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11화
작성일 : 19-11-02 23:55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01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씨발! 씨발! 씨발!”

 

 이를 악물고 애꿎은 핸들을 주먹으로 두들기기 수십 번. 자기혐오가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 귀퉁이에 있는, 무사히 도망쳤다는 이기심이 자신을 위로했다.

 

 “이제, 그 사람들은…”

 

 곽 노인과 손녀는 무사하지 못할 것이다. 그 편지에는 10년간의 장기밀매업을 폭로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더불어 곽 노인이 도움을 요청한 사람의 정보까지 있다.

 편지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실수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린 것이다.

 

 ‘쾅!’

 

 철수는 재차 핸들을 내리쳤다. 얼마나 세게 내리쳤는지, 손의 감각은 사라지고 지잉 거리는 느낌은 팔을 타고 어깨까지 흘러왔다.

 터져버릴 것 같은 가슴, 어지러운 머리,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구역질.

 

 “후우! 후우! 아니야!”

 

 늦지 않았다. 수사들은 자신을 잡는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죽일 듯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차로 뛰어오지 않았던가. 그러면 흰 봉투를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가면 곽 노인의 편지는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부르릉’

 

 ‘꼭… 부탁하네…’

 

 곽 노인의 모습이 차 앞 유리에 오버랩 되어 떠오른다. 철수는 으스러질 듯 차 핸들을 움켜쥐었다.

 

 ‘이 새끼 잡아!’

 ‘이번에는 다리를 분질러 놔!! 아니, 그냥 죽여 버려!’

 

 눈이 질끈 감긴다. 죽인다는 말은 절대 거짓이 아닐 거다. 오랫동안 장기밀매를 한 짐승 같은 놈들이다. 산 채로 뼈를 부러뜨리고 머리를 깨뜨릴 것이다. 마취 없이 피부를 벗겨내고, 장기를 꺼낼 거다.

 

 “이이…익!!”

 

 일부러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내쉬었다. 그러기를 몇 번.

 

 “지금! 지금 가면 될 거야! 지금! 기회는 아직 있어!! 그 자식들이 그 편지를 봤을 리 없지! 암!”

 

 철수는 차 안에서 미친 듯이 소리 질렀다. 애써 가능성을 말하며 마음을 고취시켰다.

 

 “좋아! 가자! 가면 되는 거야! 죽이긴 누굴 죽여?! 쓰레기 새끼들! 난 바코더야! 다 산 놈이라고! 뒤지는 건 네놈들이다!”

 

 숨을 크게 몰아쉬며 몇 번이나 고함질렀다.

 하지만 핸들을 쥐고 있는 팔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철수는 마치 자신의 팔이 아닌 듯 멍하니 그 모습을 봤다. 그러다 시선이 어느 한 부분에 딱 꽂힌다.

 선명하게 그어져 있는 검은 줄. 바코드다. 언제 줄어들었는지 바코드는 이제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비, 빌어먹을… 왜… 왜냐고! 왜 내가!!”

 

 철수는 왼손으로 바코드 표식이 나타난 오른손을 꽉 움켜쥐었다.

 

 “흑… 흑… 으허허헝!”

 

 결국 페달을 밟지 못했다. 다만 핸들을 부여잡고 한참을 울었다. 눈이 퉁퉁 붓도록.

 겨우 마음이 진정되자 시트에 등을 파묻었다. 몸이 액체화 되어 시트로 스며드는 것 같다. 그렇게 눈을 끔뻑이며 멍하니 있는데 차 유리 안쪽이 뿌옇다. 땀과 눈물로 습기가 찬 것이다.

 갑자기 몰려오는 참을 수 없는 답답함에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사람 없는 공터는 한적한 바람만 살랑거리고 있다. 고개를 들었다. 하늘은 푸르렀고 태양은 눈부셨다.

 지옥에서 아름다운 천국을 바라보는 것 같다.

 

 “그냥… 그냥 이렇게 가만히 있다가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만나는 인간들이 돌팔이에 사이비, 장기밀매업자들이다. 정말 자신을 위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정상적인 치료과정을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것이다. 철수는 고개 숙여 자신의 손목을 봤다. 죽음의 낙인은 너무나도 선명했다.

 

 “미안해요… 죄송해요… 정말… 정말… 한 번… 딱 한번만 더…”

 

 기회조차 없었지 않았던가.

 이대로 끝내기에는.

 

 

 

 

 

 

 

 

 

 

 “글쎄요. 통계적으로 바코더들의 사망률은 99.96%이긴 합니다만, 사실 바코드 자체가 사람 신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지는 않거든요.”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는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지극히 사무적인 그 말투가 신경을 툭툭 건드린다. 철수는 그걸 억누르고 질문을 던졌다.

 

 “사망률 99.96%라면 나머지, 그러니까 0.04%는 생존한다는 이야기인가요?”

 “그건 보고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보고되지 않은 사람들? 그게 무슨 말인가요?”

 “쉽게 말해 실종자라는 이야기에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죠.”

 

 철수는 머리를 세차게 긁었다. 지금 있는 곳은 대학병원응급실.

 실제 아픈 곳이 없다고 해도 급박한 마음에 찾아왔다.

 

 “도대체 이게 왜 생기는 거죠?”

 “의학적으로 밝혀진 건 단 하나, 점 세포로 이루어진 모반이죠. 한마디로 그냥 점이라는 겁니다.”

 “약은 없습니까?”

 

 그 말에 의사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 철수는 순간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누구는 죽음이 목전에 있는데 대수롭지 않은 듯, 죽으면 죽고 말면 말고 하는 의사가 미워 보였다. 의사는 그런 철수의 심정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사무적인 태도로 대답했다.

 

 “색소침착에 의한 약은… 일단 관련된 약을 처방할 수는 있죠.”

 “지금 제가 뭘 말하는지 알 텐데요.”

 

 철수는 검은 줄이 새겨진 팔을 의사 앞으로 들이밀었다.

 

 “선생님도 아실 거 아닙니까? 이 현상이 나타난 뒤로 사람들은 하루 안에 죽어요! 난 그걸 말하는 겁니다!”

 

 철수의 얼굴이 붉게 변하고 언성이 높아졌다. 의사의 표정이 굳어지며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슬쩍 눈짓을 한다. 마치 ‘하긴 바코더가 그렇지. 뭐’하는 모양새다. 간호사 역시 익숙한 듯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벽에 걸려있는 전화기에 손을 가져갔다. 철수가 조금이라도 액션을 취하면 즉시 보안팀에 연락하겠다는 신호다.

 

 “사망률이 100%에 육박한다는 건, 분명히 이유가 있기 때문이잖아요?! 그게 뭐냐는 겁니다!”

 

 의사는 안경을 검지로 밀어 올리며 철수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흥분한 맹수가 언제 덤빌지 타이밍을 재는 것 같았다.

 

 “자, 김철수씨. 잘 들으세요. 지난 10년간 의학계는 이 문제에 대해서 연구 했으나 얻은 성과는 사실상 없어요. 아까 말했듯이 색소 침작으로 발생된 점이다. 이것 하나뿐이죠. 그렇다면 이게 전염병이나, 기생충, 기저질환으로 나타난 증상, 또는 자가면역질환이나 유전적 요인에 의해 발생된 질병이 아니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병이 아니니 의학적으로 조치를 취할 수 없다는 거예요.”

 “병원에서 치료를 못한다면 저는 어디로 가야 하죠? 이대로 죽으라는 건가요?”

 “바코드 연구소가 있기는 하지만, 그곳도 사정은 비슷할 겁니다. 이외에 딱히 해드릴 말은 없군요.”

 “연구소요? 바코드 연구소 말입니까?”

 “네. 맞아요. 인터넷이나 뉴스에서도 한번 보셨을 텐데요.”

 “거기서 치료제를 만드나요?”

 “아니요. 치료제를 만들기 보다는 원인과 현상을 밝히려고 하죠.”

 “연구소에서 뭔가를 밝혀냈나요?”

 “글쎄요. 들려온 소식은 없네요.”

 

 의사의 말투는 처음 긴 설명을 끝으로 무성의하게 변해갔다. 사실 의사도 바코드 현상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 줄게 없다. 현재 의학계는 바코드 문제를 ‘의학적 치료’ 범위 밖에 두었다. 단지 환자가 치료를 원하면 정신과적인 상담을 해 주는 정도다.

 그렇다고 철수를 계속 여기 둘 수도 없다. 난동이라도 부리면 골치 아파지니까.

 철수는 그런 의사의 태도를 보고 더 묻지 않았다. 다만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달았을 뿐이다. 형식적으로 받은 처방전을 들고 건물 1층으로 내려왔다. 도로가로 나오니 눈에 들어오는 약국만 열 군데가 넘는다.

 아무 곳이나 들어가 처방전을 내밀었다. 약사는 처방전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철수의 오른팔을 보고 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곧 죽을 사람 심기를 건들면 손해 보는 건 자신이다.

 

 “의사도 소용없고, 병원도 소용없고…”

 

 약봉지를 들고 나온 철수는 하늘을 보았다.

 하늘에 둥실 떠있는 해는 꼭대기에서 한참 기울어져 있었다. 잠시 뒤 노을이 질 거다.

 그건 자신의 삶이 끝나간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저기…”

 

 철수가 먹먹한 심정으로 약국 앞에 서 있는데 누군가 말을 건다.

 

 “네?”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넨 사람은 서른을 훌쩍 넘어 보이는 여자였다. 어깨에 크로스로 걸쳐 맨 큰 가방이 유난히 눈에 띈다.

 그녀는 그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 철수 앞으로 내밀었다.

 명함이다.

 

 ‘혼 바코드 연구소. 사무실장. 이유란’

 

 “바코드 연구소?”

 

 방금 전 의사에게 들은 말이 떠올랐다. 바코드 현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관이 있다고.

 그러고 보니 아침에 인터넷 검색을 했을 때도 바코드 연구소가 눈에 들어오긴 했다. 그렇게 강렬한 인상을 주지 않아, 직접 찾아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정신없기도 했고.

 

 “잠시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그녀는 약국 옆에 붙어있는 커피숍을 가리키며 말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7 27화 (완결) 2019 / 11 / 10 224 0 10747   
26 26화 2019 / 11 / 10 185 0 7192   
25 25화 2019 / 11 / 9 199 0 3556   
24 24화 2019 / 11 / 9 207 0 5748   
23 23화 2019 / 11 / 8 200 0 3598   
22 22화 2019 / 11 / 8 199 0 3340   
21 21화 2019 / 11 / 8 196 0 3992   
20 20화 2019 / 11 / 7 196 0 5235   
19 19화 2019 / 11 / 6 234 0 5597   
18 18화 2019 / 11 / 6 203 0 4466   
17 17화 2019 / 11 / 5 201 0 4727   
16 16화 2019 / 11 / 5 210 0 6215   
15 15화 2019 / 11 / 4 218 0 3041   
14 14화 2019 / 11 / 4 230 0 5215   
13 13화 2019 / 11 / 3 210 0 4251   
12 12화 2019 / 11 / 3 196 0 2991   
11 11화 2019 / 11 / 2 230 0 4018   
10 10화 2019 / 11 / 2 204 0 4704   
9 9화 2019 / 11 / 1 191 0 5563   
8 8화 2019 / 11 / 1 193 0 4323   
7 7화 2019 / 10 / 31 193 0 4992   
6 6화 2019 / 10 / 31 207 0 3742   
5 5화 2019 / 10 / 30 210 0 3986   
4 4화 2019 / 10 / 30 195 0 3906   
3 3화 2019 / 10 / 30 202 0 4007   
2 2화 2019 / 10 / 30 222 0 4395   
1 1화 2019 / 10 / 30 390 1 5025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