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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게임판타지
훼인
작가 : 려영
작품등록일 : 2019.11.5

이 픽션에는 현재 우리 사회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중심 테마를 기점으로 해서 그 게임속에서 살아가는 젊은 게이머들의 생생한 실상과 우정 사랑 배신들의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데킬라 같은 사랑 우정 그리고 배신...... 21세기 현재의 시간속을 힘겹게 부딪치는 청춘의 군상들이 소리없는 독백처럼 숨결을 가다듬습니다. 인터넷 온라인 게임이라는 또다른 세상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처절한 자화상입니다

 
[훼인] 8회 - 자바계곡
작성일 : 19-11-06 09:26     조회 : 313     추천 : 0     분량 : 1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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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바계곡 ]

 

 주홍색 레더메일에 C 급 최강 무기인 레더 컷 단검을 움켜쥔

 플레인 솔져가 특유의 빠른 걸음으로

 자바 계곡 깊숙히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희뿌연 안개가 드리워지고 갈가마귀 소리까지 음산하게

 들려오는 계곡 입구는 언제나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곳이었다.

 

 실제에 가까우리만치 정교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진

 잿빛 기암 절벽들이며

 덤성덤성 자리 잡은 녹황색 풀포기들......

 

 그리고 그 사이를 너울 거리듯 춤추는 안개 자락들은

 그곳을 처음 찾는 이로 하여금 묵직한 공포감과 경외감을

 저절로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리만치 신비로움 자체를 야성적으로

 자아내고 있었다.

 

 수범은 언제나처럼 밤 10시가 넘으면 pc방 프런트 테이블 위의

 컴퓨터에서 미니지 게임에 로그인해서는 현재 최고난도의

 사냥터인 자바계곡 속으로 홀홀단신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갈가마귀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들이 너울거리며

 기분나쁜 울음소리를 내고 있는 잿빛 하늘아래로 중간중간에

 두 세명의 캐릭들이 소규모 파티를 맺고서 사냥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눈에 띄었지만 수범은 별로 개의치 않았다.

 

 그는 좀 더 깊숙한 저 안쪽 - 이른바 '자바 센터' 라고 불리우는

 메인지역으로 이동중인 것이었다.

 수범은 저 멀리 지평선 부근에다 마우스를 클릭해서 캐릭터의

 목표지점을 자동 지정해주고는 담배 한 개피를 꺼내 물었다.

 평소에 하루 반갑 정도이던 담배량이 이 게임을 시작한 후로는

 두배 이상 늘어난 듯 담배갑에 손이 가는 횟수가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특히 지난번 혈전을 치루면서는 거의 줄담배에 가까울 정도로

 담배 연기속에 파묻혔던 터였다.

 몸무게도 자그만치 6 킬로그램이나 빠질 정도로 황폐해져 있었고

 요즘은 시력도 좀 나빠졌는지 안구에 피곤함을 자주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그 신경쓰이던 혈전을 끝내놓고는 승리감과 후련함 탓에

 이 게임속으로 한층 더 몰두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도 알코올 중독환자처럼......

 한시라도 게임을 떨쳐버릴수가 없는 것이다.

 

 온라인 게임상에서는 그러한 중독 수준의 게이머들을

 '훼인(=폐인)' 이라고 야유하듯 부르고 있지만......

 

 현실세계에서의 답답함과 욕구 불만, 스트레스 같은 비린내나는

 몹쓸 찌꺼기들을 이 게임안에서나마 쌍그리 정리해가면서

 나름대로의 위로와 즐거움을 갖고 싶은게 본심인 것이다.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유발된 e -- 혁명시대에서 새로이 탄생한

 그저 또 하나의 놀이문화일뿐......

 

 '자바 센터' 가 가까와올 무렵 어디선가 화살 하나가 날라와서는

 수범의 캐릭 - 아틸라의 몸에 픽하고 꽂혀들었다.

 

  "하이, 오늘도 열심이네여... ㅎㅎ"

 

 그 인사말의 주인공은 마루치였다.

 마루치의 머리위에는 [여명] 이라는 혈맹이름이 박혀 있었고,

 그는 활을 주로 사용하는 스마트레인즈였다.

 

 이 미니지 게임안에서 플레이를 하는 캐릭터들의 직업은

 실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는데,

 

 크게 보면 공격을 주업무로 하는 전사 클래스,

 버퍼와 힐을 맡고 있는 힐러 클래스

 그리고 아이템 제작과 수집등을 담당하는 드워프 클래스 의

 세 부류로 구성되어지며

 

 전사클래스는 다시 1,2차 전직 과정을 거치면서

 휴먼헌터,휴먼크로스,플레인솔져,어택워커

 그리고 스마트 레인즈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 스마트레인즈는 활을 주무기로 사용하기에

 근접전투보다는 먼거리에서도 몬스터를 공격해서 잡을 수

 있으므로 힐러 없이 혼자서 사냥을 하는 이른바 '솔로잉' 이

 가능하여서 가장 두터운 유저층을 확보하고 있었고

 

 휴먼 크로스는 이도류라고 불리는 양손검을 쓰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으며 나머지 3 개 클래스는 단검 계열이었는데,

 

 먼저 휴먼헌터는 세칭 피통이라고 불리는 '블러드게이지'가 크고

 방어력도 제일 높아서 일단 몸빵이 되므로 주로 파티의

 탱커 역할을 담당하며 제법 무게가 있어 보이는 든든한 폼새때문에

 혈맹 군주를 꿈꾸는 유저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휴먼 계열은 이동속도가 원체 느리고 단검스킬도

 다른 클래스보다 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어택 워커는 특유의 강력한 데미지를 자랑하는 날카로운

 공격력으로 사냥이나 혈전등에서 느끼는 짜릿한 '칼맛' 때문에

 선호하는 유저들이 많았지만

 피통자체가 단검 3인방 중에서 제일 작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서 아틸라와 같은 플레인 솔져의 경우에는

 블러드 게이지도 중간 정도이고 이동속도도 빠르지만

 무엇보다도 강력한 크리티컬(적에게 치명타를 날리는공격스킬)과

 회피율 (상대방의 공격을 피해낼수 있는 확률)이 제일 높은 탓에

 사냥터에서 그 인기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더구나 레벨이 높아질수록 방어력이나 블러드 게이지의 크기도

 비례해서 높아지기 때문에

 아틸라처럼 플레인 솔져 지존 캐릭같은 경우에는

 여타 휴먼 계열 캐릭터들의 피통과 방어력을 능가하리만치

 그 위력이 실로 가공하리만치 막강한 터였다.

 

 마루치는 수범이 이 게임안에서 알고 지내는 몇 안되는

 지인들중의 한 명이었다.

 성격자체가 그리 화통하고 개방적이지 못한 수범으로서는

 아무리 게임상이라지만

 누구하고나 허물없이 터놓고 지내기가 힘든 것이었는데,

 그러면서도 어쩐지 feel 이 끌리며 가슴에 와 닿는 유저들이

 좀 있기 마련이었다.

 

 더루나 마루치는 비록 다른 혈맹 소속이었지만 지난번 혈전중에서

 같은 아군편으로 손잡고서 싸움때마다 항상 선두에 서서

 용맹무쌍하게 참전하던 모습들이 수범의 뇌리속에 좋은 인상으로

 각인되어 있었던 것이다.

 

  "ㅎㅎ 네, 먼저 와 계셨군요. 오늘도 좀 살살 부탁 드립니다.

  혼자서 다 잡지 마시구요 ^^"

 

  "ㅋ"

 

  "참 마루치님.. 실례지만 올해 나이가 어케되시는지 여쭤봐도...

  저는 28입니다."

 

  "좋은 나이시네염 전 좀 마나요 올해 3 학년 6반이지요 흐흐"

 

  "아이고, 한참 형님 뻘이시군요 앞으로 저 보시면 말씀 낮추세요.

  저도 형님이라 부를게요

  그래도 되겠져?

 

  "ㅎㅎ"

 

 마루치는 갑작스런 수범의 제안이 좀 멋쩍었는 듯 짤막한 웃음

 소리로 넘겨버렸다.

 

  "근데 사냥은 안하구서?"

 

  "아 저는 우리 힐러 기다리고 있어요 얘가 오늘은 좀 늦네요

  형님 먼저 사냥하세요."

 

 10시 30 분이 센터 언덕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인데, 오늘도

 그 문제의 힐러는 지각을 할 모양이었다.

 

 힐러없이 솔로잉으로 물약을 이용해서 혼자서 사냥할 수도 있지만

 그것도 근접전투위주인 아틸라와 같은 단검캐릭에게는 한계가

 있는 것이고,

 차라리 고레벨의 힐러와 두명이서 조를 맞추어서 파티를 하는게

 수월하고 훨씬 능률적이기도 한 것이다.

 

 더구나 지금 수범이 기다리는 힐러는 공격형버퍼에서는 최고라는

 "파리퀸" 클래스로서 공격력과 방어력을 증가시키는 버퍼는

 물론이거니와

 공격속도 증가, 명중력증가, 클리티컬 확률 증가 등과 함께

 블러드 게이지의 최대치증가라는 화려한 버퍼들을 제공할 수 있는

 그야말로 자타가 공인하는 힐러의 꽃이었다.

 

  "ㅈ ㅅ ㅈ ㅅ 좀 늦었져?"

 

 수범의 파트너는 20 분이나 늦게 등장을 했다.

 

  "시나브로! 시간 좀 지킬수 없냐? 어제도 늦더니 ;;"

 

  "ㅎㅎ 울 썹 플레인 솔져 지존인데, 저 없을 동안엔 솔로잉 좀

  하고 있으심 안되나요?"

 

 수범은 자신의 위장 부위에 미세한 경련이 또다시 밀려오고

 있음을 느꼈다.

 항상 이 시간만 되면 느껴지는 통증이었는데, 처음에는 약간

 따금거리다가 좀 지나면 강도가 점점 심해지는 통증이었다.

 낮과 밤이 바뀐 상태에 부족한 수면 시간과 과다한 흡연량과

 같은 것들 때문에 경미한 위염에 얼마 전부터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고통과 아픔들 덕분에 플레인 솔져 지존이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 쥔것인지도 모르지만......

 

 이 온라인 게임의 기본적인 특성상 조금이라도 긴장을 늦추거나

 한 달이상씩 게임을 쉬고 잠수를 타버리면 어느새 저만치서

 다른 유저들이 추월해서 앞질러가버리고

 그만큼 도태될수 밖에 없는 것이다.

 

 어느새 센터 존 부근에는 수십명의 고랩 유저들이 사냥터를

 활보하면서 갖가지 몬스터들을 잡고 들 있었다.

 

 '휘둘러' 나 '마루치' 같은 스마트레인즈들은 항상 경계의

 대상이었다.

 근처에 리젠되는 몬스터를 발견하고 뛰어가는 순간

 어느새 스마트 레인즈들의 화살이 그 몹에게 작열하면서

 우선권을 앗아가고 마는 것이었기에...

 

  "ㅜㅜ 저 몹은 분명히 우리가 먼저 발견했고 거리도 더

  가까운데 또 빼앗아가네;; 짜증나"

 

  "흐음, 그건말야 일종의 거리착시현상때문에 그럴거야

  아마도 저 사람들 쪽에선 자기들이 더 가깝게 느껴질걸...

  그나저나......"

 

 수범은 센터존 언덕 한복판에 캐릭을 앉혀서 엠탐모드로

 해놓고는 말을 이어갔다.

 

  "시나브로 우리도 활하나 살까부다. 이래서는 당체 사냥하기가 ㅜㅜ"

 

  "아틸라 오빠 부자신가보네 ㅎㅎ"

 

 풀버퍼를 다 넣고 난 뒤 시나브로는 칭찬인지 야유인지

 알 듯 모를 듯 웃음을 연방 흘리고 있었는데

 한편으로 그런 모습이 참 귀엽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고 있었다.

 

  "활이던 칼이던, 하여튼 좀 마니 잡고 좋은 아템이나 건져보자구요

 

  우리 같이 한지도 보름이 넘었는데

 

  아직 무기 완제는 커녕 그 흔하다는 방어구도 1개 못 먹었쟈나요;;"

 

 

  "흐음......"

 

 

 시바브로는 파리퀸 들중에서도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고랩힐러였는데

 

  3 주전인가 가즈솔져 혈맹에 갑작스럽게 들어왔고 아틸라 라인에 배정이 되어서

 

 수범과 같이 호흡을 맞추어 왔던 것이다.

 

 

  [화력 좋은 격수가 센터에서 파티 구합니다 !]

 

  [장검 격수가 힐러 1 분 모십니다 ~]

 

 

 여기저기 파티원을 구하는 외치기 소리가 연신 대화창에 새겨 들어왔다.

 

 수범은 사냥에 몰입하는 틈틈히 다른 플레이어들을 유심히 관찰하곤 하는 습관이 있었다.

 

 가즈 솔져 혈의 단검 라인을 이끌고 있는 군주에게는 늘 혈원 영입과 혈맹 전투력 상승이라는

 

 중요한 책무가 자리잡고 있는 것이었다,

 

 아직도 혈마크를 달고 있지 않은 무혈유저들이나 작은 규모 혈맹의 유저들에게 틈틈히 인사를

 

 건네고 시나브로를 시켜서 버퍼도 주고 하는 것들이 좀 성가시기는 했지만

 

 공성을 한달정도 남겨 둔 이 시점에서는 어쩔수가 없는 현실이었다.

 

 그런데, 그 혈원 확보라는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은게 요즘 들어와서는 점점 두터운 한계성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더구나 지난번 혈전을 통해 '가즈솔져' 의 명성과 이미지가 한껏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다른 거대혈들의 견제나 작전이 심해져가고 있었고

 

 특히나 [여명] 혈의 동태가 영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얼마전에는 혈원과 관련되어서 사기 비슷한 일도 벌어졌었다.

 

 그 일에만 생각이 미쳐도 얼굴이 저절로 찡그러져오는것이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았는데......

 

 혈전이 끝나고 얼마안되서 아이디가 '산골두목' 인가 하는 사람으로부터

 

 가즈솔져혈에 가입하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왔었다.

 

 클래스가 '어택워커' 라서 수범의 단검라인으로 배정이 되었는데 혈에 들어온 바로 다음날

 

 대뜸 수범에게 귓속말이 오는 것이었다.

 

 "저 아틸라 군주님...가즈솔져에서는 혈원에 대한 지원이 없나요?"

 

 "지원이라니요?"

 

 그 때 자바계곡 깊숙한 지점에서 한창 사냥에 열을 올리고 있던 수범은 처음에는 농담처럼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었다.

 

 가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신참이 그런 가당찮은 도움 따위를 요청해오는 일은

 

 드문 일이었기때문이었는데......

 

 "아 제 방어구가 아직 D 급이라서 C 급으로 맞추려니 돈이 좀 모자라네염"

 

 "......"

 

 수범은 저 산골두목의 레벨이 50인가 51 인가 그 정도인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니나다를까 혈맹 정보창을 열어서 혈원 리스트를 체크해보니 51로 표시되어 있었다.

 

  "군주님.. 짐 바쁘신가요? 아님 담에 얘기드릴까요?"

 

  "아, 아닙니다 사냥중이라서요 잠시만요......"

 

 수범은 사냥을 잠시 중단을 하고는 몬스터들이 없는 안전지대에 캐릭터를 앉혀서 엠탐을 시키면서

 

 상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주, 엠탐 : 게임안에서 각종 스킬을 사용하는데 들어가는 정신적인 힘의 양을 나타내는 것이

 

  엠인데 같은 용어로 마나라고도 한다 이 엠이 다 소모되면 버퍼나 스킬을 쓸 수

 

  없고 일정시간이 지나야 엠이 충전이 되므로 간간히 엠충전을 위해 사냥을 중지하고

 

  앉아서 쉬는 것을 엠탐이라 부른다)

 

 

 "음 우리 혈에서도 혈원에 대한 지원시스템이 분명히 있습니다."

 

 "정말여?"

 

 "네.. 우선 혈에 가입한지 1 달이 넘고, 혈모임이나 혈 레이드, 혈전과 같은 각종 혈맹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열심히 하는 혈원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있답니다."

 

 "아 그렇군요;; 1 달이 넘어야..."

 

 "두목님은 장비 맞추는게 급하신가보군요."

 

 "예 좀 그러네여 현재 갑옷으로는 바벨탑 고층에 가면 버티기가 힘들어서요

 

  ㅎㅎ 방어구가 후지다고 파티도 잘 안해주더구요;;"

 

 

 여타 MMORPG-게임(다중접속온라인역할 분담게임) 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미니지에서도 무기와 방어구 같은 장비 아이템의 중요성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레벨이 올라가면 갈수록 처음의무급장비에서 D 급으로 > C 급 > B 급 그리고 A 급 으로

 

 점점 upgrade 를 하여야만 자기 레벨에 알맞는 사냥터에서 원할한 플레이를 즐길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가령 저 산골두목이라는 유저처럼 50 대레벨 어택워커의 경우에는

 

 레드컷 단검과 레드메일의 C급 경갑 그리고 그에 걸맞는 투구와 장갑 부츠를

 

 풀세트로 완비할 경우에야 바벨탑 고층이나 파미르 마을 근처의 인나시스 초원등지에서

 

 안정된 사냥을 펼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레벨이 높으면서도 그 이하의 D 급장비를 차고서 저레벨 몬스터를 사냥해보았댔자

 

 얻어지는 경험치도 미약하고 아이템이나 유라파의 드랍확률도 극히 희박한지라

 

 게임을 진행해나가면서 어느정도의 레벨에 도달하면 원래 차고 있던 장비들은

 

 마을에 가서 마을 상점이나 개인유저들이 운영하는 상점들을 통해 처분해버리고

 

 거기서 받는 자금에다가 그동안 사냥을 하며 모아둔 유라파들을 합쳐서

 

 좀 더 좋은 칼이나 활 갑옷 등을 장만해나가는 것이 모든 유저들의 색다른 즐거움이자

 

 현실적인 바램이기도 한 것이다.

 

 

 수범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단도직입적으로 질문을 건넸다.

 

  "한 얼마 정도 필요하신가요?"

 

  "그게... 지금 입고 있는 것 다 팔고 잡템 정리하고 해도 300 정도는 더 있어야 될것 같아서요

 

  반지나 목걸이같은 악세서리도 바꾸어야하니까요 ^^"

 

 

 처음에는 방어구만 이야기를 하더니 마방(악세서리를 통해 높이는 개인 마법 방어력의 준말

 

  : 이 마방이 크면 클수록 수면이나 홀드와 같은 마력공격에 대한 저항력이 강하다) 까지

 

 업그레이드하는 쪽으로 대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

 

  "제가 알기로는 해적이나 여명 같은데서는 제 레벨 정도되면 500 까지는 밀어준다던데여.."

 

 상대방은 거의 협박조에 가까운 말투로 나오고 있었다.

 

  "그럼 우선 제가 200 정도 빌려드리죠, 그걸로 갑옷부터 먼저 장만하시구요.

 

  얼른 돈모아서 갚도록 하시면..."

 

  "정말요? 오홋 ㄳ ㄳ 근데 언제쯤 주실수 있을지"

 

 산골두목은 정말 염치없게도 급하게 재촉을 해대고 있었다.

 

 1 시간 뒤 수범은 그레고리성으로 이동해서 그 산골두목을 만나고 있었다.

 

 자신의 인벤토리에서 200 만 유라파를 꺼내서는 그 산골두목에게 건네 주었던 것이다

 

 "맞죠? 200 만"

 

 "네네 정말 감사해요 이 은혜 절대루 잊지 않겠슴다"

 

 그러면서 정중하게 꿇어앉기 모드로 꾸벅 절까지 하더니 급한듯이 그레고리성을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수범은 이렇게라도 할 수 밖에 없는 현재 자신의 처지와

 

 혈맹의 입장이 안타깝게만 느껴져왔다.

 

 어떻게든 혈원을 놓치지말아야 한다.

 

 특히나 50 대 레벨 근처의 격수들은 집중 공략 대상으로서 포섭을 하고 다독거려야만 하는 것이다.

 

 지난 번 혈전에서 똑똑히 목도한바와 같이 가즈 솔져와 같은 공성 혈의 전투력은

 

 정규 혈원수 + 고레렙 격수들의 숫자로 결정되는 것이고 그 전투력을 강화시켜야 할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껴왔던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경우처럼 새로 들어온 혈원이 대놓고 지원을 요청해오는 일은 처음있는 일인지라

 

 엉겁결에 돈은 건네준 터이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그 산골 두목이라는 인물은 며칠후 아무 말도 없이 혈탈을 해버리더니

 

 딱 1 주일후에는 머리위에 [여명] 의 혈마크를 달고서 홀연히 나타난 것이었었다.

 

 다른 혈원의 제보로 그 사실을 접하고서도 처음에는 선뜻 믿기지가 않았지만

 

 그레고리성에 창고정리를 하러 들렀다가 산솔두목의 머리위에 선명하게 아로 새겨진

 

  [여명]의 금색 십자 문양의 혈마크를 발견하고서는

 

 한동안 어이가 없어서 말조차 건네지 못할 정도의 충격을 느꼈었다.

 

 원래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의 수범이었지만

 

 솟구치는 분노에 순간적으로 따지듯 일반 채팅으로 따져 물었는데

 

 상대방은 그냥 '본주가 아니고 부주인데요' 라고만 짤막하게 대답하고는

 

 휭하니 사라져버리는 것이었다.

 

 결국 산골두목은 이 혈 저 혈 옮겨다니면서 그저 단물만 삼키고서 돌아서버리는 철새 유저였던

 

 것이다.

 

 아무리 인터넷상에서 이루어지는 게임이라지만 사기와 배신 온갖 음모가 어우러져

 

 탁류처럼 흘러가는 이 현실 세계의 부끄러운 단면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것임을 그제서야 절실히 깨달았고,

 

 수범은 자신의 경솔한 판단과 행동을 하나의 시행착오로 치부하면서 애써 위로해보려고 했었다.

 

 

  "나 먼저간다 수고혀.."

 

 근처에서 솔로잉을 하면서 사냥을 하던 마루치의 짧은 귓말이 대화창에 아로 새겨져 들어왔다.

 

  "앗 형님 벌써 가시려구요? 오늘은 일찍 나가시네여."

 

  "웅 울 혈에서 긴급 호출이 있어서, 가야 해 ㅜㅜ"

 

  "무슨 급한 상황이 생긴가 보군요"

 

  "음 그건 나도 잘.."

 

 마루치는 그렇게 말꼬리를 흐리면서 마을로의 귀환을 시도하고 있었다.

 

 육각형모양의 은빛 오로라가 선명한 광채를 비치는 듯하더니

 

  마루치의 모습은 어느새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수범이 알기로 마루치는 여명혈의 간부였고,

 

 그가 사냥 도중에 마을로 급히 귀환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좀처럼 드문 일이었던 만큼

 

 뭔가 심상치 않음을 본능적으로 느끼면서 얼른 화면 우측 하단부의 게시판 메뉴를 클릭해보았다.

 

 아니나다를까......

 

 서버 게시판에는 여명과 황제 혈맹의 독기 넘치는 설전들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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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명] 본 혈맹은 이번 샤갈리나 레이드 중에 생긴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황제혈 측의 부당하고

 

  비신사적인 행위에 대해서 전적인 책임을 물으면서 무한 필드 혈전(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벌이는 24시간 상시혈전)에 들어감을 선언한다

 

  - 여명 총군주 션

 

 

 [황제] 먼저 작금의 혼란스러운 사태가 본의아니게 일어난점에 대해 아리스 서버 유저 여러분들께

 

  사과드립니다.

 

  여러 유저들께서도 잘 아시다시피 그동안 여명 혈맹은 곳곳의 인기사냥터를 독식하다시피

 

  해왔고 특히 샤갈리나 레이드를 거의 독차지하면서 유저들의 참여를 원천봉쇄시키는 전횡을

 

  저질러 왔습니다.

 

  오늘 저녁에도 우리 혈원 몇명이 샤갈리나 레이드를 감행하는 도중에 여명 측에서 뒤늦게

 

  3 파티나 사냥터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분명히 먼저 들어온 저희 혈원파티에 우선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명 측에서는 저희 혈원

 

  들의 레이드를 고의로 방해했고,

 

  이에 격분한 혈원들과 언쟁을 하는 도중 싸움이 벌어졌고

 

  그 와중에 단일 파티만으로 들어갔던 황제 혈원들이 전원 몰살당하는 어처구니 없는 참사가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 사실을 접한 본 혈맹 측에서는 즉시 여명의 션 총군주와 대화를 시도하며 진상을 규명하고

 

  사과를 받으려는 평화적인 해결책을 시도했으나 여명 측에서는 계속적으로 대화를 기피하며

 

  일방적인 무필(=무한필드) 을 선언함으로써 평화로운 우리 아리스 서버에 또 한번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 상황을 불어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에 본 황제 혈맹에서는 전원 일치 단결하여 오만방자한 여명 분쇄를 위해 최후의 1 인까지

 

  동참하기로 결정한 바 다른 혈맹들과 유저 여러분의 적극적인 성원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 황제 혈맹 총군 아더 배상

 

 

 ---------------------------------------------------------------------------------

 

 

 주) 레이드 : 온라인게임의 사냥에는 일반 몬스터 사냥과 레이드 몬스터 사냥의 두가지 형태가 있음

 

  일반 몬스터의 경우에는 보통 1-2 마리 정도를 상대하므로 레벨만 된다면

 

  1 -2 명이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데 반해서

 

  레이드 몬스터의 경우에는 그 중심이 되는 보스 몬스터의 레벨도 많이 높고

 

  혼자 리젠되는 것이 아니라 보스 몬스터가 여러마리의 부하 몬스터들을 몰고 나타

 

  나므로 10 명 이상의 대규모 파티가 들어가서 단합해서 사냥을 해야하는데

 

  레이드 자체가 까다롭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만 일단 레이드에 성공을 하면

 

  거기서 드랍되는 아이템들이 무기 완제, 방어구 완제 등 일반 사냥에 비해 월등히

 

  우수하고 드랍률도 거의 100 % 에 가깝다는 장점들도 가지고 있다

 

 

 두 혈맹의 공식 선전포고문 아래에는 여러개의 리플들이 실타래처럼 달려 있었고,

 

 그 대부분은 신랄하게 상대방을 비난하고 폄하하는 식의 악성 언론 플레이들로 점철되고 있었다.

 

 샤갈리나 레이드에 대해서는 그동안 여러차례 뒷말들이 많아왔던 터였다.

 

 여명에서는 그 레이드를 통해서 얻어지는 비싼 아이템들-갑옷,무기.데이 같은 것들로 혈원들의

 

 장비를 적극적으로 보강해주고 있었기에 그만큼 여명의 화력 또한 막강해질 수 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너무 레이드 자체를 독식하다시피하니 사흘에 한번 쯤 출현하는 그 레이드에

 

 일반 유저들이나 다른 중소 혈맹들이 참여하기란 쉽지가 않았었고

 

 그만큼 원성과 비난이 끊이지 않고 뒤따르고 있었던 것이다.

 

 황제혈은 지난번 혈전에는 엄정 중립을 취하고서 전혀 개입을 하지는 않았지만,

 

 이 서버안에서 BIG 5 안에 들만큼의 대규모 혈이었다.

 

 혈원수 90-100 명 정도로 여명 혈과도 엇비슷할 정도의 게이머들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좀처럼 분쟁 같은데는 개입을 하지 않는 공성혈이었는데

 

 그것은 아마도 혈전으로 인한 불필요한 전투력의 낭비나 감소를 차단하고서

 

 곧 다가올 공성에 신중하게 대비하려는 내부 전략이었던 듯 싶었다.

 

 그런데, 그러한 황제혈이 혈전에... 그것도 여명과 같은 서버 최대의 공성혈과 부딪친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센세이셔널한 사건이었고

 

 또한 그만큼 그동안에 쌓인 앙금과 불만들이 많았다는 점도 증빙하고 있는 것이었다.

 

 게시판의 여러 글들을 정신없이 훑어 내리다보니

 

 눈동자 언저리에 피로감이 심하게 느껴져서 수범은 충혈된 분을 지그시 감아보았다.

 

 여명......

 

 어쩌면 이번 혈전은 여명 측에서 고의로 유발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수범의 뇌리속으로

 

 전광석화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교활하고 영특하기로는 이미 정평이 난 션군주와 그 간부진들의 치밀한 작전력과 수법들로

 

 미루어 볼 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판국이었다.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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