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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검은 언덕 넘어
작가 : 하늘섬
작품등록일 : 2019.10.30

생시의 반대인 사시. 죽는 날짜를 부여받았다.

 
10화
작성일 : 19-11-02 15:22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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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뚜벅. 뚜벅. 뚜벅.’

 

 철수는 문에 귀를 바짝 가져다 댔다. 발걸음 소리가 점점 커져온다. 덩달아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손에는 곽 노인이 식탁으로 쓰던 작은 상이 들려 있었다.

 작전은 이랬다.

 

 ‘보통 두시 반에 밥 당번이 와. 이 방 문 구조는 자네가 갇혀있던 방과 같네. 밖에서 여는 구조지. 하지만 배식구가 없으니, 그냥 문을 열고 밥 주고 가. 힘없는 늙은이라 젊은 수사를 상대로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그렇게 하는 거겠지. 그때야. 자네가 수사를 제압하고 여길 나가게.’

 ‘곽 선생님. 선생님도 같이 나가시지요?’

 ‘안 돼. 난 기력이 많이 떨어졌어. 그리고 이 몸으로 어딜 나가나?’

 

 철수는 방 가운데 앉아있는 곽 노인을 보았다. 튀어나온 광대뼈, 앙상한 팔, 홀쭉한 허리. 방으로 넘어와 다시 보니, 그는 생각보다 훨씬 더 여위어있었다. 철수는 그를 업고 나갈까 잠시 생각해 봤다. 하지만 바깥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모르는 상태로 일을 벌였다간 둘 다 위험하다.

 

 ‘제가 갇혀있던 옆방을 먼저 열어보지 않을까요?’

 ‘그럴 일은 없어. 밥 당번과 참회방을 여는 사람은 달라.’

 ‘혹시 다른 사람이 여기서 나는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경우는요?’

 ‘걱정 말게. 여기는 장기밀매소굴이야. 방음도 뛰어나지.’

 

 곽 노인은 지하에서 나가는 방향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아 그리고요. 저…’

 ‘뭔가?’

 ‘왜 절 구해준거죠?’

 ‘…이제 나도 얼마 남지 않았거든. 게다가 자네는 사람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벽에 틈 내는 공사를 오늘 아침에 마무리하기도 했고. 허허.’

 

 곽 노인은 서글프게 웃었다. 철수는 머리를 흔들어 잠시 전의 대화를 털어내었다. 이제 남은 건 자신의 몫이다.

 

 ‘뚜벅. 뚜벅. 뚜벅.’

 

 발걸음 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딱 멈췄다. 그리고 잠금장치를 푸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여어! 영감. 밥 때야.”

 

 식사를 들고 온 수사는 체구가 그리 크지 않았다. 체격도 보통이다. 결정적으로 대머리인 것이 두피와 두개골을 보호해 줄 소중한 머리카락이 없다. 정말이지 눈에 확 띄는 약점이다.

 

 ‘이 한방이 실패할 리 없지.’

 

 설사 실패하더라도 큰 충격을 받은 수사는 정신을 못 차릴 것이다. 그때를 틈타 덤비면 된다.

 그가 완전히 방 안으로 들어오자, 문 뒤에 숨어있던 철수는 번개같이 튀어나왔다.

 

 “어? 밥상 어디갔…”

 

 ‘쾅!’

 

 머리를 때렸는데 폭탄 터지는 소리가 난다. 그리고 그 강렬한 소리만큼 반응이 왔다.

 대머리 수사는 식판을 든 채, 눈을 까뒤집고 쓰러졌다. 식판이 앞으로 튕겨 나가며 방바닥에 음식물을 뿌린다.

 

 “하는 짓만큼 더럽게 기절하는군.”

 “자, 어서 나가게. 밥 당번이 돌아오지 않으면 사람들이 의심 할 거야. 그리고 꼭…”

 

 곽 노인은 애절한 눈빛으로 철수의 허리춤을 보았다. 바로 손녀에게 전달해 주는 편지가 있는 주머니다. 철수는 편지를 옷 위로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반드시 전달해 줄 테니.”

 “꼭 부탁하네. 아 그래…”

 “네?”

 “바코더를 치료한다는 말을 믿지 말게. 남의 고통과 어려움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너무 많아.”

 

 철수는 곽 노인의 말을 뒤로 하고 문을 나섰다. 한 번 왔던 길이니 돌아가는 거야 순식간이다. 철수는 중앙통로를 달려 계단에 도착했다. 그리고 한 달음에 1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렇게 튀어 나가려는데,

 

 “…얼마나 걷혔어?”

 “에이. 저번 달보다 못해. 갈수록 줄어드는 게 뭐라도 수를 내야지.”

 “기획을 다시 짜야겠어. 이러다 적자인걸.”

 

 두런두런 소리가 들린다. 애기하는 걸로 봐서 보좌주교의 하수인이 틀림없다. 철수는 다시 계단 아래로 내려가 어둠속에 몸을 숨겼다.

 다행이 그들은 철수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갔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다시 조심스레 몸을 움직였다.

 그렇게 계단 모퉁이에서 고개를 빠끔 내밀어 주변을 살폈다. 그러다 문뜩 떠오른 생각에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이 건물은 중앙복도가 건물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는 구조다. 건물 구조상 오른쪽 끝에서 왼쪽 끝까지 복도가 쭉 있다 보니, 방에서 나오고 들어가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모두가 서로를 볼 수 있다. 한마디로 모습을 숨기며 빠져나가기는 불가능하다.

 

 ‘잠깐. 어차피 내 얼굴을 본 사람이 몇 없잖아?’

 

 다시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자신을 본 사람은 보좌주교를 비롯해 손가락에 꼽는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히려 대범하게 행동하기로 했다. 괜히 이리저리 숨어 다녀봤자 의심만 받을 뿐이다.

 철수는 당당하게 복도를 걸으며 끊임없이 눈을 굴렸다.

 

 ‘후문, 후문’

 

 들어왔던 길로 그대로 나간다. 그리고 주차된 차량을 타고 바로 도망친다. 어렵지 않은 일이다. 몇몇 수사들이 철수를 힐끗 보고 그냥 지나쳤다.

 철수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똥 같은 놈들, 너희 악행도 이걸로 끝이다.’

 

 곽 노인이 준 두터운 편지. 그리고 장기밀매업자와 바코더. 분명 언론이 대서특필할 만큼 큰 사건이다. 더불어 보좌주교와 부패한 공무원들의 커넥션도 밝혀질 것이다.

 

 “…주교님 미사는 내일인가요?”

 “아쉽게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오늘 몸이 안 좋으셔서.”

 “아이고. 몸이 안 좋으시다니, 연세도 꽤 되실 텐데.”

 “혹시 주교님 병문안을 할 수 있을까요? 20년 전부터 알던 분인데, 몸이 갑자기 아프다니 너무 걱정돼서요.”

 “마음만 받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외부인 접촉이 좀 어려운 상황이어서요.”

 “오늘 주교님 미사가 있다고 해서 왔는데.”

 “오늘은 보좌주교님께서 진행하실 거예요.”

 “오! 보좌주교님께서 직접 미사를 보시는 군요!”

 

 여러 개의 방을 지나쳐 오는데 개중 큰 방에서 사람들이 주교를 찾고 있었다. 곁눈질로 봤다. 대부분 중장년층이다.

 

 ‘진실을 알게 되면, 저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보이는 거짓은 믿고, 확인되지 않는 진실은 믿지 않는다.

 

 ‘뭐. 어떻게든 하겠지. 지금 나에게 중요한건 아니니까.’

 

 철수는 빠른 걸음으로 그들을 지나쳐 건물 끝으로 향했다.

 

 ‘음. 여기인가.’

 

 후문은 닫혀 있었다.

 

 ‘반복구조다 보니 좀 헷갈리네. 어쨌든 열고 나가면 대충 뒷마당쯤 되지 않을까.’

 

 뒷마당에서 볼 때 후문이 많았다. 이쯤이면 그 많은 후문들 중 하나일 거다.

 철수는 대충 보이는 문으로 가서 손잡이를 잡고 아주 살짝 밀었다. 실낱같은 문 틈 사이로 자신의 차가 보인다.

 

 ‘좋았어! 다행이야. 하긴 아직 차까지 처리하기에는 내가 빨리 탈출하긴 했지.’

 

 완전히 도주로가 확보된 철수는 기쁜 마음에 문을 확 열었다.

 

 ‘쿵!’

 

 “어이쿠!”

 

 밖에 있던 누군가가 머리를 감싸 쥐며 뒤로 물러선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철수는 당황했다.

 

 “헛?! 죄송합니…어?”

 “엉?”

 

 철수의 몸이 그대로 굳었다. 문에 받힌 사람은 다름 아닌, 빗자루를 손에 쥐고 있는 서 집사였다. 둘은 멍하니 서로를 수 초간 바라보았다.

 먼저 반응이 온건 서 집사였다. 그는 눈을 퉁방울만큼 크게 뜨고 입을 뻐끔거렸다.

 

 ‘한패다!!’

 

 철수는 직감했다. 집사라는 직급이 어떤 위치인지는 모르지만, 보좌주교와 그의 관계를 예상해 봤을 때, 이곳의 진실과 깊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결정적인 건 지금 그의 반응이다.

 마치 귀한 금송아지가 제 발로 도망친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 않은가. 철수는 온 힘을 다해 서 집사에게 주먹을 날렸다.

 

 “여기…!!”

 

 ‘빠악!’

 

 “아이쿠쿠!!”

 

 서 집사는 그대로 뒤로 나동그라졌다.

 

 “젠장! 맷집도 좋네!”

 

 마음 한 구석에 있는 노인공경을 생각해, 더도 말고 한방에 기절시키려 했다. 그런데 실패했다. 그는 들고 있던 빗자루를 지팡이 삼아 벌떡 일어났다.

 

 “여기....!!”

 

 ‘빠악!’

 

 “아이쿠쿠!!”

 

 서 집사가 다시 소리치려는 찰나, 재차 달려들어 한 대 더 먹였다.

 그러나 이번에도 마찬가지. 기절하기는커녕 넘어지면서 뒤로 구르는 낙법까지 친다. 그리고 역시 빗자루를 지팡이 삼아 벌떡 일어나더니 소리쳤다.

 

 “여…!”

 

 철수는 달려가며 그대로 주먹을 날렸다. 노인공경이고 나발이고 이젠 없다.

 이번에는 체중까지 실은 혼신의 일격이다. 그런데 서 집사는 머리를 감싸 쥐며 그대로 고개를 숙인다.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그 힘에 못 이겨 철수는 앞으로 넘어졌다. 서 집사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철수가 나온 후문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쿵! 철컥!’

 

 문까지 잠갔다. 곧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안쪽에서 들려왔다.

 

 “빌어먹을 영감탱이!!”

 

 철수는 후다닥 일어나 사력을 다해 자동차로 뛰었다.

 

 ‘덜컥!’

 

 차 문은 그대로 열려 있었고 차키도 그대로 꼽혀 있다.

 

 ‘부르릉!’

 

 시동을 거는데 후문이 열리며 수사들이 우르르 뛰어나온다.

 하나같이 한 덩치 한다. 얼굴도 험상궂다. 개중에는 각목이나 쇠파이프 따위를 들고 있는 자도 있었다.

 

 “저게 수사야? 조폭이지.”

 

 철수는 차를 삐딱하게 후진시키고 그대로 유턴을 하려 했다. 그때 차 앞 유리를 통해 바닥에 떨어진 뭔가가 눈에 띈다.

 

 “어?!”

 

 길쭉하고 하얀 종이.

 곽 노인이 준, 손녀에게 전달해야 하는 그 편지 봉투다.

 

 “저 차야! 저 차를 잡아!”

 “제물을 놓치며 안 돼!”

 

 살얼음이 혈관을 따라 흐르는 것 같다. 손발이 덜덜 떨리고 심장은 멈춘 것 마냥 먹먹하다.

 

 ‘꼭 부탁하네…’

 

 곽 노인의 애절한 표정이 눈앞에 그려졌다. 철수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 나가면 틀림없이 죽는다. 다시 지하실에 갇힐 거고, 지독한 고문을 받을 거야. 도대체 왜 편지가 저기 떨어져 있는 거지?’

 

 주머니에 깊숙이 넣어두었던 물건이다. 저게 그냥 빠질 리 없다. 찰나의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서 집사를 상대하면서 바닥에 구를 때 빠졌나? 아니, 그러기에는 위치가 애매한데? 차에 탈 때 편지가 주머니 밖으로 삐져나왔나? 도대체 왜?’

 

 “이 새끼 잡아!”

 “이번에는 다리를 분질러 놔!!”

 “도대체 어떻게 도망친 거야?!”

 

 수사, 아니 장기밀매업자들이 지근거리다. 열 걸음 정도만 더 오면 차에 닿는다.

 철수는 소리 나게 이를 갈았다. 그리고 엑셀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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