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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키퍼 (Keeper)
작가 : 신쓰
작품등록일 : 2016.10.10

스토리를 지키는 사서 키퍼들의 이야기.

 
1. 키퍼 소롤의 이야기 (2)
작성일 : 16-10-11 21:59     조회 : 413     추천 : 0     분량 : 5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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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픽픽 나오는 웃음을 멈추지 못한 채 ‘귀환’을 꺼내들었다. 그래, 시간 지체할 것 없이 재빠르게 강제종료하고 나오겠어.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어.

 

 “건투를 빈다.”

 “고맙다.”

 

 복수를 할 마음이 없다면 이제 그만 나와 주셔야겠습니다. 나에게 큰일을 선사해주신 크리스님께 소소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는 무슨 퉤엣! 나는 웃음을 멈추고 이를 득득 갈았다. 레드 라이트가 반짝이는 귀환을 보니 심기가 더 불편해졌다.

 

 마음 같아서는 책 속에 갇히든 말든 모르는 척 하고 싶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내가 좋아하는 귀환이었다. 이 이야기만은 절대로 지켜야 한다. 작가님, 제가 작가님 때문에 하기 싫은 일 하러 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마음은 팬심이라고 했다. 나는 작가님의 열혈 빠순… 아니, 독자의 마음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이야기를 바로잡아 지키는 자, 키퍼 소롤. 망가져가는 이야기 귀환으로 입장을 요청한다.”

 

 [입장을 허락합니다.]

 

 몸을 감싸는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리얼북의 세계로 들어가는 순간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썩 좋은 기분이 아니다. 온기가 없는 다른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기분이랄까. 물론 리얼북에 들어가면 차가운 기운은 사라지고 그 글의 배경이 생생하게 느껴지지만 말이다.

 

 코로 들어오는 공기가 달라졌다. 리얼북이 모여 있는 서고와는 다른 바깥공기에 눈을 떴다. 나는 귀환에 들어왔다.

 보통 같았으면 어떻게든 책에 들어온 독자를 찾으려 노력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글의 메인인 복수는 생각하지도 않고 집에 처박혀서 자뻑하고 있는 꼴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어서 이 상황을 정리해버려야겠다.

 

 강제종료는 어디에 있을까?

 

 강제종료는 주이 덕분에 알게 되었다. 나보다 1년 선배인 주이는 이미 강제종료로 독자와 이야기를 지킨 적이 있었다. 지나가는 말처럼 하긴 했지만 그것은 제대로 된 무용담이었고 자랑질이었다. 그러면서 너는 이런 것 못 하지? 하는 뉘앙스도 풍겼었는데.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주이의 태도에도 나는 반박 한 번 할 수 없었다. 확실히 나는 주이에 비하면 능력이 떨어지는 편이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의기소침할 내가 아니다. 주이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도 강제종료 찾아서 상황을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다. 기필코 해내고야 말겠다. 앞으로 내 앞에서 자랑질 할 수 없게 한 건 단단히 해내고 말겠다.

 

 눈에 힘을 주었다. 기운을 내고자 두 주먹을 힘주어 쥐어보기도 했다. 꽉 쥔 주먹 사이에서 뜨거운 습기가 느껴졌다. 아무래도 땀인 것 같다.

 

 아무래도 처음 하는 일이다보니 긴장한 것 같다. 주먹 쥔 손에 땀이 고일 정도로 긴장하는 꼴이라니. 이래서는 후배들도 있는 선배 키퍼의 면이 안 서잖아.

 

 “어디부터 뒤져야 할까.”

 

 ‘사실 꽁꽁 숨겨뒀다고는 하지만 그 강제종료버튼 생각보다 찾기 쉬울 수도 있어. 작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숨겨두는 거거든. 강제종료 스위치는 작가의 의견을 반영해서 숨겨두니까.’

 

 주이가 했던 말에 해답이 있었다. 작가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포인트이면서 전체적인 스토리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변수가 되지 않는 장소. 귀환에서 그런 장소는 어디가 될까?

 

 해결하려면 귀환의 전체 스토리를 머릿속으로 곱씹는 수밖에는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귀환을 광적으로 좋아해서 이미 몇 번이고 읽어 익숙하다는 것이었다.벤치에 앉아서 사색을 즐기는 사람으로 있어도 문제가 없는 장소에 온 것도 다행이었다. 많은 모브캐들이 지나고 있는 공원, 나는 지금 공원에 있었다. 혹시나 크리스와 연관된 인물과 지나며 진행되고 있는 이야기에 혼선을 줄까 두려워 사람이 많이 지나지 않는 한적한 장소를 찾았다. 한적한 곳 벤치에 앉아 머릿속으로 귀환을 복습했다.

 

 

 

 『겉으로는 무역상이지만 실제로는 대규모 심부름센터에 가까웠던 기업 팬텀. 팬텀의 주요 업무는 전 세계적인 의뢰를 받아 진귀한 물품들을 구하고 막대한 이윤을 남겨 판매하는 것이었다.

 

 ‘원하는 것은 모두 구할 수 있다.’

 

 기업의 슬로건이었다. 암암리에 많은 의뢰가 들어왔고 팬텀의 주요인력들은 의뢰를 성공적으로 완수하며 기업의 가치를 높여갔다.

 

 크리스 또한 팬텀의 주요 인물이었다. 크리스는 팬텀의 얼굴이었고 의뢰자와 수행자 사이의 연결고리였다. 그와 동시에 공공의 적이기도 했다.

 

 팬텀이라는 기업에 믿음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오로지 이윤만을 바라보고 움직이는 기업이었다. 가치가 없으면 바로 제거했고, 의심이 되는 존재들도 바로 없애버렸다. 팬텀에서 가장 많이 제거당한 직위는 브로커, 즉 크리스의 위치에 있던 자들이었다.

 

 크리스는 그것도 모르고 팬텀에 헌신적으로 일했다. 지독하게 이상적이었던 캐릭터였다. 보이는 것만 믿었고 그 뒤에 감정에는 무심했다. 딱히 마음을 표현하지 않아도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만 보이면 모두가 알아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은 산산이 부서졌다. 중국의 왕링의 계책에 휘말린 탓이었다. 왕링은 가격흥정을 하려던 것뿐이었지만 그것은 팬텀 내부에 의심을 커지게 만들었다. 크리스는 팬텀의 이미지를 위해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꺼냈다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게 된다.

 

 의뢰는 완료되지 못한 채로 종결되고 크리스는 모든 책임을 뒤집어쓰게 된다. 그 과정에서 크리스는 가족을 잃고 자신도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억울한 마음에 상황을 설명하고 목숨을 구걸하여 후일을 도모할까도 생각해봤지만 소용없는 일이라는 판단이 서자마자 크리스는 마음을 달리 먹는다.

 

 자신의 억울함을 누군가가 알아주길 바라며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매고 자살한다.

 

 이후 크리스가 눈을 떴을 때는 세상이 달라져있었다. 크리스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는 다른 남자. 지금까지 살아왔던 크리스와는 많이 달랐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험한 일을 하던 그와는 다르게 유복한 환경에서 사랑받으며 자란 남자.

 

 기억을 잃은 척 하면서 상황을 지켜보던 크리스는 왕링과 팬텀 사이에 의뢰가 완료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죽어야 했던 자신과 가족들. 순간 배신감이 머릿속을 지배한다.

 

 멀리 제 3자의 입장으로 새로 태어나면서 크리스는 자신이 몸담았던 팬텀이라는 기업의 실체와 자신이 당했던 일들에 대한 진실을 알게 된다.

 

 책임을 진 게 아니라 배신을 당한 것이고, 애초에 믿음이라고는 없었다는 것. 그는 잠시 쓰다 버린 장기말에 불과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아버린 아무것도 몰랐던 과거를 탓하며 크리스는 현재에서 과거에 받은 억울함을 씻고자 한다. 그는 본래 자신이 지냈던 집으로 가서 숨겨두었던 편지를 찾아낸다. 아무것도 모르던 남자가 적은 길이가 긴 글은 별로 쓸모가 없었다. 단순한 방법으로 팬텀을 끌어내릴 수는 없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의뢰를 완료하던 심부름센터이니 말이다.

 

 크리스는 한 번 더 팬텀의 일원으로 살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이제는 크리스 또한 팬텀에 대한 믿음이 없다. 집안의 배경이 대단하기에 팬텀도 그를 쉽게 건들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안다.

 

 크리스는 지위를 활용해 중국의 왕링과 교류를 하며 팬텀에 접근, 마음에도 없는 호의를 표하며 팬텀과 연을 맺고 가볍게 팬텀의 일을 도우며 점점 더 팬텀의 고위층에 가까워진다.

 

 절친한 친구인양 크리스를 챙기던 데니는 사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를 감시하는 감시책이었고, 이런 저런 일이 있을 때마다 고민을 들어주며 좋은 형인 척 했던 윌은 뒤에서 자신을 까내리기 바쁜 말 많은 쓰레기였다. 월급이 적어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메튜는 어떻게 하면 월급을 더 줄일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크리스의 월급이 줄던 때 더 많은 급여를 챙겨가던 놈이었다. 고객인 줄 알았던 왕링은 팬텀의 보스의 뜻에 따라 크리스를 시험했던 자였다. 결국 크리스는 팬텀이라는 조직에 당한 것이었다.

 

 모두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끝이 나지 않을 것 같아 크리스는 주요 상대를 정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챙겨주는 척 하면서 뒤통수를 후려갈겼던 이들과 팬텀의 중심, 보스. 그리고 왕링이었다.

 

 크리스는 그가 당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모든 것을 돌려주고 싶었다. 모든 것이 솔직했던 과거의 크리스는 없었다. 그는 단 하루도 솔직하게 살지 않았다. 좋지 않음에도 좋은 척을 했고, 충성심이라고는 전혀 없음에도 충성을 다하는 척을 했다. 의심의 화살이 언제나 그를 향하고 있음을 알아버렸기에 빈틈이 없게 굴었다. 어디서도 풀어지지 않았다. 누구의 마수도 닿지 않을 철옹성과 같은 집에서도.』

 

 

 

 “힘들다.”

 

 스토리는 방대했고 복수로 들어가면 더 심란해질 것이었다. 하나하나 노리며 심리전을 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었다. 그 심리전이 인상적이었기에 몇 번이고 보고 또 봤었다. 리얼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재밌는 책이었다. 나는 종이책으로도 몇 번을 봤으니 알 만 하다.

 

 하지만 심리전이 주요 내용이 되는 순간부터는 어떤 장소인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모든 것이 주인공의 마음속에 있으니 말이다.

 

 “설마 사람의 마음에 심어 두진 않겠지. 리얼북이 그렇게 엄청날 리가 없어.”

 

 그리고 마음에 심어 둔다면 문제가 더 커진다. 강제종료가 어려울 것이 아닌가. 독자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야 나올 수 있다는 것인데. 그러기는 무척 힘들 것 같았다.

 

 지금의 크리스도 그렇다. 얼굴도 마음에 들고 몸매도 마음에 들고 상황도 마음에 든다고 하는데. 이대로 니트처럼 집에서 잉여롭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는 주인공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절대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 내 작가님이 글을 잃고 상심하는 모습 따위 보고 싶지 않다. 고도의 심리전을 구사하며 복수의 대상들에 통쾌한 한 방들을 선사하고 멋지게 이야기를 끝마치는 크리스가 보고 싶다. 진심으로!

 

 심리전 위주로 진행되는 후반에는 강제종료가 없을 것 같았다. 작가님은 그 순간을 제일 쓰고 싶었을 것이고 그 상황에서 이야기가 강제로 끝나버리는 것은 원치 않을 것 같았다.

 

 “이야기가 끝나도 아쉽지 않은 상황이라면 쉬울 것 같기도 한데.”

 

 사람들은 초반부를 읽으며 이 글이 내 취향인지 아닌지를 파악한다. 한 편 정도 읽고 책을 덮는 경우도 꽤 많다. 문체가 취향이 아니거나, 글의 상황이 취향이 아니거나, 딱 봐도 내 취향이 아닐 것 같다거나. 시작에서 취향을 기준으로 더 볼지 아닐지를 판단하고 걸러내는 것이다.

 

 나에게는 귀환이 무척이나 취향을 저격하는 글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독자들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런 이들은 귀환을 읽다가 어느 순간 접게 되겠지.

 

 ‘여기까지는 괜찮아. 여기까지 읽고서는 접어도 괜찮아.’

 

 작가가 생각하는 기준이 어디일까. 아무래도 그 지점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 곳 어딘가에 여기서 접어도 좋다는 강제종료 스위치가 있을 것 같았다.

 

 글에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 작가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그러면서도 작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

 

 “아!”

 

 머릿속에 섬광이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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