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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기타
오블리비언
작가 : 강냉구
작품등록일 : 2019.8.26

가장 평범한 삶을 살고 싶었는데 바보 같은 짓으로 인해 종군기자가 되었다.
스탠포드 교내 기자로 취재하고 글을 쓰며 졸업 후 타임지 정치부기자가 되려고 했는데,
타임지 건물 앞에도 못 가보고 허망하게,
흔적도 없이 꿈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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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11-05 07:46     조회 : 256     추천 : 0     분량 : 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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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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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사이에 캐럴라인의 눈빛은 나를 영웅 대하는 눈빛처럼 변했고, 나는 이제 그 눈빛이 불편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학생들은 나와 앤디를 전쟁 영웅 취급하기 시작했고, 나는 그들의 시선이 아주 부담스러웠다.

  그들의 행동이 나는 전혀 반갑지 않았다.

  아주 불편했고, 걱정됐으며, 한편으로는 겁이 날 정도였다.

 

  나의 불편함은 사람들의 부담스러운 시선에서 느껴졌으며, 나의 걱정은 서류가 통과되지 못하고, 전쟁터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을 때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고, 나의 겁은 내가 살아서 돌아올 거란 확신이 없기 때문에 겁이 났다.

  나는 내가 살아 돌아올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죽을 거라는 생각 또한 하지 않았다. 아마 에디 형처럼 생과 사도 모르는 체 살아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나를 찾는 사람은 캐서린 이모뿐일 것이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 또한 캐서린 이모뿐일 것이다. 친구들은 나와 앤디를 위해 학교 앞에 우리의 사진을 크게 걸어놓고, 꽃을 둘 것이다.

  그리고 나를 잘 모르는 학생들도 나와 크리스를 위해 꽃과 편지를 둘 것이다.

  그들은 절대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 나를 모르기 때문에, 우리의 얼굴을 스쳐가며 본 관계이기 때문에. 우리의 추모공간은 한 달도 채 가지 못 해 학교에서 철거할 것이고, 꽃은 시들고 편지는 빗물에 젖어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될 것이다.

  그 이후에 분명 쓰레기통에 들어가게 될 운명일 테지.

  나와 앤디는 얼마 못가 친구들과 그들의 기억 속에 잊혀 진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만약, 앤디가 살아 돌아간다면, 난 억지로라도 그들 기억 속에 잠재할 것이다.

 

  그 기억이 벌레처럼 느껴졌다. 끔찍하게. 기생한다니 너무 끔찍했다.

 

  “무슨 생각을 몸서리치면서 까지 해?”

  “왔어?”

  “야한 생각 하고 있지.”

  “무슨. 내가 조셉이냐? 야한 생각하게.”

  “그렇지. 조셉 녀석은 밤 낮 할 거 없이 야한 생각하니까. 그런데 더 웃긴 건 그 녀석이 너무 순결하단 거지.”

  “너는? 넌 아니고 마이클?”

  “난 아니지. 난 어린 애가 아니거든.”

  “그래, 너 잘 났다.”

  “아, 무슨 생각 하냐니까? 중요한 생각 하는 거야? 그래서 다른 말로 넘어가려고 하는 거지, 그렇지?”

 

  마이클이 형사가 된 마냥 유도심문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겁먹을 만큼 무섭지 않다는 게 문제이다.

 

  “아니, 별 중요한 거 아니야. 그냥 전쟁터…….”

 

  마이클의 표정은 진지해지거나 유해지거나 변한 게 없었다. 남들은 내가 전쟁터에 대한 걱정을 할 때면 동정어린 표정으로 날 봤지만, 마이클은 전혀 아니었다.

  그냥 평소와 같았다.

 

  “걱정되긴 하겠다. 거긴 여자가 없으니까.”

 

  장난이었다.

 

  장난 섞인 말이었다.

 

  나는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나 조셉 아니다. 그리고 난 그런데서 여자 따위 만나지도 않을 거야.”

 

  다짐했다.

  사실 다짐처럼 보여야 했다. 내가 여자를 만날 수 있을까 걱정됐다. 전쟁터에서 사랑에 빠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혹시 정말 예쁜 여자, 그러니까 독일 여자를 보고 마음을 주지 않을까 걱정됐다.

  하지만 전혀 그럴 일 없다.

  나는 총기를 메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래. 이제 진지하게 얘기하자. 장난 안칠게. 만약, 내가 장난을 한 번 더 친다면 조셉의 팔을 비틀어도 좋아. 아니면 앤디……, 아니, 앤디는 사진 찍으러 가야되니까 안 되겠고, 크리스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차도 좋아. 내가 승낙할게.”

 

  마이클은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기 전의 들뜬 모습이었다. 아마 조셉의 팔을 비틀고 크리스의 정강이를 세게 걷어차는 상상을 한 모양이다.

 

  “너는?”

  “나는…… 나는 그냥 착하다고 머리 한 번 쓰다듬어줘. 너 알지? 누가 날 만지는 거 몸서리 칠 만큼 싫어하는 거. 나한테는 팔을 비틀고 정강이를 걷어차는 것 보다 머리 쓰다듬는 게 더 곤욕이야.”

 

  마이클의 말에 실소가 터져버렸다. 우스웠다. 우스웠고, 이내 나의 불안함을 안정시켰다.

 

  “사실 전쟁터에 가서 내 미래 생각했거든.”

 

  내가 말했다.

  전쟁이라는 두 글자에 난 곧바로 웃음을 멈췄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전쟁은 효과가 있었다. 내 감정을 추스르는 효과가 약 보다 더 거대했다.

 

  “미래에 누구랑 결혼……, 아니야, 이건 장난이 아니야. 절대 장난이 아니니까 내 머리를 쓰다듬는 상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마이클의 음성에는 장난과 진지함이 묻어나있다.

  지금 마이클 상황을 둘 중 하나에서 고르자면 난 장난으로 고르고 싶었다.

 

  “잠깐만, 너 누구 좋아하는 사람 있어?”

 

  마이클이 물었다.

  나는 깊게 생각을 하지 않고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있었다.

 

  “아니.”

  “에이, 설마. 캐럴라인이랑 밥 먹었던 거 같은데, 캐럴라인이랑 사귀는 게 아니고?”

 

  마이클이 말했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걔는 그냥 친구야. 전혀 마음에 없어.”

 

  진심이었다. 정말 마음이 없었다. 단 둘이서 무인도에 갇힌다고 해도 난 캐럴라인한테는 아무런 마음과 성적인 호기심도 들지 않을 것이다. 차라리 햄버거를 사랑하고 말지.

 

  “그럼 됐어, 난 또, 네가 숨겨놓은 아주 예쁜 여자 친구 때문에 전쟁터에 나가길 두려워하는지 알았지.”

 

  마이클의 말은 틀렸다. 나는 숨겨놓은 예쁜 여자 친구 따위 없었다.

 

  마이클의 말은 맞았다. 나는 아직도 전쟁터에 나가길 두려워하고 있다.

 

  “여자 소개 시켜줄까?” 마이클은 내 머릿속 유리를 깨부수고 말했다. “여자. 나랑 같이 수업 듣는 여자애.”

  “나 말고 크리스나 소개 시켜줘. 그 녀석 되게 외로워하던데.”

  “나랑 친한 애야. 크리스 같은 녀석은 내가 거절이야. 내 친구들 중에서 그나마 네가 제일 괜찮은 녀석이니까 소개시켜 주는 거야. 그리고 어차피 넌 전쟁터에 나가게 될 거니까 오래 만날 것도 아니잖아.”

 

  마이클의 첫 번째 말은 아주 감동이었다.

  나를 괜찮은 녀석으로 생각했다니. 하지만 두 번째 말은 실망 보다는 웃음이 나왔다. 헛웃음이었다.

 

  “긍정적인 뜻의 웃음이지?” 마이클이 물었다. “좋다는 거 맞지?” 마이클이 되물었다. “그럼 릴리한테 말 한다?” 이번에는 대답해줘야 될 거 같았다.

  “알았어, 알았어.” 나는 마이클이 또 다시 질문을 하지 못 하게 두 번 말했다. “언제 만나면 되는데?” 이번에는 내가 물었다.

  “뭐야, 야직 릴리한테 말 하지도 않았어. 급하긴 급한가봐?”

  “누가 급하데? 나도 그냥 해 본 말이야. 네가 원하지 않으면 릴리라는 여자애 소개시켜 주지 않아도 돼.”

  “에이, 알았어, 미안해. 삐지지 마.”

 

  마이클의 말투는 어린아이를 달래주는 말투와 똑같았다. 산타가 오기로 했는데, 산타가 오지 않아서 실망한 아이를 달래주는 부모의 말투, 딱 그랬다.

 

  나는 마이클과는 더 이상 말이 통할 거 같지 않았다.

  진지함 따위 사라진지 오래인 마이클과는 장난칠 기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나는 기숙사로 들어간다고 말 하곤 마이클과 있던 곳을 벗어났다.

  하지만 나는 기숙사로 들어가지 않았고, 근처 식당으로 들어갔다. 혼자서 생각이 필요했다. 그리고 난 매우 배가 고팠다.

 

  “햄버거…… 치즈버거……, 치즈버거 좋다, 치즈버거 먹어야지.”

 

  나는 햄버거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는데, 이주 전, 그러니까 캐럴라인을 샌디에이고까지 데려다줬던 그 이틀 사이에 햄버거가 정말 좋아졌다.

  매일 햄버거를 먹어도 좋을 만큼 좋다.

  하지만 슬픈 건 이주 동안 먹었던 햄버거에서 밥스 빅 보이 버거의 맛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햄버거를 크게 한 입 먹고, 또 다시 한 입 베어 먹었다. 역시나 맛있었고,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혼자 조용한 곳에서 생각이나 하려고 했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생각에 집중하자, 생각에 집중하자며 햄버거를 내려놓았으나 내 시선은 어느새 햄버거로 향해있었고, 내 손은 햄버거가 들려있었다.

  내 입은 햄버거가 들어갈 통로를 만들고 있었다.

 

  남이 보면 맛있게 먹는다는 표현보단 게걸스럽게 먹는다는 표현이 나에게 딱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그런 남들의 시선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아마도 지금의 나는 내 세상 중 나와 내 앞에 놓인 먹음직스러운 햄버거만 존재하고 있다고 착각에 빠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그 착각은 얼마 못 가 끝나버렸다.

 

  “내 말이 맞지? 저 녀석 혼자서 햄버거랑 데이트 하는 사이라니까?”

  “그러게. 저러다가 햄버거랑 결혼한다고 설치지 않을까 모르겠네.”

 

  뒤를 돌아보지 않고도 누구에게 말하는 건지, 누구의 목소린지 알 수 있었다. “미쳤냐?” 내가 말했다.

 

  “그렇지. 미치지 않고서 햄버거랑 결혼한다고 설치지는 않겠지만 저 녀석은 그럴 거 같아.”

 

  조셉이었다.

  방금 전은 크리스였고.

 

  나는 입 안에 있던 햄버거를 다 씹고 말했다.

 

  “무슨 소리야.”

  “그렇게 맛있냐? 날 따돌리고 고작 온 곳이 여기야?” 마이클이 말했다.

  “응. 너무 맛있어. 너희도 사먹어.” 내가 말했다.

  “됐어, 빨리 먹고 기숙사나 올라가자. 옷 입어야지.” 마이클이 말했다.

  “왜? 옷 입고 있잖아.” 내가 말했다.

  “마이클이 여자애들 있는 곳 간대.”

 

  조셉이 말했다.

  조셉의 표정은 그 여느 때보다 밝았다.

 

  크리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내 말에 마이클은 고개를 끄덕였고, 조셉과 크리스는 더욱 세차게 끄덕였다. 앤디는 그런 조셉과 크리스를 보며 혀를 끌끌 찼다.

 

  “너도 올래? 크리스 차타고 갈 생각인데.”

  “릴리는?” 내가 물었다. 내 말에 마이클은 조용하라는 눈짓을 줬다. 저 녀석들 모르는 구나.

  “릴리가 누구야?” 조셉이 물었다.

  “아, 착각했다. 제이미 말하는 거야. 그 녀석은 안 가?”

 

  내가 변명했다.

  티가 많이 날 정도의 변명이라 바보 아닌 이상은 속지 않을 게 뻔했다.

  하지만 내 친구 녀석들은 바보였는지 금방 속아 넘어갔다. 역시 단순하기 짝이 없다. 앤디를 제외하고.

 

  “제이미는 버려. 어차피 오지도 않을 걸?”

 

  조셉이었다.

  신청서를 혼자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녀석들은 제이미를 빼먹기 바쁘다. 유치할 따름이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갈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야지, 가야지. 만약 내가 가지 않겠다고 하면 저 녀석들은 날 여자 만나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라 떠들며 말도 안 되는 말로 내 성격을 건드릴게 뻔하다.

  내가 여자 만나기 두려워한다니.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난 친구 녀석들을 무시하고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조셉의 옷을 입었다.

 

  앤디와 마이클의 방에 들어가서 괜찮은 옷을 찾았다. 하지만 사이즈가 맞지 않았고, 나는 다시 내 방으로 들어가 조셉의 옷을 골라 입었다. 옷은 괜찮았고, 많이 크지도 작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딱 맞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조셉의 옷은 편했다.

  약간 헐렁했지만 내 옷보다는 괜찮아 보였다.

 

  조셉의 옷을 입은 나는 기숙사를 나와 친구들이 간다는 바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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