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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늘에서 떨어진 소원
작가 : 휘루
작품등록일 : 2019.8.29

"소원성취부 '별이 쏟아지는 밤'에서 나왔습니다. 39312번 고객님, 당첨되셔서 소원을 이룰 수 있게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소원 없는데요."

"네? 분명, 접수 되셨는데..."

태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눈 앞의 여자를 쳐다보았다. 소원이 없다고? 서류를 내려다뵈 분명 무언가 소원이 접수가 되어있었다.

"별똥별에 소원을 빌지 않으셨나요?"

"안 빌었는데..."

태루는 눈을 깜빡였다. 의뢰인의 소원을 들어줘야만 돌아갈 수 있는데...
과연, 태루는 소원을 이뤄주고 돌아갈 수 있을까?

<<소원을 이루어주는 천구(별똥별)와 소원없는 여자의 이야기>>

 
7. 물망초 (3)
작성일 : 19-11-03 00:12     조회 : 270     추천 : 0     분량 : 4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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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조용해졌지만 인수가 바란 것은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니었다. 그녀가 바란 것은 나오가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태루와 언제나 그렇듯 같이 생활을 하는 것이 그녀가 바라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오는 돌아가지 않았다. 가만히 노트북을 켜고 일을 하고 있는 인수와 요즘 어디선가 고라니가 자꾸 나타나 고춧잎을 따먹는 다며 허수아비를 만들고 있는 태루를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언제까지 그렇게 보고 계실 건가요?”

 

  너무나도 뜨겁다 못해 타죽을 것만 같은 시선에 인수가 묻자, 나오가 헛웃음을 날렸다.

 

  “나만?”

 

  “네?”

 

  “나만 돌아갔으면 좋겠어? 아니면 지금 저기서 허수아비를 만들고 있는 요상한 천구도 같이 갔으면 좋겠어?”

 

  “태루씨는 아직 못 돌아가시는 거 아니었어요? 사장님... 이라고 해야 하나.. 누나분? 어쨌든 누나분은 먼저 돌아가실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보시다시피 저희 집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어서요.”

 

  인수의 말에 나오가 혀를 찼다. 그리고는 고운 눈을 부릅뜨고 다시금 인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무언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얼굴인데 말을 아끼는 듯 앙 다문 입술이 달싹였다. 태루는 허수아비의 눈으로 쓸 병뚜껑을 붙이면서 말을 흘렸다.

 

  “고객님이 불편하다고 민원을 넣었는데도 안 갈 거야?”

 

  “갈 거야.”

 

  인수와 태루는 눈을 동시에 동그랗게 떴다. 영원히 가지 않을 기세로 있던 나오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안 가.’라고 단호하게 말을 할 줄 알았건만. 이렇게 말을 하다니! 너무나도 놀라웠다.

 

  “너 데리고.”

 

  그러면 그렇지. 태루가 코웃음을 쳤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태도에 나오가 기분이 나빠 인상을 팍 썼지만 태루는 여전히 껄렁한 태도로 허수아비의 얼굴을 만들고 있었다.

 

  “강인수 고객님, 저기 저 허수아비를 만들고 있는 천구는 저희 회사의 큰 재원이랍니다. 저래보여도 엄청 능력이 좋아요. 그래서 제가 꼭 데리고 돌아갔으면 좋겠는데... 혹시, 자그마한 소원이라도 없으실까요? 원하신다면 그 동안 인계에서 많이 빈 소원을 순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인수는 나오의 갑작스런 존댓말에 소름이 돋았다. 저렇게 공손한 말투라니! 조금 전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의 모습에 인수는 온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지금 나오가 말한 것은 태루가 오고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했던 일들이었다. 그 동안의 통계를 가지고 도전해보았던 것이 죽- 기억을 스쳐지나갔다.

 

  “그거 이미 했는데요?”

 

  “했다고?”

 

  단호한 인수의 말에 나오가 다시금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태루씨가 오고 얼마 안 있어서 다 해봤어요. 참고로 거기 통계에 있는 소원들은 다 말해봤어요. 참고로 제 직업상 작품이 대박나게 해달라는 것까지 전부 다요.”

 

  “진짜로 소원이 없다고?”

 

  나오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죽은 사람을 보는 소원은 관할이 아니라서 불가능하다면서요.”

 

  “그 소원은 관할 밖의 일이야. 우리가 들어주고 싶어도 들어줄 수 없어. 꿈을 관장하는 녀석이 따로 있으니까. 부탁을 한다고 하더라도 들어주지도 않을 거고.”

 

  “왜죠?”

 

  태루는 단지 관할이 아니라고만 했기에 인수는 궁금증이 일었다. 꿈을 관장하는 담당자에게 부탁하여 인수의 꿈에 할머니가 나타나게만 해주면 태루는 돌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태루는 할 수 없다고 했고 여지껏 인계에 남아 계속해서 장기체류 기록을 갱신하고 있었다. 인수의 물음에 나오가 손가락으로 자신의 무릎을 두어번 두드렸다.

 

  “그 녀석은 절대로 우리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만약 우리가 꼭 이뤄달라고 부탁을 하면 그 반대로 영영 꿈속에서 너네 할머니를 만나고자 하는 일은 이룰 수 없을 거야.”

 

  “왜죠? 왜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 거예요?”

 

  “그건 힘들어서입니다.”

 

  답을 한 건 태루를 도와 허수아비의 다리를 만들고 있던 사빈이었다. 사빈은 짚을 엮는 것이 어려운 것인지 다리 하나를 만들지도 못한 채 계속 끙끙거리고 있었다.

 

  “힘들어요?”

 

  “예전에는 우리가 부탁하면 들어줬는데, 그게 한 두건이어야지. 몇 십 건부터 하루에 많으면 몇 백건을 하니 점점 힘들어져서 그만두게 됐거든. 천구처럼 여러 명이 하는 거면 상관이 없지만 녀석은 혼자서 일하니 힘들어 죽을 맛이었겠지.”

 

  “그럼 순서를 정해서 하루에 몇 건까지만 들어주면...”

 

  “소원을 들어줄 때까지 천구들이 인계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지잖아. 장기간 체류하게 됐을 경우 어떻게 하려고. 천구 몸에 어떤 영향이 끼칠지 아무도 모르잖아.”

 

  인수는 나오의 말에 눈짓으로 태루를 가리켰다. 저렇게 멀쩡하니 괜찮지 않겠느냐는 뜻이 가득 담겨있는 것을 안 나오는 이마를 팍 찌푸렸다.

 

  “저 녀석은 예외야. 이번이 첫 장기체류도 아니고.”

 

  “네?”

 

  나오가 중얼거리는 말을 들은 인수가 반문했지만 더 이상 답해주지는 않았다. 인수는 태루를 바라보았다. 답을 원하는 눈빛을 담아 바라본 거였지만 태루 역시 답해주지 않았다. 사빈은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 태루와 나오를 번갈아 바라보다가 이내 인수와 눈이 마주치고는 고개를 저었다.

 

  “저건...”

 

  인수의 눈을 피해 고개를 돌리던 나오가 작은 화분 하나를 발견했다. 창문 밖으로 보이는 줄지어진 빈 화분들 사이에 놓여진 작은 화분은 그 가운데에서 유독 눈에 띄었다. 자그마한 파란 꽃이 두어 송이 피어있는 그 화분을 바라보던 나오가 가만히 질문했다.

 

  “화분 키우는 게 취미인가봐?”

 

  “취미로 작물을 키우기는 하지만 꽃은 안 키워요.”

 

  “그럼 저건 뭐야?”

 

  밖에 두었던 화분에서 꽃이 피어있는 것에 인수는 정말 몰랐다는 듯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그곳에 둔 화분들을 돌보지 않았다. 꽃을 사랑하던 할머니가 생각나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돌보아보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농작물 이외에는 줄줄이 죽어나가는 통에 그냥 둔 화분들이었다. 저기에서 꽃이 필 리가 없을 텐데?

 

  “할머니께서 꽃을 좋아하셨거든요. 제가 손을 대면 자꾸 죽어서 그냥 뒀는데 어디서 풀씨가 날랐나봐요.”

 

  “저건 풀이 아니야.”

 

  나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언가 아픈 기억이라도 떠올랐는지 아련한 표정을 지으며 나오가 창가로 다가갔다.

 

  “저거, 필요 없으면 내가 가져가도 되나?”

 

  “괜찮아요.”

 

  태루 역시 허수아비를 손에 든 채로 그 화분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묵묵히 허수아비를 만졌다.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밖으로 나간 나오는 작은 화분을 들었다. 살짝 바람이 불자 그 작은 화분의 파란 꽃들이 몸을 떨었다. 작은 바람에도 연약하게 흔들리는 그 꽃을 가만히 보던 나오가 따라나온 인수를 돌아보았다.

 

  “이말순 손녀, 강인수.”

 

  “......?”

 

  무겁게 깔린 목소리에 인수는 숨이 멎는 것만 같았다. 잔뜩 무게를 잡은 나오의 모습은 동생과 함께 돌아가겠다고 떼를 쓰던 좀 전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다중인격이라도 되는 것인지 이랬다저랬다 행동이 시시각각 변하는 그 모습에 도저히 적응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꼭 나한테 돌려줘야 해.”

 

  “어떤 걸요...?”

 

  인수가 물었지만 나오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인수의 집에서 계속 허수아비를 만지작 거리는 태루를 창문 너머로 바라보았다.

 

  “꼭 돌려줘야 해. 무사하게. 이번에도 나한테서 뺏어가면 나도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니까.”

 

  “뭘 돌려달라는 건데요?”

 

  아무리 물어도 나오는 답해주지 않았다. 인수는 답답했다. 그녀는 나오에게서 가져간 것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애초에 나오를 만난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나오를 만난 적이 없는 데 무엇을 가져가서 돌려주지 않았다는 것인가.

  답변을 원해도 나오는 답하지 않은 채, 갑자기 사라졌다.

 

  “제가 뭘 돌려주지 않았는지 아세요? 천구가 사람도 착각하고 그러나요?”

 

  뒤의 인기척으로 태루라는 것을 안 인수가 묻자 태루는 머뭇거렸다. 하지만 이내 신뢰가는 묵직한 목소리로 답했다.

 

  “강인수씨가 돌려주지 않은 게 아닙니다. 그리고 어차피 돌려주고 말고 할 것도 없던 겁니다.”

 

  “태루씨는 그게 뭔지 알고 있는 거죠?”

 

  조용한 물음에 태루는 가볍게 눈을 감았다. 그의 눈앞으로 1년 전의 일이 바람 불 듯 스쳤다. 다시금 눈을 뜬 태루는 마른 세수를 한 번 했다.

 

  “누나에게 돌려주지 않았던 건 강인수씨나 강인수씨의 할머니가 아닌, 바로 접니다.”

 

 

 *

  “기껏 인계로 내려가셨는데, 그렇게 돌아와도 됐던 겁니까?”

 

  “그 아이의 흔적을 찾았으니까.”

 

  비서의 물음에 나오가 작은 화분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나오의 손끝이 닿자 자그마한 파란꽃이 기쁜 듯 몸을 흔들었다.

 

  “그리고 태루는... 내가 강인수에게 그렇게 얘기했으니 반드시 빨리 일을 마무리 짓고 올 거야. 아니면 내가 다시 강인수에게 가서 그 날의 이야기를 할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게 태루가 가장 무서워하는 일이거든.”

 

  “그 날이라고 말씀하시면...”

 

  “쉿-”

 

  나오가 비서를 향해 가만히 두 번째 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조용히 하라는 몸짓에 비서가 하던 말을 멈췄다.

 

  “내가 그렇게까지 힌트를 줬는데, 과연 강인수는 태루를 그대로 데리고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겨우 다시 만나신 건데...”

 

  “겨우 다시 만났지만 태루는 절대로 그 날에 대해 이야기할 수 없을 거야. 그걸 이야기하는 순간, 강인수는 미안해서 태루를 못 볼 걸?”

 

  가만히 화분을 쓰다듬는 나오의 손은 부드러웠지만 표정은 날카로웠다. 나오는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정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말순... 그러게 왜 손녀한테 소원을 양도해서 이런 일을 만들어. 그냥 그 날 이후로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태루는 소원을 들어주고 강인수는 강인수대로 섬에서 글을 쓰며 평온하게 살았어도 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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