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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14화
작성일 : 19-11-04 16:20     조회 : 230     추천 : 0     분량 : 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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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카드를 목에 걸고 검색대로 갔다. 검색대 구석에 앉아 있던 남자가 파란 바구니를 내밀었다.

 

 “소지품은 모두 여기 담아주세요.”

 

 휴대폰, 차키, 꼬깃꼬깃하게 접힌 현금 조금. 그런데 남자는 바구니를 검색대로 밀어 넣지 않고, 딱지를 붙여 구석에 내려놓았다.

 

 ‘짐이 별로 없으니, 그냥 보관하는 건가?’

 

 그는 안쪽으로 들어가며 손짓했다.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철수는 옆에 덩그러니 있는 커다란 기계를 잠시 보다가 그를 따라갔다. 복도를 한번 꺾어 들어가자, 또다시 길이 꺾인다. 앞으로 서너 발자국 걷다가 왼쪽으로 틀고, 다시 서너 발자국 걷다가 오른쪽으로 튼다.

 몇 번을 그렇게 걸으니 작은 엘리베이터가 나타났다. 철수를 안내한 남자는 문을 열고 안쪽에서 버튼을 조작한 다음 내렸다.

 

 “지하로 내려가면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등을 돌려 가버렸다. 엘리베이터 문은 빠르게 닫혔고, 중력이 덜어지는 느낌이 몸으로 전달되어 왔다.

 

 “뭐가 좀 복잡하네, 지하에 대기실이… 어?”

 

 엘리베이터를 내부를 둘러보는데 눈에 확 띄는 장치가 있다. 버튼이다.

 밖에서 이 건물을 봤을 때, 높아봤자 지상 5,6층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버튼은 족히 40개가 넘어 보인다.

 

 “이게 뭐야? B34?"

 

 지하34층이라는 소리다.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느낌으로 봐서 거짓말 같지도 않다.

 

 “지하로 왜 이렇게 뚫어놨어?”

 

 놀란 마음에 다른 버튼에 손을 대 봤다. 눌러지지 않는다. 대신 차가운 쇠와 따뜻한 피부 사이에, 습기로 인한 엷은 지문만 남았다. 버튼 아래쪽을 보니 CARD라고 적혀 있다. 아마 출입증 같은 걸 저기다 대고 버튼을 눌러야 하는 것 같다.

 철수는 목에 걸린 카드를 보았다. 그런데 이건 칩이 박힌 플라스틱 카드가 아니라, 두꺼운 종이로 만들어진 카드였다. 종이에는 13이라고 써져 있었다.

 혹시나 하고 종이카드를 대 봤다. 역시 아무 반응이 없다. 철수는 계속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고개만 이리저리 돌렸다. 흔한 벽 손잡이도 없고, 거울도 없다. 현재 층수 표시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천장은 작은 led전구만 빛날 뿐, 흔히 보이는 환풍구도 눈에 띄지 않는다.

 

 ‘위이이잉’

 

 하릴없이 눈만 데굴데굴 굴리고 잇는데, 전자음과 기계음이 섞인 소리가 들려왔다. 몸이 살짝 무거워지며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것이 느껴진다.

 곧 문이 열렸다.

 그리고 철수를 반긴 건, 하얀 안내데스크에 서 있는 남녀였다.

 

 “어서 오세요. 13번 김철수 님이시죠?”

 “네.”

 “오른쪽 대기실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카드 번호를 부르면 반대쪽 문으로 나가시면 되요.”

 

 그들 옆으로 문이 두 개 있었는데, 가리키는 곳으로 들어가자 긴 복도 같은 텅 빈 방이 나왔다. 간이용 의자 몇 개만 있을 뿐, 어떠한 편의시설도 없다.

 

 “기다려 보면 알겠지. 국가 시설이니까.”

 

 사람 없는 1층 접수대, 깊은 지하, 텅 빈 대기실.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철수는 의심하지 않았다. 국가는 국민을 위하고 그 단체가 다른 행동을 할 리 없다.

 5분쯤 기다렸을까. 머리위에 있던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13번, 김철수씨. 들어오세요!”

 

 그 소리에 반대쪽 문을 열고 나가니, 바로 진료실처럼 보이는 방이 나왔다.

 흰 가운을 걸친 사람이 책상을 두고 앉아 있다. 그 사람 뒤로 벽면 전체가 유리로 되어 있었는데, 학교 운동장만한 큰 홀이 보인다. 그 홀에 수십 개의 책상이 놓아져 있었고, 역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뒤섞여 뭔가를 하고 있다.

 

 ‘아하.’

 

 철수는 이제야 여기 구조를 알 수 있었다.

 홀을 중심으로 가장자리에는 방들이 배치되어 있다. 굉장히 단순한 구조다.

 

 “MRI촬영을 할 건데요. 소지한 금속류는 없으시죠? 수술로 뼈에 삽입된 종류까지 포함해서요.”

 “네. 없습니다.”

 “그럼 환복하시고 따라오면 됩니다.”

 

 그는 방구석에 있는 간이 피팅룸을 가리켰다. 철수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남자는 책상에서 일어나 홀 쪽으로 나가는 방문을 열었다. 그가 입은 가운이 펄럭이며 가슴에 달린 명찰이 천장의 불빛을 반아 반짝인다. 명찰에는 단지 연구원이라는 단어만 찍혀 있었다.

 

 ‘이름이 연구원인가? 아니면 직책인가?’

 

 철수는 물어보고 싶었으나, 그는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 걸었다.

 

 ‘어째 여기 있는 인간들은 죄다 불친절하냐. 아까 접수원부터.’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이나 심정을 묻기는커녕, 자기 일만 속도전으로 처리하기에 혈안이 된 것 같다. 철수는 작은 소리로 공무원이 다 그렇지 뭐 하고 툴툴거리며 남자의 뒤를 따라 걸었다.

 문은 홀 가장자리의 복도로 연결되어 있었다. 방금 전까지 있던 방은 홀의 모서리 부분이었던 것이다. 지금 걷는 방향을 기준으로 왼쪽은 홀, 오른쪽은 일정한 간격으로 방이 배치되어 있었다. 철수는 복도를 걸으며 홀의 사람들을 봤다. 대부분 책상 앞에서 손만 빠르게 놀려 서류를 정리하고 있다.

 

 ‘저 인간들이 바코더일 리는 없고, 아마 바코드 현상과 관련된 서류를 정리하고 있을 거야. 그럼 바코더들은 어디 있지? 국립연구소라면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을 텐데.’

 

 사회적 이슈의 크기와 상관없이 ‘죽음’에 대한 문제는 개개인에게 절대적이다.

 바코더는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전체 사망자의 일정 비율로 늘 발생해 왔다. 그렇다면 국립연구소인 이곳은 날을 가리지 않고 바코더들이 찾아와야 한다.

 

 ‘오늘은 특별히 한가한 날인가?’

 

 철수가 다른 바코더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몇 걸음 앞에 있는 방문이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열렸다. 활짝 열린 게 아니라 한 뼘 정도 열렸다. 그 틈으로 자연스레 시선이 쏠린다.

 

 “어엉?”

 

 방 안. 한 남자가 의자에 묶여 발버둥 치고 있다. 어찌나 난리를 치는지 입고 있던 옷이 다 찢어질 정도였다. 그의 손과 발은 묶여져 있었고, 입에는 재갈이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도 그의 움직임은 필사적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네댓 명의 사람들이 억누르고 있었다.

 

 “꽉 눌러!”

 “빌어먹을 새끼! 곧 죽을 놈이 뭐가 그리 불만이야?”

 “으읍! 크읍!”

 

 ‘쿵’

 

 아무도 철수를 보지 못한 채, 방 안쪽에 있던 누군가가 다시 문을 닫는다.

 철수는 뜻밖의 광경에 얼이 빠진 채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김철수씨?”

 “네? 아. 네. 네.”

 “빨리 오세요. 검사할 건 MRI말고도 많아요.”

 

 앞에서 걷던 연구원 남자가 찌푸린 얼굴로 말한다.

 

 ‘뭐 하는 거였지? 그리고 방금…’

 

 의자에 묶여있던 그의 목에 희미한 검은색 줄이 있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그건 분명 바코드다. 그것도 거의 없어진.

 머릿속이 뒤죽박죽 엉키기 시작했다.

 

 “저기…”

 

 철수는 앞에 걷던 연구원을 불러 세웠다.

 

 “네?”

 “지금 좀 급하게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요.”

 “지금요?”

 “네.”

 

 하필 꼭 지금 가야 하느냐는 되물음이었지만, 철수는 개의치 않고 연구원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쌀 거 같아요.”

 “……요 앞에 화장실이 있어요.”

 

 몇 걸음 더 걸으니 좁은 통로가 나온다. 연구원은 그 안을 가리켰다.

 철수는 화장실로 들어가기 전 연구원에게 물었다.

 

 “아까 MRI실로 간다고 하셨죠?”

 “네.”

 “방향만 알려주면 제가 알아서 가죠.”

 “여긴 좀 복잡한 곳이라 혼자 가기 어려워요. 그리고 혼자 가면 MRI는 누가 찍습니까?”

 “거기 사람이 없나요?”

 “있어도 같이 가야 해요. 여긴 국가시설입니다. 외부인이 혼자 다니면 안돼요.”

 “제가 변비가 좀 있어서요. 많이 기다릴까봐 물어봤어요.”

 “거, 참. 그런 건 미리미리 처리 하고 왔어야죠. 빨리 갔다 와요.”

 

 대화를 할수록 연구원의 목소리는 날카로워 졌다. 철수는 느낄 수 있었다.

 일거리가 늘어나서, 퇴근이 늦어져서 내는 짜증이 아니다. 마치 뭔가 두려워 빨리 끝내려고 서두르는 것 같았다.

 철수는 연구원의 따가운 시선을 맞으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대충 좌변기 칸을 찾아 커버를 내리고 그 위에 앉았다. 그리고 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아차…”

 

 폰을 꺼내려 했다가, 1층 바구니에 두고 온 것을 깨달았다.

 

 ‘제길, 아무래도 이상해, 복도가 꼬불꼬불한 것도 그렇고, 이렇게 지하 깊숙이 시설을 만든 것도 그렇고. 마치 가둬놓고 못 나가게 하려는 것 같잖아. 그리고 좀 전에 바코더가 그 상태로 있는 것도 이상하고…’

 

 자신도 바코더다. 살려고 하다 보니 어찌어찌 여러 가지 일을 겪게 됐다. 그러면서 평소 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고 심경의 변화도 커졌다. 아마 대부분의 바코더가 그럴 것이다. 좀 전에 방문 틈 사이로 본 바코더도 비슷하다고 짐작된다.

 그런데 여기는 국가가 운영하는 기관이다. 그에 대한 체계적인 매뉴얼도 있을 건데, 좀 전에 본 광경처럼 우격다짐 식으로 처리하는 건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별 케이스인가? 그 바코더는 검은 줄이 거의 다 됐어. 곧 죽을 거라는 이야기야.’

 

 여기 오면 당장 치료 방법이 있을 줄 알았다. 하다못해 바코드 현상에 대한 어떤 단서나 원인을 알아, 심리적 안정이라도 얻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직 아무것도 없다. 그저 위험한 비밀이 묻혀 있는 캄캄한 동굴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이봐요! 김철수씨!?”

 

 밖에서 연구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나갑니다!”

 “빨리 나오세요! 저 그리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

 

 휴대폰도, 시계도 없으니 시간을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느낌상으로 5분이 채 지나지 않은 것 같다. 그 사이 연구원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히스테릭하게 변했다. 철수는 심호흡을 크게 한 번 하고 밖으로 나갔다. 연구원은 이제 짜증을 넘어 화난 표정으로 철수를 바라보았다.

 

 “지금 뭐하자는 겁니까? 빨리 오라고 했잖아요! 치료를 받으러 왔으면 지시에 따라야지!”

 

 연구원은 철수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등을 팩 돌려 다시 걸었다.

 

 ‘일단 따라 가보자.’

 

 왜 이렇게 지하층이 깊은지, 좀 전의 바코더는 뭔지, 치료는 어떻게 하는지, 아직 아무것도 밝혀진 건 없다. 그러니 연구원이 말하는 검사를 일단 받아보자. 철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불안함이 아지랑이처럼 일어나는 걸 지울 순 없었다.

 철수가 그렇게 연구원을 따라 발걸음을 떼려 할 때.

 

 ‘쾅!!’

 

 귀가 떨어질 정도의 폭음의 뒤쪽에서 터졌다. 철수는 물론 앞서 걷던 연구원도 바닥에 주저앉았다.

 

 “으아악!”

 “뭐야?!”

 “불이다! 불이야!”

 

 뒤돌아보니, 얼마 떨어지지 않은 방에서 불길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문짝은 통째로 뜯겨져 나가 홀에 나뒹굴고 있다.

 

 “저…저…”

 

 연구원이 새하얗게 질린 채, 손을 들어 폭발한 방을 가리켰다. 그 방은 발버둥 치던 남자가 있던 방이었다.

 지옥의 입구처럼 화염을 뿜어내던 방은, 덩어리진 뭔가를 토해냈다. 사람이다.

 온 몸에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는 인영은, 손에 큰 물통을 들고 있었다. 그는 물통 마개를 열더니 홀 쪽으로 던졌다.

 통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그리고 그 회전에 맞춰 안에 있던 투명한 액체가 나선을 그리며 주변에 흩뿌려 진다.

 불타는 인영은 뿌려진 액체 속으로 뛰어들며 외쳤다.

 

 “같이 지옥으로 가자!!”

 

 퍼엉 소리와 함께 눈부신 불꽃이 철수의 시야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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