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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책벌레의 식사-괴담 코디네이터
작가 : 이른끝
작품등록일 : 2019.8.31

옛날 사관이 믿지 못할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사초에 쓰기에는 어 없고, 또 안 쓰기에는 사관으로서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책벌레가 이 부분만 갉아 먹었다.'고 백지로 놔뒀다.
그 당시에는.
사관들은 회의를 거쳐 그 백지 부분들을 뜯어내고 새로운 책 한 권을 만들었다.
그것이 바로 '책벌레의 식사.'다.

 
2.길가에 피고 지다.-7
작성일 : 19-11-03 18:46     조회 : 307     추천 : 0     분량 : 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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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석이 동영상을 올린 날짜를 가리켰다.

  “그날이네요.”

  지건이 껄끄러운 것을 씹어 삼키듯이 말했다. 자신이 무차별한 폭력에 노출된 자정을 지난 그날.

  “그날이네.”

  일중은 지건의 말을 따라하며 인상을 찌푸린다.

  “똑같은 날이지. 그런데 그곳에 있던 건 얘들뿐만이 아니라, 세 명 더 있어.”

  “네?”

  주석의 말에 일중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여기 파일 하나 더 있거든. 우리도 좀 이상한데… 그게, 그러네.”

  주석의 말에 나이든 형사가 주머니 속을 툭툭 쳤다.

  “형사님들 사기를 치시려면 제대로 하셔야죠? 그날 우리 밖에 없었다니까요!”

  일중이 어른들이 어린 애들을 앞에 두고 장난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한 날에 세 그룹이 그곳에 있었다고? 일중이 나올 때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동영상을 찍었다면, 상철 패거리의 폭력을 고스란히 찍혔을 것이다.

  하지만 괴담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의 댓글에는 그런 게 전혀 보이지 않았다.

  “더 놀라운 얘기를 해줄까? 두 개의 파일 속의 사람들이 시간을 말해. 그런데 다 12시야.”

  “거짓말?!”

  일중이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직설적으로 말했다. 그리고 뒤늦게 후회하며 눈치를 본다.

  “죄송합니다.”

  “아니야. 나도 처음에 그런 반응이었어. 아니, 지금도 그렇지.”

  주석이 떨떠름하게 일중을 옹호했다.

  “말이 안 돼요! 그 정도 사람이 함께 있었다면 우리가 눈치 채지 못할 이유가 없어요.”

  “그래, 알아. 그건 지건이도 확인해 줬으니까.”

  지건은 조용히 주석의 말에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그날을 잊을까? 그에 반해 일중의 얼굴은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오늘 저희들을 부른 이유는 뭔가요?”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확인을 하려는 거지.”

  지금까지 말이 없던 근태가 입을 연다.

  “너희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구나.”

  “그걸 어떻게 아시죠?”

  지건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나이 많은 형사가 책상 위로 두 손을 올린다.

  “형사의 감이지. 거짓말 하는 사람의 표정과 억양 등등으로 거짓과 진실을 구분한단다.”

  “미드에서 보던 그 주인공들처럼요?”

  일중이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러자 나이 많은 형사가 너털웃음을 터뜨린다.

  “푸하하하… 그렇게 안 해도 돼. 내가 말을 하지 않았던 건,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였던 거니까. 이제 끝났고.”

  “좀 불쾌하네요.”

  지건이 공격적으로 말했다. 그의 말에 형사들 보다 일중이 더 놀란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과하마.”

  “말로 만요?”

  일중이 태블릿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들 외의 두 그룹의 정보를 달라는 것이기도 했지만, 지건이 처음으로 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

  “훗, 재미있는 아이들이군. 좋다, 얘기해주마.”

  “선배님?”

  주석이 망했다는 표정으로 불렀으나, 근태는 시큰둥하다.

  “어차피 위에서는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너도 이걸 믿지 않는 눈치고.”

  “그야 그렇지만, 수사 중이지 않습니까?”

  “수사? 수사! 폐가가 사람을 잡아먹고, 한 날, 한 공간에서 세 가지 일이 벌어졌다고 하면 의심병 환자들이 환장할거야? 그리고 괴담 전문가랍시고 사이비들로 인해 경찰은 몸살을 앓겠지? 내 말 틀려!”

  “아니요.”

  주석이 똥 씹은 표정을 짓는다.

  일중은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근태는 학교에 아이들을 면담하면서도 많은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래서 학생들 사이에서는 무서운 아저씨로 통했다.

  그런 그가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경찰이 뭔가를 찾긴 찾은 것 같았다.

  일중은 새로운 정보에 목말랐고, 그걸 발판삼아 친구들을 찾아내고 말겠다는 확고한 의지 또 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일까? 사이비나, 의심병 따위는 그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자, 프레젠테이션 끝났다.”

  근태가 책상을 내리치며 아이들의 집중시키려 했다.

  “굳이 그렇게 하실 필요 없으신 거 같은데요. 아까부터 얘네들 계속 선배님만 보고 있었으니까요.”

  주석이 어깨를 으쓱하며 핀잔을 준다.

  “하하하… 그런가? 옛날에 사건이 생각나서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네.”

  민망해하며 뒤통수를 긁적이는 근태를 보고 일중은 방금 익숙한 뭔가를 본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무엇인지 자문을 던진다. 하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러다 막연하게 지건을 봤다. 지건의 표정은 예전보다 읽기 어려웠다. 조금만 겁줘도 얼굴에 모든 것이 다 들어나던 그 아이는 이제 없다.

  “아!”

  일중의 탄성을 지르자, 형사들이 그에게 주목했다.

  “왜?”

  주석이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오늘 숙제 검사가 있는데, 형사님들 덕분에 한 시름 났네요.”

  “싱겁긴. 애들답다.”

  근태가 한쪽 입 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걸로 일중은 알 수 있었다. 그도 근태 못지않게 아이들을 털어 오면서 겁먹은 표정이 한 가지가 아니라는 걸 배워왔던 터였다.

  그래 그랬다. 그래서 알 수 있었다. 옛날 사건을 언급한 순간부터 근태의 표정에 미묘한 일그러짐이 섞여 있었다.

  그것을 남들이 보면 수심일지 모르나, 일중에게는 겁을 집어 먹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칼로 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이 노회한 형사의 공포를 엿본 것이다.

  저런 어른에게 공포를 안겨준 게 뭘까?

  방금 말한 사건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일반인이 상상 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을들을 경험해왔으리라. 그 중에서도 늪처럼 벗어날 수 없는 사건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공포에 짓눌리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며 어른이란 이런 것이라는 걸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일중이 낙담하고, 실의에 빠질 수 있을 테니까.

  만약 친구들이 전부 주검으로 발견되면 일중도 저런 표정을 은연중에 평생 안고 가게 될까?

  갑자기 궁금해진다.

  “그럼 계속하마. 위에서 언급했듯이, 네가 괴롭힘 당하던 1시경에 그 집을 찾은 건 세 그룹이야. 너희들과 동영상을 올린 그룹, 그리고 나머지 한 그룹. 지금 다른 형사들은 괴담 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린 그룹을 취조하고 있어. 혹시라도 너희들이 말을 맞추는 게 아닌가 해서 말이지. 그런데 그건 참 쓸모없는 일이라는 방금 알아버렸어.”

  근태가 한숨을 내쉰다.

  “너희들은 내가 보기에 전부 그곳에 함께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본적이 없지. 이 동영상에서 창문 밖으로 보이는 사람은 바로 얘야.”

  나이든 형사가 태블릿으로는 지건이 괴롭힘 당하는 영상을 틀고, 스마트폰으로는 괴담 사이트에 올라온 동영상을 실행시켰다.

  근태는 촬영자가 창문으로 집 안 쪽을 찍는 곳에서 동영상을 멈춘다.

  “자, 봐라. 아까 우리가 보여준 네가 괴롭힘을 당하는 동영상의….”

  근태가 지건의 눈치를 살핀다.

  “계속하세요.”

  지건은 나직하게 하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음, 그래. 창 쪽의 너희 학교 교복 입은 학생은 이 동영상의 바로 이 아이란다.”

  창을 찍던 아이가 자신의 얼굴을 찍으며 급박하게 외치고 있었다.

  [“들었어? 방금 비명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나도 들었어. 와! 소름 돋는다!!”]

  두 명이 떠들썩하게 주고받는다. 일중은 지건이 비명 지르는 소리가 괴담 사이트에 동영상을 올린 그룹에게 들린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두 동영상의 시간이 일치했기 때문이다.

  “더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너희들이 찾아봐.”

  동영상 멈추며 짧은 머리 형사가 말했다. 일중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다신다.

  “들은 대로 묻는 건데요. 설마, 저 얘들은 우리 쪽을 찍진 못했지만, 소리를 들은 건가요?”

  일중이 지건의 비명소리라고 하지 않았으나, 그는 참담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맞아. 그 아이들의 동영상에는 지건의 비명소리가 녹음됐어. 그리고….”

  근태가 신호를 보내자 주석이 스마트폰을 조작한다. 그러자 마지막 한 그룹의 목소리가 나온다.

  “음. 이건 동영상이 아니네요?”

  지건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왜냐하면 음성 파일이었기 때문이다.

  “시작하려는데 초를 치는 구나. 내가 아까 헛소리라고 했지?”

  근태가 쓴웃음을 짓는다.

  사기꾼이 사기를 친다고 말하면서 사기를 치지 않듯이, 형사들도 뭔가가 있기 때문에 이 파일을 가지고 온 것이리라. 일중은 더 집중했다.

  “네, 그러셨죠. 그런데 왜 헛소리 음성파일하고 무슨 상관인데요?”

  지건이 머리를 갸웃하며 물었다. 주석과 근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헛소리가 왜 헛소리냐면? 실존하지 않으니까.”

  주석이 자포자기한 듯 말했다.

  “그렇죠. 헛소리는 믿을 수 없는 소리죠. 그런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지건은 기가 막힌 지 되물었다. 근태는 관자노리를 양손으로 꾹꾹 누르며 복잡한 설명을 시작한다.

  “나도 이 사람들이 실존하는지는 알 수 없어. 내가 세 그룹이라고 명명한 것은 이들까지 포함이지만… 이들은 마치 보도블록 사이 틈에 난 잡초 같다고 할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지만, 거기에 있었어.”

 
작가의 말
 

 주말입니다.

 잘 쉬셨나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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