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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잿빛 마왕
작가 : 에스투
작품등록일 : 2016.10.10

어느날 하늘에서 재기 내리며, 이내 재는 괴물이 되고 10년뒤에 인류는 몰락한다. 괴물에게 패배해 몰락한 세계를 구하기 위해 주인공 유지호는 10년전 괴물이 처음 출현할 당시로 돌아가 괴물과 맞서고자 하는데...

 
2화
작성일 : 16-10-11 19:32     조회 : 544     추천 : 1     분량 : 48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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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의 벽을 허물고 그 틈사이로 뛰어들어 얼마나 떠돌았을까. 시간을 재보고 싶어도 아무것도 느낄 수도 확인할 수도 없었다.

 

  그야말로 무의 공간이나 다름이 없다.

 

  ‘불쾌하군.’

 

  오감조차 제대로 느껴지지 않지만, 단 하나 알 수 있는 것은 그의 팔찌에 내장된 회로가 끊임없이 그를 어디론가 이끌고 있다는 것 뿐이다.

 

  감각으로 느껴지는 건 아니었다. 이 느낌을 설명할 길이 없다. 비유하자면 영혼이 어디론가 끌려가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10년간 산전수전 다 겪어본 지호였으나 이번만큼은 그도 초조해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이나 지금 그의 여행은 상당히 불안한 것이었다.

 

  ‘제발…… 제발 도착해라.’

 

  오로지 할 수 있는 건 기도하는 것 뿐. 이렇게나 무력감을 느껴본 것도 얼마만인가.

 

  그렇게 한참을 무의 공간에서 떠돌 무렵.

 

  끌려가는 느낌이 점점 강해지기 시작했다.

 

  ‘입질이 온다라는 걸 이런 경우에 말해야하나.’

 

  마치 물고기가 된 기분을 맛보며 지호는 서둘러 무의 공간에서 빠져나가길 바랐다. 끌려가는 느낌이 비정상적으로 가속되는 것과 동시에. 마침내 그의 몸에는 조금씩 오감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무의 공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의 무모한 여행이 성공한걸까. 마침내 바람이 실현되는 건가.

 

  ‘아. 근데 토할 거 같다.’

 

  갑작스럽게 감각이 돌아오니 머릿속이 핑핑 돌기 시작했다. 의식을 잃는 건 꼴사납다고 생각하여 필사적으로 참으며 지호는 그대로 흐름에 계속 몸을 맡기고.

 

  마침내 마지막으로 그의 시아가 새하얗게 밝아졌다.

 

 

 *

 

 

  이날 인천시 서구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제보가 잇달았다. 원인 불명. 근방에 사는 주민들은 모두 흔들림을 체감했지만. 실제로는 아무것도 관측되지 않았다는 관측 결과에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었다.

 

  그때 느낀 흔들림은 무의 공간을 뚫고 시간을 건너온 한남자의 등장으로 인해 생겼다는 것을. 그들이 알 리가 없었다.

 

 

 *

 

 

  시간을 건너고 가장먼저 느낀 게 뭐냐고 묻는다면 지호는 곧바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등부터 바닥에 처박는 충격이었습니다.

 

  “크흑!”

 

  온몸이 내던져지는 감각과 등짝에 부딪히는 고통에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냈다.

 

  “여행소감 한번 거지같군. 전혀 편하지가 않아.”

 

  얼얼한 등짝을 문지르며 그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로 한숨을 쉬었다.

 

  “두 번 다시 이딴 짓 하나봐라.”

 

  시간을 뛰어넘는 무모한 행동이 두 번이나 성공할일도 없고. 시도하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 이렇게 두 팔 두 다리 멀쩡하게 살아있는것만해도 충분히 기적 같은 일이었다.

 

  “그 녀석한텐 진심으로 감사해도 모자라겠어.”

 

  자신을 보내준 그녀를 떠올리며 지호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직 건너온 지 얼마 되지 도 않아서 아련한 감각에 사로잡혀있을때가 아니었다.

 

  “그보다 나. 제대로 온건가?”

 

  가장 중요한 것은 그거였다. 제대로 원하는 목적지. 원하는 시간대에 도착한걸까. 자신의 무사함보다도 그것이 더 중요했다. 팔 한 짝이 날아가도 목적을 이룰 자신은 있다. 하지만 원하는 시간대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자신이 살아있더라도 의미가 없다.

 

  “어디 보자…… 여긴 어디야? 시간대는 밤 같은데.”

 

  하늘을 올려다보니 완전히 새카맣다. 체감으로는 꽤나 늦은 시간인거 같은데. 일단은 다행이라고 해둬야 겠지. 한낮이었다면 갑자기 허공에서 사람이 떨어지는걸 누군가 목격했을 터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든 시간대다. 거기에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겠지.

 

  “아니…… 목격자라면 있나.”

 

  지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느곳을 보고 인상을 한번 찌푸리고는. 이내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한명의 남자가 바닥에 주저앉아있었다. 막 편의점에라도 같다온 모양인지 비닐봉투에는 맥주 캔과 과자 등이 들어있었다.

 

  “사람…… 이 떨어졌어?”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을 받으며 지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저 남자의 심정이 너무나도 이해가 잘 갔기 때문이다.

 

  “놀랐냐? 그래 놀랐겠지. 분명히 나라면 엄청나게 놀랐을 테니까.”

 

  누구보다 잘 안다는 말투. 단순한 헛소리가 아니었다. 실제로도 지호만큼이나 저 목격자의 기분을 잘 파악하는 인간은 없다. 왜냐?

 

  지호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목격자의 얼굴을 확실히 보았다. 어둡지만 이 정도는 지금의 그에게 있어서는 시야확보에는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조금만 감각을 끌어올려도 사람 얼굴한명정도는 선명하게 분간할 수 있다.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였다. 매우 낮이 익은 인상처럼 느껴졌다.

 

  “누군지 몰라도 겁나게 잘생겼군.”

 

  아는 이가 있다면 그 자리에서 한마디 했을 농담을 내뱉었다.

 

  익숙한 얼굴인 것도 당연했다. 왜냐면 지금 놀라고 있는 저 목격자는 지호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미안하다 유지호. 한밤중에 폐를 끼쳤어.”

 

  자신의 이름을 부르며 지호는 복잡한 기분을 맛봤다. 살다 살다 자기 자신. 그것도 과거의 자신에게 말을 걸어야하는 날이 올 줄이야.

 

  아니, 당연하다고 해야 하나. 과거로 날아온 이상 그 시대에는 과거의 자신이 있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나저나 그 녀석 좌표로 지정했다는 게 저거였어?’

 

  무의 공간을 뚫고 과거로 날아오기 위해 과거의 자신을 목적지로 삼았다. 즉 지금 이곳에서 과거의 자신을 만 난건 전혀 우연이 아니란 의미였다.

 

  ‘뭐 쓸데없는 수고는 덜은 셈 칠까.’

 

  어차피 과거의 자신을 찾아야할 예정도 있었다. 보다 빠른 일정단축을 위한 배려라고 쳐둘까.

 

  “너, 너 누구야? 왜 나랑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거야?!”

 

  “하긴. 이시대의 넌 상황파악은 안되겠군.”

 

  완전히 겁의 질린 자신을 보자. 이렇게 한심해 보일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나. 과거의 자신의 반응을 보니 영락없이 ‘그 사건’이 벌어지기 전 같았다.

 

  10년도 더 전의 과거겠지만 얼굴은 주름하나 없이 완전히 똑같았기에 겉 인상만으로는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긴 했다.

 

  ‘어쩔 수 없지. 그때 이후로 거의 늙질 못했으니까.’

 

  어쩔까 대놓고 물어볼까.

 

  “이봐. 지금 몇 년도야? 구체적으론 날짜도 알려줬으면 하는데?”

 

  “15년 12월 31일…… 인데.”

 

  “오호.”

 

  제대로 날아왔다.

 

  그나저나 물어본다고 순순히 답하는 자신을 보니 좀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이때의 자신이 이렇게 호구 같았나? 새삼 우스워졌다.

 

  “한심한 반응이지만 내겐 더할 나위 없이 좋군.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어.”

 

  “무슨 헛소리야?”

 

  “아. 이해할 필욘 없어. 어차피 남 일도 아니고.”

 

  지호는 과거의 자신을 향해 어깨를 으쓱여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일어나. 계속 주저 앉아있어 봐야 보기 좋지 않잖나.”

 

  “응…….”

 

  순순히 손을 잡고 일어나는 과거의 자신에게 지호는 다시 한번 미안함을 담아 사과했다.

 

  “미안하다고는 해두지.”

 

  “아니…… 멋대로 놀란 거 나니까. 괜히 사과할 필요는 없는데?”

 

  “그런 의미가 아냐. 과거의 나.”

 

  “무슨…… 커윽?!”

 

  과거의 자신이 두 눈을 크게 뜨더니 입가에서 피를 토했다. 지호의 주먹이 그의 가슴팍을 꿰뚫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일격으로 정확히 심장을 박살냈다.

 

  무언가 말하려는 듯이 입을 뻐끔거리지만 제대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은 채 그대로 절명했다.

 

  “다행히 신체능력은 떨어지지 않았어.”

 

  과거로 회귀하면서 그의 힘까지 옛날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런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사람 하나 뚫어 버리는데 별 힘을 들일 필요도 없다. 새삼 괴물 같은 힘이라고 생각했다. 같은 자신 일텐데도 고작 10년 만에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 조금 씁쓸해졌다.

 

  자기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살해하고는 지호는 주먹을 거뒀다. 단숨에 숨이 끊어진 과거의 자신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악의는 없어.”

 

  지호가 과거의 자신을 살해한 것은 엄연히 이유가 있었다.

 

  이미 미래의 그가 과거 로 건너온 시점에서 이 시대에는 유지호라는 인간이 두 명이 존재한다. 딱히 두 명이 존재한다고 해서 무슨 재앙이 일어나거나 하진 않는다.

 

  “단지 내가 활동하는데 거슬릴 뿐이지.”

 

  앞으로 이시대의 유지호로 행동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과거의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죽인 것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의 나약한 자신 따윈 필요가 없다.

 

  “뭐, 기분은 더럽네. 어쩔 수 없나.”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그는 푸념했다.

 

  사람을…… 그것도 자신을 죽인다는 게 유쾌하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이래보여도 상당히 참고 있었다.

 

  그러나 참는 것과 별개로 인간을 죽인다는 거에는 그다지 망설임이 없다. 살인이 처음도 아니다.

 

  다만 자긴 자신이라고 해도. 사정을 모르는 인간을 살해한 것은 당연히 기분이 찝찝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다른 죄 없는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것보단 어디까지나 자기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 였다.

 

  “이해해주길 바란다. 나도 엄청 고민하고 저지른 거야. 그리고 어차피 너 계속 살아봐야 무진장 괴로운 미래 밖에 없어. 차라리 여기서 희생하고 나한테 맡기는 게 나을 거야.”

 

  이미 숨이 끊어진 자신의 시체에게 변명하듯이 중얼거리며 지호는 이제 마무리를 하려했다. 과거의 자신은 여기서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져줘야했다. 흔적 따윌 남겨서는 안 되지.

 

  그거 오른손을 뻗자. 흑색의 재와 같은 물체가 생성되더니 이내 죽은 과거의 자신의 온몸을 뒤덮어버렸다.

 

  뻗은 손을 움켜쥐자. 이내 재로 뒤덮인 시체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인간의 육체 따윈 수초 만에 태워버릴 열기. 물리법칙 따윈 개나 줘버린 듯한 고밀도의 에너지.

 

  순식간에 과거의 자신은 한줌의 재가 되어서 그대로 흩날려버렸다. 흘러내린 피 역시 재를 이용해 남김없이 청소해버리고는 그야말로 흔적하나 남기지 않았다.

 

  “장례는…… 세계를 구하는 걸로 대신 치러주지.”

 

  흩어지는 재를 바라보며 굳은 의지를 담아 중얼거렸다.

 

  더 이상 사사로운 감정 따위에 묶여있을 시간은 없다. 지호는 서둘러 다음목적을 위해서 행동하기로 결심했다.

 

  파멸된 미래를 버리고 무리해서까지 과거로 와. 자기 자신마저 불태워 버린 그의 목적은 단하나 밖에 없으니까.

 

  “반드시 미래를 바꾼다.”

 

  오로지 그것 하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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