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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작가 : 지쓰
작품등록일 : 2019.10.8

미래의 연인을 알고 싶은 여자와 미래의 연인을 보여주는 거울 앱을 개발한 남자가 펼치는 4차 산업혁명 로맨스.

 
너를 내게 보여줘 - 19화
작성일 : 19-11-03 22:39     조회 : 222     추천 : 0     분량 : 3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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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대본 리딩 현장. 길게 펼쳐진 테이블 주위로 웅장함이 감돌았다. 좌석마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아경에게 그들의 기운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리고 하나둘씩 도착하는 배우들. 아경은 의자에 편히 앉아있지 못하고 계속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누군가 들어올 때마다 무조건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는 아경. 마치 영화제를 보는 것만 같았다. 유명 중견 배우들과 명품연기를 선보이는 조연배우들, 그리고 티켓 파워를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이 도착했다. 서로 안면이 있는 배우들끼리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아경은 스태프인지 배우인지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는 존재였다.

 

 어느새 꽉 들어찬 공간. 그런데 자리 하나가 비어있었다. 곧이어 누군가가 등장하였다. 모두의 시선이 그 사람에게 집중했다. 서린 이었다. 마치 영화의 원탑 주인공인 듯 제일 늦게 모습을 드러내는 서린. 몇몇 배우들의 불편한 기색이 보였다. 그때 서린을 보고 놀라는 아경.

 

 '한서린이… 여주인공이었어?'

 

 아경의 등에 갑자기 식은땀이 맺혔다. 첫 영화부터 그녀와 만나게 될지는 몰랐기 때문이었다. 괜히 고개를 살짝 숙이는 아경.

 

 드디어 '제3의 시선' 첫 대본 리딩이 시작되었다. 영화 관계자가 출연 배우들을 한 명씩 소개했다. 온화하게 웃고 있지만 강한 포스가 느껴지는 '박창호' 감독을 시작으로 한 명씩 일어나 자신의 역할과 각오를 말했다. 점점 자신의 순서가 다가오자 아경의 입술이 바싹바싹 말랐다.

 

 "자, 다음은 이번 영화로 첫 데뷔를 하게 된 신인배우 신아경 님입니다."

 

 아경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고개 숙이며 인사했다. 모두의 시선이 아경에게 집중됐다.

 

 "안녕하세요, 이번 오디션을 통해 '제이니' 역할을 맡게 된 신아경 입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여기 계시는 많은 배우 님께서 잘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손뼉을 치며 흐뭇하게 웃는 배우들. 그중 한 명의 눈빛이 날카로웠다. 서린 이었다. 아경을 발견하고 표정이 구겨지는 서린. 아경도 서린을 힐끗 쳐다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드디어 대본 리딩이 시작되었다. 모두가 대본에 열중하며 저마다 자신의 대사를 연기했다. 연기학원에 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세계에 온 듯한 아경. 리딩이 진행될수록 긴장감이 사라지고 이 공간이 주는 설렘이 차오르고 있었다.

 

 드디어 서린과 아경이 함께 나오는 씬. 서린은 냉소적인 눈빛으로 아경과 맞붙듯이 대사를 던졌다.

 

 "갑자기 제이니 당신이 여긴 웬일이죠?"

 "채미영 비서님, 전 이 문으로 들어갈 수 있는 key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신이? 당신이 뭔데 그걸 가지고 있다는 거죠?"

 "그건… 비밀입니다. 이 key는 아무나 볼 수 없는 거니까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야? 내 앞에서 거짓말할 생각하지 말고, 당신이 여기 온 목적이나 제대로 말해!"

 "… 목적이요? 모두가 당신처럼 생각하고 살진 않아요. 지금 눈에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시나요?"

 

 아경의 대사에 진지한 표정으로 집중하는 배우들. 한 중견 여배우는 안경을 살짝 내리며 아경의 얼굴을 쳐다봤다. 그리고 처음부터 포커페이스로 대본 현장을 지켜보던 감독의 얼굴에 처음으로 미소가 띄었다.

 

 대본 리딩이 끝나자 장엄하던 공기가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며 무사히 영화 촬영을 하기 위해 각오를 다지는 배우들. 아경은 그제야 여유 있는 미소로 배우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신아경… 씨라고 했나요?"

 

 아경을 유심히 보던 중견 여배우가 아경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네, 네! 안녕하세요."

 "음, 아까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앞으로 기대할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여배우는 아경의 등을 토닥이며 문을 나섰다. 그녀의 한마디에 미소가 활짝 번지는 아경. 그때 뒤에서 누군가 아경을 불렀다.

 

 "언니, 오랜만이네요?"

 "아, 서린아… 정말 오랜만이다."

 "나 아까 언니보고 너무 놀랐잖아."

 "어… 나도 많이 놀랐어. 너랑 같이하게 될 줄은 몰랐거든."

 

 서린이 아경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잔뜩 관리를 받은 자신과 대조되는 아경의 평범한 모습.

 

 "언니랑 나랑 중학교 때 같은 연극반이었는데… 어떻게 여기서 다 만나네. 참 신기하다 그치?"

 

 "어, 너 활동하는 거 보고 항상 신기하고 부러웠는데… 나도 어떻게 이렇게 오게 됐네. 앞으로 잘 부탁해. 네가 많이 가르쳐 줘."

 "음, 내가 뭐 가르칠 게 있나? 암튼… 앞으로 종종 보겠네? 아! 언니 신이 그렇게 많진 않으니까… 그리 자주는 못 보겠다. 암튼 다음에 또 봐."

 

 꼿꼿한 걸음으로 나가는 서린. 아경은 서린의 뒷모습을 가만히 쳐다봤다.

 

 "… 여전하네."

 

 주차장으로 내려 온 서린. 벤 안으로 문을 쾅 닫고 들어왔다. 서린의 빠른 걸음을 뒤쫓아 오던 매니저가 헐떡이며 운전석에 올라탔다. 그리고 앞거울로 서린의 표정을 살펴봤다.

 

 "우리 여배우님, 대본 리딩도 잘하고 왔는데… 뭐가 문제이실까?"

 

 서린이 대사를 하던 아경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기가 뭔데 여길 와? 자기가 뭔데 여길 와 있냐고?"

 

 매니저는 아까 전 서린이 아경과 대화를 나누던 것을 떠올렸다.

 

 "아까… 그 신인 배우… 너랑 아는 사이야?"

 "아 몰라! 자꾸 말 걸지 말고 출발이나 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시동을 켜는 매니저. 서린의 기분이 최악인 것을 알아챈 매니저는 더는 말을 걸지 않고 출발했다.

 

 건물 밖으로 나온 아경.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런 아경의 앞을 휙 지나가는 서린의 벤. 모든 배우가 차를 타고 현장을 빠져나가고 있었고 아경 혼자 걸어서 나가고 있었다. 초라한 기분보다 이들 사이에 있다는 것이 기쁜 아경. 아경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발을 내디뎠다.

 

 ⁕ ⁕ ⁕

 

 대본 리딩 현장 옆 방. 뒷정리하는 스태프들과 박창호 감독이 아직 남아 있었다. 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감독이 대답하자 한 남자가 모습을 보였다. 아경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왔던 그 남자였다.

 

 “똑똑, 실례합니다. 감독님."

 "어, 한수 왔어? 어서 들어와."

 

 감독이 미소 지으며 한수를 맞이했다. 그리고 감독과 마주 앉는 한수.

 

 "한수 너 언제 왔어? 많이 기다렸어?"

 "에이, 감독님 만나려면 제가 이 정도는 기다려야죠. 또 해외 나가셔야 하잖아요."

 

 감독이 주변에 있는 스태프들을 보며 말했다.

 

 "여기 이분이 주한수 작가입니다. 제가 아주 아끼는 작가님이죠."

 "안녕하세요, 작가 주한수입니다."

 

 스태프들과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한수.

 

 "감독님, 근데 혹시 그때 말한 여배우… 오늘 현장에 있었죠?"

 "어, 자리에 있었지. 오늘 꽤 인상적이었어. 근데,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저, 엘리베이터에서 그 배우랑 마주쳤어요. 왠지 보자마자… 느낌이 딱 오던데요?"

 "정말? 역시 작가 눈엔 보이는 건가?"

 "그런가 봐요. 감독님이 말씀하셨던 여주인공 캐릭터랑 분위기가 너무 비슷해서 놀랐어요. 제가 본 그분이 정말 맞다면… 시나리오 쓰는데 좀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음, 잘됐네. 아직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아무튼 우리 주한수 작가님, 다음 작품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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