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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17화
작성일 : 19-11-05 20:13     조회 : 201     추천 : 0     분량 : 4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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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칵!’

 

 아주 조금만 문을 밀었다. 혹여나 밖에 사람들이 있을지 모른다.

 실낱같이 열린 문 틈사이로 녹색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문을 약간 더 열었다. 천장의 LED빛이 화살이 되어 철수의 눈두덩으로 쏟아진다.

 

 ‘비상등인가?’

 

 손가락 한 마디가 안 되는 문 틈사이로 보인 홀의 광경은, 짙은 해무가 깔린 폐허 같았다.

 

 ‘소화 장치가 따로 있었나 보군.’

 

 검은 연기를 꾸역꾸역 토해내던 불길은 세상을 잡아먹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적만 만이 감돈다.

 

 ‘다들 어디 갔지? 탈출했나? 그 큰 불이 30분 만에 꺼지다니’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 열린 문틈으로 귀를 댔다. 인기척은 없었다.

 조금 더 문을 열었다. 소화가루, 재, 그리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이상한 냄새가, 훅 하고 코로 들어온다. 하지만 참을 만했다. 철수는 고개를 빠끔히 내밀어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뒤에 있던 모아도 고개를 내밀어 홀의 광경을 보았다.

 

 “우와…”

 “쉿.”

 

 철수가 검지를 들어 일자로 세우자, 모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꾹 다문다.

 웃옷을 찢어 만든 헝겊으로 입을 막고 홀 쪽으로 발을 내딛었다. 회백색으로 탄화된 잿가루가 나풀거리며 솟아올랐다.

 철수는 완전히 문 밖으로 나와 주변을 다시 둘러 본 후, 모아를 앞장세웠다.

 

 “이쪽이에요.”

 

 모아는 손을 들어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철수는 움찔 놀랐으나 내색하지 않았다. 어둠속에서야 몰랐지만, 불빛이 있는 곳에서 모아는 교복을 걸친 원숭이나 다름없었다. 단순한 다모증 모습이 아닌, 머리카락도 없이 완전히 갈색의 털로 뒤덮여 있는 상태다.

 

 “그래. 어서 가자고.”

 

 철수는 조용히 말하며 모아의 뒤를 쫒았다.

 홀의 가장자리 복도를 따라 쭉 걸었다. 안개 같은 잔연을 헤치며 걷는데, 몇 걸음 앞쪽에 누군가 쓰러진 게 보인다. 가까이 가서 보니 MRI찍으러 가야 한다고 종용했던 그 연구원이다. 동공은 완전히 풀어져 있었고, 입에서 흘러나온 침은 허옇게 말라 있다. 모아는 그 연구원을 보고 헉 하며 까치걸음으로 돌아서 간다.

 

 ‘어째 바코더 보다 더 처량한 신세 같군. 이렇게 죽는 것이 나을까. 바코더가 되어 죽는 순간을 아는 것이 나을까.’

 

 “철수 아저씨. 여기에요.”

 

 몇 걸음 앞에 모아가 문 하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문은 홀 모퉁이에 있었는데 얼핏 보면 창고 문 같이 생겼다. 열어보면 잡다한 청소도구가 튀어 나올 것 같다.

 모아가 문 앞에 서서 주머니를 뒤지더니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문 옆에 있는 기기에 카드를 대자 달칵하는 소리가 나며 잠금장치가 풀렸다.

 

 “어? 그건 어디서 났어?”

 “방에서 나올 때 가져왔어요. 혹시 필요할까봐 들고 온 건데, 없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

 “그, 그러네. 잘 했구나.”

 

 계단은 폭이 1m도 채 안 돼 보였다. 성인 한명이 간신히 오르내릴 수 있는 정도.

 

 “지지리도 좁네. 어서 올라가자고, 34층을 올라가려면 꽤 힘들 거야.”

 

 이번에는 철수가 앞장서 오르기 시작했다. 좁은데다 가파르기까지 하니 몇 층 올라오지 않은 것 같은데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뒤에서 모아가 잠깐만요 라고 말하며 계단에 주저앉았다.

 그러기를 몇 번.

 둘은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을 참으며 계단을 오르다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이게 뭐야?”

 

 계단은 중간에 끊겨 있었다. 철수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세수하듯 떨쳐내고 앞을 보았다. 오른쪽 벽에서 거대한 쇠문이 튀어나와 계단을 막고 있는 구조다.

 뒤돌아보니, 모아는 땀 때문에 물에 빠진 생쥐 같은 모습으로 멍하니 벽을 보고 있다.

 

 “여기가… 몇 층이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층수가 표시되어 있지 않다.

 

 “지하 12층 정도 되지 않을까요?”

 “12층?”

 “보통 한 층마다 계단이 한번 꺾이잖아요. 스무 번 넘은 것 같은데…”

 

 혹시 이 이상 올라가려면 출입증이 있어야 하는가 싶었다. 벽이 아니라 문이 아닐까. 철수는 그런 생각으로 벽면을 꼼꼼히 살펴봤으나 아무것도 없다.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축 처진다.

 

 “조, 조금 쉬었다 가요.”

 

 모아는 허탈한 눈빛으로 벽에 기댔다.

 

 

 

 

 

 

 

 

 

 

 “아니 왜 못 만난다는 거죠?”

 “규정상 한번 치료실로 들어간 바코더는 치료가 끝날 때까지 면회가 안 됩니다. 그리고 면회 신청 부서는 따로 있어요. 여기서 신청하는 게 아닙니다.”

 “이봐요! 바코더가 되면 남은 시간이 얼마 없다는 거 잘 알잖아요!”

 

 짜랑짜랑한 목소리가 텅 빈 접수대를 울렸다. 접수원은 곤란 반, 짜증 반, 섞인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도와줄 사람을 찾았다.

 5시 1분. 칼같이 퇴근하는 공무원답게 아무도 없다. 하필 자기만 4시 55분에 걸려서 이 진상을 상대하고 있어야 하나, 재수 더럽게 없는 날이라고 되뇔 뿐.

 유란은 접수원이 한 눈을 팔자 기세를 더 높였다.

 

 “우리 결혼한 지 일주일 밖에 안 된 신혼이라고요!!”

 

 상체를 앞으로 들이밀며 소리치는 그 모습에 접수원은 더 당황했다.

 

 “말했다 시피 여기는 해당 부서가 아닌 관계로…”

 “야!!”

 

 유란은 쾅 하고 접수대를 내리쳤다. 접수원은 깜짝 놀라며 엉덩이를 뒤로 빼고 다시 주변을 둘러봤다. 저 멀리, 지하로 내려가는 출입구 쪽의 보안요원이 눈에 띈다. 하지만 저 보안요원은 문지기나 마찬가지다.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 개입할 수 없다.

 

 “너 결혼했어? 어?! 애가 있어? 남편이 있어?! 네가 뭘 알아? 조랭이떡 같이 생긴 년이!!”

 “어… 음… 고객님. 일단 진정하시…”

 “지금 장난하냐?!”

 

 유란이 벌떡 일어서자 놀란 접수원도 자리를 크게 뒤로 물렸다. 봉변이라도 당하면 자기만 손해다.

 한바탕 살풀이라도 할 기세에, 유일하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지하 입구의 보안요원도 자리에서 일어나 유란을 쳐다본다.

 

 “이 나이에 과부되면 누가 책임질 거야? 어!? 마누라가 서방한번 보겠다는데, 니들이 뭔데 막아? 절차 준수 같은 소리하네. 그러다 사람 죽으면 누가 책임질 거야? 애는 누가 키워?! 어?! 버는 건 누가 또 벌껀데! 네 월급에서 생활비 떼 줄 거야?!”

 

 유란은 그 말을 끝으로 접수대에 주저앉아 펑펑 울기 시작했다.

 나오지 않는 눈물을 억지로 짜내는 건 힘들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어……그…”

 

 접수원은 떠듬거리다가 그냥 입을 닫았다. 무슨 말이라도 불에 기름만 들이부을 것 같아서다.

 억장 무너지는 대성통공이 접수대를 울리기 수 분. 접수원은 유란을 앞두고 조심히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그녀 입장으로서는 이 진상을 더 상대할 수 없다.

 바코더 면회팀 애기를 떠올려보면 이런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깽판을 치든 난리를 피우든 그 사정을 다 받아주면 안 된다.

 그리고 퇴근시간은 지났다.

 접수원이 살그머니 떠나자, 유란은 훌쩍거리는 척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기가 치료실로 들어가는 입구인가? 보안요원 한 명만 있네.’

 

 국립연구소 치고 허술하게 보인다.

 여기 도착할 때까지 택시 안에서 정보를 수집했다. 지금까지 들어왔던 것보다 더 음침했으며, 더 비밀스러웠다. 전화를 돌리며 아는 사람들에게 묻던 중 한 사람과 연락이 닿았다. 바코드 현상이 한창 이슈가 될 때, 국내 가장 큰 민간단체 연구소에서 일하던 학교선배였다.

 

 ‘잠깐 계약직으로 일한 적 있어. 거기 건물은 2년 전에 새로 지은 건물이야. 신관이지, 아마 지상 6층 까지 있을 텐데, 1층은 바코더 접수대, 그리고 6층은 소장실이야. 나머지 2,3,4,5층은 전부 일반 사무실이고. 지하는 12층 까지 표시돼 있어. 주차장 하고 시설관리실이던가? 느낌상 그 밑에 뭔가 더 있는 것 같았어. 그런데 그 밑의 층에 대해서는 누구도 말하지 않았어. 마치 절대 언급하면 안 되는 것처럼.’

 ‘그럼 지하 몇 층까지 있는지 모르는 건가요?’

 ‘자세히는 몰라. 나는 3층에서 일반적인 사무만 봤으니까. 바코더 신상정보나 뭐 그런 거.’

 ‘지하 깊숙한 곳에서 생체실험을 한다고 하던데요? 혹시 선배는 들은 적 없나요?’

 

 생체실험이라는 말에 선배는 잠시 말이 없었다.

 

 ‘사실이야.’

 

 일거야. 일지도 모르지, 하는 추측성 말이 아니라, 확정적으로 말하는 선배의 말에 유란은 놀랐다.

 

 ‘소문은 진짜였군요.’

 ‘하지만 정확히 몇 층인지는 몰라. 정말 우연찮게 알았거든. 비서실에서 처리해야 할 문서가 실수로 나에게 온 적 있지, 연구결과에 대한 문서인데, 끔찍해. 명분을 갖추면 사람이 어디까지 잔인해 질 수 있는지 보여주더라고.’

 ‘선배는 괜찮았어요?’

 ‘그 서류를 보고 얼른 다시 비서실로 가져다 놨어. 다행이 그때 비서실에 아무도 없었고, 서류도 감쪽같이 재 밀봉해서 가져갔던지라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지. 지금 생각해도 다행이야.’

 ‘그러면 지하 깊숙한 곳에 생체실험장이 있다는 말인데… 그곳으로 어떻게 가죠?’

 ‘뭐? 거기는 왜? 말했다시피 지하 12층 이하는 나도 아는 게 별로 없어. 생체실험을 한다는 그것만 서류에서 정보를 얻었을 뿐이야.’

 ‘꼭 만나야, 아니 빼내올 사람이 있어요.’

 ‘너 미쳤어? 설사 어떻게 간다고 해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 있다고.’

 ‘그래도 꼭 알아야 해요.’

 

 유란의 조름에 선배는 할 수 없이 아는 것을 설명해줬다.

 

 ‘1층 접수실 뒤쪽에 보면 큰 입간판이 하나 있을 거야. 그쪽에 문이 하나 있어. 거기가 보안실 뒷문이야.’

 ‘보안실이 1층에 있어요?’

 ‘정문은 따로 있지만 거기 보안실이 있다는 건 일하는 사람들은 다 알아. 공식적으로 지하12층까지 시설을 감독하는 곳이거든. 그러니까 건물 관리실 같은 곳이지.’

 ‘아하. 그러니까 보안실에서 지하 12층 이하로 내려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12층까지 관리하니 13층으로 내려가는 입구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선배와의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지만 다행이었다. 그 선배만큼 아는 사람 또한 없었기에.

 유란은 고개를 들었다. 여기 1층은 자신과 지하입구를 지키는 보안요원 한명 빼고 아무도 없다. 밖을 보니 텅 빈 주차장 너머 노을이 지고 있었다.

 

 ‘시도 해 보는 수밖에’

 

 유란은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닦는 척 하며 접수대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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