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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13화
작성일 : 19-11-03 20:34     조회 : 210     추천 : 0     분량 : 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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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드릴 수 없어요.”

 “전 바코드 연구소 직원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꼭 정보가 필요해요.”

 “연구소 직원이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그건 개인보호…”

 “그 사람이 여기 다시 찾아오면요? 방금 전에 요 앞 커피숍에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잔뜩 흥분해 있던데요?”

 

 유란의 그 말에 원무과 직원은 눈을 데굴 굴렸다. 아마 흥분한 바코더로 자신이 당할 피해와,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했을 때의 처벌을 저울질 하고 있을 것이다.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잠시만요.”

 

 직원은 곧장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프린터로 종이 한 장을 뽑아내 유란에게 주었다. 기계의 열기 때문에 A4용지는 따뜻했다.

 

 “저…”

 

 원무과 직원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유란을 쳐다본다.

 

 “신경 쓰지 마세요. 절대 여기서 얻었다고 말 안할 테니까.”

 

 사실 바코더의 개인정보는 어떻게 활용을 해도 별 위험이 없다. 문제가 생겨도 당사자인 바코더는 상관치 않는다. 아니 못한다. 이건 유란이 연구소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얻은 경험이었다. 바코더에게 남은 삶의 시간은 얼마 없고,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마음이 변한다. 아무리 평소에 차분한 사람이었다 해도 극단적인 성격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그들은 자잘한 일에 관심 두지 않고, 맹목적으로 각자 정한 목표를 향해 돌진한다. 마치 시력이 나빠 상대를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코뿔소처럼 말이다. 원무과 직원은 그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유란은 곧장 병원입구로 나와 주변 벤치에 앉았다.

 

 “XX동 293번지라… 주택지역인가.”

 

 받은 진료내역서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다.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유란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파트나 빌라에 비해 주택지역은 집을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린다. 고민하다가 지도를 위성사진으로 바꿨다.

 

 “아. 아니, 빌라다, 원룸빌라인가?”

 

 위성지도를 로드뷰로 다시 바꿔보았다. 흔히 볼 수 있는 필로티 구조의 원룸빌라가 맞다. 주택가 한 가운데 떡하니 세워져 있다. 유란은 흥분된 마음으로 엉덩이를 털고 있어났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금 표정이 어두워졌다.

 철수라는 그 남자는 살려고 그랬다. 그래서 병원을 들렸고 자신의 인터뷰에도 응했다. 살자고 사방으로 쏘다니는 사람인데 집으로 갔을 확률은 아무래도 희박하다.

 

 “아 맞다.”

 

 들고 있던 진료내역서를 다시 보았다. 얻고자 했던 건 집 주소뿐이 아니다. 꼼꼼히 살펴보던 유란은 곧 연락처를 찾을 수 있었다.

 

 

 

 

 

 

 

 

 

 

 ‘미확인 종명현상 국립연구소’

 

 차에서 내린 철수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건, 커다란 돌에 음각으로 새겨진 연구소 이름이었다.

 

 “종명현상?”

 

 단어가 뭔가 이상하다. 앞의 미확인 이라는 말도 이상하다.

 

 “바코드, 바코더, 이게 입에 붙어서 그런가…”

 

 철수는 보닛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엔진의 열기에 손을 가져다 대고 주먹을 쥐었다 폈다 했다.

 대학병원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약 15키로 좀 안 되는 거리다. 이번에도 신호와 차선을 무시하며 달렸고, 10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키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화단을 가로질러 정문으로 향했다.

 건물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좀 전에 있었던 대학병원의 반도 안 되는 크기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한산하다. 건물 입구는 미화원들 몇이 드나들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오셨나요?”

 

 역광 때문에 보이지 않았던 유리문 안쪽에 체격 좋은 경비원이 서 있었다. 그는 철수가 들어오자 앞을 가로막고 물었다. 철수는 대답 없이 팔을 들어 바코드를 보여주었다. 경비원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켜서 한쪽을 가리킨다. 그러자 경비원의 몸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내부가 훤하게 눈에 들어왔다.

 

 “음?”

 

 죽음을 상대하는 기관인 만큼, 일반적인 공기관과 달라도 뭐가 다를 줄 알았다.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웅성거림, 그리고 슬픔을 달래주려 등을 토닥이는 그런 광경 말이다. 하지만 눈앞의 모습은 일 없는 한적한 동사무소 같았다.

 은행 접수창구 같은 자리는 열군데 정도 있었는데, 대부분 비어 있고 2개의 자리만 사람이 있다. 그나마 그 중 1명은 ‘외근중입니다.’ 푯말을 세우고 어디론가 가버린다.

 철수는 이리저리 둘러보며 순번표 발권기기를 찾다 그냥 상담창구로 갔다. 어차피 아무도 없다.

 

 “저…”

 

 여기 국립연구소 맞느냐라는 말이 나오는 걸 억누르고 있는데, 상담원이 철수를 보지도 않고 말을 건넨다.

 

 “어떻게 오셨나요?”

 “오늘 아침에 바코드 현상이 나타나서요.”

 “부위가 어디죠?”

 “손목이요.”

 

 상담원은 창구 옆에 놓인 기계를 가리켰다. 생긴 것이 딱 혈압기계다. 보건소나 동네의원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팔꿈치와 어깨사이의 팔뚝을 쪼아 혈압을 재는 기계.

 

 “여기 손목을 올려주세요. 바코드가 위로 향하게 두시고요.”

 

 철수는 상담원의 말대로 손목을 기계에 넣었다. 기계는 위잉 소리를 내며 잔 진동을 일으키다 이내 조용해졌다. 아무래도 겉모습만 혈압기계와 비슷한 바코드 측정기 같다.

 

 “바코드 현상이 맞습니다. 이거 작성해 주세요.”

 

 상담원은 딱딱한 말투와 함께 종이 한 장을 건넸다. 은행 계좌 만들 때처럼, 수십 개의 항목과 수개의 사인란이 있다. 모두 작성해서 넘기니 상담원은 곧장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곧 대기실로 안내해 드릴게요.”

 

 철수는 머리를 긁적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건물 내벽은 칙칙한 회색 대리석으로 인테리어 되어 있었고, 1층에서 2층을 올려다 볼 수 있는 복층 구조였다. 여러 정부청사와 비슷한 느낌이다.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대부분 흰색 와이셔츠에 검은색 정장바지로 통일된 복장을 하고 있었다. 평소 알고 있는 공무원의 이미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틀에 박힌 그 모습들이 묘한 안도감을 준다.

 

 ‘처음부터 여기로 올걸. 그나저나 어떻게 연구한다는 거지?’

 

 바코더가 되기 전에는 바코드 현상 자체에 관심이 없었다. 당연히 바코드 현상에 대한 지식도 정보도 없다. 그렇다면 진작에 여기 왔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아침부터 난리 쳐댔던 게 쓸데없는 짓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뭐 알아서 잘 하겠지.’

 

 국가 주도로 연구하는 곳이다. 적어도 돌팔이 의사나, 사이비 집단은 아닐 거다.

 앞의 상담원이 철수에게 카드를 하나 건넸다. 끈이 동그랗게 달린 것이 목에 걸 수 있는 형태다. 철수가 그걸 받는데, 주머니에 넣어둔 휴대폰이 운다.

 

 ‘우웅. 웅. 우웅. 웅’

 

 모르는 번호다. 직장 번호도 아니다. 혹시 에피메테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동시에 짙은 죄책감이 마음밑바닥에서 치고 올라온다.

 상담원이 준 카드를 손에 꽉 쥐고 다른 한손으로는 휴대폰을 꽉 쥐었다. 외면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마치 쇠말뚝이 심장에 박힌 것처럼.

 

 ‘협상을 하자.’

 

 곽 노인을 인질로 잡고, 또 그 손녀까지 인질로 잡고 있다.

 하지만 기회는 있다. 생각해 보건데 그들은 아직 아무 짓도 당하지 않았다. 자신은 성공적으로 도망쳤고, 에피메테교의 진상을 세상에 알린다면 보좌주교와 주변인 모두가 무사하지 못하리라. 그러니 자신이 그 진상을 함구한다는 조건하에, 곽 노인과 손녀를 풀어달라고 하면 된다.

 

 ‘얄팍하지만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

 

 고민하던 철수는 신호가 끊기기 직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김철수씨?”

 

 여자 목소리다. 보좌주교 주변사람 중 여자는 보지 못했다. 그래도 모른다는 생각에 철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네. 맞습니다. 누구시죠?”

 “아까 커피숍에서 얘기했던 바코드 연구소 직원인데요.”

 

 맥이 탁 풀렸다. 어쩐지 목소리가 낯익다고 했다. 동시에 속에서 우욱 하고 부아가 치밀어 올랐다.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느냐는 둘째 치고, 자신은 분명히 싫다는 의사를 넘어 확고한 거절의 액션을 취했다. 게다가 에피메테교인 줄 알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속에서 치민 부아가 머리로 올라오니, 얼굴까지 일그러진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전화기에서는 재차 목소리가 넘어왔다.

 

 “저기, 지금 어딘가요?”

 “뭐? 국립연구소인데?”

 “바코드 국립연구소요?”

 “.....”

 “여보세요?”

 

 철수는 나지막이 미친년이라고 욕을 내뱉은 다음, 전화기에 입을 바짝 붙이고 말을 쏟아냈다.

 

 “이봐. 원하는 게 뭔지 모르겠지만, 나는 당신 말에 개미 똥만큼도 관심 없어. 그러니까 오늘 영업은 여기까지 하고, 그 지랄 맞은 스토킹은 내일 딴 놈한테 가서 해! 오케이?!”

 “아니, 철수씨. 그러니까 제 말은 거기서 당장 나와야 하…”

 

 ‘뚝’

 

 철수는 그대로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절로 헛웃음이 나온다.

 자신은 지금 국립연구소에 와 있다. 어떤 병원이나 연구소보다 바코더에 대해 잘 알 거다. 저주 운운하는 사이비 연구소 직원보다야 훨씬 신뢰감 있지 않은가.

 

 ‘우웅. 웅. 우웅. 웅.’

 

 방금 그 여자 전화번호다. 철수는 바로 전화를 끊은 다음, 차단까지 설정했다.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앞의 상담원은 지루한 표정으로 접수대 옆쪽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공항 검색대처럼 생긴 출입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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