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좀 찡하다. 오늘도 삼각팬티에 박스티를 걸치고 미교와 함께 바다로 나간다. 그렇다면 궁금해 할 것이다. 나에게 동네 친구는 없는지. 있다.
“ 하기 !!" 집에서 걸어 20분 거리에 하기가 하는 펍이 있다. 단골이 많을 법한 그의 푸근한 인상과 따뜻한 미소가 언제나 날 반겨준다. "어째서 나에게 연락은?" 그러니까 이 말은 하기는 어째서 바다 바로 뒤에 집이 있는 나에게 이 바다에 오면서 연락을 하지 않았냐는 얘기다. "아하.. 연인?" 하기의 양손에는 맥주 두 병이 쥐어져 있었다.
“서프라이즈 !!” 무슨 소리인지, “ 서프라이즈라고 지금 막 네 집 갈려고 하던 참이야 ! ” 우리는 모래사장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이번에는 수영복삼각팬티와 박스티를 걸치고, 오후 6시쯤, 아직 태양은 뜨겁다. 하기는 펍을 잠시 닫고 도시로 갔던 지난 달 에 대해 얘기해 주었다. "사람들이 뜨거웠어, 환경의 문제점을 알리는 사람들, 청년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사람들, 사회문제와 국제적 갈등을 다루는 독립영화들, 어느 것 하나 초점이 흐린 것 없이 뚜렷했어. 물론 그의 반대되는 것들도 많았지만.. "오늘 따라 하기의 주황빛 머리가 더 찬란했다.
“하기, 여기 있을 거지? ”
“모르겠어. 분명 잘난 것 없는 내가 살기엔 모든 곳이 열정페이였어 그래서 온 곳인데, 세상이 바뀌는 것 같은 느낌에 나도 그 열정에 가담하고 싶어 ”
“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
하기의 조개처럼 다문 입은 서운함을 머금은 것 같았다. 바다만큼 청량한 하루들의 연속에 왠지 모르게 얼룩덜룩한 상처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