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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미운 왕자 새끼
작가 : 어사화
작품등록일 : 2019.9.1

인간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달의 뒷면 지하의 깊은 바다 속에는 아름다운 용국이라는 나라가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종족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남성, 왕자 천마가 병에 걸려 혼인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지금 그의 유일한 치료법은 생김새가 비슷한 천천 대군의 몸에 그의 뇌와 생식 기관을 이식하는 것 밖에는 없다. 여왕과 국서는 어쩔 수 없이 허락을 하고 천마의 호위병정 다니엘이 천천을 잡으러 인간 세상으로 오게 되는데 그 때부터 일이 꼬여 버렸다.
해외 파병 근무를 나갔던 천재 의사가 휴가 중에 사랑했던 사람과의 꽃잠을 이룬 다음 날 실종이 되었다. 그의 연인이었던 윤슬은 6개월을 그를 찾아 헤맸지만 끔찍한 소문만 들릴 뿐 그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그러던 어느 날,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그녀 앞에 그가 나타났다.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이런 씨 발라서 뻐꾸기에게 던져 줘 버릴 새끼라고 욕을 한 바탕 들이붓고는 정신을 잃었는데 꿈 속에서 그가 타 준 치유꽃이란 전설의 꽃의 꿀물을 마시고 난 뒤부터 그에 대한 기억만 모두 사라졌다. 정신과에서는 해리성 기억 상실이라고 하고, 주위 사람들은 불쌍하다고 했다.
한국 병원에서의 스카웃 제의를 받고 옮긴 병원에 삼신 할매가 천년 묵은 산삼을 먹어가며 삼일 낮밤을 빚어낸 듯한 조각 미남의 해외 파병 군의관 출신 병원장이 새로 취임을 하는데, 이 남자 어딘가 낯설지가 않다. 거기다 이 남자와 계속 엮이는 걸 보니 그냥 스쳐 지나갈 인연은 아닌 것 같은데.......

 
사랑, 그 낭만에 대하여
작성일 : 19-11-04 11:12     조회 : 240     추천 : 0     분량 : 6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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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병원 옆 학교 운동장에는 어느 새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다.

 

 뭔가 허전해 보이는 그녀에게 철인은 자신의 머플러를 빼서 둘러 주었다.

 

 부드럽고 따뜻한 그의 체온이 그대로 윤슬의 목에 스며들어 왔다.

 

 어깨를 한번 움츠리며 미소로 감사의 인사를 대신 했다.

 

 신남에 따뜻함까지 갖춘 윤슬이 팔을 벌리고 강아지처럼 눈밭을 뛰어다녔다.

 

 그녀가 뛰는 대로 발자국이 어지럽게 패였다.

 

 그렇게 한참을 뛰다가 지쳤는지 눈을 뭉쳐 작은 눈사람을 만들어 놓고 눈밭에 누워 팔다리를 휘저었다.

 

 철인은 팔짱을 끼고 서서 어린 아이 같은 윤슬을 보고 웃자,

 

 윤슬이 일어나 앉아 철인에게 눈을 퍼 던졌다.

 

 당하고만 있을 수 없던 철인도 눈을 뭉쳐 윤슬에게 던졌다.

 

 아~

 

 윤슬이 눈덩이를 맞은 팔을 감싸 안으며 비명을 질렀다.

 

 놀란 철인은 뛰어 그녀 곁으로 갔다.

 

 “괜찮습니까? 미안합니다. 장난으로 던진다는 게 그만 힘 조절을 못했나 봅니다.”

 

 “히이~ 거짓말인데!”

 

 사악해 보이는 눈웃음을 짓더니 두 손에 뭉쳐 있던 눈을 그의 와이셔츠 안으로 들이밀었다.

 

 “아~ 차가워!”

 

 그가 놀라 번쩍 뛰어올랐다.

 

 그녀는 자지러지게 웃으며 눈밭에 다시 드러누웠다.

 

 그도 에라 모르겠다며 그녀 옆에 드러누웠다.

 

 얼굴에, 손에 내리는 눈을 그대로 맞았다.

 

 오래간만에 편안함을 느꼈다.

 

 “오늘 고마웠습니다.”

 

 “뭐가 말입니까?”

 

 “오늘 아침부터 지금까지 전부 다요.”

 

 “이제 어벤져스가 쳐들어 와도 물리쳐 줄 그 부적의 힘이 다 했나 봅니다.”

 

 철인이 농담조로 물었다.

 

 “그런가 봐요. 이게 나한테 온 이후로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윤슬은 휴대폰의 향낭을 들어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오늘 아침에 그 남자 왜 용서해 줬습니까? 남 비서가 제대로 설명해 줬을 텐데.”

 

 그의 물음에 그녀가 미소 지었다.

 

 “이사장님은 돈 없어 봤어요?”

 

 생각지 못한 그녀의 물음에 그는 네라는 짧은 대답을 했다.

 

 “거짓말!”

 

 그녀가 설마 그럴 리가 하는 표정으로 그를 봤다.

 

 “이래봬도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에서 하루에 한 끼도 못 먹고 견딘 날이 더 많습니다!”

 

 “그럼 알겠네요. 요즘에는 돈 없으면 사람도 아닌 거.”

 

 “.......”

 

 “끔찍하게 아끼던 아들까지 판 걸 보면 그 동안 이 사람이 얼마나 사람 취급을 못 받고 살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럼 돈 있는 아까 그 놈들은요? 그 놈들은 어떻게 할 겁니까?”

 

 “그 놈들은......”

 

 그가 고개를 돌려 대답을 망설이는 그녀를 쳐다봤다.

 

 “그 놈들은 과연 벌을 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 의사라서 누구보다 더 잘 알잖아요?”

 

 “????”

 

 “유전무죄는 영원히 고칠 수 없는 불치병이라는 거.”

 

 그녀가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는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봤다.

 

 그런 쓰레기들에게 하룻밤 노릿개감으로 희롱을 당했는데 지금 참겠다는 말인가?

 

 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하늘을 봤다.

 

 “그럼 아까 내가 실컷 패게 두지 왜 말렸습니까?”

 

 말투에 서운함이 담겨 있었다.

 

 “저 하나만 참으면 되니까.”

 

 “그러니까 피해자인 당신이 왜 참느냐구요?”

 

 그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저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피해 입는 걸 보는 게 너무 힘들거든요.”

 

 흥분한 철인과는 다르게 윤슬은 감정의 동요가 없었다.

 

 “당신 때문에 누가 피해를 입었다고 그래요?”

 

 “모든 게 제 잘못 같았거든요. 엄마가 돌아가신 것도, 아빠가 정신을 놓으신 것도, 사고 때문에 좋아하던 수영을 그만뒀을 때에도....... 그래서 안 좋은 일 있을 때마다 벌 받는구나하고 늘 참았어요.”

 

 실없이 웃고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의사가 된 후에 언젠가 환자가 그랬는지 누가 그랬는지 생각은 잘 안 나지만 제가 많은 사람들을 살릴 거라고. 항상 그 생각만 하며 살아가라고 해서 참아요.”

 

 그녀의 의외의 대답에 그는 물었다.

 

 “그 때 응급실에서 어머님께는 안 참던데? 바로 잘릴 수도 있었는데?”

 

 “의사의 사명감? 생명의 존엄함? 그거 다 핑계였어요. 그 때는 그 아이들이, 그 산모가 저처럼 될까 봐요. 돈도 없고, 힘도 없고,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이라는 큰 벌까지 지어주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녀가 의미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이런 일들 제 때 잘잘못 안 가리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그렇게 넘어가 버리면, 나중에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수도 있습니다.”

 

 철인은 윤슬이 진심으로 걱정되었다.

 

 “그 때는 이사장님께서 좀 도와주시면 안 되나? 지금부터 저는 이사장님의 중요한 사람이 되어 볼라니까요.”

 

 그녀가 그의 소매 자락을 붙잡고 흔들었다.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에 그는 녹아든 듯.

 

 “어휴, 이 바보꼴통!”

 

 웃음을 터트리며 그가 말했다.

 

 “아~ 그 말을 들으면 이런 느낌이구나!”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이 말은? 어휴, 이 돌아이 밥통!”

 

 웃는 그를 향해 윤슬은 눈을 한 주먹 흩뿌리며 같이 웃었다.

 

 웃음소리가 그치고 주위가 조용해지자 그녀가 물었다.

 

 “친어머니는 찾으셨어요?”

 

 “아직! 저를 드디어 기억하셨습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못 알아보는 거 같더니?”

 

 “어떻게 하다 보니 알게 됐어요. 그 분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머리 길이만 조금 길었을 뿐인데 많이 달라 보이나 봅니다?”

 

 “네, 엄청요.”

 

 윤슬은 악센트를 강하게 주며 달라 보이는 것을 강조했다.

 

 “질리면 말해요. 담에도 또 바꿔 보죠. 뭐!”

 

 “그 때는 백마를 한 33번은 타고 와야 알아볼지도 몰라요.”

 

 “한 번에 알아보게 제 이름을 크나크게 적은 왕관을 하나 쓰고 갈게요.”

 

 그녀가 알았다고 대답하며 소리 내어 웃었다.

 

 그가 그런 윤슬을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왜요? 제 얼굴에 또 뭐 묻었어요?”

 

 웃음을 멈춘 그녀가 철인의 눈빛을 보고 물었다.

 

 “신기하게 닮아서요.”

 

 “처음에 저 봤을 때 친어머니와 많이 닮았다고 했죠?”

 

 철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정말 아무 관계없는 사이일까요?”

 

 윤슬은 말이 나온 김에 이 찝찝함을 날려버릴 수 있게 유전자 검사라도 해 보자고 할 참이었다.

 

 “저는 그렇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저 처음 만났을 때 거짓말 한 거 있어요.”

 

 “거짓말이라뇨?”

 

 “우리 엄마도 사실 수국을 엄청 좋아하셨대요.”

 

 그녀가 그를 쳐다봤다. 잠시 동요한 그의 눈이 그녀의 눈동자를 다시 주시했다.

 

 “강 교수가 제 동생이 맞다면, 제 동생으로 대국 그룹 가족의 일원으로 자랐거나 죽었거나 둘 중 하나였을 겁니다.”

 

 그가 담담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날 아침에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동생을 데리고 간 쪽이 회장님이면 대국 그룹의 가족의 일원이 됐을 거고, 사모님이었으면 죽었을 테니까......”

 

 그녀의 눈동자가 갈 길을 잃고 흔들렸다.

 

 “아니, 저는....... 이사장님 친어머니와 저의 엄마가 똑같은......”

 

 철인의 말이 충격적이라 윤슬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가 일어나 앉았다.

 

 그리고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심각한 표정의 그를 보자 그녀도 일어나 앉으며 말했다.

 

 “미안해요. 그런 가족사가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아무 말이 없던 그가 양 팔을 비비며 벌떡 일어났다.

 

 “오우~ 너무 추워요. 어디라도 좀 들어갑시다.”

 

 그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

 *

 

 사모가 급하게 왕자의 병실로 들어왔다.

 

 휴대폰 게임을 하고 있던 왕자가 잽싸게 이불 밑으로 감추고는 사모를 보며 울먹였다.

 

 “엄마, 왜 이제야 왔어?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 말이야!”

 

 “그래, 그래.”

 

 사모가 왕자를 안아 주며 다독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니, 친구들이 나 보러 왔다가 의사 선생이 너무 예쁘다고 해서 불렀는데, 형이 어떻게 알고 나타나서 자기 여자 건드렸다고 우리를 범죄자로 몰아 부치는데.......”

 

 왕자는 우는 척하며 사모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그 의사 이름이 혹시 강 윤슬이야?”

 

 “엄마 어떻게 알았어?”

 

 왕자가 우는 척 연기를 멈추고 놀란 투로 물었다.

 

 “생긴 꼴부터가 마음에 안 들더니 그 계집애가 이렇게 또 나하고 엮이네.”

 

 사모가 눈가를 떨었다.

 

 “난 예쁘던데.”

 

 “시끄러워. 우리 왕자님은 그렇게 생겨 먹은 여시한테 홀라당 넘어가면 엄마한테 혼나요.”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친구들은 어떻게 하고 갔어?”

 

 “다들 몸 사려야 할 때라 똥 밟았다 생각하고 돌아갔는데, 대근이는 이를 갈고 갔어.”

 

 “대근이가 법무부 장관 아드님이지?”

 

 “어, 그것도 5대 독자.”

 

 “잘 됐네.”

 

 “어? 잘 된 거야?”

 

 왕자가 사모에게서 몸을 떼며 물었다.

 

 “이번에 저도 이 세계가 어떤 세계인지 크게 한 번 느껴 봐야지.”

 

 사모는 눈을 번득였다.

 

 그 때 사모의 휴대폰이 울렸다.

 

 대근의 아버지 법무부 장관이었다.

 

 사모는 왕자에게 휴대폰의 액정을 보여주며 조용히 하라고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댔다.

 

 “장관님!”

 

 -사모님,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도 전화를 드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능청스럽게도 거짓말을 했다.

 

 -오늘 병원에서 저희 아들 녀석과 이사장님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별일 아니었는데 우리 큰 애가 오버를 해서 아드님에게 실례를 범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닙니다. 저희 아들이 잘못했습니다. 5대 독자라 그저 오냐오냐 하면서 키웠더니 아직 철이 덜 들었습니다.

 

 뭐야? 장관님, 그렇게 나오시면 안 되죠!

 

 “아니, 아드님 몸에 상처도 나고 위협도 당하고 했다던데......”

 

 5대 독자 귀한 아드님이 하찮은 의사에게 손목을 물리고,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 취급을 받고 갔다잖아요.

 

 -상처라니요? 위협이라니요? 그런 거 하나도 없고, 좋은 공부를 하고 왔다고 합니다.

 

 이 영감탱이가 치매가 왔나? 왜 이래?

 

 “아, 네. 그럼 다행입니다.”

 

 -제가 못난 아들 대신 사과드린다고 이사장님께 말 좀 잘해 주십시오.

 

 사과라니뇨? 모욕을 당한 건 장관님 아드님이라구요!

 

 “네, 그러지요.”

 

 -그럼 사모님만 믿겠습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사모는 통화가 끝나자마자 휴대폰을 바닥에 집어 던졌다.

 

 “엄마, 장관님이 뭐라셔? 왜 그러는데?”

 

 “도대체 이 영감탱이를 뭘로 구워삶았기에 미안하대, 형한테 말 좀 잘 해 달란다.”

 

 “뭐라고?”

 

 왕자도 놀라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

 

 눈에 젖은 옷이 한 겨울의 차가운 공기와 맞닿으니 고드름이 되어 살결을 찌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두 사람은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았다.

 

 눈을 맞으며 나란히 걷는 게 싫지 않은 모양이었다.

 

 “춥죠?”

 

 철인이 먼저 말을 꺼냈다.

 

 “눈밭에서 놀 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조금. 그래도 눈 맞으면서 이렇게 걸으니까 낭만적이고 좋은데요.”

 

 목소리가 떨리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낭만 즐기려다 감기 들겠네. 대신 이러면 덜 춥고 더 낭만적이겠죠?”

 

 그가 다가와 그녀의 어깨 너머로 팔을 뻗어 팔 안으로 그녀를 가두었다.

 

 그의 팔이 그녀의 어디에도 닿지 않은 자세로.......

 

 윤슬이 어깨 위에 떠 있는 그의 손을 보고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내가 추워서 그래요. 난로가 잠시만 돼 주세요.”

 

 “병원 직원들이라도 보면 어쩌려구요?”

 

 그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봤다.

 

 “아무도 없는데요. 만약에 누가 그러면 아니라고 잡아떼면 되죠!”

 

 그는 심각함이 1도 없는 여유로운 말투였다.

 

 “이사장님의 외모가 워낙 독보적이라 잡아떼기가 쉽지만은 않을 걸요.”

 

 그녀는 계속 주위를 돌아보며 머플러로 얼굴을 가리기에 바빴다.

 

 “저는 아무 상관없습니다. 따뜻하고 낭만적이고 좋기만 하니까!”

 

 그녀가 다시 고개를 돌려 어깨에 닿지 않게 조심하는 그의 손을 바라봤다.

 

 “당신이 싫다 하지만 않으면.”

 

 어떻게 싫을 수가 있겠어요?

 

 이렇게 따뜻하고 달달한데.......

 

 두 사람은 그렇게 그의 차에 탈 때까지 한 동안 말없이 걸었다.

 

 그는 차 안의 히터를 최대한으로 틀고, 온열 시트의 버튼도 최대한으로 눌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차 안에 온기가 돌았다.

 

 “이제 따뜻해졌죠?”

 

 그가 물었으나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녀는 벌써 잠이 들어 있었다.

 

 뭐야, 이 여자!

 

 눈밭을 그렇게 강아지처럼 뛰어다닐 때는 언제고 차에 타니까 바로 잠들다니.

 

 콜록콜록~

 

 하지만 연신 해대는 기침이 마음에 걸렸다.

 

 “젖은 옷을 갈아입어야 할 텐데, 강 교수 집이 어디에요?”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

 

 “성북동 성곽길이요.”

 

 그녀가 쉰 목소리를 겨우 쥐어짰다.

 

 “성북동 성곽길이 다 강 교수 집도 아니고 번지수는요?”

 

 그녀는 말이 없었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봤다.

 

 잠이 들어 있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마음의 동요가 일어났다.

 

 어머니와 동생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누굴 지킨다는 것은 인생에 없을 줄 알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을 바꿔 놓은 이 여자!

 

 하지만......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어머니와 너무나 닮은 이 여자가,

 

 99.9% 아니라고 확신하지만 0.1%로의 확률로도 동생일 수 있는 이 여자가,

 

 그럴수록 겁이 났다.

 

 동생이라면, 그녀를 향해 두근거리는 이 심장을 어떻게 하지 못할까 봐!

 

 동생이 아니라면, 어머니를 찾는 일에 그녀를 이용해야 하는 일을 계속해야 할 까 봐!

 

 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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