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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조선해방전쟁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2110년. 1910년의 한일합방 국치일로부터 200년 후. 조선 해방전쟁이 시작된다. 초인병기라 명명된 하얀색 초경세라믹 장갑의 거대 2족 보행병기를 앞세우고.

 
14. 조선 총독부
작성일 : 19-11-04 19:31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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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조선 총독부

 

 

 경성 주둔 일본 육군 제 20 사단의 부대 휘장을 녹색의 차체 양면에 도색한 6륜 구동의 제 7식 차량이 조선 총독부 정문에 다가섰다.

 경복궁이라는 원래의 조선 왕궁은 화강암으로 거창하게 지어진 총독부 건물에 가려져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노무라 이치로와 구니에다 히로시 두 사람의 설계에 따라 1926년에 완공된 이 아름다운 네오 르네상스 양식의 건물은 조선 반도가 바로 일본의 것이라는 것을 백년 이상 상징하고 있었다.

 원래의 출입문이었던 광화문은 총독부 건물 북동쪽으로 이전해 버렸고 지금의 출입문은 드넓은 총독부 광장을 양단한 담장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었다.

 

 “충심으로 환영합니다. 츠지 중좌님.”

 

 운전병을 통해 츠지 마사노부의 신분을 확인한 조선 총독부 헌병 경비대의 초병이 부동자세로 정중하게 경례를 하며 그가 탄 차량을 통과시켰다. 차량은 총독부 건물의 동편을 돌아 별도로 자리잡은 일본 육군 헌병 제 2사단 본부건물 앞에 정차했다. 초병의 연락을 받고 마중 나온 당번병이 마사노부가 탄 차량의 문을 열었고 마사노부가 천천히 내렸다. 일본 육군의 녹색 정복 차림에 녹색의 군용 망토를 걸치고 한손에는 서류가방을 들었지만 그의 허리에는 천황으로부터 하사받은 은사의 군도가 걸려있었다. 정식으로 인사를 하러 온 마사노부로서는 최대한의 예를 표한 복장이었고 당연히 은사의 군도를 지닌 것이다.

 당번병의 안내를 따라 헌병 사단장실로 가서 그곳 사단장에게 인사를 올리고 그 자리에서 제 2 헌병사단의 참모장을 소개 받았다. 사단장의 복장은 화려했고 위압적이었으나 마사노부를 대하는 태도는 부드러웠다. 그곳에서 간단히 다과를 나누며 짧게 환담을 나눈 다음 마사노부는 본래의 업무를 위해 헌병 사단의 참모장을 따라 그의 사무실로 갔다.

 

 그의 이름은 다카기 시게무라 대좌. 마사노부의 육군 사관학교와 육군 대학의 9년 선배였다. 그리고 그는 일본 본토인들이 반도인이라 흔히 부르는 조선인 출신이었다. 일본인으로서는 대단히 거구인 마사노부 못지않은 덩치를 지닌 거한이었고 짧게 깍은 머리는 철사처럼 강인하게 서있었지만 귀 쪽으로는 이미 살짝 흰머리가 오르고 있었다. 나이에 비해 노숙해 보이는 인상이었고 눈빛은 날카로웠다.

 

 “반갑군. 이렇게 오랜만에 새로운 얼굴을 만나게 되니까.”

 

 당번병이 차를 놓고 나가자 마주 앉은 마사노부를 똑바로 쳐다보며 담배를 피워 물었다.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희귀한 세상이었고 더구나 고위 장교 중에서는 본적이 없었던 마사노부는 살짝 놀랐다.

 

 “왜? 처음 보나? 자네도 한번 피워보게나. 맛이 그럴 듯 하다네. 하하....”

 “선배님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내 얘기를? 누가? 뭐라고? 하하...”

 

 다카기 시게무라라는 인물은 육군 사관학교와 육군대학 양쪽에서 공히 십 년 내에 최고라고 칭송받던 인재였고 그 후배들에게 일종의 전설처럼 전해지던 이름이었다. 사관학교 시절부터 모든 학과와 병과를 망라해서 수석의 자리를 놓친 적이 없었고 그 지도력이나 군인적인 풍모 역시 귀감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는 육군 사관학교 수석 졸업의 명예를 얻지도 못했고 육군 대학을 졸업하면서 은사의 군도도 받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가 바로 반도인이기 때문이었다. 승승장구해야 마땅할 능력과 성과였지만 그는 성공의 지름길인 야전군인의 길을 접고 헌병 병과를 선택해야만 했고 조선 주둔 헌병 2사단의 장교로 부임해 와서는 이미 뿌리를 박아버리고 말았다. 그가 장성 진급에 성공하여 사단장이나 그 이상의 자리로 올라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대본영 헌병감까지의 길은 있었지만 사단장 이후의 길은 철저히 야전군 출신에게만 열려있는 것이 지금 일본 군부의 현실이었다.

 

 “육군 대학의 스와 겐이치 선생께서도 늘 애석하다며 말씀 하시고는 했습니다.”

 “하하. 그 영감 아직 건강하시겠지?”

 “네. 건강하십니다. 늘.”

 “꽤나 나를 아껴주셨지. 황공하옵게도 천황 폐하께 탄원의 상소를 상주해주시기까지 했으니.”

 “그런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마는.”

 “그렇겠지. 그 영감이 그런 얘기까지 시시콜콜할 리 없지. 하지만 그건 사실이야. 늘 고마워하고 있다네. 언젠가 본토에 나가게 되면 이곳 조선의 좋은 술 몇 병쯤은 들고 갈 생각이야.”

 “본토에 휴가라도 가시지요.”

 “그거 참 한가한 소리를 하는구만. 아직 이 반도 땅의 물정을 모르는 게야.”“휴가도 못 가신단 말씀입니까?”

 “자네야 물론 갈 수 있지. 우리 일본 육군 복무규정에 따라서 말일세. 하지만 나는 그럴 수 있는 몸이 아니야.”

 “그럴 수 있는 몸이 아니라니요?”

 “이 조선 땅을 떠날 수 없단 말일세. 내가 바로 이 자리에 있는 한 말이지.”

 

 다카기 대좌는 자기의 소파를 툭툭 치더니 태우던 담배를 재떨이 비벼 끄고 앞에 놓인 찻잔을 들이켰다.

 

 “난 이 조선반도 치안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자일세. 사단장님이 물론 계시고 부사단장도 있지만 그들이야 뭘 알겠나. 실질적으로 이 반도 땅의 모든 일을 보고받으며 점검하는 게 나의 업무일세. 그러니 한시라도 반도 땅을 떠날 수 있겠는가. 참 기구하게도 말야. 하하하...”

 

 마사노부는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조선 반도 치안의 총책임을 실질적으로 맡고 있다는 그의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 쓸데없는 소리는 이제 그만 치우고 일 얘기를 좀 하세.”

 “네. 알겠습니다.”

 

 마사노부는 들고 온 서류 가방에서 몇 가지의 전술용 데이터 저장장치를 꺼내서 구동시키기 시작했다. 부임 후 제 20사단의 작전참모로서 검토한 모든 작전 계획을 나름대로 수정 보완했고 이를 20사단 지휘부에 보고하고 승인받은 후였다. 그리고 이 작전 계획의 수정 보완 사항에 대한 헌병대의 의견을 듣고 완료한 다음 대본영에 최종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었다.

 한참 동안 마사노부의 설명을 들어가며 고개를 끄덕이던 다카기 대좌가 갑자기 마사노부를 중지시켰다.

 

 “대충 다 들었으니 그만 알아서 하게.”

 “아직 좀 남았습니다만...”

 “들어봐야 다 똑같은 얘기야. 자네에겐 큰 변화고 중요한 수정 사항들이겠지만 내 눈엔 그저 다 별다를 거 없는 것들이라네. 자네의 판단을 믿겠네.”

 “아니 그래도 이건 아주 중요한 사항들인데 그래도 되겠습니까?”

 “이 친구 참... 아직 학교 물이 덜 빠졌구만. 아님 우리 제국 육군의 고질적인 관료주의에 벌써 익숙해진 건지....하하.”

 “그렇게까지 매도하실 필요는...”

 “이거 보게. 아직도 모르는가?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소요나 폭동, 하여튼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말야. 사실 이런 계획 따위는 의미가 없어진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

 “물론 일단 유사시의 사태 시엔 순발력과 임기응변의 묘 등이 중요하겠습니다만.”

 “일단 유사시엔 말야. 이게 제일 중요해. 이거...”

 

 다카기 대좌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두들기고 있었다.

 

 “바보 천치와 천재가 확연하게 갈리게 되는 거라네. 그 전쟁이라는 게 나면 말야. 이런 작전 계획 따위는 훈련용으로나 쓰이는 거라네. 명심하게. 자네도.”

 

 마사노부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고 그의 자료들을 챙겨 가방에 넣었다.

 

 “그런데 그 전쟁이라는 게 날 것 같습니까?”

 

 다카기 대좌는 그 질문을 듣고는 다시 담배를 하나 피워 물었다.

 

 “어이. 츠지 군. 내가 왜 그 군도를 못 차게 된 건지 알잖아?”

 

 다카기 대좌의 눈길은 마사노부의 허리에 걸려있는 군도에 가 있었다. 마사노부는 물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차마 입에 올리기는 어려웠다. 그뿐 아니라 일본 육군 장교 전체를 통틀어서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 그 사람. 시로야마 미츠나리. 그 사람 말이야.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아는가?”

 

 마사노부는 물론 그의 근황을 알 리가 없었다.

 

 “그의 본명은 김기철. 이제 그는 본명을 찾았다네. 세 달 정도 됐을 거야. 그 시로야먀 미츠나리가 김기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설마 그럴리가요? 그렇다면 어떻게 언론에도 전혀 알려지지 않고, 저에게도....”

 “이 사람아. 그에 대한 보도가 가능하겠는가? 하하... 입에도 올리기 싫은 이름일텐데. 우리 일본 제국의 입장에서는 말이야.”

 “그가 대체 지금 어디에서 뭘 하고 있단 말씀입니까?”

 “중화 소비에트 군의 의용 제 13군단에 대해 들어본 적 있겠지?”

 “네. 알고 있습니다. 우리 관동군과 대치하고 있는 적 부대 중에서 가장 위험하고 강력한 부대로 들었습니다.”

 “그래. 최근에야 그 곤란한 녀석들에 대한 정보가 들어왔어. 그 부대는 여기 바로 이곳의 조선인들로 구성된 의용군일세. 한 개의 군단 전체가. 그리고 그 군단의 두목, 군단장이 바로 김기철, 아니 시로야마 미츠나리 그 사람이라는 거야.”

 

 마사노부는 그의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다. 조선인들로만 구성된 전투 군단이라니. 그는 아직 그에 관한 어떤 얘기도 들은 바 없었다. 더구나 그 지휘관이 시로야마 미츠나리라니.

 

 “중화 소비에트 군 제 13군단이 우리의 이목을 받기 시작한 시점과 이유는 잘 알고 있을 거야. 3년 전 흑룡강 서안에서 발생한 우리 측 제 8군단과의 국지전 말일세. 우리로서는 창피한 일이었지. 장비나 화력이 한참 못 미치는 그 녀석들에게 한 방 제대로 맞았으니 말야.”

 

 만주에서 벌어진 수많은 크고 작은 군사 충돌 중 그 사건은 일본 군부에 엄청난 충격을 줬고 마사노부 역시 육군 대학에서의 전술학 시간에 귀가 아프도록 들었던 바 있었다. 각각의 중대 단위 위력 정찰 중 발생한 단순한 조우전으로 시작한 그 전투는 군단 급 충돌로 발전했고 이틀간에 이어진 전투의 결과는 일본군의 통렬한 패배였다.

 엄청난 피해를 입은 8군단은 괴멸 직전에 인근 11군단의 지원을 받았고 11군단에 소속된 37식의 힘에 기대서야 겨우 편제를 유지하며 전선을 확보할 수 있었다. 11군단 소속의 37식 4기가 투입되자 13군단은 귀신처럼 알아채고 교전을 회피한 채 원래의 위치로 후퇴하고 말았다. 연대급 이상의 전사자를 낸 8군단의 지휘관은 그대로 불명예제대를 하고 관동군 소속의 모든 군단 급 부대에 제 37식을 제식 배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바 있었다.

 

 “그 13군단 전체가 설마 조선인 출신 의용군들로 구성된 부대인 줄은 몰랐던 거지. 그리고 더구나 시로야마 미츠나리라니.. 참.”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여기 조선 반도 경계와 불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조선인 무장 병력이 군단 단위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 잠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되겠군요.”

 “난 지금 이 조선 땅 곳곳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네. 불령선인이라는 것은 아미 완전히 사라졌다고 이미 백년 전에 총독부가 선언했지만 난 그걸 그대로 믿질 않네. 믿어서도 안되는 것이 내 직책이고.”

 

 마사노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아직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다. 열도의 일본인 어느 누구도 그렇게 생각치 않았지만 이 곳 조선 땅 어딘가에서, 혹은 그 바깥 어딘가에서 조선의 독립 해방을 요구하고 싸우고 있는 자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마사노부는 그가 갖고 있는 수많은 작전 계획들을 떠올렸다. 그것들을 다시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허술해서도 막연해서도 안되는 것들이었다.

 

 다카기 대좌는 이후 별 얘기가 없었고 마사노부는 곧 그 방을 나섰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나와 차에 오르기 전에 조선 총독부 뒤를 감싸 앉은 채 솟아오른 북악산을 돌아봤다. 강인한 화강암 재질의 봉우리는 스스로의 기상을 숨기지 않았고 당당하고 거센 모습으로 조선 총독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래. 과연 만만치 않은 모양새야.”

 

 마사노부가 중얼거리고는 차량에 오르자 차량은 곧 총독부의 동쪽 출입문을 거쳐 나왔다. “광화문”이라는 현판을 단 커다란 궁궐의 문이 드나들 안팎을 잃은 채 외따로 떨어져 서 있었다. 쓸쓸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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