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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백작이 사는 백작성
작가 : 오오
작품등록일 : 2019.10.20

백작이 사는 백작성에 관한 이야기

 
26화
작성일 : 19-11-02 11:32     조회 : 206     추천 : 0     분량 : 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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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델리아가 지나는 곳마다 귀족들은 자신들의 성에서 묵으라며 머리를 숙였다. 코델리아는 이미 걸음 할 곳을 정하고 출발한 것인지 머리를 숙이는 사람들을 물리고 후작성으로 들어갔다.

 

  행진하면서 방문했던 성 중에서 제일 신분이 높았다. 그만큼 성은 컸고 음식도 좋았다. 하지만 레브 백작성만큼 큰 크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브리지트는 조금 의아했다.

 

  황궁 근처니까 더 땅값이 비싼 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침대를 정리하고 있던 하녀 중 한 명이 브리지트에게 머리를 숙이며 물었다.

 

  “혹시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으신가요?”

 

  브리지트의 표정이 별로 좋지 않으니 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 아니에요. 그런 건.”

 

  브리지트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당황해서 두 손까지 저으며 부정했다. 하녀는 조금 안심한 듯 보였다.

 

  “그럼 방은 마음에 드시나요? 백작님께서 불편이 없도록 하라 명하셨습니다.”

 

  “네.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잠시만 기다리시면 정리를 끝내고 물러가겠습니다.”

 

  하녀는 브리지트에게 고개를 숙였다. 거의 90도 가까이 숙이는 것이 브리지트는 너무 불편했다. 자신 또한 하녀들과 다를 바 없는데.

 

  “그러지 말고 정리는 이쯤 하면 된 것 같으니 뭐 하나 물어도 될까요?”

 

  “네. 아는 것은 모두 답하겠습니다.”

 

  “작년 행진도 이번과 비슷한 속도로 갔나요?”

 

  “아닙니다. 작년에는 백작성에서 황궁까지 7일을 소요하셨고 저희 후작성에는 5일째 밤에 오셨습니다.”

 

  느리다, 느리다, 생각했는데 이렇게 느릴 줄은 몰랐다. 벌써 오늘이 7일째의 밤이다.

 

  “그럼 오늘 황궁에 도착했어야 한다는 말이네요?”

 

  “작년과 비교하자면 그렇습니다.”

 

  브리지트는 손바닥으로 이마를 감쌌다. 코델리아가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괜찮으십니까?”

 

  하녀가 다가와 브리지트를 걱정했다. 왠지 짜증이 나 이마를 감싼 것이지 머리에 문제가 있던 건 아니라 브리지트는 괜찮다며 웃어 보였다. 어색한 미소였지만 하녀는 굳이 괜찮다는 사람을 물고 늘어지지는 않았다.

 

  정리가 끝나고 하녀들은 줄을 맞춰 방에서 나가기 시작했다. 브리지트는 마지막으로 나가는 하녀를 목소리로 붙잡고 물었다.

 

  “저 그럼 오늘이 혹시, 정말 혹시나, 혹여, ……황후님의 생신인가요?”

 

  “예. 맞습니다.”

 

  “아…….”

 

  “그럼.”

 

  하녀는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브리지트는 머리를 감싸 쥐고 침대에 엎어졌다.

 

  “이 바보는 무슨 생각인 거야.”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이불 사이에서 새어나왔다. 브리지트는 일부러 느릿느릿 가는 코델리아를 이해할 수 없었다. 날짜라도 제대로 맞추려면 더 일찍 출발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이번 일로 황제의 미움을 받을 게 뻔해 보였다. 황태자는 예전에 이미 브리지트를 봤을 때부터 코델리아에게 미운털을 박았다. 황태자의 얼굴은 아주 배신자를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

 

  브리지트가 확실히 아는 것이라고는 자신을 위해서 느리게 가는 것은 아니라는 거였다. 긴 길에 브리지트가 지치고 힘들어 할 것을 걱정해서 느리게 가는 게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끌고 있다는 느낌이다.

 

  유디스를 백작성에 남겨두고 온 것도 마음에 걸리고 길을 재촉하는 기사 하나 없다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기사들은 코델리아를 워낙 잘 따르는 사람들이니 무엇을 해도 다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터였다.

 

  그런데 브리지트는 왠지 자신만 빼놓고 코델리아와 기사들이 뭔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같이 길을 오다보니 그랬다.

 

  그게 뭘까, 하고 생각하다가 브리지트는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침대가 너무 푹신한 탓이다.

 

 *

 

  새벽, 아가사는 베아트리스를 깨웠다. 언니가 곧 온다면서 잠을 설쳤던 베아트리스는 잠에서 잘 깨지 못했다.

 

  “나가자, 베아트리스.”

 

  “응.”

 

  대답해도 베아트리스는 손을 내밀 뿐 침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아가사는 시간이 없다고 재촉하지만 베아트리스는 귀찮다는 듯 얼굴을 구기고 아가사의 목에 팔을 두른다. 결국 아가사는 베아트리스를 깨우는 것을 그만 두고 베아트리스를 업은 채 방에서 빠져나갔다.

 

  한기를 느끼며 베아트리스가 눈을 떴을 때는 아가사가 백작성 뒤쪽으로 남들의 눈을 피해 이동하고 있을 때였다.

 

  “아가사?”

 

  “쉿.”

 

  너무 조용한 어두운 새벽이 무서워 베아트리스는 아가사의 목을 더 끌어안았다. 주위가 너무 조용하니 아가사의 숨소리, 발소리가 모두 선명하게 들리는 것만 같았다.

 

  아가사는 마굿간 제일 안 쪽에 베아트리스를 내려줬다. 베아트리스는 아직 상황파악이 잘 되지 않는다.

 

  “백작성이 너무 커서 성을 다 나가기가 어려워. 이쪽은 오는 길이 헷갈리기도 하고 여기 있는 말들은 아직 어린 망아지들뿐이라 쓰겠다며 오지 않을 거야. 그러니 여기 있는 게 제일 안전하다고 판단했어.”

 

  “잠깐만 아가사. 왜 우리가 여기에 온 건데?”

 

  “사람이 많은 곳에는 나쁜 사람이 섞여 있어. 백작성에서 소란이 일어날 거야.”

 

  “……왜?”

 

  베아트리스의 물음 뒤에 큰 폭발음이 들렸다. 방금 전까지는 의아함만이 있던 눈에 공포가 들어찼다.

 

  “언제나처럼 사람의 악의와 욕심 때문이겠지. 사람들이 황제의 보물을 찾아야 한다고 말하는 걸 들었어. 자세한 건 나도 몰라.”

 

  “…….”

 

  베아트리스는 추워서 손을 떠는지 무서워서 손을 떠는지 이유는 알지 못하지만 어쨌든 떨리는 손을 들어 아가사의 두 귀를 감쌌다.

 

  “너희는 청력이 좋으니까 그 소리들 때문에 귀가 아픈 거지?”

 

  느리고 작은 중얼거리는 것 같은 목소리에 아가사는 자신의 손으로 베아트리스의 손을 더 꽉 누르고 고개를 끄덕였다.

 

  비명 소리가 크게 울린다. 건물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베아트리스와 아가사는 주저앉아 그 소리들을 견뎠다.

 

 *

 

  아침에 일어났을 때 브리지트는 몸이 너무 아팠다. 엎드린 채로 잔 자세가 불편했다. 그런데 용케 새벽에 깨지 않고 아침까지 쭉 잤다.

 

  브리지트가 어깨를 주무르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녀일 것이라 생각한 브리지트는 들어오라고 말했지만 들어온 사람은 코델리아였다.

 

  “잘 잤냐고 물으려고 했는데 잘 못 잤구나.”

 

  코델리아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 괜찮아요.”

 

  브리지트는 손을 내렸다. 코델리아는 의자가 있는데도 앉지 않았다.

 

  “앉으실래요?”

 

  “아니.”

 

  그렇게 가만 서있으면 신경 쓰이는데.

 

  “여기에 며칠 있을래?”

 

  “네?”

 

  브리지트는 코델리아의 의도를 파악하려고 했고 코델리아는 딱히 감출 생각은 없었다.

 

  “그냥 귀찮은 일들에 네가 휘말리는 게 싫어서 그래.”

 

  자세한 이야기는 들을 수 없을 거라는 느낌이 강했다. 두루뭉술하게 아는 듯 모르는 듯 하는 것이 제일 좋은 거라는 것도.

 

  “얼마나 있어야 하는데요?”

 

  “3일.”

 

  “그 사이에 어디에 가려고요?”

 

  “황궁에 다녀올 거야.”

 

  브리지트는 잠시 시선을 내렸다가 말했다.

 

  “그래요. 그렇게 해요.”

 

  코델리아가 짓는 미소가 예뻐서 브리지트는 조금 마음이 놓였다. 브리지트의 방을 나선 후 코델리아는 기사단을 이끌고 바로 황궁으로 향했다.

 

  기사단에서 떨어진 이름도 모르는 기사 한 명이 브리지트의 방 앞을 지켰다. 브리지트는 고생하는 것이 미안해 말을 걸었지만 기사는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기는 있을 모양이었다.

 

  다음 날, 코델리아가 행진을 시작한지 9일째. 레브 백작의 기사단이 황궁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리고 길거리에서는 굶어 죽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축제가 시작되었다.

 

  브리지트는 창문 앞에 의자를 두고 앉아 축제를 구경했다. 방은 후작성의 꽤 깊은 곳에 있었기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소원을 담은 연을 날리는 행사는 그 누구보다도 잘 봤다.

 

  예쁜 색깔의 연들이 하늘 위를 날아가는 것을 보며 브리지트는

 

  “예쁘다.”

 

  라고 입 밖으로 소리 내어 감탄했다. 분명 캐서린도 좋아할 광경이었다. 캐서린도 백작성에서 연 날리는 행사를 보고 있을까? 모든 제국민들이 함께 하는 축제라고 하니 캐서린이 직접 하늘에 연을 날렸을 수도 있겠다.

 

  아니면 여태 일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이 후작성의 사람들도 일을 하고 있으니.

 

  연 몇 개가 줄이 끊어져 아주 하늘로 날아가버렸다. 순간 브리지트는 저 연을 어떻게 치울 것인지 고민했다.

 

  왜 이런 좋은 곳에 앉아 그런 고민이나 하고 있는지. 브리지트는 고개를 저어 고민을 털어내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오래 구경했다.

 

  “필요한 게 있으신가요?”

 

  문을 열고 나오자마자 하녀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

 

  “아니요. 그냥 산책이나 하려고요.”

 

  “정원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같이 가시려고요?”

 

  “네.”

 

  하녀는 믿음직스럽게 웃어보였다. 신뢰가 가야 하는데 좀 부담스러웠다.

 

  “저를 무슨 보호해야 되는 사람 정도로 하는 것 같은데 그러지 않으셔도 돼요.”

 

  “아닙니다.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럼…… 연무장을 알려주세요.”

 

  “네. 이쪽입니다.”

 

  브리지트는 하녀를 따라갔다. 문을 지키던 기사도 브리지트의 뒤를 따랐다.

 

  브리지트는 처음부터 연무장에 갈 생각은 없었다. 그저 정말 산책을 할 생각이었지만 사람을 줄줄 달고 산책을 하는 것은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 급히 목적지를 바꾼 것이었다.

 

  문을 열고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는 것도 이상해 그렇게 한 것이었지만 생각해 보면 잘한 일이었다. 브리지트는 행진을 따라온 이후로 제대로 검을 잡은 적이 없다. 하루라도 훈련을 하지 않으면 몸이 굳는다.

 

  이미 몸은 굳을 대로 굳어 있을 것이다. 백작성으로 돌아가 다시 훈련을 시작하면 루사가 아주 실망할 것 같다.

 

  브리지트는 더 빨리 연무장을 찾았어야 했다고 생각하며 목검을 하나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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