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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광무의 꿈
작가 : 백두혼
작품등록일 : 2019.10.22

대한제국의 마지막 모습을 제대로 살펴보려면 홍종우의 삶을 보면 된다. 조선인 최초로 프랑스로 건너가 근대화를 통한 조국 조선의 부국강병의 길을 도모한 자. 김옥균 등을 수괴로 한 친일 매국노들과 벌인 흉험한 싸움. 헤이그 만국 평화회의 밀사는 이용익이었고 그의 곁에는 홍종우가 있었다. 근대사 전체를 통째로 뒤집는 위험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11. 동화 양행
작성일 : 19-11-02 19:51     조회 : 278     추천 : 0     분량 : 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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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동화 양행

 

 

  그들은 오사카의 성 밑의 나니와 번화가에 자리 잡은 미도스지 호텔에 일단 여장을 풀었다. 김옥균에게 일본돈 600엔과 상하이 천풍전장에서 발행한 5,000위엔의 수표를 전달하고 돌아 온 이일직은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홍공. 틀림없겠소?”

 “나는 한 번 결심한 일을 되돌리거나 후회하는 사람이 아니오. 결심이 섰으니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니오?”

 “그 권총을 한 번 보여 주시겠소?”

 

 이일직은 며칠 전 도쿄의 숙소에서 그에게 미국제 리볼버 권총과 일본식 단도를 건넸다. 하지만 그는 그것들을 되돌려 주었다. 그에게는 그의 무기가 있었다.

 

 “굳이 보려 한다면 보려 주리다.”

 

 그는 그의 가죽 가방에서 프랑스 제 리볼버 MAS 1892를 꺼냈다. 프랑스에서 몇 번 사격 연습을 하였으나 오랜 시간 꺼내본 적이 없었다.

 

 “프랑스제라 그런지 작고 가볍지만 단단하고 날렵하군요. 성능은 믿을 만 하오?”

 “내가 프랑스에서 들고 온 유일한 프랑스 물건이오. 믿지도 못할 물건을 뭐하러 들고 왔겠소. 이렇게 쓸 물건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소만 이 또한 나와 이 물건의 운명이겠지.”

 

 그는 직성행년편람을 떠올렸다. 인생을 인도하는 아홉 개의 별. 그것으로 그는 이 권총을 손에 넣었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생의 길을 걷게 되었다.

 

 “나도 그대에게 요구할 것이 있소. 이번의 거사는 결코 나 홍종우 개인의 사사로운 행사가 아니오. 군주 전하의 밀칙을 받자와 역적을 처단하는 공무가 아니오? 그것을 증명하는 문서를 보여 주시오. 그동안 차일피일 미뤘지만 이제 내일 나는 그와 더불어 떠나야 하는 상황이니 오늘은 봐야겠소.”

 

 이일직의 옆에 앉았던 권동수가 품 안에서 서신 한 장을 꺼내들었다.

 

 “명여로 특차도해포적사(特差渡海捕賊使)인 바 임시계획을 일임 편의요, 위국사무(爲國事務)도 역위전권(亦爲全權)하니 물핍거행(勿乏擧行)할 사. - 이 사람은 명을 받은 특차도해포적사이니 임시계획은 편의로 일임하며 나라를 위하는 일 역시 전권을 위임하니, 조선의 신민이라면 핍박하지 않고 거행하도록 하라.”

 

  분명히 옥새가 찍힌 어찰이었다. 그는 서찰을 공손히 두 손으로 받들어 권동수에게 돌려줬다. 이제 서로가 더 이상 나눌 말은 없었다.

 

 

  1894년 3월 23일 고베 항에 다시 섰다. 사년 전 그는 이곳에서 사할린 호를 타고 프랑스 마르세이유를 향해 출발했었다. 같은 항구에 그는 여러 명의 일행과 같이 일본 우선 주식회사의 상하이 행 우편선 사이쿄마루(西京丸)에 승선했다. 영국에서 건조된 지 불과 몇 년이 안 된 최신형의 여객선이었다. 그와 김옥균, 그리고 일본 주재 청나라 공사관의 공식 통역관 오승은 상등실 선표를 들었고 김옥균의 수행원인 시종 와다 노부지로와 사진사 가이의 선표는 중등실이었다. 그의 복장은 양복이었으나 그의 손에는 늘 그렇듯 가죽 가방 하나와 갓통이 들려 있었다.

 배는 다음 날인 24일 오후 나가사키에 닿았다. 일단 승객을 내리게 하고 만 하루를 쉬었다. 그들 일행은 오무라 초에 있는 후쿠시마야 여관에 묵었다. 그날 저녁 그는 김옥균과 단 둘이 저녁 식사를 했다. 여관 근처의 고급 일식당이었다.

 

 “이제 일본 음식도 마지막일지 모르니 맛있는 것을 좀 먹어 봅시다.”

 “어찌 마지막이라 생각하시오?”

 “오사카에서 교토의 금각사도 다녀오고 근교의 야마토에도 들렀었소. 야마토에 누가 있는 지 아시오?”

 “글쎄요.”

 “이 사람이 갑신년의 일을 피하여 처음으로 몸을 숨긴 곳이 야마토요. 야마구치라는 사람의 집이었는데 그의 모친이 참으로 정겹게 나를 대해 줬소. 그러다 보니 아이도 생겼지. 남자 아이요. 이제 열 살이구려. 그 아이를 보고 왔소.”

 

 그들은 술잔을 연거푸 나눴다.

 

 “도야먀 선생은 끝까지 나를 만류했소. 도쿄에서 박영효도 그렇고. 다들 그러더군. 이번에 상하이로 가면 절대 돌아오지 못할 거라고. 아니 거기서 바로 죽임을 당할 거라고.”

 “쉽지는 않을 것이오. 이홍장의 생각이 공의 몇 마디 말로 바뀌지는 않을 것이오.”

 “물론이오. 도야먀 선생은 몇 번이나 나를 설득했소. 하지만 나는 그랬지. 호랑이 굴에 들어가지 않고서 어떻게 호랑이는 잡느냐고. 나는 이미 결심했소. 이 길을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후회는 없소. 이미 일본에서 나의 쓸모는 다 했소. 그걸 모를 것 같소? 모르긴 해도 일본 측 외교관들과 청국의 외교관들이 지금 열심히들 정보를 나눌 것이오. 아마 조선의 관리들도 내 행적을 주시하고 있겠지.”

 “두렵지 않으시오?”

 “이번에 나는 이름을 바꿨소. 이와타 미와(岩田 三和). 더 이상 김옥균도 아니고 이와타 슈사쿠도 아니오. 동양 삼국의 평화에 이 한 몸 바치려 하오.”

 “대체 러시아나 프랑스는 왜 거절한 것이오? 분명 이일직과 내가 그런 뜻을 전했고 김공도 흔쾌히 찬성하지 않았소?”

 “이보시오, 홍공. 서양 말 한 마디 못하는 내가 그곳에 가서 무엇을 하겠소? 홍공의 귀찮은 혹덩이 밖에 더 되겠소? 청국이라면 내 나름의 수를 갖고 눈 먼 호랑이라도 한 마리 잡을 지 누가 알겠소? 하하하....”

 “그 잡으려는 호랑이가 대체 무엇이오?”

 “그대는 참으로 정확하게 핵심을 찌르는 군. 그 호랑이가 뭐겠소? 이홍장? 그 천하의 욕심쟁이? 그 자의 호의에 기대어 조선의 평화를 얻어내고 일본과의 화평 조약 정도 얻어내면 호랑이라고 하겠지.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 생각하시오? 물론 그대는 잘 알겠지. 말도 안 되는 허풍이라는 것을. 내가 살짝 정신이 나간 것 아닐까 하고 여길지도 모르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오. 도야마도 그렇고 박영효도 그렇고. 다들 김옥균이가 외지로 돈지 십 년 만에 실성을 한 것이라고. 나도 잘 알고 있소. 지금 이 길은 미친 짓이라는 것, 하지만 어쩌겠소. 지금 이 길 외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없소. 여기 김옥균이 있다고 마지막으로 한번 외치려는 것 뿐이오.”

 

 그들은 늦게까지 술잔을 나누고 다음날 사이쿄마루에 다시 올랐다.

  항해는 순조로웠고 3월 27일 오후 늦게 상하이에 도착했다. 그들은 마차를 타고 상하이 미영 공동 조계의 철마로에 위치한 일본인 소유의 여관 동화양행에 행장을 풀었다.

 

  그날 저녁 윤치호가 여관으로 왔고 같이 나가서 저녁 식사를 했다. 모든 비용은 그가 이일직에게 받은 돈으로 지불했다. 갑신정변 후 상하이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하여 유학을 한 윤치호는 상하이로 돌아와 중서학원에서 영어 교습을 하고 있었다. 김옥균은 그를 먼저 숙소로 보내고 윤치호와 밀담을 나누는 모양이었다. 기선들이 내뿜는 연기가 매캐했고 황포강은 혼탁했다. 크고 작은 배들이 바쁘게 오르내리는 혼탁한 강가를 그는 홀로 걸었다. 세느 강가를 혼자 거닐던 그 어느 때가 떠올랐다. 그때가 아주 까마득히 먼 옛일처럼 생각되었다. 불과 일 년도 안 된 일이었음에도.

 

  다음 날 3월 28일이 밝았다. 아침식사를 마친 그는 여관을 나서 주변을 걷기 시작했다. 우선 가까운 경무소의 위치를 파악했고 그가 일단 몸을 숨길 장소를 점검했다. 그는 일을 처리한 후에 최대한 멀리 도주해야 했다. 일본의 입김이 닿는 곳은 위험했다. 공동 조계를 벗어나 청나라 관헌에게 그의 신병을 맡겨야만 했다. 불결한 상하이의 뒷골목을 한참이나 거닐고 돌아 온 그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의관을 천천히 갖췄다. 양복을 벗고 조선의 복식을 입고 챙 넓은 관을 썼다. 그리고 권총을 꺼내 약실을 점검하고 여섯 발의 실탄을 밀어 넣었다.

 

  김옥균은 자신의 방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자치통감이라는 중국 역사서였다.

 

 “다녀왔소이다.”

 “어찌 되었소? 수표를 환전했소?”

 “천풍전장의 주인이 출타 중이라고 저녁때나 돼서 다시 오라합디다.”

 “그래요? 저녁 때 같이 가 봅시다. 마차가 필요하니 한 세 대를 세내어 끌고 오라고 와타 군을 내보냈소. 윤치호 군도 곧 올 터이니 같이 상하이 구경을 좀 하다가 전장에 같이 가면 되겠구려.”

 

 그는 도포의 소매에 넣고 있던 권총을 꺼내 들었다. 그 총구를 본 김옥균이 흠칫 놀라더니 이내 담담히 되뇌었다.

 

 “역시 그대가 나를...”

 “왕명을 받들겠소. 미안하오.”

 

 그는 담담하게 세 발의 총탄을 발사했다. 조용한 오후의 공기가 산산이 깨지고 화약 냄새와 피 냄새가 객실을 채웠다. 김옥균은 바로 쓰러지지 않고 몇 걸음을 걸었다. 그에게 뭔가 얘기를 하려는 듯이 몸을 돌리다 결국 쓰러졌다. 그는 김옥균의 반쯤 뜬 눈을 한 번 보고서야 몸을 돌렸다.

 

  그는 사람을 죽였다. 이제 그는 살인자의 낙인을 스스로에게 찍었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운명의 길을 스스로 총탄으로 열었다. 타인의 죽음으로 열었다. 그 운명의 길이 기꺼울 리 없었고 그에게 결코 상냥하지 않을 것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아홉 개의 운명의 별 중 그를 살인으로 이끈 별은 불길한 괘적으로 그의 심중을 갈랐다. 그는 혼잡한 상하이의 뒷골목으로 몸을 감췄다.

 

  김옥균을 쏘아 죽인 후 하루가 지나 그의 계산대로 상하이의 미영 공동 조계와 일본 조계를 피해 청나라 관할 지역에 들어가 체포당했다. 조선의 복장을 한 채 굳이 숨지도, 도주하지도 않은 그가 체포된 것은 당연하였다. 그는 경무소로 압송되어 바로 심문을 받았다. 그의 대답은 단호하고 정확했다.

 

 “나는 조선의 관인이고 김옥균을 처단한 것은 조선 국왕의 칙명을 받아 당연히 행한 공무이니 조선 정부에 문의하여 나의 신병을 결정해 주시오.”

 

 김옥균을 처단한 이유 역시 단호하고 명확했다.

 

 “그는 일전의 갑신년에 정변을 일으켜 죄 없는 사람들을 많이 죽였으며, 국왕을 선동하여 나라를 혼란케 하고 국왕을 큰 고통에 빠뜨렸으며, 외국 군대를 이끌고 궁중에 들어온 죄가 크며, 조선, 청나라, 일본의 국제관계에 크나 큰 해를 끼쳤으 니 죽어 마땅하오.”

 

 조선 정부의 대응은 대단히 신속했다. 즉시 조병직을 전권사절로 파견하여 이홍장에게 홍종우의 신병과 김옥균의 시신을 양도해 줄 것을 요구했다. 홍종우는 명백하게 조선 국왕의 어명을 수행한 관인이므로 청국 정부에서 그의 신병을 처리할 수 없으며 김옥균은 나라 전체가 가증스럽게 여기는 역도의 수괴이므로 그 시신의 처리는 조선이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청국 정부는 홍종우에 대한 적절한 처벌과 김옥균의 시신을 정당하게 대우할 것을 조건으로 조선 정부의 요구를 받아 들였다.

 

  와타 시로지로에 의해 사이쿄마루에 이송되던 김옥균의 시신이 청나라 군함 위정호로 옮겨졌고 그를 인수한 조병직 일행 역시 위정호에 올랐다. 그는 무려 육 년만의 귀국 길에 올랐다. 그의 품엔 여전히 그의 권총이 담겼고 그의 귀국 선물은 김옥균의 시신이었다. 그의 죽은 아내의 얼굴을 떠올려보려 했으나 생각이 나지 않았다. 황해의 물길이 그의 미래처럼 탁했다.

 

  상하이를 떠난 지 닷새 뒤인 4월 12일 아침에 위정호는 제물포 항에 닿았다. 그는 바다 멀리 다가오는 조선의 땅을 바라보면서도 안도감을 느끼진 못했다. 그는 그의 운명이 그를 어떤 식으로 몰아갈 지 아직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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