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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해방전쟁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2110년. 1910년의 한일합방 국치일로부터 200년 후. 조선 해방전쟁이 시작된다. 초인병기라 명명된 하얀색 초경세라믹 장갑의 거대 2족 보행병기를 앞세우고.

 
15. 5월의 소풍
작성일 : 19-11-05 18:34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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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5월의 소풍

 

  홋카이도의 5월은 향기롭고 달콤했다. 흰 눈이 녹으면서 피어난 새싹들이 세상을 푸르게 만들더니 5월이 되자 온 천지에 수도 없는 들꽃들을 피워내기 시작했다.

  파란 하늘 밑, 달콤한 꽃향기가 나부끼는 홋카이도 산록의 어느 한적한 도로를 낮지만 우렁찬 배기음이 가르고 있었다. 할리 데이비슨의 스트릿 킹 바이크에 실린 1745cc 밀워키 에이트 엔진이 내는 심장 소리였다. 도심이 아니었으니 지난 세기의 휘발유 내연기관이 달린 바이크가 달리는 것은 별다른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산악과 해안을 두루 낀 한적하고 아름다운 공도들이 가득한 홋카이도는 일본 열도 전체에서 몰려오는 바이크 족들의 성지이기도 했다.

 청바지에 검정 가죽 자켓을 입고 할리 데이비슨의 핸들을 잡은 사람은 오야마 나오마사였고 헬멧을 쓴 채 하늘색 꽃무늬 원피스 위에 가죽 자켓을 걸치고 나오마사의 등에 기댄 사람은 물론 이시하라 요시코였다. 연이어 진행되는 37식의 운용 훈련 역시 주말엔 쉬었고 그들은 이제 휴일을 맞아 피크닉을 즐기기 위해 나선 길이었다.

 그들이 탄 할리 데이비슨 스트릿 킹은 나카지마 요시츠구 소장의 애마였다. 나오마사가 하야부사의 라이더라는 사실을 안 나카지마 소장은 클래식 바이크 매니아끼리의 공감을 나눈 후 그의 스트릿 킹을 구경시켜 줬고 하루만이라는 전제 하에 빌려준 것이다.

 

 산등성이를 향해 굽이치는 도로의 굴곡이 점점 심해졌고 그 길을 따라 올라가는 할리 데이비슨의 고동은 더욱 거칠어졌고 나오마사의 허리를 감싸 안은 요시코의 두 팔엔 점점 힘이 들어갔다. 나오마사의 등에 헬멧의 왼쪽 볼을 댄 채 요시코는 멀리 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봤다. 이대로 이렇게 삶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행복감이 그녀를 적셨다.

 

 잠시 후 두 사람은 아주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길가의 풀밭에 자리를 깔았다. 커다랗지만 적당한 두께의 순면 타월을 깔고 펠트 재질의 피크닉 주머니에 넣어 온 도시락 상자와 음료를 꺼내 올렸다. 두 사람은 사이좋게 나란히 앉아 맥주 캔을 따 들고 살짝 마주쳤다. 이제 37식 인수를 위한 교육 훈련은 막바지에 들고 있었고 그들이 헤어져야 할 날도 다가오고 있었다.

 맥주 한 모금을 마시고는 요시코가 정성을 들여 준비한 도시락 상자를 열었다. 연어구이와 닭튀김, 계란말이가 주 요리였고 예쁘게 장식한 버섯과 아스파라거스 등의 채소 반찬도 정성스럽게 장식된 도시락이었다.

 

 “맛이 어떨까 모르겠네. 간 맞추는 건 여전히 어렵더군.”

 

 쑥스럽게 웃으며 도시락을 펼치는 요시코의 볼이 발그레했고 나오마사는 사랑스러운 그녀를 어찌할 바 모르겠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잠이나 충분히 자지. 너무 일찍 일어났잖아.”

 

 요시코는 새벽부터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했고 나오마사는 자는 척하면서도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곧 식사를 시작했다. 이미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 사이가 아니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묵묵히 입에 음식을 넣고 맥주를 간간히 마셨다. 멀리 솔개가 날아다니고 있었고 주위엔 철 이른 하얀 나비가 몇 마리 날고 있었다. 친절한 5월의 햇빛이 두 사람의 주위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자 나오마사가 휴대용 에스프레소 머신을 꺼내 두 명분의 커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오마사가 이제 막 추출되어서 짙은 거품이 덮인 커피를 두 개의 잔에 따를 때였다. 길 아래쪽에서 거친 엔진 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적어도 열 대 이상의 고 배기량 바이크의 엔진 음이었다. 순식간에 그 소리는 다가왔고 두 사람이 커피 잔을 입에 막 가져갔을 때 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눈에 봐도 거친 모습의 폭주족들이었다. 일본 곳곳엔 아직도 저런 거친 무뢰한들의 집단이 존재했다. 이렇게 한가하고 아름다운 전원의 모습과는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기괴한 커스텀의 바이크들이 나오마사가 타고 온 할리 데이비슨 옆에 차례로 정지했고 역시 기괴한 복장의 사내들이 바이크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헬멧을 벗어든 그들은 곧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이봐들. 여기 경치가 정말 좋구만. 여기서 맥주나 좀 마시고 가도 되겠어.”

 “하지만 먼저 온 손님이 계시잖아. 우리 딴 데로 가면 안돼?”

 “바보같은 녀석. 무슨 소리야! 우리는 사람이 많고 저쪽은 두 사람이잖아. 다수를 위해 소수가 좀 양보하는 게 합리적이지 않겠어? 아마 저치들도 동의할 거야.”

 

 제멋대로 떠들더니 그들은 이것저것 준비해 온 것들을 들고 나오마사의 자리 근처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다리를 뻗은 채 편하게 앉아있던 요시코가 다리를 오므리고 원피스의 밑단을 내려 매무시를 고쳤다. 다가와 그 모습을 바라보던 폭주족 몇몇이 무례한 소리를 내뱉기 시작했다.

 

 “희야. 이런 시골 길에선 볼 수 없는 미녀가 여기 있었군. 이거 참 왠 횡재야 이거.”

 “그렇군. 틀림없이 특상품이야.”

 “우리가 숫자가 좀 많긴 하지만 순서를 지킨다면 충분히 양해해줄 거야.”

 

 그 험한 소리를 들은 나오마사와 요시코 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다. 요시코가 나오마사를 향해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들었다. 그리고 서둘러서 펼쳐졌던 도시락 상자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오마사도 일어나서 마시던 커피를 주위에 뿌려 버리고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순식간에 자리를 정리한 두 사람이 그들의 바이크로 가려고 나서자 거친 말을 내뱉던 서너 명이 그들의 앞을 가로 막았다.

 

 “이봐 너, 너는 얼른 가. 그리고 아가씨, 너는 남아. 우리랑 같이 맥주나 좀 마셔주면 데려다 줄께. 약속하지.”

 “아직도 이런 쓰레기들이 설치고 다닌다니.. 어이가 없군.”

 

 나오마사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자 폭주족 일당들 중 리더로 보이는 거구의 남자가 앞으로 나섰다.

 

 “제법 뼈다귀가 굵은 놈인 모양이군. 크크크... 이봐. 마지막 경고야. 그냥 가. 보내줄 때.”

 

 나오마사가 나란히 서있던 요시코에게 손을 뻗어서 자기의 등 뒤로 물러서게 했다. 요시코는 잠깐 주저하다가 나오마사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이건 나오마사가 처리할 일이었던 것이다.

 

 “자. 기회를 줄께. 그냥 타고 온 바이크에 올라타고 사라져. 아 참, 우리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하고 말이지. 그럼 그냥 보내 줄께.”

 

 나오마사의 말에 폭주족 일당들의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뒤에서 제각각 서성거리거나 할일을 하던 일당들까지 하던 일을 멈추고 나오마사의 앞에 다가와 섰다. 그들은 전부 열 두 명이었다. 그 중 몇몇은 허리춤에서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날, 아름다운 아가씨 앞에서 피를 보고 싶지는 않았는데 어쩔 수 없군. 우리 제법 기분들이 좋았거든. 그냥 보내주려고 했단 말야. 너는 말이야.”

 

 우두머리로 보이는 덩치가 중얼거리며 앞으로 나섰다. 다른 녀석들은 그를 믿는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지켜보고만 있었다. 나오마사가 무심한 눈빛으로 그 덩치를 노려봤다.

 

 나오마사의 움직임은 순식간에 시작되었다. 나오마사의 상체가 움직이는 순간 번개같이 뻗은 주먹이 덩치의 명치에 파고들었다. 나오마사가 몸에 익힌 격투 기술은 가라테와 합기도를 융합하여 전투용으로 개발한 일본 육군 특전부대 용의 실전 격투 기술이었다. 일체의 허례허식을 배제하고 오로지 최단시간에 가장 효율적으로 적을 제압하기 위한 기술이었고 당연히 상대의 치명적인 급소만을 노리고 들어갔다.

 나오마사의 주먹이 명치에 꽂힌 덩치는 억하고 외마디 신음을 내면서 그대로 무너져 쓰러졌다. 덩치의 뒤에 서 있던 일당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곧 상황을 알아차리고 일제히 고함을 지르며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오마사 역시 기다려줄 생각은 없었다. 다가오는 순서대로 날아오는 주먹을 잡아 관절을 꺾고 급소에 정권을 날려가며 상대해 갔다. 순식간에 세 명의 사내가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본 나머지 일당들은 잠시 정지하고 새로이 준비를 갖췄다. 허리띠를 꺼내 한쪽 끝을 손에 감는 녀석, 나이프를 단단히 쥐는 녀석, 허리 뒤에 차고 있던 손도끼를 꺼내 든 녀석 등. 이제 놈들은 맨손으로 나오마사를 상대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그때 잠자코 뒤에 서 있던 요시코가 나오마사의 어깨를 톡톡 쳤다. 돌아보자 요시코가 들고 있던 피크닉 주머니를 건네줬다. 안에 들어있던 순면 타월과 도시락 상자등은 다른 손에 꺼내 든 채였다. 질긴 펠트 천으로 만들어진 피크닉 주머니 안에는 아직 따지 않은 맥주 캔 음료수 캔 서너 개와 사과 두 개가 들어 있었다. 나오마사는 천천히 주머니에 손을 넣어 사과 두 개를 꺼내 요시코에게 주었다.

 

 “이것도 들고 있어줄래?”

 

  요시코가 사과를 받아 드는 순간 녀석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휘두르는 벨트 버클과 손도끼를 정확히 피해내고 손에 든 피크닉 주머니를 휘둘렀다. 캔이 든 주머니는 그대로 치명적인 무기였다. 정확히 타격해 가는대로 뼈가 부러지고 얼굴이 깨져나갔다. 나오마사는 그대로 놈들의 틈새로 파고 들어가 오른손의 주머니와 왼 주먹을 휘두르며 놈들을 때려 눕혔다. 그들 모두가 처참하게 부서진 모양으로 바닥에 쓰러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오마사와 요시코는 쓰러져서 신음을 흘리는 일당들을 뒤로하고 길가로 나왔다. 나오마사는 들고있던 피크닉 주머니를 요시코에게 건네고는 로드 킹 바이크의 글로브 박스를 열고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꺼내들었다. 그리고 주위에 세워놓은 폭주족 일당들의 바이크 쪽으로 가서 일일이 그것들의 뒷바퀴에 구멍을 내기 시작했다. 뒷바퀴의 바람이 빠진 바이크들이 차례로 쓰러지며 큰 소리를 냈다. 한명씩 차례로 절절 기다시피 길가로 올라 온 놈들이 그 모습을 망연히 보고만 있었다.

 

  잠시 후 홋카이도 남동부 해안에 자리잡은 어느 작은 어촌 마을의 찻집 앞에 나오마사가 탄 로드 킹 바이크가 섰고 두 사람은 헬멧을 벗어들고 찻집에 들어섰다.

  요시코가 커피 두 잔을 시키고 나서 나오마사의 주먹을 잡아들고는 이리저리 살폈다. 피멍이 두 세 군데 잡혀 있었다.

 

 “괜찮아? 뼈 말이야.”

 “응. 괜찮아.”

 “구경만 해서 좀 속상했어. 직접 갚아주고 싶었는데 말이지.”

 “그래 알아. 하지만 오늘은 우리 데이트 중이었잖아. 그거 남자가 할 일이었다구.”

 “그래 알아. 그래서 구경만 한 거지.”

 “우리 마지막 데이트가 이렇게 되고 말았군.”

 “뭐 나름 좋았어, 나는. 나를 위해 싸워주는 남자를 구경했잖아!”

 

 요시코가 미소를 지으며 나오마사의 주먹을 뺨에 가져다 댔다. 그리고 입술을 갖다대고 입을 맞췄다. 나오마사가 뜨겁게 자신을 바라보는 요시코의 눈동자를 바라보며 맹세를 했다.

 

 “요시코. 너를 사랑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너를 지킬 거야. 세상 그 어느 것으로부터라도.”

 “나도 너를 사랑해. 세상 그 어느 것보다.”

 

 그때 주문했던 커피가 나왔다. 에이프런을 한 중년의 찻집 주인이 미소를 지으며 커피 잔을 내려 놨다. 두 사람은 천천히 그 진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눈은 서로의 눈에서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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