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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너무 밝은 곳의 그대
작가 : 드리민
작품등록일 : 2019.5.17
너무 밝은 곳의 그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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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의 인연을 끝으로, 사제가 된 남자.
5년 전의 사고를 끝으로, 흡혈귀가 된 남자.

너무 밝은 곳의 그대를 향한 이야기.

 
#30 언약과 고요 (5)
작성일 : 19-11-02 19:13     조회 : 291     추천 : 0     분량 : 3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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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에어드부르가 님에게 언제 또 가시나요?”

 

  체칠리아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려는 루카스를 붙잡고 물었다. 피곤한 인상의 루카스는 조용히 고개를 돌려 체칠리아를 바라보았다. 잔뜩 긴장한 표정을 보아하니 지난번처럼 뭔가 화가 난 모양은 아닌 듯했다.

 

  “매일 아침 기도가 끝나면 숲으로 갑니다.”

  “그럼 저도 따라가도 괜찮을까요?”

 

  루카스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 체칠리아는 닫힌 문에 대고 감사의 말을 전한 후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허공의 먼지가 반지하의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옅은 달빛에 반짝였다. 그녀는 고개를 천천히 옆으로 돌렸다. 은으로 만든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에어드부르가는 어디까지 알고 있었을까. 어쩌면 이 이변을 가장 먼저 눈치챘을지도 모른다. 달리 말하자면, 다른 빛보다 일찍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눈이 머는 와중에도 해답을 찾기 위해 그다음에 펼쳐질 경우의 수를 살폈다면. 체칠리아는 상자를 지긋이 바라보다가 천천히 잠이 들었다.

 

  아침 안개가 조금씩 걷힐 즈음, 루카스가 체칠리아의 방문을 두드렸다. 체칠리아는 문을 열어 그를 맞이했다. 두 사람은 조용히 성소를 나와 안개가 아직 남아 있는 숲속으로 들어갔다. 어느 정도 들어갔을까, 돼지들이 자면서 코 고는 소리가 들렸다. 에어드부르가는 허공을 바라보다가 두 사제의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렸다.

 

  “루카스와 체칠리아로구나.”

  “오랜만이에요.”

  “가지고 왔느냐.”

 

  그 말에 체칠리아는 가죽 주머니에서 은 상자를 꺼내 들었다. 그 안에 잠든 이 숲의 저주가 맥동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에어드부르가는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둘이서 할 이야기가 있으니, 오늘은 돌아가거라.”

  “알겠습니다.”

 

  루카스는 조용히 등을 돌려 성소로 돌아갔다. 루카스의 인영이 보이지 않을 즈음이 되어서야, 에어드부르가는 다시 입을 열었다.

 

  “아직 가지 않은 모양이구나.”

  “제가 이것을 가지고 가야 할 곳이 있었나요?”

  “잘 알고 있지 않으냐.”

  “그 시기는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

 

  에어드부르가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의미가 아니다. 그렇다면 뭐란 말인가. 체칠리아는 더 이야기해주지 않는 그녀가 답답했다. 하지만 묻지 않으면 답을 얻을 수 없는 법이다. 체칠리아는 천천히 말을 이어나갔다.

 

  “비적성의 안토니오 사제님으로부터 서신을 받았습니다.”

  “그랬겠지.”

  “원초의 빛에 의한 파멸이 내려오고 있다고 하더군요.”

  “맞는 말이다.”

  “처음부터 알고 있으셨군요.”

  “이 미래가 오지 않도록 노력했지만, 오고 말았지.”

 

  체칠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어드부르가가 이 심판을 막으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녀가 사랑한 고향에 심판이 떨어진다면 그 누구보다도 멈추고 싶을 테니까. 비적성의 사제인 체칠리아가 은밀히 에어드부르가를 도와 아르티제가 이 미래를 극복하게 되리라. 체칠리아는 자신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물었다.

 

  “그러니까 가라는 게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원초의 빛이 가진 힘을 세상에 통제 없이 흩뿌릴 뿐이에요.”

 

  원초의 빛은 세상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다. 잠들어 있는 창조주의 힘을 비적성의 사제들은 은밀한 방법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용한 힘은 창조주에게로 돌아가지 않고, 영구히 세상에 남는다. 체칠리아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다음이었다. 영구히 세상에 떠도는 창조주의 힘이 아르티제에 화를 불러오지는 않을까.

 

  “오히려 그 반대다.”

  “그게 무슨 말이죠?”

  “원초의 빛이 남긴 힘을 통제할 수 있는 사제는 한 시대에 한 명뿐이다.”

  “그렇죠.”

 

  아, 체칠리아는 가볍게 탄성을 내질렀다. 에어드부르가는 그녀의 깨달음을 듣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미 세상에 흩어진 창조주의 힘은 그것과 같은 힘을 몸에 지닌 영육을 주인으로 섬기고 그 통제를 받는다.

 

  “제가 원초의 빛으로부터 힘을 받고, 통제한다면.”

  “심판은 없다. 적어도 네가 살아있는 한.”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죠?”

  “안토니오에게 가거라. 너를 불러들인 이가 그 자이니, 너를 도울 이 역시 그밖에 없겠지.”

 

  체칠리아는 지혜로운 영원한 빛이 건네는 조언에 감탄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며 에어드부르가에게 털어놓았다.

 

  “사실 안토니오 사제님으로부터 처음 서신을 받았을 때, 저는 이 이변의 원인이 누구일지 먼저 생각해보았어요.”

  “그러냐. 하긴, 심판이 있으려면 심판을 받는 자도 있어야 하니. 그래서 그게 누구였느냐.”

  “어쩌면 그게 조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에어드부르가는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체칠리아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를 미워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는 이제 흡혈귀가 아니니까요. 그러나 그는 영원한 빛으로서 지켜야 할 규칙을 여럿 어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생전에 다 풀지 못한 연정을 위한 너희의 배려가 아니더냐.”

  “그건 그랬지요.”

 

  체칠리아는 그 결정에 자신의 주관이 강하게 들어가 있었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도, 조지는 너무나도 그렉만을 생각합니다. 영원한 빛은 모두에게 평등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글쎄.”

 

  에어드부르가의 목소리에 체칠리아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영원한 빛도 세상의 안정을 위해 지켜야 할 법칙이 있다. 이는 아홉 선지자가 정한 금기.

 

  “비적성의 사제인 체칠리아여. 너의 고견을 듣고 싶군. 그 금기는 정확하게 무엇이지?”

 

  영원한 빛은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서 존재하거나 그 힘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체칠리아는 금기의 조항을 읊조렸다. 그러니까 그 부분이 이상하다는 것이다. 에어드부르가는 턱을 괸 채로 계속 입을 열었다.

 

  “그 금기를 어기는 빛이 있었나?”

  “늑대인간의 빛인 블랑카가 대표적이 예입니다.”

  “그녀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늑대인간이라는 저주받은 종족 전체를 위해 존재하지 않던가? 그렇게 따지면 나 역시 그런 금기를 어기는 셈이 되는데.”

  “하지만 그녀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모든 늑대인간의 우두머리인 단 한 마리의 로보뿐입니다.”

  “그렇군. 그런 식으로 결정되는 건가. 하기야, 이 금기는 교리로써 확립한 것이니. 그런 빛에 대해 비적성은 어떤 방침을 가지고 있지?”

  “먼저 비적성은 그 존재를 이단으로 규정해 세상이 그 존재를 알지 못하게 숨깁니다. 마찬가지로 블랑카 역시 늑대인간들과 사제들이 아닌 이상 알고 있는 이가 거의 없죠. 만약 사안이 심각하다면, 비적성은 원초의 빛으로부터 위임받은 힘으로 그 빛을 심판대에 올립니다.”

 

  심판대에 올린다. 체칠리아는 그 울림, 자신의 목소리에 담긴 뜻에 놀랐다. 영원한 빛을 심판대에 올리는, 원초의 빛으로부터 위임받은 힘을 가진 비적성의 사제. 에어드부르가는 아까 자신이 원초의 빛으로부터 힘을 받아 통제하면 예견된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가 정말로 그 금기를 어기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에어드부르가, 이건.”

  “나 역시 그게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 있단다.”

  “그렇죠. 당신이 그런 것을 원하고 있을 리가 없어요.”

  “하지만 나는 두렵구나. 이 숲과 아르티제 전체를 수호하는 빛으로서, 내 행동으로 인해 내 고향에 또 비극이 일어날지.”

 

  그러니 나는 너에게 사명을 내리려는 것이다. 에어드부르가는 손을 뻗어 체칠리아의 미간에 손가락을 대었다. 영원한 빛이 사제에게 숭고한 사명을 내릴 때 하는 자세였다. 에어드부르가와 체칠리아의 주변으로 빛나는 원이 그려졌다. 에어드부르가는 조용히 사제의 이름을 불렀다.

 

  “체칠리아.”

  “하명하소서.”

  “이단 해명의 사명을 내리노라. 만약 이단이라면, 교정하라. 교정할 수 없다면.”

 

  심판하라.

 

  체칠리아는 에어드부르가의 마지막 말에서 떨림을 느꼈다. 그 자리의 그 누구도, 심판의 자리를 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미 언약의 고요를 찢는 빛의 폭풍은 시작되었다.

 
작가의 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교직이수 일환으로 교과서를 만들고 있습니다.

 어서 편집 끝내고 인쇄 맡겨야 하는데 말이죠.

 그거 말고도 과제가 넘쳐나는 게 너무나도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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