게 한마디 더 했다.

 

  “제 것도네요...”

 

  맙소사. 첫 끗발이 개 끗발이라는데... 첫 느낌부터 싸한 이 회사 정녕 괜찮은걸까...? 싶어질 때 사장님이 보기 좋게 등장하셨다!

 

  장덕철씨가 사장님을 보자마자 말하였다.

 

  “사장님! 컴퓨터 세대가 죄다 바이러스인데요?”

  “그랬어? 하하하하하하하하. 옆 공장에서 어쩐지 이사가면서 싼값에 넘기더라니. 이래서 다 새것 새것 하나 봐. 뭐 어쩔 수 있나? 이제부터다가 다시 새 출발 한다는 느낌으로다가 우리가 다 같이 새롭게 꾸려보자구! 어때?”

 

  꾸리긴 뭘 꾸리나요, 사장님...꾸리꾸리 구려요... 라고 정말이지 받아치고 싶었다. 실장님 만치로 옆구리라도 쿡, 찌르면서 말이다!

 

  제대로 된 것이라고는 없어 보이는 이곳에서의 출발 과연 순조로울 수 있을까?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퇴근길, 종명이에게서 메시지가 와있었다.

 

  [영선아, 우리 이번 주말에 청계천 등불축제 보러갈까?]

 

  바이러스로 심란하던 하루의 마음이 종명이의 메시지로 환하게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에잇, 바이러스 따위 뭐! 그리 중요한가! 사장님 말대로 정말 새로 시작하면 되지 않는가! 새로 시작하는 마음, 그것이 중요한 것이니!

 

  그러나 나는 얼마 후, 새로이 시작할 수 없는 구겨진 마음 앞에 덜컥! 놓이게 되었다.

 
작가의 말
 

 글은 엉덩이의 힘으로 쓴다던데... 책상에 꿋꿋하게 달라붙어 엉덩이 힘으로 버티겠습니다! 여러분을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 자주 찾아들수있도록, 그리고 빛날수있도록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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