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현대물
사랑할 수 없는 우리
작가 : 현서
작품등록일 : 2016.10.4

39살의 인아. 실패한 유학 생활의 업적으로 영어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다.
아직도 소박한 사랑을 꿈꾸고 있지만 얼마 전 실연까지 당했다.
그런 가운데 친구 선영의 결혼과 태라의 승진 소식은 인아를 더욱 움추려들게 만든다.
그런 인아에게 명문대생 훈남의 수현이 다가와 한없는 친절을 베푼다.
인아는 수현때문에 설레기도 하고, 잃어버린 청춘을 생각하며 슬프기도 하다.
수현은 왜 인아에게 다가온 것일까?

 
축제가 끝나고
작성일 : 16-10-10 23:10     조회 : 490     추천 : 0     분량 : 5094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수현은 약속한대로 학원이 늦게 끝나는 밤. 늘 나를 집에 바래다 주었다. 녀석은 다시 예전처럼 조금씩 유쾌해졌고, 말수도 점점 많아졌다. 녀석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주로 어린 시절이야기나 친구들의 이야기였다.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인 아버지, 초등학교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 삼남매 중 늦둥이로, 7살 많은 누나와 5살 많은 형이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리 유복한 가정도 그렇다고 불우한 가정도 아닌 환경에서 자랐다.

  6살 때 엄마가 무척 아끼는 어항을 깨뜨렸는데 형이 대신 나서주어 혼났다는 이야기. 그 후로는 형의 말이라면 무조건 잘 들었다고 한다.

 

  7살 땐 들고양이를 따라 가다가 길을 잃었는데, 우여곡절 끝에 낯선 아줌마의 손에 이끌려 집에 오니, 집안 식구들이 정신없이 찾고 있었고, 누나가 자기를 보고 펑펑 울었다는 이야기. 그 때 엄마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매를 맞았고, 다시는 들고양이들을 따라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가 낚시를 좋아하셔서 시간만 나면 형과 자신을 낚시터에 데리고 가셨는데, 형이 그 시간을 싫어하니 아버지가 무척 실망스러워 하셔서, 자기는 낚시를 좋아하는 척 했다는 이야기. 녀석은 낚시를 좋아하는 척하다가 낚시가 정말 좋아졌다고 한다.

 

  공과대학엔 여자가 별로 없어서 친구들 중엔 모태솔로가 많다며, 친구가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고백하다가 차여서, 친구들이 위로한답시고 다 함께 술을 마시고 그녀에게 애원을 하다가, 경찰서에 붙잡혀 갈 뻔한 이야기. 결국 친구의 짝사랑은 이루어졌다고 한다.

 

  따뜻한 가정에서 사랑 받고 자란 아이다. 건전한 이성관을 가지고 있고, 애정결핍도 아니다.

 

  “지금 학교 축제 중이예요. 내일 같이 놀러 안 갈래요?”

 

  금요일 밤, 집에 바래다주는 길, 수현이 말을 건넨다.

 

  “응?”

 

  “미국에서 대학 다녔다면서요. 한국 대학 축제는 못 봤을 거 같아서.”

 

  사실 대학을 다닌 것도 아니고 입학만 한 건데,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이 없는 거 같은데, 수현이 어찌 알았는지 의아했다.

 

  “아, 학원에서 들었어요.”

 

  나의 놀라는 표정이 녀석을 당황하게 했던 모양이다. 난 녀석이 행여 어느 대학을 나왔냐고 물을까 싶어 간이 오그라든다. 우리나라 사람들 대부분은 미국의 대학 이름 한 열 개 쯤은 술술 읊어 댈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 있는 대학을 다 알고 있는 체 한다. 하지만, 미국엔 한국보다 훨씬 더 많은 대학이 존재한다. 한국 사람들이 모르는 대학이라고 해서 그들이 모두 삼류는 아니다. 하지만, 난 진짜 삼류대학에 입학했었다. 그것도 입학만 했을 뿐 제대로 다녀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왜 지금 녀석 앞에서 그게 부끄러운걸까. 다행히 수현은 나에게 그런 건 물어보지 않는다.

 

  “뭐, 그래봐야 술판이지만 그래도 보여주고 싶어요. 내가 다니는 학교요.”

 

 ***

 

  어수선한 분위기지만, 그 안에 있는 젊음들만으로 나는 들뜨기에 충분했다. 사이사이 벌여놓은 간이 주막 사이로 삼삼오오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여학생들, 다정함을 내기라도 하듯이 어깨를 안고, 손을 잡고 지나가는 연인들, 시끌시끌한 주막 안에 술에 취한 시꺼먼 남학생들이 이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삐딱하게 바라본다.

 

  사람에 부딪혀 쉽게 걸음도 떼어지지 않는다. 수현은 자꾸 처지는 나를 좀 답답한 듯 바라보더니, 내 손을 잡아끈다. 수현의 손에 의지해 걷는 걸음은 한결 더 수월하다.

  이내 수현이 무언가 발견한 듯, 손을 잡아끈다.

  “어, 저기다.”

 

  “뭐?”

 

  “빨리 와 봐요 글쎄.”

 

  찾아간 곳은 미대생들이 초상화를 그리고 있는 곳이었다.

 

  “여긴 왜?”

 

  “그림으로 남기려구요.”

 

  녀석과 나는 한 30분간 그림처럼 앉아 있어야 했다. 내 어깨에 올라앉은 녀석의 손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싫진 않았다. 멀리서 음악 소리가 크게 들인다.

 

  “아, 오늘 몽니 온다고 했는데, 가 볼래요?”

 

  내가 대답도 하기 전에 녀석은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고 있다. 그렇다면 앞의 말은 이미 질문이 아니었다. 어쩌면 이곳에 나를 초대하고 수현의 머릿속에 이미 프로그램이 다 짜여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그룹 몽니. 녀석이 그것까지 알고 있었을까? 영작을 할 때, 예로 이 그룹을 이름을 거론한 적은 있다. 아니다. 이거까진 우연일 거다.

 

  공연장은 이미 많은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그냥 멀리서 음악 소리만 들어야 할 거 같다. 그러나 녀석은 북적이는 사람들 틈으로 계속해서 나를 잡아끈다.

 

  “어딜 가는 거야? 자리도 없는데.”

 

  “아, 와 보세요.”

 

  이윽고 앞줄까지 도달한 수현은 자리에 앉아 있는 남학생 어깨를 툭툭 친다.

 

  “어, 형. 왜 이제와요. 어, 나 낮부터... 더위 먹은 거 같아. 주점에도 가 봐야 하는데...”

 

  “어, 미안. 수고했다. 자식.”

 

  “형, 한 번 거하게 쏴야 돼요.”

 

  “알았어. 임마. 어서 가봐.”

 

  수현을 형이라 부르는 남학생은 나에게 어색한 눈인사를 건네고, 자리를 내어주고 사라진다.

 

  “앉으세요.”

 

  “자리를 맡아 놓은 거야?”

 

  수현은 대답대신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빨리 앉기나 해요. 몽니 좋아하잖아요. ”

 

  녀석은 알고 있었다. 우리 또래 남자라면 이럴 때 콘서트홀 S석 티켓을 끊어놓고 온갖 생색을 낼 텐데, 녀석은 내게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후배까지 동원하는 분주한 준비를 했다. 이런 행동을 하는 녀석이 도무지 이해는 안 되지만, 감동이다.

 

  공연을 보는 내내 난 그토록 보고 싶었던 몽니의 춤과 노래보다, 녀석의 숨소리에, 열광하던 목소리에, 땀 냄새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제 주막에 가 봐요.”

 

  공연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수현은 나를 재우쳤다.

 

  “거길 내가 가도 될까?”

 

  “무슨 말이예요. 그래도 축제에 왔으면, 주막에서 한 잔 하고 가야죠.”

 

  녀석은 또, 손을 잡아끈다. 녀석에게 손목을 잡히는 게 점점 익숙해져 간다.

 

  주막에 들어오니, 맨 시꺼먼 남학생들 투성이다. 수현이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난 저 녀석들이 해주는 부침개를 안주삼아 과연 술을 마실 수나 있을까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 근사한 녀석들이 대부분 모태솔로라니, 전에 수현이 했던 말이 생각나 웃음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고 있었다. 적어도 녀석의 친구들 앞에서 혼자 피식대는 정신 나간 아줌마로 보일 수는 없다. 좀 전에 공연장에서 보았던 녀석도 있다. 그는 이제 구면이라는 듯, 조금은 더 밝게 인사를 건넨다. 모두가 내가 누군지 궁금한 표정이다.

 

  “같이 오신 이 미모의 여성분은 누구신가?”

 

  그 중 오지랖 넓게 생긴 한 녀석이 수현에게 묻는다. 미모의 여성분이란, 단지 할 말이 없어 가져다 붙인 쓸데없는 미사여구란 것은 잘 알고 있다. 내 또래 남자들에게도 그렇지만, 이 피라미들에게 내가 미모의 여성으로 보일 리는 절대 없으니까.

 

  “음....”

 

  수현이 뜸을 들인다. 나도 궁금해진다. 그가 나를 어떻게 소개할 지.

 

  “나의 좋은... 유일한... 사부이자, 정신적 지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난 그에게 무술 같은 건 가르친 적이 없다. 인생의 선배랍시고 꼰대 같은 조언을 한 적도 없다. 그런데, 녀석들은 알아들었다는 듯이 나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녀석들만의 언어가 있는 모양이다.

 

  녀석들이 만들어준 해물파전은 모양은 우스웠지만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다. 학생 중 하나가 하는 삼촌이 운영하는 양조장에서 직접 공수해온 막걸리라는데 주점에서 흔히 먹는 막걸리와 다르게 사카린 맛이 적어 술술 잘 넘어갔다. 조금은 취해도 괜찮을 거 같은 밤이다.

 

  남학생만 우글대는 사이에서 예쁘장한 여학생 하나가 수현의 곁을 맴돈다.

  “오빠, 더 필요한 거 없어요. 국물 좀 더 갖다 줄까요?”

 

  “아니, 괜찮아. 고마워.”

 

  그 아인 별로 쓸데없는 일로 수현에게 말을 붙이며, 나를 꽤 의식하는 듯이 보인다. 공대에 많지 않은 여학생, 저 아이는 마음만 먹으면 이 많은 남자들 중 하나를 자기 짝으로 만들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부러움을 넘어 묘한 질투심마저 생긴다. 그런데 그 아이가 찜한 대상은 하고 많은 남자들 중에 수현인 것 같다. 저런 계집아이에게 이 녀석도 오빠구나.

 

  문득 내 청춘은 도둑맞아 버렸다는 생각과 저 어린 계집아이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자꾸 술잔만 비우게 된다.

 

  손님들이 좀 빠져나가고 한가해질 무렵, 내 또래로 보이는 미끈한 남자 하나가 휘장을 걷고 들어오자, 갑자기 떠들썩해진다. 녀석들이 모두 아는, 또 반가운 체하는 그 남자는 아마 교수일거다. 수현도 내게 양해를 구하고, 그 남자 앞으로 가서 인사를 한다.

 

  구석에 앉은 그 남자는 막걸리 한 잔에 동그랑땡 두 개를 집어 먹고, 10만원짜리 수표를 건내고 사라진다. 그렇지 녀석들이 널 반가워한 건 그 수표 때문일거다.

 

  밖으로 나가려던 남자가 내게 잠시 시선이 멈춘다. 놀라는 것도 같다. 내가 대학축제 주점에 앉아 있는 게 그렇게 놀랄 일이란 말인가. 그 시선이 불쾌하다. 그래 넌 좋겠다. 이곳에 드나드는 데 아무 거리낌 없는 교수라서... 괜히 또 한 잔을 비운다.

 

  내 헛된 감정들을 주체하지 못하고 홀짝거린 막걸리는 예상보다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술기운을 빌어 방방 뛰어다니거나, 시원하게 오버이트를 해 버리고 싶은데, 녀석 앞이라 그러지도 못하고, 힘겹게 집을 향해 걷는다.

 그래도 5월의 밤공기는 녀석처럼 상쾌하다.

 

  “아까 그 여학생 말야.”

 

  어이없게도 난 취중에 그 여학생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가, 집에 다다를 무렵에야 이렇게 어렵게 수현에게 말을 꺼냈다.

 

  “누구요?”

 

  “아까 주점에 있던 그 여학생 말이야.”

 

  “아, 민지요.”

 

  “꽤 예쁘고 상냥한 친구 같던데?”

 

  “뭐, 다 귀엽다고들해요. 우리과에 워낙 여자가 없으니까.”

 

  “수현이를 좋아하는 것 같던데? 너는 관심 없어?”

 

  “그게 왜 궁금하신데요?”

 

  예상 밖의 반문이다. 그러게 난 왜 수현의 마음이 궁금한 걸까? 아마 내 얼굴이 발개졌을거다. 이미 술이 오를 대로 올라 있고, 지금이 밤이라는 게 너무 다행한 일이다. 더욱 다행인 것은 수현이 나의 얼굴을 살피진 않는다는 것이다.

 

  “저 곧 군대가야 되요. 이미 늦은걸요.”

 

  군대를 가야해서 여자 친구를 사귀지 않는다?

 

  “아, 저 군대 가면 면회 와야 되요. ”

 

  이건 또 뭐지. 민지같이 어리고 예쁜 친구는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면 안 되기 때문에 군대 갈 남자는 사귀면 안 되고, 나는 저 면회나 다니면서 늙으란 말인가.

 

  하루 종일 구름 속을 날던 마음이 진흙탕에 쳐 박히는 것 같았다.

 

  “다 왔네. 어서 가.”

 

  “아직 좀 남았잖아요.”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9 기억(2) 2016 / 10 / 17 436 0 6378   
8 기억(1) 2016 / 10 / 14 590 0 5112   
7 기억속으로 2016 / 10 / 13 433 0 5902   
6 낡은 세월속에서 2016 / 10 / 12 577 0 5126   
5 같은 공간, 다른 세상 2016 / 10 / 11 563 0 4722   
4 축제가 끝나고 2016 / 10 / 10 491 0 5094   
3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 2016 / 10 / 7 477 0 5039   
2 그가 떠난 자리에 2016 / 10 / 6 851 0 10270   
1 실연앞에서 2016 / 10 / 5 824 0 5357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