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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92년생 박정희(貞僖)
작가 : 명약관화
작품등록일 : 2019.11.4

어느날 세상이 멸망하고 괴물들이 우후죽순 나타난다.
부대 복귀 날 뒤집힌 버스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군인, 박정희.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낮은 그는 위기 속에서 갈팡질팡하는데...
우연히 각성한 성좌와 함께 '마음이란 무엇인지' 점점 깨달아간다.

 
프롤로그
작성일 : 19-11-05 01:11     조회 : 309     추천 : 0     분량 : 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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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2년생 박정희.

 

 겨울에 태어나 부모 얼굴도 모른 채 고아원에 버려진 아이.

 

 뿌리도 내리지 못한 채 고아원 대문 앞에서 얼어죽을 뻔한 아이는 어느덧 28번의 봄과 겨울을 거쳐 어른이 되었고,

 

 지금은 짧은 스포츠머리에 얼룩무늬 옷을 입은 군인이 되었다.

 

 타다다닥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빠르게 치고 있다.

 

 - 야! 축하한다! 이제야 드디어 철밥통이네!

 - 오오 박정희 이놈 군부정권의 첫걸음 떼나요?

 - 장기복무 축하합니다. 전포대장님!

 

 오늘은 육군 장기복무 결과 발표날이었고, 어젯밤부터 불안감에 잠을 이루지 못한 정희의 얼굴에는 만연한 미소가 가득 했다.

 

 합격한 것이다.

 

 부푼 가슴에 정희는 아침부터 날라온 축하메시지들에 하나하나 답장을 하고 있었고,

 

 답장을 전부 보내자마자 또 날라오는 메시지에 잠시 눈을 감으며 목을 한바퀴 돌렸다.

 

 “뻐근해라···”

 

 스트레칭을 하면서 정희는 사방이 어두워지자 창밖을 바라봤고, 어느새 버스는 터널에 진입했는지 노란 불빛이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은 검게 변한 바깥으로 인해 하나의 거울로 변한 지 오래였다.

 

 “흐음.”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대며 본인의 얼굴을 감상했다.

 

 날렵한 턱선과 매끄러운 콧대 그리고 진한 눈썹과 함께 결을 이루는 깊은 눈매.

 

 누가봐도 시선을 홀릴법한 외모는 어두운 사위 속에서도 수려함을 자아냈고,

 

 유리창 또한 그의 잘생김을 질투하는지 중간중간 점멸하는 비상등을 이용해 그의 얼굴을 지웠다 나타냈다를 반복했다.

 

 ‘웃는 얼굴, 화난 얼굴, 슬픈 얼굴.’

 

 거울 속 그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그리고··· 행복한 얼굴.’

 

 하지만 어둡던 터널은 마지막 표정을 짓기도 전에 환히 밝아졌고,

 

 행복한 표정을 짓기 위해 입꼬리를 어설프게 올린 그는,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 본인의 모습에 그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차피 마지막 표정은 잘 되지도 않는데 뭘··· 한 두 번인가.’

 

 버스는 터널을 빠져나와 도시에 진입했는지 방금까지는 보이지 않던 건물들과 사람들이 창 밖으로 보였고,

 

 정희는 아까 보내다 만 답장들을 보내기 위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띠링!

 

 마침 새롭게 날라오는 문자 하나.

 

 - 박중위 축하하네. 앞으로 승승장구해서 나라와 국민을 지키는 대들보가 되도록!

 

 대대장님이다.

 

 “아···.”

 

 왠지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아 고개를 들었고,

 

 핸드폰 액정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속눈썹이 껴 있었다.

 

 입으로 후우 불어 조심히 털어내자 언제 그랬냐는 듯 눈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아차차, 답장해야지.’

 

 누구보다 귀한 대대장님의 문자였기에 정성스레 답장을 했다.

 

 혹시나 단어 하나, 그리고 말투하나 실수한 것은 없는 지 신경을 쓰며 지웠다 썼다를 반복했다.

 

 밥줄을 쥐고 있는 분이니 허투루 답장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정희가 연신 손을 바삐 놀리고 있을 때,

 

 버스 천장에 달려 있는 TV에서 뉴스가 흘러나왔다.

 

 고저없이 담담해야 할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눈에 띄게 흔들렸다.

 

 -속보입니다. 속보! 현재 미상의 수정구들이 도시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그 곳에서 사람을 해치는 괴물들이 튀어나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현재 정부에서는 군부대를 동원해 소탕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합니다만··· 우선 현장 리포터를 연결하겠습니다.

 

 스튜디오에서 카메라 화면이 전환되고 이순신 장군 동상이 있는 광화문 광장으로 화면이 바뀌었다.

 

 -네, 지금 여기는 서울 광화문 일대입니다.

 

 마이크를 쥐고 있는 앵커의 손이 덜덜 떨린다.

 

 -지금 에메랄드 빛의 거대 수정구들이 허공에 생겨나더니, 빛을 반짝임과 동시에 식인 괴물들이···.

 

 앵커의 머리 위로 수정구가 하나 생겼다.

 

 그리고 튀어나오는 흉측한 형상의 괴물.

 

 머리위에 죽음이 드리워졌건만 앵커는 아무 사실도 모른 채 그저 다급히 말을 쏟아냈고,

 

 사람보다 세 배는 더 큰 덩치를 가진 괴물이 악어처럼 입을 벌리더니 이내 앵커를 집어 삼켰다.

 

 콰직

 

 -끄아악!....

 

 머리부분이 삼켜졌지만 바로 죽지는 않았는지 바둥거리는 모습이 참혹했다.

 

 -기, 기자님?? 어흑, 다들 도망가! 거기 카메라 꺼, 끄라고!

 -으아아악!

 

 치지직-

 

 영상이 꺼졌다.

 

 TV에는 그 자리를 대신해 흑백으로 가득찬 픽셀들이 자리를 채웠고,

 

 사람들은 TV에서 흘러나온 괴소식에 모두 입을 떡 벌린 채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적막함도 잠시, 버스의 덜컹거림을 기점삼아 사방이 혼란으로 가득 찼다.

 

 공포의 시작이었다.

 

 “우, 우리도 도망가야 하는 거 아니야? 뉴스에서 저런···”

 

 “기사양반! 지금 밖에 먼 일이 난 것이단가?”

 

 “헉! 밖에, 다들 바깥을 봐요!”

 

 마지막에 누군가의 외침을 듣고 사람들은 모두 창가로 고개를 쭉 내밀었고,

 

 그 곳에는 멀리 보이는 광주버스터미널 간판 아래로 수십개의 수정구가 도로 위에 생겨나고 있었다.

 

 수정구에서 튀어나오는 가지각색의 괴물들.

 

 도로 일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쨍그랑!

 

 “히이익!”

 

 정희가 앉아있는 곳 맞은편의 유리창이 깨졌다.

 

 창 밖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런 파열음에 시선을 돌렸고,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채 확인하기도 전에 김치 쉰 냄새가 그들의 코를 찔러왔다.

 

 바닥에 떨어진 노란 보따리에서 난 냄새다.

 

 노란 보따리가 빨갛게 젖어들고 있었다.

 

 “끼야아아악!”

 

 “사, 사람이 죽었어!!”

 

 그리고 뒤 이어 나는 피냄새.

 

 보따리 짐의 주인인 노파는 머리가 도끼날에 꿰뚫려 죽어 있었고,

 

 그녀의 주름진 옷에는 피와 뇌수가 뚝뚝 흐르고 있었다.

 

 피냄새가 워낙 강해 김치국물의 향이 옅어져 갔다.

 

 “기사양반! 차 멈춰! 멈추라고!”

 

 “······.”

 

 “내 말 안들려??”

 

 아까부터 버스기사를 부르짖던 배불뚝이 아저씨.

 

 사람들이 노파의 죽음에 대경실색하는 동안 그는 기사님이 타고 있는 운전석으로 다가갔는데,

 

 콰직! 데구르르···

 

 방금 전에 본 노파의 죽음이 이번에는 중년 아저씨의 머리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아빠!”

 

 “여··· 여보!!”

 

 두 번째 죽음이다.

 

 연이어진 끔찍한 광경에 모두가 숨을 죽였다.

 

 “키키키킥!”

 

 생애 처음 들어본 울음소리가 운전석에서 났다.

 

 앞 좌석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팔을 내려다보니 소름이 돋아 있었다.

 

 그만큼 지금의 조용한 순간이, 숨막히는 적막함이 공포스러웠다.

 

 풀썩 쓰러진 중년아저씨의 시체 위로 무언가가 올라섰다.

 

 ‘꼬마아이?’

 

 자칫 어린애로 오해할 법한 크기에 좀 더 확인하고자 눈을 가늘게 떴지만,

 

 버스 앞면에서부터 내리쬐는 햇빛으로 인해 잘 보이지가 않았고,

 

 버스가 움직이면서 그늘에 들어가자

 

 시체 위에 올라가 있는 자의 모습이 보였다.

 

 “키키키킥!”

 

 녹색피부에 하얗게 난 수염 그리고 살쾡이처럼 쭈욱 찢어진 노란 동공.

 

 사람이 아닌 괴물이었다.

 

 “끄아악! 살려줘!”

 

 “도, 도망가!”

 

 “아악···. 끄으르륵.”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은 제일 먼저 그 괴물의 표적이 되어 등에 도끼가 꽂혔다.

 

 괴물은 침을 주륵주륵 흘리며 무차별적으로 사람들을 내려쳤고,

 

 턱 턱 끊기는 숨과 함께 공포가 주저앉은 사람들의 자리를 대신해서 채웠다.

 

 “빨리 맨 뒤로 와!”

 

 “다 뒤로 물러나세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죄다 맨 뒤로 몸을 대피했고,

 

 정희를 포함한 몇 몇 소수의 사람들은 안전벨트가 풀리지 않는지 다급해 보였지만 그들도 결국 벨트를 풀고는 뒤로 물러났다.

 

 ‘왜, 왜 안 풀리는 거야!’

 

 정희만 유일하게 못 풀고 있었다.

 

 그렇게 버스 중간부분에서 혼자 끙끙거리며 못 풀고 있자 어김없이 괴물의 다음 표적이 되었고,

 

 녹색 괴물은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점점 정희에게 다가왔다.

 

 키키킥 내 뱉는 울음이 꼭 죽음을 알리는 사형선고처럼 들렸다.

 

 ‘제발!!’

 

 높이 든 도끼.

 

 하지만 도끼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치기도 전에 쿵! 하고 커다란 충격이 버스를 뒤흔들었고,

 

 위이잉 하는 소리와 함께 버스 바퀴가 헛도는 소리가 났다.

 

 “끼에엑!”

 

 말이 안돼지만···

 

 흘긋 보인 창문 너머에 팔뚝처럼 보이는 커다란 무언가가 버스를 감싸 안고 있었고,

 

 앞으로 기운 차체로 인해 녹색괴물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으로 뒹굴었다.

 

 “으아악!”

 

 “살려줘!!”

 

 “이게 뭐, 뭐야??”

 

 정희는 커다란 팔뚝, 그러니까 자기 앞 부분의 좌석이 종이조각처럼 꾸겨져 더욱 드러난 팔을 보며 소름이 돋았고···

 

 그대로 버스는 허공을 날았다.

 

 무슨 일이 벌어진 지 모르겠다.

 

 다만 한가지 알 수 있는 것은 버스가 허공에서 몇 바퀴 회전했다는 것이고,

 

 그대로 앞 뒤가 바뀐 채 버스와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하늘을 날았다는 것이다.

 

 쿠당탕탕탕! 치이이이익!

 

 시야가 반전했다.

 

 실제로는 1분도 안돼는 시간이었지만 버스 안의 사람들에게는 마치 수년의 세월과도 같았고,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가자,

 

 정희는 온 몸에서 타박상을 느끼며 힘겹게 눈을 뜰 수 있었다.

 

 “아···.윽.”

 

 벨트가 아직도 풀리지 않고 배를 압박하고 있었다.

 

 하지만 벨트로 인해 몸이 쏠리지 않고 고정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천운으로 다가왔고,

 

 정희는끙끙 거리는 신음속에서도 눈을 타고 흐르는 피를 닦아내며 간신히 버스 안 세상을 볼 수 있었다.

 

 시뻘건 색과 희미한 살색으로 뒤덮여진 세상.

 

 그 곳은 새로운 세계였다.

 

 그것도 천국이 아닌 지옥에 가까운 신세계.

 

 그 참혹한 광경에 정신이 번뜩 들었지만 귀에서 울리는 이명으로 인해 머리가 계속 아파왔고,

 

 두통속에서도 이성적으로 바라본 버스 안은··· 무서우리만큼 조용했다.

 

 그 곳에서 소리를 내는 것은 정희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녹색피부의 괴물마저 살색더미에 깔린 채 녹아들어 아예 미동도 없었다.

 

 “다···. 죽었어?”

 

 믿을 수가 없었다.

 

 단 몇 분만에 펼쳐진 지옥에서 살아남은 것은 정희가 유일했고,

 

 여전히 압박하는 벨트와 이마에서부터 볼 그리고 턱을 타고 흐르는 피는

 

 거꾸로 보이는 세상에 현기증을 불러일으켰다.

 

 띠링!

 

 때마침 익숙한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으윽?”

 

 불편한 자세에서도 어떻게든 핸드폰을 찾으려고 했지만 몸 어디에도 없었고,

 

 다시 한번 울리는 재알람 소리에 위, 그러니까 이제는 바닥이 되어버린 버스 천장을 바라보자 그 곳에 핸드폰이 떨어져 있었다.

 

 깜빡 초록불이 들어오는 폰과 화면을 두드리자 이내 보이는 메시지.

 

 핸드폰이 잠궈져 있었지만 간이메시지로 보이는 내용에는

 

 작달막한 문구 하나가 들어있었다.

 

 -살아남아라.

 

 대대장님의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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