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천요?”
“왜요? 너무 작아요?”
“아니 그게 아니라.”
삼청동 블루문에서 최후의 만찬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예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꿈같기도 하고, 아무튼 믿기지가 않아요.”
“이제 시작인데 뭘 그러세요? 앞으로 개인전도 하고, 홍콩 아트페어에도 나가야죠.”
재희의 말에 부끄러운 표정을 짓던 예준은 벽에 걸린, 자신이 처음으로 유튜브에 올린 작품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잠깐만요.”
예준은 작품 앞으로 다가갔다. 선명한 붓 자국을 손가락으로 천천히 어루만졌다. 불과 몇 달 전,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던 자신의 모습과 작품을 들고 공터를 몇 번이나 들락날락했던 기억이 교차되어 코끝이 시큰해졌다.
“어? 손님! 죄송하지만 만지시면 안 됩니다. 이게 유명한 작품이라서 눈으로만 보셔야 돼요. 진품이거든요.”
예준은 아르바이트생의 만류에 미안하다는 눈짓을 하고 자리로 돌아왔다. 앞뒤사정을 아는 재희는 재미있다며 웃고 있었다.
“저, 작가님!”
“예.”
“작업실을 서울로 옮기시면 안 될까요?”
“작업실요?”
재희는 어차피 아빠와의 감정이 격해진 마당에 더 세게 밀어붙여서 반드시 인정을 받아내겠다고 생각했다.
“예, 이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셔야 할 것 같아서요.”
“어, 그게. 서울은 좀 비쌀 텐데.”
“그건 걱정하지 마시고요. 제가 한남동 쪽에 오피스텔을 하나 봐 둔 게 있는데, 한강도 잘 보이고 좋아요. 그리로 옮기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