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예, 안녕하세요!”
“작가님! 기쁜 소식!”
“예?”
“그림 판매됐습니다.”
“헉! 정말요?”
“예! 조금 전에 올랭피아 3,000만원에 팔았어요.”
“예? 헉! 대박!”
“가격 잘 받았죠?”
“예! 그럼요. 너무 고맙습니다.”
“제가 고맙죠. 강남에 개원하는 병원에 판매가 됐어요.”
“와! 정말 믿기지가 않아요. 제 그림이 그렇게 비싸게 팔렸다니.”
“이미 뭐 유명하신 분인데요. 병원에서 입금 되는대로 정산해 드릴게요.”
“예!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작가님!”
“예.”
“50호 그림 하나 더 준비해 주세요. 일단 50호를 한 점 더 판매해 보고 그 다음 큰 사이즈도 진행해요. 우리.”
“아! 안 그래도 작업하고 있었는데.”
“정말요?”
“예. 신기하게도 50호짜리 작업하고 있었어요. 최대한 빨리 작업해서 연락드릴게요.”
재희의 전화를 받은 예준은 작업실을 뛰어다니며 환호성을 질렀다. 비싼 가격에 그림을 판매한 것도 좋았지만 재희가 ‘우리’라는 말을 해줘서 더욱 기뻤다.
재희는 ‘로봇 올랭피아’를 떼어내고 그 자리에 예준의 20호짜리 그림을 걸었다. 단 한 번의 거래로 계약금을 확보하고, 추가 수익까지 올리게 되어 너무 기뻤다. 재희는 자신의 안목과 선택이 절대로 틀린 게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이제 첫 거래를 바탕으로 더 많은 흥미진진한 일들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밤 2시 지나서야 예준은 열 세 번째 인물을 완성하고 붓을 놓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과 다른 점이라면 등장인물이 모두 여성이고 죄다 로봇의 머리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존의 명화를 모티브로 하는 일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쉬운 작업이었다. 등장인물의 동작이나 화면의 구도, 색상 등을 잡는데 크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예준은 로봇의 머리만 달면 되는 무궁무진한 소재를 지구상의 수많은 예술가들 중에 자신이 선점했다는 게 정말 신기했다. 일단 회화로 어느 정도 명성을 쌓은 다음에는 로봇의 기원을 조소나 설치 미술로도 구현해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 왓슨의 선택을 받게 된다면 수많은 예술가들을 직접 고용하고 컨셉을 던져주는 일을 하는 슈퍼 아티스트의 자리에 오르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